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과(Cheloniidae)는 전 세계적으로 6종(Caretta caretta, Chelonia mydas, Eretmochelys imbricata, Lepidochelys kempii, Lepidochelys olivacea, Natator depressus)이 알려져 있으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관리되 고 있다(Marquez 1990; IUCN 2014).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바다거북과의 바다거북은 Chelonia mydas (green sea turtle, 푸른바다거북), Caretta caretta (loggerhead sea turtle, 붉은바다거북), Eretmochelys imbricate (hawksbill sea turtle, 매부리바다거북) 3종이 보고되었다(Kang and Yoon 1975; Moon et al. 2009, 2011; Jung et al. 2012). 국내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바다거북은 이동 중 혼획되거나 태 풍과 같은 기상현상에 의한 좌초 및 질병에 의해 사망한 채 해안으로 밀려와 발견되었다(Wyneken 2001; Jung et al. 2012). 특히 제주도에서는 연간 10여 마리에 바다거 북들이 언론이나 해양경찰, 수산업 관계자들에 의해 관 찰되거나 어업에 의해 혼획되고 있다.
거북목 (Testudinata)에서의 잡종형성 (hybridization)은 종(species) 수준뿐만 아니라 속(genus) 수준에서도 발생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Buskirk et al. 2005; Stuart and Parham 2007), 주로 Cuora 속과 Mauremys 속에서 빈번하 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Otani 1995; Fritz and Mendau 2002; Stuart and Parham 2004). 종간 또는 속간의 교잡은 바다거북과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주 로 태평양, 지중해, 대서양에서 다양한 잡종 관찰 사례들 이 보고되었다(Kamezaki et al. 1996; Seminoff et al. 2003; James et al. 2004; Garofalo et al. 2012).
이 연구는 2012년 5월 발견된 C. caretta와 C. mydas의 종간 잡종으로 추정되는 바다거북을 형태학적으로 분석 하여 바다거북류의 분류학적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한 자 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이루어졌다.
2012년 5월 7일 제주도 동쪽 해안가(33°25′N, 126°55′ E)에서 바다거북 1개체(Jeju sea turtle 01, JST01로 명명) 가 발견되었다(Fig. 1). JST01는 발견 당시 죽은 상태였으 며, 갯바위 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JST01이 발견되기 며칠 전 폭풍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JST01은 폭풍에 의해 상륙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사망 원인이나 시기 등은 알 수 없었으며, 전반적으로 심하게 부패되어 외부가 손 상된 상태였다. 외부형태를 통한 종의 동정을 위해 몸통 길이 (snout-vent length, SVL), 등갑길이 (carapace length, CL), 등갑폭(carapace width, CW), 두폭(head width, HW), 두장(head length, HL)을 측정하였고(Table 1), scute의 구 조와 형태를 비교하기 위해 외부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JST01에 대한 외부형태 측정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 는 휴대용 줄자(KMC-15, 5.5m×19 mm)를 이용하였다. 외부로 돌출된 몸 대부분이 훼손되고, 생식기 부분도 부 패된 상태여서 암수의 구분(꼬리에 있는 총 배설강의 위 치)은 불가능하였다.
JST01의 체색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었고(Fig. 2A), 등갑 앞쪽에 위치한 정갑판(nuchal scute)에서 시작한 11 쌍의 연갑판(marginal scute)가 꼬리 부분으로 이어져 있 었으며, 등갑과 배갑 사이에는 4개의 서계갑판(inframarginal scute)이 있었다. Fig. 2B는 등갑의 모습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이다. 등갑의 모양은 머리 쪽에 폭이 넓은 물방 울 모양을 하고 있으며, scute는 용골(keel)이 없는 매끈 한 형태였고, 정갑판은 1번 연갑판, 1번 추갑판(vertebral scute)과 접하고 있었으며, 1번 늑갑판(costal scute)과는 접해 있지 않았다. 10~11번 연갑판에는 거치(serration) 가 약하게 나타나 있었다. 늑갑판은 좌우 모두 4개씩 있 었으며, 1~3번은 모두 폭이 길이보다 더 길었다. 등갑 중 앙에 위치한 추갑판은 5개로, 1번 추갑판은 역사다리꼴 모양이며, 2~4번 추갑판은 직사각형 형태를 띠고 있었 다. 또한 1번 추갑판은 정갑판, 1~2번 연갑판과 접해 있 었다. 등갑 뒤쪽에 위치한 5번 추갑판은 4번 늑갑판, 11 번 연갑판, 그리고 둔갑판(supracaudal scute)와 접해 있었 다(Fig. 2B). Fig. 2C는 JST01의 두부 측면을 찍은 사진 으로 안구는 부패되어 관찰되지 않았다. 안와 뒤쪽에 3 개의 안후판 (postocular scale)이 관찰되었고, 안후판의 뒤쪽에 고막판(tympanic scale)이 관찰되었으며, 배열은 1+1 (3)+1 형태였다. 위쪽 부리(upper beak)의 모양은 끝 이 아래 방향으로 뾰족하게 구부러진 앵무새 부리 모양 을 하고 있었다. Fig. 2D는 JST01의 두부를 위쪽에서 촬 영한 사진이다. 머리쪽 앞정수리판(frontoparietal scale)을 중심으로 2개의 정수리판(parietal scales), 6개의 측두판 (temporal scales, 좌우 각각 3개), 2개의 안상판(supraocular scale), 1개의 이마판(frontal scale)이 확인되었고, 앞 이마판(prefrontal scale)은 탈락된 상태로 발견되어 육안 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앞발(front flipper) 정 면에 두 개의 발톱 (claw) 흔적이 발견되었다(data not shown).
JST01의 외부형태학적 형질을 측정한 결과(Table 1), SVL 130.5 cm, CL 85.2 cm, CW 82.3 cm, HL 19.1 cm, HW 17.0cm였다. 전체적인 외형이나 측정치를 감안하면 JST01 은 완전한 성체로 추정되나, 연령이나 암수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JST01의 주요 외부 형질에 대한 관찰 결과들을 우리나 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바다거북류인 C. caretta 와 C. mydas의 일반적인 외부 특성과 비교하였다(Table 2). JST01은 붉은색의 체색, 물방울모양의 등갑, 구부러진 부리의 모양, 연갑판에 거치 그리고 앞발에 노출된 2개의 발톱 등의 형태적 특성에서 C. caretta와 동일하였다. 반 면, 11개의 연갑판, 4개의 서계갑판, 4개의 늑갑판 등 부 분적인 갑판의 수는 C. mydas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cute에 용골이 발견되지 않는 점이나, 늑갑판과 정 갑판이 접하지 않는 특성도 C. mydas와 일치하였다. 추갑 판의 수는 C. caretta와 C. mydas, JST01 모두 5개로 동일 하였다. 앞이마판의 수는 C. caretta가 2쌍, C. mydas가 1 쌍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JST01에서는 탈 락되어 있어 명확하게 관찰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C. caretta와 C. mydas를 구분할 수 있는 형질 중에 하나인 연갑판의 거치는 JST01의 경우 맨 뒤쪽 2개의 연갑판에 서만 약하게 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JST01의 외부 형질의 측정 자료를 바탕으 로 C. mydas와 C. caretta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 JST01 은 이들 두 종들 중에서 어느 한 종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만한 뚜렷한 근거는 찾을 수 없었고, C. mydas와 C. caretta의 종 특이적인 특성들을 부위별로 포함하는 개체 로 판단되었다. 이는 아마도 자연상태에서 C. mydas와 C. caretta의 이종간 교잡에 의해 발생한 데서 기인한 것으 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2012년 5월 제주도에서 발견된 JST01은 C. mydas 또는 C. caretta 어느 한 종이 아니라 이들 두 종 사이의 교배에서 의해 생긴 자연교잡종이라 판단된다.
C. mydas와 C. caretta 사이에서 생긴 잡종 사례는 James et al. (2004), Garofalo et al. (2012)이 있으며, C. mydas나 C. caretta가 한쪽에서라도 포함된 잡종의 사례로 Kamezaki (1983), Wood et al. (1983), Frazier (1988), Seminoff et al. (2003) 그리고 Proietti et al. (2013)이 있다. James et al. (2004)이 보고한 C. mydas x C. caretta 잡종의 경우 타원 형의 등갑 형태, 복갑의 색(cream color), prefrontal scute의 수 그리고 등갑에 있는 scute들의 수에서 C. mydas의 특 징을 가졌지만, 연갑판에서 나타난 거치와 추갑판에 나타 난 용골 그리고 앞다리에 발톱 수(2개)는 C. caretta의 특 징이었다. James et al. (2004)이 기록한 C. mydas x C. caretta 의 잡종과 JST01의 외부 특징을 비교했을 때, 추갑판과 늑갑판의 수와 앞다리에 발톱 수는 James et al. (2004)의 결과와 유사하였지만, 등갑의 형태, 2~3번 추갑판의 형태 와 추갑판에 나타난 용골의 유무 그리고 연갑판에서 나 타난 거치의 시작 위치에서는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C. caretta와 C. mydas 두 종은 종 수준의 차이뿐만 아 니라 속 이상의 수준에서 다른 분류군으로 나뉘는 종들 이다. 이들 두 종이 속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는 분류군들 이지만, 두 종 사이의 교잡이 어떤 식으로 생식적 격리를 넘어서 후손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JST01의 외부 형태에서는 분명히 두 종 의 종 특이적인 형질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고, 외부 형질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제3의 바다거북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조사한 바다거북은 이들 두 종 의 교잡종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James et al. (2004)의 잡종과 JST01 사이에 차이점은 아마도 C. caretta와 C. mydas 종 간 교잡이 똑같이 발생하더라도 태어난 교잡종의 외형적 특성이 모두 같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으며, 두 연구에서 보고된 잡종들이 모두 종간에서 형성된 잡종 1세대(F1)가 아닐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바다거북류 잡종개체의 특성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형태학적 견해뿐만 아니라, 분 자유전학적 접근을 통한 상세한 분석과 더불어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를 통한 근거자료 확보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적 요
이 논문은 국내에서 발견된 잡종 바다거북 (Caretta caretta x Chelonia mydas)에 대한 첫 번째 보고이다. 2012 년 5월 7일 바다거북류 한 개체(JST01)가 제주도 동쪽 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국내에서 빈번하게 관찰되 는 바다거북류 두 종(C. caretta and C. mydas)과 JST01의 외부형태를 비교한 결과, 채색, 등갑의 형태, 부리(upper beak)의 모양, 연갑판에 거치 그리고 앞발 발톱 개수 등 의 외부형태는 C. caretta와 일치하였다. 반면, 연갑판, 서 계갑판 그리고 늑갑판의 수, 용골이 없는 매끈한 등갑, 늑 갑판과 정갑판이 접촉하지 않는 점 등은 C. mydas의 특 징과 일치하였다. 결론적으로 C. caretta와 C. mydas의 외 부형질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JST01은 서로 다른 두 종간에 생겨난 교잡종이라 판단된다. 이상의 결과는 바다거북류에서 나타나는 잡종형성에 대한 연구에 중요 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