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Phthorimaea absoluta는 나비목 뿔나방과에 속하는 나방으로 전 세계적으로 토마토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침입해충이다 (Kinyanjui et al. 2021). P. absoluta는 토마토 (Solanum lycopersicum)가 주요 기주이며, 감자 (Solanum tuberosum), 가지 (Solanum melongena), 고추 (Solanum muricatum) 및 담배 (Nicotiana tabacum)를 포함한 가지과 식물, 아욱과 (Malvaceae), 콩과 (Fabaceae), 메꽃과 (Convolvulaceae)에 속하는 여러 식물을 가해할 수 있는 다식성 해충이다 (Acharya et al. 2023). P. absoluta의 유충은 잎, 꽃, 줄기 및 열매 등 식물의 발육 단계 전반에 걸쳐 가해하여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Desneux et al. 2010). 특히, 유충기간 동안 식물체 조직에 천공을 내어 가해하는 생활사를 가지고 있어 방제가 어려우므로, 조기 방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토마토 작물의 80~100%에 달하는 수확량 손실이 발생한다 (Machekano et al. 2018). P. absoluta의 발육에 적합한 최적온도는 30°C, 생활사 기간은 26일에서 75일 사이, 발육 상한 및 하한은 각각 34.6°C와 14°C로 알려져 있다 (Martin et al. 2016). 발육최저온도는 상대적으로 높으나, 0°C에서 유충, 번데기, 성충의 생존율이 50%에 달하는 저온 내성, 남아메리카에서 연 10~12세대를 완료하는 높은 번식 능력, 광범위한 기주 식물 범위와 같은 생태로 인 해 P. absoluta는 현재 전 지구 수준으로 침입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Desneux et al. 2010;Biondi et al. 2018).
P. absoluta는 1917년 남아메리카 페루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2006년 스페인으로 유입된 후 유럽, 아프리카,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및 북아메리카 일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CABI 2022). 2017년에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침입하였고, 2020년에는 대만, 2021년에는 일본에서도 발생이 확인되었다 (Zhang et al. 2020;Lee et al. 2024a;Lee et al. 2024b). P. absoluta의 주요 확산 경로는 농산품의 무역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프로-유라시아 (Afro-Eurasia)에서의 침입 역사는 주로 인간 개입없이 기주 식물이 존재하는 지역을 따라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Desneux et al. 2010). 대한민국에서는 2024년 4월 1일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토마토 농가에서 P. absoluta가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국내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여 국내 토마토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ee et al. 2024a;Lee et al. 2024b). 대한민국 식물방역법에 따라 P. absoluta는 현재 관리병해충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해충이 발견된 농가의 토마토는 일본으로 수출이 금지되기 때문에 수출용 토마토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성공적인 침입생물의 관리를 위해서는 잠재적으로 침입 위험이 높은 지역을 식별하고 모니터링하여 초기 정착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Della Rocca and Milanesi 2022;Song et al. 2022). 이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생물의 환경 지위 (Environmental niche)를 추정하여 새로운 지역에서 침입해충의 서식 적합도를 예측하기 위한 종 분포 모형 (Species distribution model, SDM)과 같은 다양한 모형들이 개발되었다 (Taucare-Ríos et al. 2016;Zhang et al. 2021). SDMs는 BIOCLIM, GARP, MaxEnt와 같은 다양한 모형들이 개발되어 왔으며, 종의 출현지점 정보와 격자형 환경 변수를 기반으로 잠재 분포를 모의하여 예측하고자 하는 공간의 잠재적인 서식 적합도를 추정하는 모형군이다 (Phillips et al. 2006;Astudillo et al. 2024). 특히, MaxEnt는 적은 수의 발생 기록으로도 대상종의 분포를 예측할 수 있으며, 짧은 연산 시간, 통계적으로 정확한 예측 능력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Pearson et al. 2007;Zhang et al. 2021).
기후는 대표적인 환경변수로, 변온 동물인 곤충의 지리적인 분포와 풍부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Ouisse et al. 2020). 특히, 온도와 습도는 곤충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주식물의 성장과 발달의 변화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Yang et al. 2023).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침입종의 잠재적인 서식지를 예측하는 것은 해충 방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중요한 기초 자료이다 (Ma and Ma 2022).
그러나, 기후 조건이 적합하더라도 비기후적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침입해충으로 인한 위험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Hong et al. 2019). 그중 토지 이용 및 피복의 변화는 침입생물의 정착에 핵심이 될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을 유발하거나, 확산 경로를 형성하여 생물의 침입을 촉진할 수 있다 (Wang et al. 2016). 예를 들어, 산림을 농업 또는 목초지로 개간하거나 도시 확장, 경작지 방치와 같은 토지 이용 및 피복 변화는 농업 해충의 침입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Manzoor et al. 2021). 따라서 침입생물 분포를 예측하는 데 기후변화와 함께 토지 이용 및 피복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경관 관리, 침입생물 관리 및 확산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Ficetola et al. 2010). 현재 통용되고 있는 미래 시나리오인 공통사회경제경로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s)는 기후변화 적응 및 온실 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적 역량 및 부담을 기반으로 미래를 다섯 가지 경로 (SSP1~5)로 구분한다 (Popp et al. 2017). 또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에서 토지 이용 및 피복 변화에 관한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통합 미래 시나리오를 구축하여 침입생물의 잠재 서식지 변화 모의가 가능하다 (Song et al. 2018).
따라서, 본 연구는 SSP에 기반한 통합 기후-토지피복 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하여 P. absoluta의 현재 및 미래 적합 서식지를 예측하고자 한다. 연구 목표는 (1) P. absoluta에 대한 MaxEnt 모형을 구축하고, (2) 이를 토대로 SSP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국내 P. absoluta의 서식지 적합도를 모의하고, (3) SSP 토지 이용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 농업 지역에서 P. absoluta의 잠재적 출현 지역을 분석하며, (4) P. absoluta의 침입으로 인한 농업 부문의 잠재적 위험을 논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P. absoluta의 모니터링, 조기 경보, 효과적인 예방 및 통제, 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재료 및 방법
2.1. 출현자료 및 연구 범위
본 연구에서는 전 세계 P. absoluta의 출현자료를 바탕으로 모형을 구축한 후 한국에서 적합한 서식지를 예측했다. 연구에 사용된 전 세계 P. absoluta의 출현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GBIF (Global Biodiversity Information Facility, GBIF 2024)와 여러 문헌 자료를 사용하였다 (Cifuentes et al. 2011;Bettaibi et al. 2012;Drouai et al. 2016;Hossain et al. 2016;Adamou et al. 2017;Sylla et al. 2017;McNitt et al. 2019;Santana et al. 2019;Fand et al. 2020;Zhang et al. 2020;Fiaboe et al. 2021;Mukwa et al. 2021;Yule et al. 2021;Zhang et al. 2021). 조사한 문헌 중 정확한 위도 및 경도 정보를 가진 출현자료를 선택하였으며, 세부 주소지가 명시되어 있거나, 지도화된 자료의 경우 Google maps를 활용하여 지오코딩 (Geocoding)하였다. 우선, 2.5 arcmin 해상도의 격자 내에 중복된 자료를 제거하고, 위치정보가 부정확한 자료들을 검토하여 총 3,284개를 수집하였다 (Appendix Fig. A1). 이후, 출현자료의 공간 자기 상관을 줄이기 위해 10 km 거리 내 반복되는 자료들은 희소화 (Rarefaction)하였다. 희소화 거리는 Tonnang et al. (2015) 의 연구에서 성충 P. absoluta가 바람에 의해 약 6마일 (10 km) 이상의 먼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된 점을 기반으로 설정하였다. 최종적으로, 717개의 자료를 학습에 사용하였다.
2.2. 환경변수
본 연구에서는 P. absoluta의 분포를 예측하기 위해 기후와 고도를 환경변수로 활용했다. 기후자료의 경우, 생물기후변수 (Bioclimatic variables, BIO01~BIO19)를 환경변수로 활용했다. 생물기후변수는 월 최고·최저 기온과 강수량 으로부터 조합된 19개의 변수로, 기후의 연간 및 분기별 경향, 계절성, 월 극한을 나타낸다. 본 연구는 CHELSA v2.1 (https://chelsa-climate.org/, Karger et al. 2021)에서 제공하는 생물기후변수를 사용했다. 해당 자료는 1980년부 터 2010년까지의 관측자료들을 토대로 한 격자형 기후 자료이다. 미래 분포 예측을 위한 생물기후변수는 CHELSA에서 배포하는 CMIP6 (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6) 자료를 활용했다. 총 5개의 GCM (General Circulation Model: GFDL-ESM4, IPSL-CM6A-LR, MPIESM1- 2-HR, UKESM1-0-LL, MRI-ESM2-0)이 산출한 2개의 공통사회경제경로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s)의 대표 시나리오가 활용되었다: SSP1-2.6, SSP3-7.0.
각 시나리오에서 첫 번째 숫자는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를 위한 사회·경제적 노력, 두 번째 숫자는 2100년 기준의 단위 면적당 복사강제력을 나타낸다. SSP1-2.6은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정한 시나리오, SSP3- 7.0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KMA 2024). 고도자료의 경우 WorldClim (www.worldclim.org, Fick et al. 2017)에서 제공하는 Elevation 파일을 사용하였다.
SDMs는 학습에 활용할 환경변수의 공간적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Merow et al. 2013). 좁은 범위에서 배경지점을 추출하면 종의 실제 분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왜곡된 모델을 생성할 수 있고, 너무 넓은 범위에서 추출할 경우 모형의 평가지표가 과장되고 종의 분포가 실제보다 과대 추정될 수 있다 (Van Der Wall et al. 2009). 특히 침입생물의 경우, 출현 기록이 있는 침입 범위가 평형 (Equilibrium) 상태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경 범위 설정에 주의가 필요하다 (Mainali et al. 2015). Mainali et al. (2015)은 침입 잡초인 돼지풀아재비 (Parthenium hysterophorus L.)의 분포를 예측하는 연구에서, 원산지의 출현자료와 배경만으로 모형을 학습한 것보다 침입 지역을 포함하여 전 세계 범위의 출현자료와 배경으로 모형을 학습할 때 예측 정확도가 높다고 보고했다. 또한, Di Febbraro et al. (2013)의 연구에서는 Eastern gray squirrel (Sciurus carolinensis)의 분포 예측에 있어 원산지와 침입지를 모두 사용하여 학습한 종분포모형이 정확도가 높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P. absoluta 의 정확한 국내 출현 정보를 획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전 지구 수준의 출현자료를 바탕으로 모형을 구축하고, 국내로 투사 (Projection)하여 서식지 적합도를 모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Hong et al. 2023). 따라서 본 연구에서 P. absoluta의 구체적인 출현지점이 있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의 5개 대륙을 기준으로 MCP (Minimum area Convex Polygon)를 만들어 배경 범위로 설정, 수집한 환경변수들을 MCP로 마스킹 (Masking)하여 환경변수를 준비했다 (Appendix Fig. A1).
준비된 환경변수들의 다중공선성 (Multicollinearity)을 해결하기 위해 Pearson 계수의 절댓값이 0.8 이상인 변수 쌍을 제거했다. 이후, 변수들의 VIF (Variance Inflation Factor) 를 산출하여 VIF 값이 4 이상인 변수들을 제거하였다. 변수 선발은 R에서 usdm, raster 패키지를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각 환경변수는 공간적 범위와 해상도가 일치하도록 ArcMap (ESRI Software, v10.2.2)와 R의 terra, raster 패키지를 사용하여 2.5 arc-min (적도에서 약 4.6 km) 로 해상도를 보정했다 (Naimi et al. 2014;Hijmans 2024a, b;R Core Team 2024).
2.3. MaxEnt 모형
본 연구에서는 MaxEnt (v3.4.4, java standalone version) 를 활용하여 P. absoluta의 서식지 적합도를 예측하였다 (Phillips et al. 2017). MaxEnt는 출현자료 (Presence)만을 활용하는 모형으로, 비출현자료 (Absence)를 수집하기 어려운 생물들의 분포를 예측하기에 적합한 모형이다 (Phillips et al. 2006;Pearson et al. 2007). MaxEnt는 출현지점과 배경지점 (Background points)의 환경변수 값을 대조하여 최대 엔트로피 (Maximum entropy)를 갖는 확률 분포를 학습한다.
지점 x의 분포 확률을 배경 전체에 대한 합이 1이 되는 확률분포 π(x)로 표현한다. 이때, 지점 x의 분포확률 qλ(x) 은 환경변수, 특징 벡터 (Features, f), 그리고 가중치 벡터 (λ)로 설명할 수 있는 Gibbs 분포를 갖는다 (Phillips and Dudík 2008) (Eq. 1).
Zλ는 Σqλ(x)가 1이 되도록 조정하는 정규화 상수이고, λ 는 학습을 통해 m개의 출현지점에서의 로그우도 (Loglikelihood) 가 최대가 되는 값으로 최적화된다 (Eq. 2).
β는 규제 매개변수 (Regularization parameter)로, 각 특징에 대한 오차 범위 (Width of the error bound)를 의미한다.
MaxEnt는 2가지 하이퍼파리미터인 Feature Class (FC)와 Regularization Multiplier (RM)을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FC는 총 6 종 (Linear: L, Quadratic: Q, Product: P, Threshold: T, Hinge: H, Categorical: C)의 형태를 활용할 수 있으며, 학습에 사용되는 출현자료의 수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활용하는 Auto Feature 기능을 제공한다. RM은 모형의 복잡도를 제어하는 파라미터로, 1을 기본값으로 하여 1보다 작을 경우 보다 세부적인 패턴을 학습하도록 강제하고, 1보다 클 경우 보다 단순한 모형을 구축하도록 한다.
비록 기본 설정 (FC=Auto Feature, RM=1)을 통해서도 신뢰도 높은 모형을 구축할 수 있으나, 항상 최적의 모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Morales et al. 201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RM과 FC의 조합을 반복 구동하여 모형의 최적화를 수행하였다 (RM: 0.1, 0.3, 0.5, 0.7, 0.9; FC: L, H, LQ, LQH, LQPH, LQPTH).
본 연구에서는 AU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를 기반으로 모형의 성능을 검토, 최적화하였다 (Jarnevich and Young 2015). AUC는 임계치와 관계없이 모형의 예측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모형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Swets 1988;Phillips et al. 2006). AUC 값은 1에 가까울수록 높은 예측력을 갖는 모형임을 의미하며, 0.5는 무작위 예측에 준하는 수준임을 의미한다 (Swets 1988). 각각의 FC와 RM 조합에 대해 교차검증 10회 수행 후 test AUC를 비교하여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이는 모형을 선발했다.
이후, 최적화된 모형을 활용해 현재 (1981~2010의 평균)와 각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한 2가지 시점 (2055s: 2041~ 2070의 평균, 2085s: 2071~2100의 평균)에 대한 결과를 예측했다. MaxEnt의 출력자료는 Cloglog (Complementary log-log) 변환을 통해 0 (가장 낮음)과 1 (가장 높음) 사이의 값으로 P. absoluta의 서식 적합도를 산출했다.
2.4. SSP 기반 통합 기후-토지피복 변화에 따른 잠재 위험 면적 예측
기후는 아열대 해충의 분포를 제한하는 주요한 요인이지만, 실제로 발생할 해충의 위험 (Risk)은 토지이용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Hong et al. 2019). 본 연구에서는 SSP를 기반으로 통합 기후-토지피복 변화 시나리 오를 적용하기 위해 Song et al. (2018)이 예측한 토지피복 자료를 활용하였다. 이 자료는 SSP1~3 스토리라인을 반영하여 Scenario Generator를 활용해 2020년부터 2100 년까지 10년 간격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토지피복을 예측했다. 이 자료는 대한민국의 토지를 시가지 (Urban: 1), 농지 (Agriculture: 2), 산림 (Forest: 3), 초지 (Grassland: 4), 습지 (Wetland: 5), 나지 (Barren: 6), 수계 (Water: 7)로 분류했다. P. absoluta의 주요 피해 대상은 농작물이므로, 7가지 토지 유형 중 농지에 해당하는 격자를 추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우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MaxEnt로 예측한 0~1의 값을 갖는 서식 적합도 지도를 10 percentile training presence Cloglog threshold를 기준하여 출현/비출현 유형의 자료로 변환했다. 이후, 토지피복 시나리오 상 농지 내 적합 서식지 면적을 산출하여 토대로 잠재 위험 면적 (Potential Risk Area, PRA)을 산출하였다 (Hong et al. 2019).
3. 결 과
3.1. MaxEnt 모형 구축 결과
최적화 결과, MaxEnt는 RM=0.2, FC=LQPH의 조합이 선발되었다. Training/Test AUC는 각각 0.856, 0.827로 높은 예측 성능을 보였다 (Appendix Fig. A2).
Jackknife test 결과, 변수를 단독으로 사용하였을 때 정보량이 가장 높은 인자와 변수를 제외하였을 때 가장 정보량의 손실이 큰 변수 모두 Elevation이었다 (Appendix Fig. A3). Elevation의 Response curve를 보면, Elevation이 0에서 2,000 m일 때, 서식 적합도가 0.7 이상이었고, 2,000 m 이후 Elevation이 더 높아질수록 서식 적합성 확률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Appendix Fig. A4). 이는 P. absoluta의 기존 출현지역들이 저지대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변수들의 기여도 (Percent contribution) 분석 결과, BIO6 (가장 추운 달의 최저기온)이 26.6%으로 가장 크게 기여하였고, Elevation은 24.2%, BIO12 (연평균강수량)는 21.3% 로 나타났다 (Table 1). 다소 복잡한 등락을 보이긴 하지만, BIO06의 Response curve는 약 -11°C 이상일 때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높았으며, 이후 20°C를 초과하며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Appendix Fig. A4). 이는 P. absoluta의 적합 서식지에 겨울철 생존이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Permutation importance 분석 결과, BIO06은 기여도와 마찬가지로 가장 변동성이 높은 변수였다. 흥미롭게도, BIO08은 기여도는 낮았으나 (4.1%), Permutation importance가 높았는데 (18.3%) 이는 타 변수와의 조합을 통해 예측 과정에서 국지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2. 전 지구 수준의 적합 서식지 예측 결과
구축된 모형을 활용해 예측한 결과, 온대 기후와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높은 서식지 적합성 확률을 보였다 (Appendix Fig. A5).
유럽은 적합 서식지가 대규모로 예측되었으며, 특히 지중해와 흑해에 맞닿아 있는 지역들이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높았다. 이는 유럽에 보고되고 있는 대발생 사례들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북아메리카에서는 2024년 기준으로 멕시코에서만 P. absoluta의 침입이 보고되었으나, 본 결과는 북부 지역을 제외한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서식지 적합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를 포함한 안데스 산맥 주변 지역과 칠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해안가에서 서식지 적합성이 높게 예측되었다. 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의 경계인 사헬 이남 지역에서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높았다. 아시아의 경우 토마토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국과 두 번째로 많은 인도에서 높은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나타났으며, 카스피해 주변의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인 대만과 일본에서도 서식지가 적합한 것으로 관찰된다.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현재 P. absoluta의 출현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본 연구 결과 해당 지역이 서식 가능 지역으로 예측되었으며, P. absoluta가 물리적으로 도달할 경우 잠재적인 위험성이 큰 지역으로 간주된다.
3.3. P. absoluta 의 국내 서식 적합도 예측 결과
현재 기후에서 P. absoluta의 주요 적합 서식지는 한국 중부 및 남해안과 서해안 지역, 일부 내륙 지역으로 예측되었다 (Fig. 1). 이는 P. absoluta가 한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일치한다. 특히 전라남도 신안과 부산광역시에서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각각 0.95, 0.88로 높게 예측 되었으며, 전국 수준의 적합 서식지는 38,206 km2 로 예측 되었다.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1-2.6 및 SSP3-7.0하에 서 2055s P. absoluta의 적합 서식지는 현재 기후와 유사하게 한국 전역에 걸쳐 분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Appendix Fig. A6). 그러나 SSP3-7.0시나리오에서 2085s의 적합 서식지는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으로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P. absoluta의 적합 서식지 면적을 10 percentile training presence Cloglog threshold 값 (0.25)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2055s과 2085s에 각각 34,989 km2와 27,420 km2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Table 2). 또한, SSP3-7.0 시나리오에서는 2055s과 2085s에 각각 34,389 km2와 13,969 km2로 대폭 감소하였다 (Table 2). 이는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P. absoluta의 적합 서식지 면적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3.4. SSP에 따른 잠재 위험 면적 변화
SSP에 기반한 통합 기후-토지피복 시나리오를 적용한 PRA는 2055s에 가장 높은 값을 보인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2085s에 감소했으며, 특히 SSP3에서 PRA가 크게 감소했다 (Table 2; Appendix Fig. A7). PRA를 백분율 (PRA%=P. absoluta가 점유한 농지/전체 농지×100)로 분석한 결과, SSP1과 3의 2055s PRA는 47.85%, 48.62%로 유사했으나, 2085s에 각각 39.28%, 28.52%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러한 감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농지 면적이 축소되는 영향도 있지만, 각 SSP에 따른 농지의 총 면적 차이가 총 국토의 2% 이내인 것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로 인한 P. absoluta의 적합 서식지가 줄어드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P. absoluta의 잠재 위험 면적은 근 미래에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현재 침입한 P. absoluta 의 관리가 시급함을 의미한다.
4. 고 찰
침입 생물은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의 변화를 초래하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IPBES 2023). 침입은 자연적인 조건 하에서도 이루어지지만, 최근 무역과 여행객 방문이 증가함에 따라 유입과 정착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Biondi et al. 2018).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아열대 침입생물의 국내 정착이 증가하며 이로 인한 피해 또한 심각한 실정이다 (Hong et al. 2012;Renault et al. 2018;Kim et al. 2022). 침입생물을 관리하기 위한 전 세계 연간 관리 비용은 1970년 이후 10년마다 3배 이상 증가했으며, 1970년부터 2017년까지 보고된 관리 비용이 최소 1조 2,880억 달러에 이른다 (Diagne et al. 2021). 이 중 무척추동물의 누적 관리 비용이 4,160억 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그 대부분은 곤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Diagne et al. 2021). 침입해충은 작물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방제 비용을 증가시키며, 살충제에 대한 의존도를 증가시켜 농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Biondi et al. 2018).
침입생물의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후, 생물적 요인, 지리적 장벽, 인간활동의 영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는 기후변화 및 토지 이용 변화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하여 국내 P. absoluta 적합 서식지의 변화를 예측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토지 이용/피복의 변화로 인해 지역적인 침입 위험이 결정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동의하는 결과이다. 전 세계적인 규모의 SSP3 시나리오는 높은 인구 수요와 식량 생산을 가정하여 농지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은 동일한 시나리오 하에서 인구 감소로 인한 농지의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Song et al. 2018). Hong et al. (2019)은 침입해충인 오이총채벌레 (Thrips palmi)의 침입위험은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난개발로 인한 도시 면적 증가와 농지 감소로 위험의 규모는 감소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본 연구의 결과는 Hong et al. (2019)의 연구에서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해 PRA 감소 효과가 두드러진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Hong et al. (2019)의 연구에서 사용한 토지이용 변화 시나리오가 본 연구에서 사용한 토지피복 시나리오보다 극단적인 변화를 가정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Kim 2016). 또한, Hong et al. (2019)의 대상종인 오이총채벌레는 전형적인 열대·아열대 해충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월동지 확장이 곧바로 분포 변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었으나, 본 연구의 대상종인 P. absoluta는 지중해 지역과 같은 온대지역의 피해 또한 큰 점이 기후변화에 의한 반응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가 침입 위험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통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며, 지역적 맥락에 기반한 차별화된 관리 전략이 요구됨을 강조한다.
P. absoluta의 침입과 국내 확산 과정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Lee et al. 2024b). 먼저, 확산 과정에서 P. absoluta에 감염된 기주의 증상은 타 해충의 피해와 유사하여, 초기 확산 과정에서 식별이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Godfrey et al. (2000)에 따르면, P. absoluta는 잎에 얼룩형 (Blotch type)의 갱도를 형성하는 데 이 피해증상은 아메리카 잎굴파리 (Liriomyza trifolii) 와 유사하다. 잎굴파리류는 잎에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형성하는데 이 갱도가 여러 겹으로 나타날 경우 P. absoluta의 피해와 혼동될 수 있다. 또한, 감염된 묘목의 유입은 확산의 중요한 경로로 작용한다. 농가에 감염된 묘목이 유입되면 피해 지역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으므로, P. absoluta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묘목과 농산물 운반 시 검역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P. absoluta의 침입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확산을 저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을 시사한다. 현재 기후 하에서 P. absoluta의 침입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은 전라남도 신안과 부산광역시 일대로 예측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KREI 2024)에 따르면, 영남지역 (부산광역시)과 호남, 강원의 2023년 토마토 재배면적 비중은 과거 5년 (2014~2018년) 대비 각 0.2%, 0.3%, 1.6% 증가하였다. 특히, 부산광역시는 후계 농가의 재배규모 확대 및 엽채류의 작목 전환으로 2014년 이후 연평균 4% 늘었으며, 2024년도 토마토 재배면적이 약 526 ha로 전국에서 가장 넓은 토마토 재배면적을 가지고 있는 행정구역이므로 (KOSIS 2024;KREI 2024), 적절한 방제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P. absoluta에 대한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는 대상종의 생물물리적 특성에 기반한 SDM인 CLIMEX를 활용한 Santana et al. (2019)의 연구와는 미래 경향에 차이가 있었다. 해당 연구에서 P. absoluta의 국내 서식지는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기후자료와 모형의 접근 방식에 차이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본 연구의 환경변수 구축 과정에서 지중해 지역의 출현자료가 다수 고려되어 BIO02와 BIO08과 같은 계절성, 일교차와 같은 변수들이 활용되었는데, 이는 CLIMEX에서는 주요하게 다루지 않은 기후변수이다.
Bacci et al. (2019)에 따르면, 강수는 알과 유충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비로 인한 물리적 손상이나 익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토마토는 대부분 시설 내에서 재배되므로, 강수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시설의 경우 작물의 수확이 끝나면 다시 재정비하고, 이후 새로운 해충의 유입이 있는 경향을 보이므로, 시설에 유입되기 이전 외부 서식처에서 해충의 서식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더불어 국내 시설 토마토의 경우 재배 단지 형태로 국지적으로 모여 있으므로 P. absoluta의 피해는 이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후속 연구에서는 시설 재배 토마토 농가가 밀집한 지역에 대해 보다 세분화된 공간적 분석을 통해 잠재적인 위험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P. absoluta의 국내 잠재 서식지를 기후자료와 비기후자료를 동시에 이용하여 예측하였다. 이 결과는 P. absoluta의 추가 확산 예방 및 향후 관리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 요
환경 변화는 침입생물의 유입, 확산, 정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는 신규 침입해충 P. absoluta의 국내 정착 가능성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기후와 토지피복 변화라는 주요 환경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식 적합도를 예측하였다. 먼저, 전 지구적 출현 데이터를 기반으로 MaxEnt 모형을 구축하여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 서식 적합도 변화를 모의하였다. 이후, 토지피복 변화에 따른 농경지 내 P. absoluta의 잠재 위험 지역 (Potential Risk Area, PRA)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모든 SSP 시나리오 조합에서 SSP1과 3의 2055s PRA는 각각 47.85%, 48.62%로 유사했으나, 2085s에 39.28%, 28.52%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변화와 토지피복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P. absoluta의 잠재 위험 면적이 근 미래에 가장 심각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P. absoluta의 새로운 지역으로의 침입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효과적인 방제 및 관리 전략 개발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본 연구는 기후변화와 토지피복 변화가 침입생물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함으로써, 미래 기후 시나리오 하에서 P. absoluta의 확산 및 위 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