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유입 외래생물은 세계 경제의 산업 발달 및 교역 증가 등 고도화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발달에 따라 확산되었으며 이로 인해 생물다양성에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Secretariat of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2014). 본래의 서식지를 벗어난 유입 외래생물은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인간에 의한 교란 등 다양한 외부 요인과 결합되어 기존 생태계에 분포한 고유종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물다양성, 생태계의 보전, 인간 복지 측면까지 큰 위협을 끼치고 있다 (Wilcove et al. 1998). 이에 국제사회는 외래생물의 확산 경로를 규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Genovesi and Monaco 2014).
도서생태계는 공간적으로 육상과 해안, 해역을 아우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유의 기후 및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다 (MacArthur and Wilson 2001). 도서생태계는 독립적인 생태적 지위를 지니고,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고유의 생물이 다수 분포하고 있으며 각 도서생태계는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Kier et al. 2009). 도서생태계에는 높은 생물다양성과 고유종이 분포하고 있으나, 고립된 서식환경의 특성상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기 쉽다 (Fritts and Rodda 1998;Russell and Kueffer 2019). 특히, 유입 외래종은 도서 지역의 단절성과 좁은 서식환경으로 인한 한정된 자원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외래종 침입 시 생태계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질 우려가 있다 (Reaser et al. 2007).
대만꽃사슴 (Cervus nippon ssp. taiouanus)은 20세기 초 경제적인 목적으로 국내에 도입된 대표적인 외래생물로서 사육 개체의 탈출과 무단 방사로 자연생태계에 유입된 후 번식하여 현재 속리산국립공원 및 남해와 서해의 도서 지역 일대에 집단 서식하고 있다 (Lee et al. 2014). 대만 꽃사슴은 노루 (Capreolus pygargus)와 고라니 (Hydropotes inermis) 같은 토착 우제류보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경쟁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먹이 활동에 따른 섭식량도 토착종에 비해 높다 (Banjade et al. 2021). 이에 따라 도서생태계 내 대만꽃사슴에 의한 장기간의 섭식 활동은 어린 유목의 생존을 위협하고 치수의 발아를 저해하는 등 고유 식생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 된다 (NIE 2014;Ohashi et al. 2014).
국외에서는 우제류가 도서생태계에 유입됨에 따라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지속적인 현장조사 (Takatsuki 2022)와 울타리 설치를 통한 섭식피해 정량화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Casabon and Pothier 2008). 이와 함께 위성 영상 및 항공드론 등 원격탐사 기법을 활용한 장기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우제류의 유입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정량적 평가가 시도되고 있다 (Schweiger et al. 2015). 특히 위 성영상 기반의 연구는 수십 년간 도서생태계의 변화를 판 단하기 위해 수행되고 있으며, 외래생물의 유입 시기를 고려한 생태계 변화 및 유입에 따른 영향 평가가 가능케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간에 따른 식생지수의 변화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LandTrendr (Kennedy et al. 2010) 기법은 생태계 변화를 일으키는 유의미한 교란을 추정하기 위한 연구에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기반한 결과들은 외래생물의 유입을 비롯한 다양한 교란에 의한 생태계 피해를 시공간적으로 정량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Oro et al. 2022).
국내에서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수행된 대만꽃사슴 연구의 하나로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국립공원 물영아리 오름 인근과 인천광역시 옹진군 굴업도 내에 유입 및 정착한 개체들에 대한 행동특성 연구가 있다 (Banjade et al. 2021;Eom et al. 2023). 이 연구는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하여 행동권 등을 추정하여 대만꽃사슴의 활동영역을 제안한 점에서 큰 기여를 하였으나, 대만꽃 사슴 유입에 따른 생태계 영향평가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나라 도서생태계에 유입됨에 따라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모니터링 기반의 연구가 필요하다 (Park and Lee 2020).
본 연구는 우리나라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대만꽃사슴의 유입에 따른 장기간의 생태계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대만꽃사슴이 유입된 굴업도를 포함한 덕적군도를 대상으로 1) 장기간에 걸친 식생 변화를 정량화할 수 있는 위성영상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덕적군도 도서들의 35년에 걸친 식생 활력도 변화를 탐지하였다. 이와 함께 2) 각 도서 지역별 식생 활력도의 변화가 큰 대표 지점들을 선별하여 대만꽃사슴 유입에 따른 유의미한 변화를 탐지 및 제안하고, 3) 시계열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의 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유입 외래생물에 의한 생태계 피해를 제시하자고 한다. 이를 통해 도서생태계의 외래생물 유입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방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연구대상지
덕적군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도서 지역으로, 덕적도를 중심으로 42개의 유·무인 도로 구성되어 있다. 덕적군도 내 2000년 전후 대만꽃사슴이 유입된 굴업도 (면적: 171 ha, Fig. 1A)와 대만꽃사슴이 유입되지 않은 덕적도 (면적: 2,080 ha, Fig. 1B), 백아도 (면적: 176 ha, Fig. 1C), 문갑도 (면적: 349 ha, Fig. 1D)를 연구 대상지로 설정하였다. 지리적으로는 북위 37°00ʹ~18ʹ 동 경 125°56ʹ~126°12ʹ 범위에 위치한다. 연구대상지인 4개 도서는 서로 20 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기후 환경과 식생이 유사하며 (Kim et al. 2015;Oh et al. 2016), 인간 활동의 영향이 있는 유인 도서 지역이다.
덕적군도 내 굴업도에는 2000년 전후 녹용 생산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대만꽃사슴이 유입되었으며, 이후 관리 소홀로 인해 탈출 개체가 도서 전역으로 확산되어 서식하고 있다. 굴업도에 서식하는 중대형 포유류는 대만꽃사슴과 매우 적은 개체수의 염소뿐이며 (Eom et al. 2023), 대만 꽃사슴의 상위포식자가 없어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한정된 도서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장기간의 서식과 밀도 증식에 따른 도서 지역 내 섭식피해와 답압피해가 우려된다 (Takatsuki 2022).
2.2. 도서생태계 유입 외래생물에 의한 영향 평가 방법
2.2.1. 정규화식생지수 및 유입 외래생물 영향 평가
대만꽃사슴 유입에 따른 도서생태계의 변화는 장기간에 따른 강도 높은 섭식피해로부터 발생한다 (Tsujino and Yumoto 2004). 이 연구에서는 도서생태계 장기간 섭식피해 현황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1986년부터 2020년 여름 시기 (6~9월)의 Landsat 5, 7, 8 Surface Reflectance 위성영상 기반 정규화 식생지수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NDVI)의 변화를 추적하였다. NDVI는 엽록소 활력에 의한 반사도로 도출되는 지수로, 식생의 활력도를 정량화함으로써 생태계 건강성 평가 (Pettorelli et al. 2005) 및 환경영향평가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Choi et al. 2022;Kang et al. 2023). NDVI 계산을 위한 위성영상 활용 시기는 식생의 생육 시기를 고려한 여름 (6~9월) 시기로 설정하였다. NDVI 산출 시 개발 행위와 토지 전용에 의한 인위적 변화를 제외하기 위해 2021년 환경부 세분류 토지피복도 (ME 2021)에서 산림지와 초지만을 분류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2.2.2. LandTrendr 알고리즘
이 연구에서는 NDVI의 장기간에 걸친 시계열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Kennedy et al. (2010)에 의해 개발된 LandTrendr 알고리즘을 활용하였다. LandTrendr 알고리즘은 Landsat 위성 영상을 활용하여 시계열에 따른 식생의 활력도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를 통해 대상 지역의 교란과 회복 등을 시공간적으로 추정하며, 토지이용의 시계열적 변화 탐지 등의 여러 연구에 활용되었다 (Cohen et al. 2018;Mugiraneza et al. 2020;Zhu et al. 2020). LandTrendr은 격자 (pixel) 단위로 제시되는 위성 영상 밴드 및 식생지수 값 (e.g. NDVI, Normalized Burn Ratio, Short Wavelength InfraRed)을 시계열에 따라 추출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 값의 보정과 분실된 값에 대한 내삽 (interpolation) 등의 전처리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또한, LandTrendr 알고리즘 구동과 위성 영상 분석은 GEE (Google Earth Engine) 플랫폼을 활용 하였으며, 내삽을 통해 Landsat 7 영상의 SLC (Scan Line Corrector) 오류를 최소화하는 전처리 과정을 통해 보정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렇게 추정한 결과를 기반으로 정점 (vertex) 연도와 변화가 탐지된 연도를 식별하여 토지 피복의 변화와 추세를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Fig. 2).
2.2.3. 유입 외래생물 영향 평가 방안
이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지 유입 외래생물인 대만꽃사슴의 장기간 섭식피해에 의한 도서생태계 피해를 평가하기 위하여 시계열에 따른 위성영상 기반의 식생지수를 시계열에 따라 비교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대상지 생태계의 주요 변화 시점 도출과 변화 강도 등을 정량적으로 파악 하였다. 이와 함께 식생지수의 비교분석을 통해 도출한 생태계의 교란 (disturbance)과 회복 (recovery) 지역에 대해 공간정보를 구축하여 연구대상지 중 대만꽃사슴에 의한 피해 도서 지역과 미피해 도서 지역의 차이를 평가하였다.
위성영상 기반 식생지도 구축에는 Landsat series (Landsat 5, 7, 8)의 위성영상을 활용하였으며, 총 35년의 NDVI 영상을 제작하였다. 이를 LandTrendr 알고리즘에 적용하고,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0.2 이상 NDVI 값을 변화 시점으로 선정하여 픽셀 단위의 변화탐지연도 (year of detection), 변화강도 (magnitude)를 산출하였다. 이후 LandTrendr 기반의 연도별 NDVI 값 변화의 경향성 유무를 파악하고 추세 기울기를 평가하기 위해 연구 기간 동안 도서별 NDVI 변화가 감지된 픽셀 중 가장 높은 변화강도가 탐지된 상위 30개의 픽셀에 대한 Sen’s slope를 추정하였다. Sen’s slope는 Sen (1968)에 의해 제안된 비모수통계 방법으로 시계열 자료의 추세를 선형화하여 기울기의 정도를 추정한다. Sen’s slope는 각 구간별 기울기의 중앙값으로 정의되며, 각 구간별 기울기는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Eq. 1).
Sen’s slope의 추정값은 n개의 시계열 자료에서 1<k<j<n 일 때, 1~n까지 모든 구간의 연속된 두 순서쌍 xk, xj에 대한 기울기 djk를 구하고, 모든 djk의 중앙값으로 도출된다. 추세의 기울기를 의미하는 Sen’s slope는 양수값일 때 증 가하는 경향을, 음수값일 때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며 절댓값이 클수록 가파른 변화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슴 섭식으로 인한 도서 지역 식생 변화 추세의 방향과 강도를 분석하였다. 또한 대만꽃사슴 도입 이전, 이후인 2000년을 기준으로 두 기간을 나누어, 두 기간 (1986~1999년, 2000~2020년) 동안의 식생 활력 변화 추세 차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고자 t-통계검정을 실시하였다.
LandTrendr 알고리즘을 기반의 식생지수 변화를 토대로 구축된 시계열에 따른 교란 (disturbance-map)과 회복 (recovery-map) 공간정보를 토대로 연구대상지 도서 지역별 생태계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시계열에 따른 교란과 회복의 누적 교란-회복비 (cumulative D/R ratio; Eq. 2)를 추정하였다. 해당 비율은 도서별 면적 차이를 고려하여 토지이용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Yang et al. 2018). 이를 통해 연구대상지 중 대만꽃사슴이 유입된 굴업도와 그렇지 않은 도서 지역 사이의 섭식에 의한 생태계 영향의 정량적 평가를 수행하였다.
누적 교란-회복비는 Change-map 기반의 교란과 회복 지도를 활용하여 연도별 교란 면적 (disturbance area)의 누적값에서 회복 면적 (recovery area)의 누적값을 나누어 계산된다. 누적 교란-회복비 (%)의 값이 높을수록 회복 면적에 비해 교란 면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낮을수록 교란 면적에 비해 회복 면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00%를 넘어가면 추적 기간 내 누적된 교란 면적이 회복 면적을 추월함을 의미하며, 해당 지역의 토지 황폐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3. 결과 및 고찰
3.1. 결과 및 고찰
3.1.1. LandTrendr 알고리즘 보정 및 변화 지도
LandTrendr로 산출한 도서별 교란 및 회복 지도는 Fig. 3과 같다. 1986~2020년 연구 기간 전체 식생 면적 대비 회복 면적 비율의 경우, 굴업도 14.57%, 덕적도 16.50%, 백아도 11.41%, 문갑도 11.18%로 네 도서에서의 회복 면적 비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교란 발생 면적 비율의 경우, 굴업도는 30.96%로 회복 면적 대비 두 배 이상의 면적에서 교란이 발생하였다. 굴업도 이외의 다른 도서에서는 덕적도 6.66%, 백아도 5.04%, 문갑도 5.60%로 회복 면적 비율의 절반 혹은 그 이하 정도였다. 즉, 전체 연구 기간 내에서 굴업도의 경우, 회복보다 더 넓은 면적에서 교란이 발생하였으며, 다른 도서와 달리 굴업도에서는 지속적인 교란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1.2. 변화 추세 분석
도서별 NDVI 변화 상위 30개 지점에 대한 Sen’s slope 값의 경향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전체 연구 기간 내 굴업도는 NDVI 변화 추세의 기울기가 감소하는 경향을, 덕적도, 백아도, 문갑도에서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Fig. 4, Table 1). 특히, 대만꽃사슴 도입 이전 시점인 2000년 이전 (1986~1999년)과 2000년 이후 (2000~2020년)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분명하였다. 굴업도의 경우, 2000년 이전과 이후의 Sen’s slope의 평균값은 -7.54와 -14.66으로, 2000년 이후에 NDVI 값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p=0.0004). 덕적도의 경우 Sen’s slope의 평균값은 두 기간 각각 3.03, 1.63이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2000년 이후에도 NDVI가 증가 추세의 유지가 확인되었다. 백아도와 문갑도의 경우, Sen’s slope의 평균값이 2000년 이후 완만한 감소 추세로 변화하거나 감소 추세에서 증가 추세로 전환되었다 (p=0.0006, 0.0013).
Sen’s slope를 통한 도서별, 기간별 비교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굴업도는 대만꽃사슴 도입 이후 NDVI 값의 감소가 가파르게 발생하였으나, 대만꽃사슴이 도입되지 않은 덕적도, 백아도, 문갑도에서는 NDVI 값의 감소되지 않았고, 대신 식생의 교란이 회복으로 전환되거나 교란의 강도가 감소하였다. 대만꽃사슴의 유입 유무에 따라 굴업도와 그 이 외의 도서들에서 서로 다른 식생지수 변화 추세를 보였으며, 이는 도서 지역 내의 우제류의 밀도 증식이 섭식피해를 일으켜 도서생태계를 황폐화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Casabon and Pothier 2008).
3.1.3. 누적 교란-회복 비
도서별 토지이용의 지속가능성을 비교하기 위한 누적 교란-회복비의 산출 결과,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굴업도 44.4%에서 45.3%, 덕적도 23.36%에서 30.31%, 백아도 7.41%에서 18.67%, 문갑도 11.76%에서 25.77%로 모든 도서에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Fig. 5). 그러나 대만꽃사슴 유입 추정 시기인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덕적도, 백아도 문갑도는 각각 4.17%, 12.29%, 5.96%로 전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나, 굴업도는 같은 기간 동안 39.36%가 증가하는 큰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굴업도에서는 누적 교란-회복비가 2012년 107.21%로 누적된 교란 면적이 회복 면적을 추월하였으며, 2020년에는 212.44%까지 상승해 지속적인 식생의 황폐화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굴업도에서는 대만꽃사슴 도입 시점 이후로 지속적인 토지황폐화가 발생하였으며, 2000년 중반 이후로 급격한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만꽃사슴 유입 이후 정착과 확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었고, 그 이후 식생에 대한 영향이 급격하게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제류의 증식으로 인한 식생 피해는 유입 직후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개체군이 성장하고 식생에 영향을 미칠 시간에 도달한 이후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Waller and Alverson 1997). 이처럼, 굴업도에서 발생한 식생의 황폐화의 시계열적인 변화 양상이 대만꽃사슴 유입 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굴업도의 대만꽃사슴의 섭식 영향에 의한 지속적인 식생 교란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숲에서의 우제류 섭식에 의한 식생 피해의 수직적 범위는 하층과 관목에 집중되어 있다 (Sabo 2019). 그러나 숲을 대상으로 위성영상으로 탐지할 수 있는 식생 구조는 수관 중심의 영역으로, 우제류의 직접적인 섭식 범위 밖이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피해는 수목에 직접적인 가해 뿐만 아니라 답압으로 인한 토양 내 압력 증가와 미생물 군집 변화 (Maillard et al. 2021)와 토양 침식으로 인한 하층 발달 및 수목의 생육 저해 (Katayama et al. 2023), 식생 구조의 변화 (Kain et al. 2011)를 유발하며 장기적인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굴업도는 도서 산림천이 과정의 극상 수종인 소사나무군락 (Carpinus turczaninowii Hance)이 우점하고 있다 (Oh et al. 2016). 우제류의 섭식 피해는 수목의 크기에 따라 상이하여 (Gill 1992), 10 m 내 외로 성장하는 소교목인 소사나무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사나무군락은 한국 도서 식생의 가장 안정된 단계로, 보전 가치가 높아 신속한 보호 방안의 수립이 요구된다 (Oh et al. 2016).
4. 고 찰
이 연구에서는 대만꽃사슴이 유입된 굴업도를 중심으로 위성영상 기반 NDVI를 활용해 외래동물의 장기간 섭식에 의한 식생의 변화와 피해를 분석하였다. 덕적군도 내 도서들의 시계열적 식생 변화를 비교한 결과, 대만꽃사슴이 유입된 굴업도에서 유입 이후의 장기간 섭식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꽃사슴 유입 시기인 2000년 초반에는 큰 변화없이 유지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2010년 이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즉, 사슴의 도입 이후 정착과 확산까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위성영상 기반 식생지수의 변화를 통해 대만꽃사슴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통해 위성영상에 기반하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접근성이 낮은 도서 지역에 대한 우제류의 생태계 영향과 장기간의 피해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다만, 면밀한 피해 정량화를 위해서는 인구 증감에 따른 토지이용의 변화, 우제류를 제외한 과거 시점의 외적 교란 영향 등을 추가로 비교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적용된 환경부 세부토지피복도의 공간 해상도는 토지 용도 변경과 개발 등의 인위적인 교란 제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우제류의 섭식피해 수준에 따라 과대·과소 평가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한다면, 도서 지역에 대한 우제류 섭식피해를 정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만꽃사슴의 개체 밀도, 섭식량과 자체 수용 능력 등의 추가적인 현장 조사와 연구를 통해 대만꽃사슴의 도서생태계에 대한 영향평가가 개선될 수 있다. 대만꽃사슴의 서식지 특이성, 선호 먹이원 등의 섭식 생태 기반 종 특이성과 계절적 변이에 따른 식이 특성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우점 수종인 소사나무군락의 서식 조건과 식생 구조 및 현황을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대상종과 서식지에 대한 다양한 생태·환경적 요인이 고려되면 더욱 정밀한 대처 방안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isher et al. 2020).
우제류의 높은 밀도는 식생 군집을 파괴하고 구조를 변경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은 개체군의 밀도를 낮추더라도 즉각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Ammer 1996;Kaien 2006). 이러한 식생 구조의 변화는 토양 침식과 산사태 등 산림 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산림의 수관층과 하층식생의 구조는 토양안정성 유지와 침식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Dorren et al. 2004;Vergani et al. 2017), 우제류의 장기적인 섭식 압력은 이러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Didion et al. 2009). 따라서 도서 지역의 효과적인 생태계 관리를 위해서는 대만꽃사슴의 섭식이 식생 구조와 산림 재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관리가 필요하다.
5. 결 론
이 연구에서는 굴업도에 유입된 대만꽃사슴를 사례로 위성영상 기반 도서 생태계의 장기간 변화를 정량화하였다. 제시된 방법론은 접근성이 제한된 우리나라 도서 지역의 우제류 유입에 의한 피해를 정량화하는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연구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의 결과로 유입 외래생 물의 피해에 대한 시공간적인 변화와 영향을 파악함으로써 유입 외래생물의 효과적인 방제 방법 제시를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도서생태계 보존을 위한 외래생물 관리 및 모니터링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 요
외래생물의 유입과 확산은 토착종과의 경쟁을 유발하고 서식지를 파괴하며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특히, 한정된 자원을 지닌 도서생태계는 외래생물 유입으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취약하다. 이 연구에서는 우제류 유입에 의한 도서 지역의 섭식피해를 분석하고자 위성영상 기반 방법론을 바탕으로 장기간의 변화를 탐지·추적하였다. 연구 결과, 대만꽃사슴이 유입되지 않은 섬들의 식생지수는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굴업도에서는 대만꽃사슴 도입 시점 이후 식생지수의 지속적인 감소가 확인되었다. 연구기간 동안 굴업도 식생지수의 회복 (recovery) 발생 면적 비율은 14.57%, 교란 (disturbance) 발생 면적 비율은 30.96%로 교란이 발생한 면적이 두 배 이상이었으나, 미유입 도서에서는 교란 면적이 회복 면적의 절반 혹은 그 이하였다. 특히, 대만꽃사슴 유입 추정 시기를 기점으로는 굴업도의 교란 면적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도서생태계의 황폐화가 확인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접근성이 낮은 도서 지역 우제류의 섭식피해에 대해 위성영상을 통해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효과적으로 정량화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향후 외래생물 관리 및 모니터링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