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화석연료의 사용, 토지이용 변화 등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지구 지표면 온도는 2011~2020년에 1850~1950년 대비 1.1°C 증가하여 지구온난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IPCC 2021).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폭염, 폭우 및 가뭄 증가 등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기후변화는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육상, 담수, 해양생태계 등 다양한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PCC 2023). 지난 40 년간 (1968~2007년) 우리나라 근해의 연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 (2.16±1.71 mm yr-1)는 비슷한 시기 (1961~2003년)의 세계 평균 (1.8±0.5 mm yr-1)보다 빠르며 특히 제주도 해안에서 가장 빠른 해수면 상승을 보이고 있다 (Kim et al. 2009). 또한 우리나라 연근해 해역의 표층 수온은 계절풍과 난류 등의 영향으로 연간 0.030~0.034°C 씩 (1968~2008년) 상승하여 (Seong et al. 2010),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약 1.23°C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Han and Lee 2020).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증가 등의 해양생태계 환경요인 변화는 외래 생물종의 유입 및 토착 생물 군집의 변화를 가져오며, 해양 생물의 종 다양성 및 서식 분포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Occhipinti-Ambrogi 2007;Brierley and Kingsford 2009;Goodwin et al. 2013;Kim and Youn 2023). 해양생태계 군집 변화는 경쟁, 섭식 등 생물 간 상호작용 및 먹이그물에 의한 에너지흐름의 변화를 가져오며, 해양생물 및 서식지의 탄소저장을 비롯한 생태계 내 탄소순환에 영향을 주게 된다 (Stock et al. 2014;Scheffold and Hense 2020).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북서 태평양의 온대 전이 지대로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아 아열대 특성을 함께 보이며 (Spalding et al. 2007;Wu et al. 2012), 온대, 열대, 아열대성 해양생물이 함께 출현하는 독특한 생태계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 (Je et al. 2002). 또한 우리나라 출현 해양생물의 절반 정도가 제주 해역에서 발견되고 제주 해역 출현종 중 제주도에만 출현하는 종이 50% 에 이르러 해양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Je et al. 2002). 하지만 최근 수온 상승 등의 해양환경 변화는 제주도 해역에 출현하는 생물상 및 군집 조성에 변화를 가져오며 토착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Jung et al. 2013;Kim et al. 2018;Park et al. 2020;Ko et al. 2023).
제주 해역에 출현하는 해양생물 중 산호충류 (Anthozoa)는 생식, 산란, 생장 등 생리생태적 특성에 대해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으로 (Rossi et al. 2019), 수온변화에 민감한 특성이 반영되어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생태계 기후 변화 지표종 (23종)으로 분류군 중 가장 많은 종 (6종)이 선정되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산호충류의 70% 이상이 제주 해역에 서식하여 (Ko et al. 2008), 서식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최근 서식지가 북상하며 점차 분포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Kim et al. 2017). 특히 아열대·열대종인 조초성 돌산호 (Zooxanthellate scleractinian corals) 는 제주 남부 연안으로 출현 범위가 제한적이었으나 북부 연안으로 확장되고 있다 (Sugihara et al. 2014;Denis et al. 2015;Cho et al. 2022).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돌산호의 유입 및 서식지 확장은 기존 해양생물 군집의 변화를 가져 오며 해양생태계 탄소순환 및 탄소저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와 관련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해양생태계 군집조성과 탄소저장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우리나라에서 서식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돌산호의 출현 해역을 대상으로 군집조성을 파악하고 해양생물이 가진 탄소저장량을 추정함으로써 군집조성이 탄소저장량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조사지역 및 시료 채집
본 연구는 최근 분포지역이 확산되고 있는 돌산호 우점 서식지의 해양생물 군집분석 및 탄소저장량 추정을 위해 제주 북서부 지역의 조하대를 대상으로 과학잠수 (Scientific diving) 조사를 수행하였다. 군집조사는 2023년 7~8월에 수행하였으며 애월 (A)과 비양도 (B) 해역에서 돌산호 주서식 구간인 수심 10~15 m에서 50 cm×50 cm 방형구를 무작위적으로 지정하여 전량 채집하였다 (random point sampling; St. A1 and B1: 10 replicates, St. A2: 8 replicates, Fig. 1). 무작위적 방형구 채집 시 돌산호류가 존재하는 암반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돌산호가 없는 모래기질이나 방형구 면적보다 작은 크기의 암반은 제외 하였다 (Fig. 2). 채집된 시료는 저온을 유지한 채 실험실로 운반하였으며, 돌 등 부착물을 제거한 후 문헌을 참고하여 종 수준까지 분류 및 동정하였다 (The Korean Society of Systematic Zoology 1997;Song 2004;Lee 2008). 동정이 어려운 시료는 상위 분류군으로 구분하였으며 시료는 물기를 제거하고 습중량을 0.001 g 수준까지 측정하였다. 측정 및 기록을 마친 시료는 개별 포장 후 다음 분석을 위해 냉동 (-20°C) 보관하였다.
2.2. 탄소함량 분석
해양생물의 탄소함량 분석은 본 조사를 통해 채집한 방형구 출현 생물과 동 조사지역에서 2023년 5월에 채집한 일부 생물을 대상으로 하였다. 시료는 동결건조기 (LP20; Ilshin Bio Base, Korea)를 이용하여 건조하였으며, 건중량을 측정한 후 분쇄기 또는 막자사발을 이용하여 균질한 분말 형태로 분쇄하였다. 분쇄한 시료는 종별로 개체 (n=274)당 일정량을 주석 (Sn) 캡슐에 담아 원소분석기 (Vario Micro Cube; Elementar Analysensysteme GmbH., Germany)를 이용하여 탄소함량 (%)을 측정하였다.
2.3. 탄소전환계수 및 탄소저장량 추정
생물이 가진 탄소량을 알기 위해서는 생물량을 탄소량으로 전환하여야 하며, 해양생물의 특성(패각 유무, 성장시 기별 유무기탄소 함량 변화 등)을 반영한 생물량과 탄소량의 관계식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현장 조사를 통해 채집한 개체를 분석에 이용하여 다양한 성장단계 및 형태의 개체분석 결과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절편이 없는 관계식을 도출하여 적용하였다. 탄소저장량 (Cs)은 단위면적당 분포하고 있는 해양생물이 가진 총탄소량으로 Eq. 1을 활용하여 산정하였다.
여기서 CFi는 각 종의 탄소전환계수 (Carbon fraction, CF), DWi는 단위면적당 (m2) 각 종의 생물량 (건중량), s는 종의 전체 수를 의미한다. 탄소전환계수는 생물량을 탄소량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계수 (coefficient)로써, 본 연구에서는 채집 시료의 종별 총탄소함량비 (%)의 평균을 이용하여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구하였다 (e.g., Avg. 23.9% → 0.239, Son et al. 2014). 또한 시료 양의 부족 등으로 탄소함량 분석이 어려운 종의 탄소전환계수는 종이 포함된 상위 분류군의 총탄소함량비 평균값을 적용하였으며 (Appendix Tables A1, A2), 각 분류군 (문, phylum)의 탄소 전환계수는 분류군에 속한 종의 평균±표준편차로 표시하였다.
2.4. 자료처리 및 통계분석
각 조사 방형구 (50 cm×50 cm)에서 출현한 해양생물 (저서무척추동물, 해조류)에 대해 습중량, 건중량, 탄소함량 (%) 등의 측정값과 추정 탄소저장량으로 구분하여 기록하고 자료는 단위면적 (m2)으로 환산하여 분석에 사용 하였다. 조사지역 해양생물 군집조성 분석을 위한 생물량 은 습중량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군집조성의 유사도를 보기 위한 집괴분석 (cluster analysis)과 정점별 군집 구성에 영향을 주는 주요 종 및 해당 종의 기여도를 알아보기 위한 SIMPER (similarity percentage) 분석을 실시하였다 (Clarke and Warwick 2001). 집괴분석에는 종별 생물량을 제곱근 (square root) 지수로 변환하여 이용하였으며, 해양 생물 군집의 정점별 방형구간 유사도 측정을 위해 Bray- Curtis 유사도 지수를 토대로 실시하였다. 또한 각 조사정점 (애월 A1, A2 정점 및 비양도 B1 정점)과 조사지역 전체에 대해 풍부도 지수 (richness index, R), 다양도 지수 (diversity index, H'), 균등도 지수 (evenness index, E) 및 우점도 지수 (dominance index) 등 생태학적 제 지수를 산출하였다. 집괴분석, SIMPER 분석, 생태학적 제 지수 계산은 PRIMER version 6을 이용하였다 (Clarke and Gorley 2006).
분류군 간 탄소전환계수의 차이, 정점 간 탄소저장량의 차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 SPSS (version 12.0 for Windows)를 활용하여 ANOVA test를 실시하고 사후분석으로는 Scheffe 방법을 이용하였다. 또한 분류군별 해양생물 생물량과 추정 탄소저장량 간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CANOCO (CANOnical Community Ordination) 프로그램 (version 4.5; Ter Braak and Smilauer 2002)을 이용하여 중복 분석 (redundancy analysis, RDA) 을 수행하였다. 중복 분석을 통해 군집 내 각 분류군이 차지하는 생물량 조성비 (%)에 근거한 유사성 거리를 계산하고 배열하여 출현 양상을 표현하였고, 탄소저장량과의 상관관계를 화살표와 기울기로 도표에 나타내었다. 채집 해양생물의 기재 순서는 한국동물명집 (무척추동물, The Korean Society of Systematic Zoology 1997)과 국가 생물종 목록집 (해조류, Kim et al. 2013a)의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과 (Family) 이하의 종은 알파벳 순으로 정리 하였다 (Table 1, Appendix Tables A1 and A2).
3. 결 과
3.1. 해양생물 군집구조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 조사지역 (애월 A1, A2 정점 및 비양도 B1 정점)에서 출현한 저서무척추동물과 해조류는 각각 9문 13강 23목 48과 85종 (73.3%), 3문 3강 13목 15과 31종 (26.7%)으로 총 116종이 출현하였다. 조사 정점 전체에서 저서무척추동물 중에는 연체동물이 41종 (35.3%)으로 가장 많았고, 해면동물 11종 (9.5%), 태형동물 10종 (8.6%), 절지동물 9종 (7.8%), 자포동물 5종 (4.3%), 환형동물 3종 (2.6%)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척삭동물, 극피동물, 성구동물이 각각 2종 (1.7%)씩 출현하였다 (Table 1). 해조류는 홍조류가 총 22종 (19.0%) 출현하여 전체 출현 분류군 중 연체동물 다음으로 다양한 종이 채집되었으며, 녹조류 5종 (4.3%), 대롱편모조류는 4종 (3.5%)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지역의 평균 생물량 (g wet weight m-2)은 3,130.3 gwwt m-2으로 자포동물 (2,047.4 gwwt m-2, 65.4%)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대롱편모조류 (745.4 gwwt m-2, 23.8%), 홍조류 (197.9 gwwt m-2, 6.3%)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정점별 출현 양상을 살펴보면 애월 A1, A2 정점에서 각각 총 52종, 45종이 채집되었으며, 이 중 연체동물이 각각 25종, 19종으로 가장 많은 종이 출현하였고 홍조류가 각각 11종, 8종으로 그 뒤를 따랐다. 반면 비양도 정점에서는 총 64종이 출현하여 애월 정점보다 종 다양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연체동물, 홍조류 순으로 다양한 종이 출현하여 분류군별 출현 양상은 애월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Table 1). 출현 해양생물의 평균 생물량은 애월 A2, A1 정점, 비양도 B1 정점 순으로 나타났으며, 모든 정점에서 자포동물과 대롱편모조류가 전체 생물량의 대부분을 차지 하였다 (Fig. 3). 조사정점 방형구별 채집 해양생물 군집에 대한 집괴분석 결과, 일부 비양도 채집 방형구를 제외하고는 조사정점별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Fig. 4). SIMPER 분석 결과, 거품돌산호 (Alveopora japonica)와 감태 (Ecklonia cava)가 애월 정점에서의 해양생물 군집조성에 영향을 주는 주요 생물로 나타났으며 두 종의 기여도는 A1 정점에서 89.46%, A2 정점에서 96.43%로 나타났다 (Table 2). 반면 비양도 B1 정점에서는 평균 유사도가 37.73%로 다른 정점에 비해 유사성이 낮았으며 다양한 생물이 군집조성에 기여하였다. 종별로는 감태 (39.56%)가 가장 많은 기여를 하였으며, 다음으로 거품돌산호 (13.17%), 둘레혹산호말 (Corallina crassisima, 11.87%), 붉은뼈까막살 (Grateloupia angusta, 9.64%)이 군집조성에 영향을 미쳤다. 애월 A1, A2 정점에서는 2~3종의 전체 기여도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에 반해 비양도 B1 정점에서는 8종의 출현 생물이 누적 기여율 90%를 나타내었다.
3.2. 해양생물 탄소전환계수
조사기간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에 출현한 저서 무척추동물 (해면동물, 자포동물, 태형동물, 성구동물, 연체동물, 환형동물, 절지동물, 극피동물, 척삭동물) 85종, 해조류 (녹조식물, 대롱편모조식물, 홍조식물) 31종 총 116종에 대한 탄소전환계수를 산정하기 위해 총 274개체를 분석하였으며 각 개체의 총탄소함량을 토대로 종별 탄소전 환계수를 구하였다 (Appendix Tables A1, A2). 저서무척추 동물의 분류군별 탄소전환계수는 해면동물 0.237±0.072, 자포동물 0.208±0.098, 태형동물 0.159±0.065, 성구동물 0.381, 연체동물 0.173±0.048, 환형동물 0.277±0.112, 절지동물 0.264±0.048, 극피동물 0.184±0.009, 척삭동물 0.232±0.145로 도출하였고 해조류의 분류군별 탄소전환 계수는 녹조류 0.279±0.066, 대롱편모조류 0.342±0.067, 홍조류 0.185±0.061로 산정하였다 (Fig. 5).
3.3. 해양생물 탄소저장량 추정
2023년 여름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에 출현한 저서무척추동물과 해조류에 대한 탄소저장량 추정 결과, 해양생물 군집은 37.9~981.5 gC m-2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분류군별 평균 탄소저장량은 0.05 (극피동물)~152.1 (자포동물) gC m-2의 범위를 나타내었다 (Fig. 6). 조사정점에 따른 방형구 내 평균 탄소저장량은 애월 A1 정점 202.4±91.6 gC m-2, A2 정점 347.8±268.2 gC m-2으로 나타났으며, 비양도 B1 정점은 128.7±88.1 gC m-2으로 추정되어 애월 정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저장량을 나타냈다 (p<0.05).
해양생물 군집과 탄소저장량 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한 중복 분석 결과, 제1축과 제2축의 고유치 (eigenvalue) 는 각각 0.27, 0.128로 저서무척추동물과 해조류 군집의 분산에 대한 제2축까지의 누적 기여율은 39.7%였으며 제1축과 2축에서 탄소저장량에 대한 주요 분류군과의 관계는 91.5%로 설명되었다. 제1축에서의 해양생물 군집과 탄소 저장량과의 상관계수는 0.794로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방형구 내 총탄소저장량은 자포동물의 생물량과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홍조식물의 생물량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Fig. 7).
4. 고 찰
2023년 여름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 조사지역 (애월, 비양도)에서는 저서무척추동물과 해조류가 각각 85종, 31종이 출현하여, 조사시기와 정점의 차이는 있지만 이전의 북서부 지역 (애월, 곽지)의 조사 (저서무척추동물: 75~ 84종, 해조류: 28종)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Ko et al. 2011;Lim 2012). 또한 같은 조사에서 저서무척추동물 중 연체동물의 다양성이 가장 높았으며 생물량은 연체동물에 비해 자포동물 등의 생물량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본 연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해조류의 경우, 전체 출현 종 중 홍조류가 22종 (75.9%)으로 우점하여, 이전에 보고된 북서부 해역 해조류의 홍조류 우점 분포 특성 (애월·곽지: 64.3%, 귀덕: 72.4%)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Lim 2012;Cho et al. 2022). 북서부 지역의 해양생물 군집 조성은 조사정점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Fig. 4), 자포동물의 생물량이 많은 다른 정점 및 조사 방형구에 비해 비양도 B1 정점의 일부 방형구 (B1Q1~B1Q6)에서 해 조류의 생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Fig. 3). 이는 비양도 조사정점에서 다양한 생물이 출현하여 특정 분류군에 의한 우점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비양도 B1 정점의 종 다양도 (1.702)와 균등도 (0.409)가 애월 두 정점 (종 다양도: 0.985, 1.357; 균등도: 0.249, 0.357)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생태학적 제 지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able 1). SIMPER 분석을 통해 조사정점 군집조성에 영향을 주는 종을 선별할 수 있었으며, 애월 정점에서 거품돌산호와 감태의 누적 기여도가 90%를 초과하거나 근접하여 애월 군집에서는 이 두 종에 의한 우점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able 2). 반면, 비양도 정점에서도 둘레혹산호말 (11.87%)과 더불어 감태 (39.56%)와 거품돌산호 (13.17%) 의 기여도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 종들이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 조사정점의 해양생물 군집에 영향을 주는 주요 종들로 판단된다. 이전 제주 연안 조사를 통한 해조류 군집 내 중요도 (피도, 빈도, 상대피도 기준)는 감태와 둘레혹산호말이 최상위 종으로 보고되었으며 (Cho et al. 2022), 두 종이 차지하는 생물량은 전체 출현 해조류 생물량의 70%로 나타났다 (Kim et al. 2013b). 또한 거품돌산호는 분포지역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제주 해역의 수온 상승과 이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분포 범위가 제주 북부 연안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Shin 2019), 제주 연안의 다른 조사지역에 출현하는 저서생물 군집 중 최우점 (신흥 해역: 54.1%, 북촌: 45.9~72.8%)하여 나타나 (Kim et al. 2016;Lee et al. 2022) 거품돌산호, 감태, 둘레혹산호말의 우점 출현 양상이 본 연구의 조사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생물이 가진 탄소량을 알기 위해서는 대상 생물이 가진 탄소함량을 알아야 하며, 이러한 탄소함량은 질소, 인 등 의 주요 원소와 더불어 서식지역 및 계절 등의 환경요인보다 종의 특성에 따른 체내 함량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rost et al. 2003;Evans-White et al. 2005). 또한 개체 내 조직 구성의 비율에 따라 생물이 가진 전체 탄소함량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연체동물, 산호와 같이 무기탄소를 포함한 탄산칼슘 (CaCO3)으로 구 성된 패각, 골격을 가지는 생물은 전체 생물량 중 패각 또는 골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총탄소함량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된다 (Arnott and Vanni 1996). 해조류 중 산호말목 (Corallinales), 하팔리디움목 (Hapalidiales)과 같은 홍조류 석회조류는 종에 따라 탄산염 광물인 calcite (방해석) 또는 aragonite (선석)를 세포 내 공간 또는 두꺼운 세포벽에 전체 건중량의 85%까지 저장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 중 산호말목은 다른 분류군에 비해 매우 석회화 된 세포를 가지고 있어 탄산칼슘 함량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Okazaki 1992). 본 연구에서는 조사지역 채집 개체의 탄소함량 분석을 토대로 종별 탄소전환계수를 도출하였으며 (Appendix Tables A1, A2), 분류군의 조직 구성 및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Fig. 5). 특히 본 연구에서 도출된 홍조류의 탄소전환계수는 다른 해조류 (녹조류, 대롱편모조류)에 비해 낮은 값을 보였는데 (p<0.001), 이러한 결과는 조사지역에 출현한 홍조류가 대부분 석회조류 (63.6%)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Table 1). 본 연구에서 도출된 탄소전환계수는 분류군 간의 차이 뿐만 아니라 분류군 내에서도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는 체 내 탄소 조성에 종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통해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에 출현하는 저서무척추동물, 해조류 군집의 평균 탄소저장량은 217.7 gC m-2으로 추정되었으며, 해양생물 군집조성에 따라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Fig. 6). 중복 분석을 통해 조사지역 해양생물 탄소저장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거품돌산호가 우점인 자포동물의 생물량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물량과 탄소저장량이 양의 상관관계로 방형구 내 자포동물 생물량의 증가는 탄소저장량의 증가를 의미한다 (Fig. 7). 반면, 석회조류가 우점인 홍조류의 생물량이 증가한 방형구는 군집 내 탄소저장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정한 서식지에 공존하는 해양생물의 생존 전략 및 생장 특성과 연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X선 분석을 통해 제주 연안 (신흥, 귀덕)에 서식하는 거품돌 산호의 평균 나이는 4~5년, 최대 12.9년으로 나타났으며, 3~5년 연령 산호의 분포 빈도가 높고 느리게 성장 (4.8 mm yr-1)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Vieira et al. 2015). 또한, 짧은 수명으로 군집 내 빠른 이입과 이출로 회전율 (turnover rate) 이 높아 수온 상승, 경쟁 생물 (대형 갈조류)의 감소 등 생물학적, 비생물적 환경요인에 의해 제주 연안에서 서식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Lee et al. 2022), 높은 서식밀도 (귀덕: 88, 신흥: 155, 외도: 410±123 colonies m-2)를 보인다 (Vieira et al. 2015;Shin et al. 2024). 이러한 사실을 통해 거품돌산호는 체내 탄산칼슘 골격이 차지하는 무기 탄소의 비중이 높아 생물이 가진 총탄소함량은 낮은데도 불구하고, 군체를 이루는 높은 서식밀도로 인한 생물량은 많아져 일정 면적에서의 탄소저장량은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암반서식지에서 우점하여 나타나는 석회 조류도 기후변화에 의해 제주 연안에서의 서식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해조류 군집 내에서 출현종 수와 피도를 기준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Kim et al. 2016;Cho et al. 2022). 석회조류 우점 서식지는 석회조류의 기질 피복에 의해 다른 생물의 서식이 제한되어 석회조류 외 생물이 차지하는 생물량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석회조류의 생물량이 높은 방형구에서 출현한 해양생물의 총생물량은 다른 종이 우점하는 군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무기탄소를 저장하는 석회조류의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총탄소함량 또한 낮아 단위면적당 해양생물 군집 전체의 탄소저장량은 낮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5. 결 론
본 연구를 통해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 저서해양 생물 군집조성과 탄소저장량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은 해양생태계의 물리·화학적 변화와 아열대 종의 유입 등으로 해양생물 군집조성의 변화를 가져오며, 해양생물 군집조성 변화는 서식지 탄소저장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 결과와 같이 군집 내 출현 생물의 변화는 해양생물이 가진 탄소저장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경쟁, 섭식관계 등의 생물 간 상호작용 및 탄소순환 매커니즘에 의해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 및 탄소저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는 하계 조사를 통해 조사해역의 작은 면적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탄소함량 분석을 토대로 해양생물 군집이 보유한 탄소저장량을 추정하였으나,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의 탄소저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탄소순환과 관련된 물리·화학적인 환경요인 연구뿐만 아니라 광역해역 군집 변동, 생물의 생리적 특성 (광합성 유무, 유·무기 탄소 흡수 및 생성 등) 연구를 포함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적 요
해양생물 군집조성이 탄소저장량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제주 북서부 지역 암반조하대를 대상으로 2023년 여름 애월과 비양도 정점에서 과학잠수 조사 (방형구, n=28)를 수행하였다. 조사지역의 면적당 평균 생물량은 자포동물 (2,047.4 gwwt m-2), 홍조류 (745.4 gwwt m-2) 순으로 나타났으며 집괴분석 결과, 정점 간 군집조성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SIMPER 분석을 통해 애월 정점은 거품돌 산호, 감태에 의한 군집 기여도가 높았고, 비양도 정점은 거품돌산호와 감태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이 군집 구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지역에 출현한 해양 생물의 탄소함량 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정된 해양생물 평균 탄소저장량은 202.7 gC m-2이었으며, 군집조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품돌산호가 우점하는 자포동물의 생물량과 탄소저장량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석회조류 우점의 홍조류 생물량과 탄소저장량은 음의 상관을 보였다. 해양생물 군집의 탄소저장량 차이는 해양생물의 탄소 흡수 양상, 생존 전략, 해양 탄소순환과 섭식, 경쟁 등 군집 내 상호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