1. 서 론
콩은 주요 단백질원으로 우리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식량작물 중 하나이다. 국내 콩 재배면적은 2022년 기준 63,956 ha로 2018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MAFRA 2023). 콩은 오래전부터 씨스트선충,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파밤나방, 불마름병 등 다양한 병해충으로 인해 수량 감소 등 경제적 피해를 받아왔다 (Goh et al. 1991;Oh et al. 2009;Hong et al. 2011;Kim et al. 2013). 최근에는 국내 콩 재배지에 콩씨스트선충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Ko et al. 2019;Kang et al. 2021a), 콩에 피해를 주는 씨스트선충으로는 콩씨스트선충 (Heterodera glycines)과 반짝이콩씨스트선충 (H. sojae)이 있다. 씨스트선충에 의한 콩 피해는 육안으로 관찰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알 밀도가 토양 100 cm3당 2,000개 이상이면 수량이 19% 이상 감소하므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파종 전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Kang et al. 2021b).
씨스트선충 방제 방법으로는 살선충제 처리, 옥수수 등 비기주작물을 이용한 윤작, Bacillus simplex, Hirsutella rhossiliensis 등과 같은 세균, 곰팡이를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품종 이용 등이 있다 (Wendimu 2022;Ko et al. 2024). 특히 콩 주요 생산국에서는 콩씨스트선충 피해 경감을 위해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 저항성 품종을 이용한 방제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Peking, PI 88788 등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자원을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Tylka and Mullaney 2024).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과 2013년에 국내 콩 품종을 대상으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검정을 수행하였지만 (Park et al. 1969;Kim and Choi et al. 1983), 최근 개발되었거나 주로 재배되고 있는 품종에 대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정보가 없다. 따라서, 콩씨스트 선충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콩 품종별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정보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저항성 검정용 콩 종자 확보 및 육묘
콩 재배 품종별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검정을 위해 부산대학교, 명지대학교에서 2018년 2월 10품종, 2023년 4월 22품종의 콩 종자를 각각 분양받았다. 콩 종자는 분양 후 실험에 활용하기 전까지 영하 8°C 저온 창고에서 보관하였다. 직경 90 mm 플라스틱 화분에 모래와 황토를 8 : 2로 혼합한 토양 200 cm3를 넣고 콩 품종별 종자를 포트당 2립씩 파종하였다. 콩을 파종한 포트를 식물생장룸 (25°C, 16L : 8D)에서 15일간 재배하였고, 본엽이 2장 나왔을 때 포트당 1주씩 남겨두고 솎아냈다.
2.2. 선충 접종물 준비
저항성 1차 검정에 사용한 시험 선충은 2018년 계룡시 향한리에서 채집한 콩씨스트선충 (Heterodera glycines HH741 population)으로 선정하였다. 2차 검정에서는 경북 청송에서 채집한 콩씨스트선충 (H. glycines Cheongsong #2 population)이 이용되었다 (Kim et al. 2013). 시험 선충 집단은 콩씨스트선충 감수성 기준 품종인 cv. Lee 74에 감염시켜 유지 증식시켰으며, 증식 중이던 콩씨스트선충 감염 토양 300 cm3을 5 L 부피 플라스틱 물통에 넣고 약 4 L의 수돗물을 추가하여 토양 현탁액을 만들었다. 토양 현탁액을 공극 크기가 850 μm인 체와 250 μm인 체에 순차적으로 거르고 (Barker 1985), 250 μm 체 위에 남은 씨스트와 토양 잔재물을 격자가 있는 사각 페트리디쉬로 옮겨 담았다. 실체현미경 (MZ12; Leica, Wetzlar, Germany) 하에서 씨스트 (cyst)를 1 mL 수돗물이 들어있는 5 mL 튜브에 옮겨 담았다. 균질화기기를 이용하여 씨스트를 터뜨려 알 현탁액을 조제하였다. 알 현탁액은 100 mL 비커에 옮겨 담고 현탁액의 부피를 50 mL로 조정한 뒤 실체현미경 하에서 1 mL당 씨스트선충 알 수를 계수하였다.
2.3. 저항성 검정
국내 콩 32품종에 대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검정은 2회에 걸쳐 수행하였다 (Fig. 1A). 출아 후 본엽이 3장 정도 출현하였을 때 콩씨스트선충 알 현탁액을 포트당 알 500개 밀도로 접종하였다.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검정은 콩 품종별 5반복으로 설정하였고, 선충 접종 후 시험용 포트는 식물생장룸 (25°C, 광주기 16L:8D)에서 60일간 재배하였다.
2.4. 저항성 평가
콩 품종별 콩씨스트선충 저항성은 Riggs and Schmitt (1991)의 저항성 기준을 참고하여 평가 기준을 마련하였다. 시험토양과 콩 뿌리가 들어있는 포트를 통째로 5 L 부피의 플라스틱 물통에 넣고 약 4 L의 수돗물을 추가하면서 토양 현탁액을 만들었다. 이때 수압을 높여 콩씨스트 선충 암컷을 콩뿌리로부터 분리하고 토양 현탁액과 혼합하였다. 콩씨스트선충 암컷이 들어있는 토양 현탁액을 850 μm 체와 250 μm 체에 순차적으로 거른 다음, 250 μm 체에 남은 현탁액을 사각 페트리디쉬로 옮겨 담았다 (Fig. 1B). 실체현미경하에서 사각 페트리디쉬에 담긴 콩씨스트 선충 암컷을 계수하였고, 품종별 암컷의 증식지수 (female index, FI)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FI= 콩 품종별 증식된 평균 암컷 밀도 / 기준품종 (Lee74)에서 증식된 평균 암컷 밀도×100
콩 품종별로 계수된 FI 값에 따라 FI가 10 미만이면 저항성 (resistance, R), FI가 10 이상 30 미만이면 중도저항성 (moderate resistance, MR), FI가 30 이상이면 감수성 (susceptibility, S)으로 평가하였다 (Fig. 2).
2.5. 통계분석
콩씨스트선충에 대한 콩 품종별 저항성 평가를 위해 R 프로그램 (https://www.r-project.org)을 이용하여 암컷밀도에 대한 일원배치 분산분석 (one-way ANOVA)를 수행하였다. 사후검정은 던컨 다중검정 (Duncan’s multiple range test)을 수행하였다. 암컷 밀도에 대한 데이터는 평균과 표준편차로 나타냈다.
3. 결과 및 고찰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콩 32개 품종의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검정 결과는 Table 1과 같다. 저항성 검정 1차 결과에서는 콩 20개 품종 (남천콩, 장미콩, 신팔달콩, 태광콩, 대풍콩, 신기콩, 명주나물콩, 황금콩, 대찬콩, 대망콩, 소현콩, 백운콩, 신화콩, 진미콩, 대원콩, 장원콩, 무한콩, 밀양콩, 녹채콩, 소청콩, 장엽콩, 미량콩)의 FI 값이 30을 초과하였고, Riggs and Schmitt (1991)의 저항성 판정 기준에 따라 콩씨스트선충에 모두 감수성 (S)인 콩 품종으로 나타났다. 저항성 검정 2차 결과에서는 대왕콩의 FI 값이 19.7 로 저항성 평가 기준에 따라 콩씨스트선충 중도저항성 (MR)콩 품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개 품종 (우람콩, 강일콩, 연풍콩, 장단백목, 장단콩, 광교콩, 호반콩, 새단백콩, 청아콩)은 모두 FI 값이 30을 초과하여 콩씨스트선충에는 감수성 (S)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재배되는 콩 32개 품종 중에서 저항성 (R) 품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도저항성 (MR) 1개 품종, 감수성 (S) 31개 품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콩 주요 생산국에서는 콩씨스트선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품종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Blok et al. 2018). 그 결과, 미국에는 Alloy, Connect 등 콩씨스트선충에 저항성인 콩 품종이 900품종 이상 개발되어 있다 (Tylka and Mullaney 2024). 우리나라는 콩 원산지로 잘 알려져 있으나 (Kim et al. 2023), 콩씨스트선충에 저항성인 콩 품종뿐만 아니라 저항성 연관 유전자를 가진 유전자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Park et al. (1969)과 Kim and Choi (1983)에 의해 국내 콩 품종을 대상으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Park et al. (1969)의 연구에서는 금강소립, 백태 품종이 콩씨스트선충에 저항성으로 나타났으며, Kim and Choi (1983)의 연구에서는 장엽콩, 새알콩, 밀양콩, 만수콩이 콩씨스트선충 HG type 2.5에 중도저항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장엽콩, 밀양콩이 감수성 품종으로 나타났는데, 저항성 검정에 콩씨스트선충 HG type 2.5.7을 이용하였다 (Appendix Table A1). 콩씨스트선충은 HG type에 따라 병원성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Kim et al. 2013), 본 연구에서 이용된 HG type 2.5.7의 병원성이 기존 연구에서 이용된 HG type 2.5보다 병원성이 더 강하여 장엽콩, 밀양콩의 저항성 평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강소립, 백태 품종에 대한 저항성 검정은 본 연구에서 수행하지 않아 저항성 여부에 대한 비교는 불가능했다.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품종 개발에는 ‘Peking’ 계통과 ‘PI 88788’ 계통이 주요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원천자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PI 89772’ 등이 새로운 저항성 유전자 원천으로 이용되고 있다 (Concibido et al. 1997;Brucker et al. 2005;Lorenz et al. 2023).
본 연구에서 콩씨스트선충에 중도저항성으로 나타난 ‘대왕콩’ 품종은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대립이며 종자 특성이 우수한 ‘GWS91호’를 모본으로 하고 ‘석량풋콩’을 부본으로 교배하여 육성한 콩 품종이다 (Choi et al. 2011). 대왕콩 품종 육성 시에 콩씨스트선충에 저항성으로 알려진 Peking이나 PI 88788 등이 모본, 부본으로 이용되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또한 대왕콩 품종을 대상으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rhg1이나 rhg4에 대한 변이 연구도 수행된 바 없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Kandoth et al. 2011;Liu et al. 2011). ‘장미콩’의 경우, 암컷 증식 밀도는 320.2±325.3개로 Lee74 품종 (1,021.0± 253.4) 보다 암컷이 69% 덜 증식되었고, FI 값은 31.4로 30을 약간 초과하였다. 장미콩 품종 내에서 반복 간 암컷 증식 밀도를 비교하였을 때, 880개, 138개, 69개, 204개, 310개로 편차가 심해 정확한 저항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명주나물콩’, ‘백운콩’의 경우에도 장미콩과 유사하게 반복 중 1개체에서 콩씨스트선충 암컷이 특이적으로 더 많이 증식되었다. 콩씨스트선충 암컷 증식 밀도의 편차가 큰 3개의 품종은 저항성 재검정을 통해 선충 저항성 여부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22년 국내 논콩 재배 면적은 12,590 ha로 2020년부터 재배면적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MAFRA 2023), 김제 등 콩을 단지화하여 재배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보았을 때 논콩 등 국내 콩 재배지의 콩씨스트선충 피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본 연구 결과와 선행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국내에는 콩씨스트선 충에 저항성인 콩 품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Kim et al. 2013). 향후 국내 콩 재배지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콩씨스트선충의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서는 씨스트선충 저항성 콩 품종 연구에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적 요
콩 (Glycine max L.)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식량작물 중 하나이며 단백질 공급원이다. 국내 콩 생산에 있어 해충, 식물 병원성 곰팡이, 세균과 식물기생선충 등 다양한 식물 병원체가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콩씨스트선충 (Heterodera glycines)은 한국 콩 산업에 연간 409억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주는 주요 식물기생선충으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콩 품종 재배는 선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개발, 재배되고 있는 콩 32개 품종을 대상으로 콩씨스트선충 저항성 검정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국내 재배 품종 중에는 콩씨스트선충에 저항성인 품종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왕’ 품종이 콩씨스트선충에 중도저항성 (moderate resistance) 을 보였고 나머지 31개 품종은 모두 감수성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는 콩씨스트선충이 감염된 밭에서는 ‘대왕’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콩씨스트선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콩씨스트선충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수 있는 저항성 콩 품종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