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비소는 강한 독성을 가진 준금속 물질이며, 토양 환경에 널리 분포한다 (Chen and Costa 2021). 자연계에는 평균 5~10 mg kg-1의 토양 비소가 존재하며, 고농도의 토양 비소 오염은 자연적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Smedley and Kinniburgh 2002). 대표적으로, 광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폐광산이나 광산 폐기물은 주요 비소 오염원이며, 외국의 경우 농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농약이나 비료 중 일부가 무기비소를 포함하고 있어 비소 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Moreno-Jiménez et al. 2012). 한국에서는 비소 농약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농업활동에 의한 토양 비소 오염은 드물지만, 폐광산 지역의 비소 오염은 심각한 실정이다 (Kim et al. 2022). 토양 상층부에서 비소는 주로 5가 비소인 As(V)로 존재하는데 이는 생물의 ATP 합성을 저해하여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 (Hughes 2002). 토양 내 비소가 무척추동물의 번식, 성장, 군집 조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실험실 및 현장 수준에서 널리 보고된 바 있다 (Bustos et al. 2015;Alves et al. 2018;Lee et al. 2021, 2023).
토양 내 비소는 식물을 통한 영양단계 전이 (trophic transfer)로 초식 곤충 및 상위 영양단계의 생물에게 독성 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 초식 곤충은 육상생태계의 주요 1차 소비자로서, 생산자로부터 상위 영양단계로 이어지는 생태계 물질순환과 에너지 흐름을 매개하는 생물군이다 (Huntly 1991;Hunter 2001;Hwang et al. 2024). 초식 곤충은 식물을 통해 전이된 독성 금속에 일차적으로 노출될 뿐 아니라 독성 영향이 육상생태계의 상위 영양단계로 전달되는 주요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태학적 중요성이 크다 (Gall et al. 2015;Kim et al. 2019). 식물 조직에 축적된 독성 금속은 초식 곤충의 생존이나 성장·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데, 일부 식물이 초식자에 대한 방어 기작으로 독성 금속을 축적하는 사례도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Poschenrieder et al. 2006;Boyd 2007). 독성 금속의 일종인 비소 또한 영양단계 전이를 통해 초식 곤충의 체내에 축적되고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Mathews et al. 2009). 또, 일부 곤충은 비소가 축적된 식물을 기피하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이는 식물의 비소 축적이 초식 곤충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athinasabapathi et al. 2007).
여러 세대에 걸친 오염물질 노출은 단일 세대에서의 노출과는 다른 독성영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성영향의 과소평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오염물질 노출 상황을 현실적으로 모사하는 다세대 노출 시험 (multigenerational exposure test)이 필요하다 (Guimarães et al. 2023). 여러 세대 동안 독성물질에 노출된 개체군에서는 적응 (adaptation), 후성유전학적 변화 (epigenetic inheritance), 스트레스의 세대 간 누적 등의 원인으로 민감성이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 (Kimberly and Salice 2015;Szabó et al. 2019). 또, 일부 사례에서는 다세대 노출에 의해 비단 조적 (non-monotonic) 용량-반응 관계가 나타나는 현상도 보고된 바 있다 (Salice et al. 2009). 비소의 다세대 독성 영향은 주로 예쁜꼬마선충 (Caenorhabditis elegans)을 대상으로 연구되어 왔으며, 절지동물에 대한 연구 사례는 제한적이고 대부분 수서 절지동물에 국한되어 있다 (Im et al. 2019;Josende et al. 2019;Müller et al. 2022;Liu and Zhang 2023). 그러나 토양 내의 비소는 수백 년 이상 잔류할 수 있으므로 (Hindmarsh and McCurdy 1986), 육상 서식지의 절지동물은 영양단계를 통해 전이된 저농도 비소에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복숭아혹진딧물 (Myzus persicae)은 전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는 광식성 (polyphagous) 진딧물로, 벚나무속 (Prunus) 식물인 매화, 자두, 살구, 앵두 등과 가지과 (Solanaceae) 작물인 감자, 담배, 고추 등을 가해하는 주요 농업해충으로서 경제적 중요성이 높다. 또한, 이 종은 독성 노출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실험생물로 다세대 독성영향평가에도 널리 사용되어 왔다 (Ayyanath et al. 2013;Sial et al. 2018;Tang et al. 2019). Kim et al. (2019)은 자연계 평균 농도 이하 수준 (2, 6 mg kg-1)의 토양 비소도 고추 (Capsicum annuum)의 잎에 28.1, 34.3 mg kg-1 수준으로 축적되며, 그 결과 C. annuum을 섭식하는 M. persicae의 산자수와 감로 분비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M. persicae의 체내에서도 2.0, 2.8 mg kg-1 수준의 비소가 검출되었음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소 노출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되었을 때의 독성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Kim et al. (2019)의 후속 연구로서, 동일한 실험 설계하에 C. annuum을 통해 영양단계 전이된 토양 비소가 육상 초식 곤충 M. persicae의 성장, 발육, 번식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세대에 걸쳐 평가하였다. 다세대 간의 노출로 인한 독성영향의 증감이나 농도-반응 관계의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비소의 다세대 독성에 관한 논의를 토양 내 비소와 육상생태계까지 확장할 근거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토양 비소 오염이 초식 곤충과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다세대 노출 시나리오에 기반해 조망하고자 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실험생물
실험에 사용된 M. persicae는 충북대학교 식물의학과 곤충생태및독성학실험실에서 제공받은 개체들로부터 유래한 집단이다. 실험 개시 이전까지 M. persicae는 상온의 실험실 내에 설치된 상자 형태의 사육장에서 C. annuum을 기주식물로 제공하며 누대 사육하였다.
2.2. 시험물질 및 기주식물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As(V) 처리구 및 대조구의 배양 토에서 C. annuum을 재배하였다. 배양토는 모래 70%, 카올린 20%, Sphagnum peat 5%를 포함하는 OECD 인공 토양과 commercial potting mix (BM1, Berger Horticultural Co. Ltd., Canada)를 1 : 1 비율로 혼합하여 제조하였으며, C. annuum의 재배에 적합하도록 CaCO3를 이용해 배양토 의 pH를 6.0±0.5로 조절하였다. 제조된 배양토는 공기 중에서 건조한 뒤, 입자 크기가 2 mm 미만이 되도록 체질하 여 실험에 사용하였다.
배양토에 As(V)를 주입하기 위해 disodium hydrogen arsenate heptahydrate (HAsNa2O4·7H2O, >98%, Sigma- Aldrich, St. Louis, MO, USA)를 3차 증류수에 용해하여 시험용액을 제조하였다. 토양 내 As(V) 농도가 2, 4, 6 mg kg-1이 되도록 시험용액을 3차 증류수에 추가 희석한 뒤 배양토에 주입하였다. 처리 농도는 동일한 설계의 실험 인 Kim et al. (2019)에서 확인된 C. annuum의 성장에 대한 토양 As(V)의 무영향관찰농도 (No Observed Effect Concentration, NOEC) 이하가 되도록 결정하여, As(V) 처리가 기주식물의 생육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였다. 대조구는 배양토에 3차 증류수만을 주입하여 조성하였다. 모든 처리의 배양토는 수분 보유량이 최대용수량 (maximum water holding capacity)의 80%가 되도록 조절하였다.
3차 증류수로 적신 여과지에서 발아시킨 C. annuum은 3일간 안정화 (aging)한 배양토가 담긴 플라스틱 화분에 식재하였다. 묘목은 온실에서 10~12엽기까지 약 8주간 재배하여 실험에 이용하였다. 화분에는 이틀마다 3차 증류수를 급수하여 배양토의 수분 보유량을 최대용수량의 80%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2.3. Myzus persicae에 대한 비소 독성영향평가
기주식물을 통해 전이된 토양 As(V)가 M. persicae의 성장·발육과 번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대조구와 As(V) 처리구의 C. annuum에서 사육한 M. persicae의 크기, 발육기간, 최초 산자 시점, 자손 크기를 측정하였다. 진딧물 집단 내의 연령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험개체로는 새로운 잎으로 옮긴 무시충 성충이 24시간 동안 출산한 약충 들을 이용하였다. 실험개체는 기주식물의 잎에 설치된 클립 케이지 (직경 3 cm, 높이 2 cm)에서 사육하였다. 처리당 반복수가 3회가 되도록, 각 식물의 제5엽~제8엽 중 세 개의 잎에 클립 케이지를 설치해 실험하였다. 클립 케이지당 4~7마리 (평균 5.32마리)의 약충을 접종한 뒤, 20°C 항온기에서 16L : 8D 광주기 조건을 유지하며 실험하였다. 실험 기간 중 1~3일 간격 (평균 1.55일)으로 클립 케이지를 열고 모든 실험개체들을 실체현미경하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실험개체들이 번식한 경우 자손 개체들도 촬영하였으며, 촬영 이후 잎에 남아 있는 모든 자손 개체들을 제거하였다. 실험은 모든 실험개체들이 사망하거나 번식을 마친 것이 관찰된 시점에 종료하였다.
개체의 크기에 대한 척도로, 사진 상에 투영된 진딧물의 체장과 두폭인 외관상 체장 (apparent body length) 및 외관상 두폭 (apparent head width)을 측정하였다. 외관상 체장·두폭을 이용한 이유는, 예비 실험에서 실제 체장의 측정을 위해 개체들을 옮겨주는 것이 스트레스에 의한 잦은 사망을 초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체장은 이마 (frons)부터 제8배마디 등판 (8th tergum)까지의 길이로 정의하였으며, 끝편 (cauda)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단계에서는 이마부터 몸 뒤쪽 끝까지의 길이로 정의하였다. 두폭은 양쪽 겹눈의 외측 가장자리 사이 너비로 정의하였다. 모든 길이는 ImageJ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측정하였다 (Schneider et al. 2012). 개체의 발육 상태는 외형에 따라 구분하였는데, 배마디와 뚜렷이 구분되는 긴 끝판을 가진 개체들을 성충으로, 그렇지 않은 개체들을 약충으로 간주하였다. 자손의 크기에 대한 지표로는 외관상 체장을 사용하였다. 자손의 크기는 2일 간격으로 관찰했을 때 처음으로 모든 처리의 실험개체들이 번식한 시점에 측정하여, 개체 간의 연령 차이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2.4. 다세대 노출 실험
이전 세대에서의 As(V) 노출이 M. persicae의 성장·발육과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F0 세대 이후 두 세대 (F1, F2) 동안의 노출 실험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Fig. 1). 이전 세대 실험개체의 자손을 새로운 기주식물의 잎으로 옮겨, 클립 케이지당 4~8마리씩 접종하였다 (F1 세대 평균 7.83마리, F2 세대 평균 5.62마리). 각 처리구 (As(V) 2, 4, 6 mg kg-1)에서 성장한 F0 세대 개체의 자손은 대조구 (이하 E-C 유형) 또는 동일한 농도 처리구 (이하 E-E 유형)의 기주식물에 접종하였다. 대조구에서 성장한 F0 세대 개체의 자손은 대조구 기주식물에 접종하였다 (이하 C-C 유형). F2 세대의 노출 실험에는 E-E 유형 및 C-C 유형 식물에서 성장한 F1 세대 개체들의 자손을 이용하였다. 동시에 태어난 자손만으로는 충분한 수의 개체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F1 및 F2 세대의 실험개체는 서로 다른 연령집단의 개체들을 혼합해 사용하였다. 연령집단별 자손 개체들을 E-C 및 E-E 처리구에 균등하게 배분함으로써, 두 처리구의 클립 케이지들끼리 유사한 연령 구조를 가지는 짝 (cage pair) 을 이루도록 설계하였다. F1, F2 세대 실험개체들은 F0 세대와 동일한 조건에서 사육했으며, 2~8일 간격으로 촬영 및 유충 제거를 진행하였다 (F1 세대 평균 2.94일, F2 세대 평균 4.71일). 자손의 외관상 체장은 처음으로 모든 E-C 및 E-E 처리에서 자손 개체가 관측된 시점에, 출생 후 2일이 지나지 않은 자손 개체들을 대상으로 측정하였다.
2.5. 통계분석
토양 As(V)가 M. persicae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실험개체 무시성충의 외관상 체장을 비교하였다. 분석에 앞서, 개체의 연령이 성충 M. persicae의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연령을 고정효과 (fixed effect)로, 클립 케이지를 임의효과 (random effect)로 포함하는 혼합효과모형 (mixed effects model)으로 F0 세대 실험개체의 외관상 체장 및 두폭 자료를 분석하였다. 이후 클립 케이지·관측일별로 성충의 평균 외관상 체장을 산출하고, As(V) 처리 농도를 고정효과로, 클립 케이지를 임의효과로 가지는 혼합효과모형으로 분석하였다. 처리 효과의 유의성은 우도비검정 (likelihood ratio test)으로 유의수준 0.05에서 평가하였으며, Tukey HSD 분석법으로 유의수준 0.05에서 사후검정하였다.
대조구 및 처리구에서의 M. persicae 발육기간을 비교하기 위해 실험개체가 성충의 외형적 특성을 나타낼 때까지의 발육기간을 비례위험 (proportional hazards) 모형으로 분석하였다. 발육기간은 구간 중도절단 (interval censored) 자료로 처리하였다. F0 세대 M. persicae의 생존곡선 적합과 중앙 발육기간 추정에는 Weibull 비례위험모형을 이용하였다. 이전 세대에 동일한 처리에 노출된 E-E 및 E-C 처리구 실험개체들 간의 발육기간을 비교하기 위해 Cox 비례위험모형을 이용하였으며, 유사한 연령구조의 집단들끼리 비교하기 위해 클립 케이지 짝 (cage pair)에 대한 고정 효과를 포함하였다. 발육기간에 대한 E-E 및 E-C 처리 영향의 통계적 유의성은 완전모형 (full model)과 축소모형 (reduced model) 간의 우도비검정을 통해 유의수준 0.05에서 평가하였다.
처리 간의 자손 개체 크기 비교를 위해 개체별 외관상 체장 자료에 대한 일원배치분산분석 (one-way ANOVA)을 수행하고, Tukey HSD 분석법으로 유의수준 0.05에서 사후 검정하였다. 발육기간에 대한 Weibull 비례위험모형 적합과 자손 크기의 분석에는 동일 세대, 동일 처리의 클립 케이지에서 얻어진 자료를 통합 (pooling)하여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모든 통계분석은 R version 4.4.1 (R Core Team 2024)을 이용해 수행되었으며, 다음의 R 패키지들이 활용 되었다: 혼합효과모형의 적합에는 lme4 (Bates et al. 2015), lmerTest (Kuznetsova et al. 2017) 패키지가, 혼합효과모형 및 일원배치분산분석의 사후검정에는 emmeans (Russell 2024), multcomp (Hothorn et al. 2008) 패키지가 사용되었으며, 비례위험모형을 이용한 분석에는 eha (Broström 2022, 2024), survival (Therneau and Grambsch 2000;Therneau 2024), icenReg (Anderson-Bergman 2017) 패키지가 사용되었다.
3. 결 과
3.1. Myzus persicae의 성장에 대한 비소 영향
발달 단계에 따라 M. persicae의 성장 양상이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Fig. 2, Supplementary Tables S1, S2). F0 세대의 대조구와 모든 처리구에서 약충 M. persicae의 외관상 체장과 두폭은 시간 경과에 따라 증가하였으며 (p<0.05), 두폭보다 체장의 증가율이 더 커서 외관상 두폭 대비 외관상 체장 비율이 약 3.67배에서부터 점차 증가하였다. 그러나 성충이 된 이후로는 외관상 체장·두폭 모두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이때의 외관상 체장은 외관상 두폭의 약 3.95배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F0 세대의 대조구와 모든 처리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모든 세대에서 성충 체장에 대한 토양 As(V) 처리의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 (F0: χ2=9.515, df=3, p<0.05; F1: χ2=22.456, df=6, p<0.05; F2: χ2=17.098, df=6, p<0.05), 그 영향이 다세대 간의 노출에 의해 달라지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Fig. 3, Supplementary Table S3). F0 세대에서는 전반적으로 대조구보다 As(V) 처리구의 개체들이 더 큰 경향이 나타났으며, 특히 As(V) 4 mg kg-1 처리구 개체들의 체장은 대조구 개체들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p<0.05). F0 세대와 달리, F1 세대와 F2 세대에서는 As(V) 6 mg kg-1 처리구에서 성장한 개체들이 다른 E-E 유형 처리구의 개체들보다 큰 경향을 보여, 다세대 간 As(V)에 노출될 경우 처리 농도 간의 상대적인 효과 크기가 달라질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F1 세대와 F2 세대 모두에서, 서로 다른 E-C 처리구 실험개체들의 외관상 체장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전 세대에 As(V) 6 mg kg-1에 노출된 E-E 유형 처리구 개체들은 동일 농도의 E-C 유형 처리구 개체들보다 외관상 체장이 더 컸으며, F1 세대에서는 두 처리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p<0.05). 유의한 수준의 차이는 아니었으나, F1 세대에서는 As(V) 2 mg kg-1 및 As(V) 4 mg kg-1 농도의 E-E 처리 개체들이 E-C 처리 개체들보다 작은 체장을 가졌던 반면, F2 세대에서는 반대의 양상이 나타났다.
3.2. Myzus persicae의 발육에 대한 비소 영향
F0 세대에서의 실험 결과, 기주식물에 대한 As(V) 처리는 M. persicae의 발육기간에 유의한 영향을 끼쳤는데 (χ2= 18.35, df=3, p<0.05), 각 처리구 (As(V) 2, 4, 6 mg kg-1)에서의 중앙 발육기간은 6.57, 6.50, 6.62일로 대조구 (7.99일) 에서보다 짧았다 (Fig. 4). As(V) 처리구 간의 처리 농도 차이는 발육기간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χ2=1.302, df=2, p=0.52), 대조구와 전체 처리구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χ2=17.72, df=1, p<0.05).
단일 세대 노출과 달리, As(V)가 다세대에 걸쳐 발육기간에 미치는 영향은 처리 농도 간의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Table 1). F1 세대에서 E-E와 E-C 처리구 개체들 간의 발육기간 차이는 처리 농도가 As(V) 6 mg kg-1일 때만 유의하였다 (p<0.05). 그러나 F2 세대에서는 세 가지 처리 농도 (As(V) 2, 4, 6 mg kg-1) 모두에서 E-E 유형과 E-C 유형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p<0.05). 흥미롭게도, 처리 농도가 As(V) 2, 4 mg kg-1일 경우 지속적인 As(V) 노출에 의해 발육기간이 단축되었으나, 다세대 간의 As(V) 6 mg kg-1 노출은 오히려 발육기간을 증가시켰다. 처리 농도가 As(V) 2, 4 mg kg-1일 때 F2 세대 E-E 유형의 중앙 발육기간은 E-C 유형보다 각각 0.85일, 1.47일 더 짧았던 반면, 처리 농도가 As(V) 6 mg kg-1일 경우 F1 세대와 F2 세대 E-E 유형의 중앙 발육기간은 E-C 유형보다 각각 5.24일, 1.79일 더 길었다.
3.3. Myzus persicae의 번식에 대한 비소 영향
자손 개체의 외관상 체장에 대한 As(V)의 영향은 다세대 노출 시에만 유의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Fig. 5, Supplementary Table S4). F0 세대에서는 처리의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F=0.297, df=3, 58, p=0.83), F1과 F2 세대에서는 처리 간의 차이가 유의한 수준이었다 (F1: F=4.485, df=5, 88, p<0.05; F2: F=3.413, df=5, 170, p<0.05). 사후검정 결과, 각 세대의 E-E 유형 처리구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E-C 유형 처리구 간의 비교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있는 쌍들이 확인되었다. F1 세대의 경우, 다른 E-C 유형에 비해 As(V) 4 → 0 mg kg-1 처리구 개체들의 자손이 유의하게 큰 체장을 가졌다 (p<0.05). 대조적으로 F2 세대에서는 As(V) 4 → 0 mg kg-1 처리구 개체들의 자손이 다른 E-C 유형 개체들의 자손보다 작았으며, 특히 As(V) 6 → 0 mg kg-1 처리구 개체들의 자손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었다 (p<0.05). 또한, 동일한 농도의 As(V)로 처리된 E-E 및 E-C 처리구 개체들을 비교했을 때 자손 체장에 대한 As(V) 지속 노출의 영향은 F1 세대와 F2 세대에서 역전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4. 고 찰
본 연구에서는 먹이사슬을 통해 전이된 저농도의 토양 As(V)가 M. persicae의 성장, 발육과 번식에 미치는 영향을 다세대에 걸쳐 분석하였다. 그 결과, 단일 세대에서의 As(V) 노출에 의해 M. persicae의 성장과 발육이 촉진되고, 다세대 간의 노출에 의해 As(V)에 대한 반응 양상이 변화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기존 연구에서도 약한 환경스트레스에 노출된 M. persicae의 산자수가 증가하고, 이후 다세대 간의 노출에 의해 산자수 감소나 해당 물질에 대한 저항성 증가가 나타난 사례가 알려진 바 있는데, 본 연구는 저농도의 As(V)도 유사한 현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yyanath et al. 2013;Rix and Cutler 2017). Kim et al. (2019)은 영양단계 전이를 통해 M. persicae에 축적된 As(V)가 진딧물의 산자수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이 종을 숙주로 하는 기생봉의 우화율 저하를 유발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번 연구는 M. persicae에 대한 As(V)의 영향이 물질에 직접 노출된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결과는 초식 곤충에 대한 토양 중금속의 영향이나 초식 곤충을 매개로 하는 토양 중금속의 이차적 영향이 기존에 예측된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토양 As(V) 오염의 생태적 영향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기존 연구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초식 곤충에 대한 다세대 영향을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4.1. 단일 세대 As(V) 처리에 의한 성장, 발달 촉진
성충 체장은 개체의 연령과 무관하게 M. persicae의 크기 성장을 평가할 수 있는 적합한 종말점으로 판단되었다. 이 종의 성장이 성충기 이후 중단된다는 Koch et al. (2024)의 가정과 유사하게, 본 연구에서도 성충의 체장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As(V)로 처리된 토양에서 성장한 F0 세대 M. persicae가 대조군에 비해 큰 성충 체장과 짧은 발육기간을 나타냈다. 본 연구와 동일하게 수행된 Kim et al. (2019)에서는 M. persicae의 발육기간에 대한 토양 As(V)의 영향이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해당 연구에서도 As(V) 2 mg kg-1 처리구에서 발육기간이 단축되었고 유의확률이 유의수준보다 근소하게 높은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α=0.05, p=0.053) 본 연구의 결과와 완전히 상충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 경향성의 차이도 있었는데, 모든 농도 처리구 (As(V) 2, 4, 6 mg kg-1)에서 발육기간 단축이 확인된 본 연구와 달리 Kim et al. (2019)에서는 As(V) 6 mg kg-1 처리군의 발육기간이 대조군보다 약간 길거나 유사하였다. 이러한 변동성은 외부 요인에 의한 연구 간 실험생물의 생리적 상태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사료되며, 향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반복 실험을 수행하고 개별 연구 조건에서의 As(V) 농도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약한 수준의 환경스트레스가 절지동물의 성장을 오히려 촉진하거나 (Widarto et al. 2007;Stanley et al. 2013), 낮은 농도의 비소에 노출된 동식물의 발육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은 기존 연구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Eisler 1988). 본 연구에서 관찰된 현상도 낮은 농도의 비소 노출이 이 종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으며, 처리된 비소의 농도가 자연계의 평균 토양 비소 농도를 하회하는 낮은 수준이고 성충 체장이 4 mg kg-1 처리구에서 2, 6 mg kg-1 처리구에서보다 컸다는 사실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대조구와 세 가지 농도의 처리구만을 비교하였으므로, 저농도 비소에 의한 성장·발달 촉진 효과를 실제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농도 구간에 대한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 약한 스트레스 조건에서 체장이 증가한 이번 연구 결과와 대조적으로, Ayyanath et al. (2013)은 저농도의 이미다클로프리드 (imidacloprid)가 M. persicae의 체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As(V)와 이미다클로프리드의 작용 기전 차이나 실험 조건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수 있으며, 이는 생태독성 연구에서 실제 생태계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의 다양성을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4.2. As(V) 노출의 다세대 효과
본 연구의 결과는, M. persicae의 체장이나 자손 크기, 발육기간이 해당 세대뿐 아니라 이전 세대에서의 As(V) 노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유사하게, M. persicae에 대한 다른 물질의 다세대 독성평가에서도 세대 마다 용량-반응 관계가 상이하거나, F0 세대 노출의 효과가 F1 세대와 F2 세대에서 반대 반향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Ayyanath et al. 2013;Rix and Cutler 2017;Tang et al. 2019;Agathokleous et al. 2022). 이러한 현상들은 약한 스트레스에 의한 촉진 작용이 세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논의와 일치한다 (Agathokleous et al. 2022). 일부 종에서는 촉진과 억제 작용이 세대마다 교대로 나타나는 현상도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본 연구에서 자손 체장에 대한 As(V)의 영향이 세대별로 역전되는 경향이 관찰된 것이 단순 우연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Zhang et al. 2021;Zhang and Feng 2022). 일반적으로 약한 스트레스의 다세대 영향은 후성유전학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된다 (Agathokleous et al. 2022). 그 러나, 이러한 해석이 본 연구의 결과에도 적합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진딧물류는 telescoping generations를 가지므로, F0 세대가 As(V)에 노출되는 동안 F0 세대 개체 체내의 F1, F2 세대 개체들도 함께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Wang et al. 2017). 약한 스트레스의 영향은 생활사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Eltemsah and Bøhn 2019), 세대 간의 반응 차이는 노출 시점 및 노출 기간의 차이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본 연구에서 이전 세대부터 고농도 (6 mg kg-1) 비소에 노출된 경우에만 현세대에서의 As(V) 노출에 의해 발육기간이 연장되었던 것은, 생애 초기부터 축적된 다량의 비소가 발육기간 증가를 유발한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Andrahennadi and Pickering 2008;Mogren et al. 2012). 이를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 관찰된 M. persicae에 대한 As(V)의 다세대 영향은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과 부모 체내에서의 노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각 메커니즘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처리구 개체들의 자손을 대조구에서 3세대 이상 사육하며 조사하고, 자손 세대 진딧물 체내의 As(V) 농도도 측정할 필요가 있다 (Guimarães et al. 2023).
4.3. 연구의 한계와 의의
본 연구에서는 주로 체장이나 성충 여부 등 외관상 확인 가능한 성장·발육 관련 지표를 다루었으며, 개체군 동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망률, 산자수 등의 지표는 분석하지 못하였다. 길이 측정을 위해 클립 케이지를 자주 개봉·촬 영하는 실험 설계상 개체의 분실이 빈번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의 실험 규모 내에서는 실험개체나 자손의 개체수를 유의미한 자료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손 개체의 체장은 연령 차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생 후 2일 이내의 개체들만 선별해 비교하였으나, 성장 정도의 차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실제 체장 대신 외관상 체장을 측정하였고, F1 세대 및 F2 세대의 경우 여러 연령집단을 혼합해 실험하였는데, 이는 체장이나 발육기간을 실제 수치에 기반해 분석하기보단 집단 간 상대적 차이를 중심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도록 제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결과는 영양단계 전이를 통한 As(V) 노출이 M. persicae의 성장과 발육 양상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다세대 간의 노출에 의해 As(V) 노출의 영향이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 결 론
초식 곤충 M. persicae를 대상으로 수행된 본 연구에서는, 영양단계 전이를 통한 As(V) 노출의 영향이 후속 세대까지도 지속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비단 조적 농도-반응 관계나 세대 간의 반응 양상 차이가 관찰 되었는데, 이는 저농도의 토양 As(V)에 장기간 노출된 초식 곤충 개체군이 복잡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한 다. 본 연구는 단일 종과 기주식물만을 이용한 연구이므로 육상 절지동물 전반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단일 세대에서 확인된 독성 영향만으로 토양 As(V) 오염의 생태적 영향을 평가할 경우 왜곡된 결론을 도출할 위험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육상 절지 동물에 대한 비소 영향 연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세대 노출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 요
비소는 토양 환경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준금속 오염물질로, 식물에 흡수되어 육상 먹이사슬로 유입될 수 있다. 토양에 축적된 비소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친 노출을 유발할 수 있으나, 식물을 통해 초식 곤충에게 전이된 토양 비소의 다세대 효과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본 연구에서는 고추 (Capsicum annuum)에 흡수된 토양 내 5가 비소 (As(V))가 복숭아혹진딧물 (Myzus persicae)에 미치는 다세대 영향을 3세대 간 (F0~F2) 조사하였다. 네 가지 농도의 As(V)로 처리한 토양 (0, 2, 4, 6 mg kg-1)에서 재배된 고추에서 M. persicae를 사육하고, 진딧물의 성충 체장, 발육기간, 자손 체장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As(V) 처리의 영향은 F0 세대의 성충 체장과 발육기간에 대해 유의하였으나 (p<0.05), 자손 체장에 대해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p=0.83). 반면, F1 및 F2 세대에서는 성충 체장이나 발육기간뿐 아니라 자손 체장에서도 처리 간의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p< 0.05). 흥미롭게도, F0 세대에서 As(V)에 노출된 개체들은 일관적으로 대조구 개체들에 비해 성장과 발달이 촉진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F1 및 F2 세대에서의 반응은 처리나 세대마다 일관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다세대 노출에 의해 As(V)가 M. persicae에게 미치는 영향이 단일 세대에서 관찰된 것보다 복잡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토양 As(V) 오염이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생태적 영향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세대 영향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