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양서류는 동일 종 내에서도 개체군 서식환경에 따라 생존율, 성장률, 발생시기, 몸 크기 등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Seale 1987). 특히 서식지의 수생 환경은 유생들의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Wilbur and Collins 1973). 서식지의 수생환경은 물이 마를 수 있는 가능성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Koskela 1973; Starrett 1973). 첫 째,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물이 공급되어 안정적인 습지환경을 가지며, 둘째,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는 겨울 동안 얼었던 얼음과 땅 이 녹으며 생기거나, 강수를 통해 일시적으로 생겨나는 수생 환경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 물이 마를 위험이 없 는 서식지의 유생들은 변태하여 육상으로 나가기 전에 물이 말라서 서식지가 없어지는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만, 임시로 생겨난 서식지에 비하여 동종 및 타종의 경 쟁과 상대적으로 높은 포식압에 의하여 자원획득이 감 소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Woodward 1982, 1983; Morin 1983; Wilbur 1987; Wellboen et al. 1996; Laurila 1998). 반 면 임시로 생겨난 서식지의 경우는 일시적으로 발생하 는 무척추동물이 많기 때문에 동종 및 타종으로 인한 경 쟁과 포식압이 감소하는 장점이 존재하며, 불안정한 수 생환경에 따른 물리적 변화와 변태 후 육상으로 나가기 전에 서식지의 물이 말라버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 존재 한다 (Tejedo and Reques 1994a, b; Loman 1999; Merilä et al. 2000). 이러한 서식지의 차이는 유생에게 직접적인 영 향을 주게 되는데,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의 유생은 마 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의 유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긴 유생시기를 보낸다(Smith-Gill and Berven 1979; Patterson and McLachlan 1989; Tejedo and Reques 1994a, b). 따라서 서식지의 차이는 유생의 몸상태 (body condition)를 조절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식지에 따른 양서류의 폴리페니즘에 대한 연구 가 관심을 받고 있다(West-Ebrhard 1992; Schlichtign and Pigliucci 1998; Hoffman and Pfenning 1999; Michimae and Wakahara 2001). 폴리페니즘은 환경에 의해 특정 동물종 의 단일 유전자형에서 다른 표현형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West-Eberhard 1989). 양서류 유생의 폴리 페니즘은 유생간의 밀도, 먹이공급량, 친족의 비율, 포식 압의 수준, 그리고 카니발리즘의 경험 유무에 따라 영향 을 받는다 (Michimae and Wakahara 2001; Hwang and Chung 2010; Kim et al. 2012).
국내에서는 한국산 도롱뇽을 대상으로 폴리페니즘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Hwang and Chung 2010; Kim et al. 2012). Kim et al. (2012)은 한국산 도롱뇽 의 경우 직접적인 카니발리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간 접적인 카니발리즘을 경험하는 것 만으로도 폴리페니즘 이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서식지 차이에 따른 한국산 도롱뇽 집단간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산 도롱뇽의 지리적 격리에 의한 서 식지의 차이가 동일 종 내 개체군에서 몸상태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리고 외부요인에 의한 폴리페니즘 민감도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산도 롱뇽은 국내에 고르게 분포하며, 물이 완만하게 흐르는 계류, 물이 고인 웅덩이나, 농경지의 수로 등 여러 환경 에서 번식을 하고(Yoon et al. 1996), 포식자에 의한 반응 으로 폴리페니즘이 나타나기 때문에 연구에 적절한 종 이다(Hwang and Chung 2010).
연구 방법
1.조사지역
2012년 3월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 (37°35′#x2032;58′′N, 126° 58′09′′E)과 경기도 광주시 (37°23′13′′N, 127°12′24′′E)의 웅덩이 2곳에서 각각 8개, 6개의 알주머니를 채집하였다 (Fig. 1 1). 인왕산의 경우 1 km 정도의 물줄기가 이어지는 작은 계곡 중간에 위치한 웅덩이로써 계곡을 타고 지속 적으로 물이 흘러 들어와 물이 마르는 경우가 거의 없 는 곳이다 (Fig. 1A). 우리는 모니터링 조사를 통하여 도 롱뇽 유생의 포식자가 되는 버들치, 각종 무척추동물들 과 북방산개구리의 알을 다수 관찰하였다. 광주시의 경 우 인가 주변 얕은 야산인근에 위치한 웅덩이로써, 번식 기 동안 물이 완전히 건조되지는 않지만 수량의 변화가 심한 곳이다. 모니터링 조사결과 다양한 무척추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다른 양서류의 알은 관찰하지 못하 였다. 채집 시, 유생들의 부화시기를 일정하게 하기 위하 여 발생이 시작되지 않은 알주머니들을 채집하였다(Kim et al. 2012).
2.실험 방법
1)몸길이
서식지에 따른 집단간의 몸상태 차이를 알아보기 위 한 요인으로 몸길이 (SVL: snout-vent length)를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채집된 알주머니들은 실험실로 옮겨져 서식 지에 따라 나누어져 13°C의 염소가 제거된 상수도 85 L 가 들어있는 탱크 (130 cm×44 cm×47 cm)에서 부화할 때까지 사육되었다. 도롱뇽 알들은 채집 후 16일부터 부 화를 시작하였으며, 두 개체군 간의 차이는 없었다. 17일 에서 18일 사이에 부화한 유생들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서식지에 따라 (1) 마르지 않는 웅덩이 서식지(서울), (2) 마를 위험이 있는 웅덩이 서식지 (광주)로 나누었다. 무 작위로 선택된 유생 15마리는 3 L의 물이 들어있는 수 조 (29 cm×16 cm×19 cm)로 옮겨졌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먹이로 브라 인쉬림프를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제공하였으며, 수온은 13~15°C로 유지하고, 실험에 사용된 물이 오염되는 것 을 방지하기 위하여 3일마다 100% 환수하였다. 성장률 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 실험이 진행되는 10일 동안 두 번에 걸쳐 SVL를 측정하였으며 (부화 첫날, 부화 후 10일째 되는 날), 디지털 버니어켈리퍼스 (Mitutoyo CD- 20CPX)를 이용하여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측정하였다.
2)폴리페니즘
서식지에 따른 외부환경의 민감도를 알아보기 위한 요인으로 포식압을 이용하였다. 포식압의 차이는 폴리페 니즘을 유발하기 때문에 각 서식지에 따라 나누어진 그 룹을 포식압의 유무에 따라 두그룹으로 나누었다. 포식 압이 있는 수조에는 매일 30mL의 케미칼 큐(포식자 큐 10 mL+동종의 부상 큐 20 mL)를 넣어주었으며, 포식압 이 없는 수조는 케미칼 큐 대신 염소를 제거한 물 30 mL을 넣어 주었다. 서울과 광주 두 곳의 서식지에서 발 견된 잠자리 유충을 포식자로 사용하였으며, 500 mL의 물에 잠자리 유충 한 마리를 24시간 동안 담가놓은 후, 그 물을 사용하였다. 동종의 부상 큐는 물에 도롱뇽유생 을 갈아서 사용하였다(1마리/5 mL). 매일 무작위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 한번씩 각 그룹에 맞는 케미 칼 큐를 넣어주었다. Michimae and Wakahara (2001)는 선행연구에서 도롱뇽 유생의 폴리페니즘을 판단하기 위 하여 유생의 눈이 위치한 부분의 넓이(HWE)와 머리에 서 제일 넓은 곳의 길이(LHW)를 측정하여 HWE/LHW 비율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도 폴리페니즘을 알아보기 위하여 같은 방법을 사용하였다 (Fig. 2). 부화 후 10일째 되는 날에 디지털 버니어 켈리퍼스(Mitutoyo CD-20CPX)를 이용하여 도롱뇽 유생의 HWE와 LHW 길이를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측정을 하였다. 측정상의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모든 크기 측정은 한 사람 이 측정하였다.
3.통계적 분석
모든 분석은 SPSS Ver. 18.0 (SPSS, Chicago, IL, U.S.A) 을 사용하였다. 또한 t-test를 사용하여 각 그룹간의 차이 를 비교, 분석하였다.
결 과
1.성장률 차이
서울에서 채집한 도롱뇽 유생은 부화 당시부터 광주 에서 채집한 유생에 비하여 몸길이 (SVL)가 길었으며, 10일이 지난 후 몸길이의 성장률 또한 높게 나타났다 (Table 1).
2.외부자극에 대한 민감도 차이
서식지에 따른 두 그룹간에 HWE/LHE의 비율은 부 화 당시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10일이 지난 후에도 두 그룹간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Table 2). 하지만 포식압의 유무에 따라 그룹을 나누었 을 경우에는 포식압이 존재하는 그룹이 포식압이 존재 하지 않는 그룹보다 HWE/LHE 비율이 크게 나타났다 (t=6.936, p⁄0.001, Fig. 3). 또한 포식압이 있는 경우 마 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보다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의 HWE/LHW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t=2.257, p=0.032, Fig. 4 4).
고 찰
양서류 유생의 성장은 수온, pH, 용존산소량, 포식압, 먹이의 질과 양, 동종 및 타종간 경쟁 등 여러 요소들에 따라 다양하게 차이가 난다 (Smith-Gill and Berven 1979; Griffiths 1991; Newman 1992; Kupferberg et al. 1994; Tejedo and Reques 1994a, b). 본 실험에서도 여러 환경의 변화에 따른 서식지 별 유생의 변화를 관찰 할 수 있었 다. 실험실 내의 동일한 환경에서 유생을 사육하였을 시, 채집한 지역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 서울,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석지: 광주)에 따라 유생의 몸크기 (SVL) 차이를 확인 했다. 서식지 환경에 따른 유생의 크 기 차이는 산란 어미들의 유전적 혹은 영양상태의 차이 라고 생각된다.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 (서울)의 경우 매년 도롱뇽, 북방산개구리 그리고 맹꽁이 등이 집 단 번식하는 장소로 양서류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 이기 때문에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 (광주)보다 도롱뇽 어미들의 영양상태가 훨씬 좋았을 것이다. 따라 서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서울)의 도롱뇽 어미 들이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광주)의 도롱뇽 어 미들보다 영양상태가 더 좋은 알을 산란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서식지에 따른 도롱뇽 어미의 영양상태가 두 지 역간 유생의 차이를 유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West-Ebernard (1989)의 환경에 따른 폴리페니즘의 연 구를 시작으로 최근에 양서류의 폴리페니즘에 대한 연구 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Hynobius Retardatus는 초기 유생시기에 유생의 밀도, 수온, 먹이량등의 변화에 따라 폴리페니즘이 나타나며, Ambystoma tigrinum의 경우 부화 후, 동종간의 촉각신호로 인하여 폴리페니즘이 유 도된다고 보고하였다 (Nishihara 1996; Hoffman and Pfennig 1999). 우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식자 유무가 도 롱뇽 유생의 폴리페니즘 차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Hwang and Chung (2010)은 폴리페니즘이 포식압 수 준에 따라 유도된다고 보고 하였는데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하지만 Hwang and Chung (2010) 의 연구에서는 포식자 큐를 배아시기부터 부화 후 일주 일간 주입해 주었기 때문에 폴리페니즘을 나타나게 한 포식압이 배아상태에서 영향을 준 것인지, 초기유생에게 영향을 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Rana sylvatica는 배아 시기에도 외부환경 (포식자)에 대하여 인지하고 학습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Ferrari and Chivers 2009). 반면, Kim et al. (2012) 실험에서 한국산 도롱뇽 유생의 부화 후 외부 자극은 폴리페니즘을 유도하였다. 즉, 일부 양서 류 유생들은 배아시기의 학습이 중요하지만, 한국산 도롱 뇽 유생은 외부환경에 대하여 배아시기의 인식보다는 초기 유생시기의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따 라서 한국산 도롱뇽 유생의 표현형 변화에 영향을 받는 민감기는 알에서 부화한 직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도롱뇽 유생 머리크기 중 HWE와 LHW 두 곳의 비율은 카니발리즘형을 판단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되어있다 (Michimae and Wakahara 2001). 우리는 서식지 환경 차이에 따라 HWE/LHW 비 율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동종일지라 도 같은 자극(포식압)을 주었을 때 폴리페니즘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식지의 환경은 생물학적인 안정성과 물리적인 안정성으로 질을 파악할 수 있다. 생 물학적인 안정성은 포식자와 경쟁자, 질병 등에 대한 요 소로 판단하며, 물리적인 안정성은 수질과 관련된 수온, pH, 용존산소량 등과 건조의 위험을 포함한다. 물이 마르 지 않는 웅덩이 서식지(서울)는 풍부한 수량과 안정적인 생태적 환경으로 인하여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기 때문에 도롱뇽 유생의 생물학적인 안정성은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 (광주)보다 낮지만 물리적인 안정성은 상대적으 로 높다. 반면,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광주)는 생 물학적인 안정성은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서울)에 비 하여 높지만 외부 환경에 의한 수질의 변화가 심하기 때 문에 물리적인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도롱뇽 유생 은 생물학적인 요소와 물리적인 요소가 모두 적절할 경 우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이지만, 생물학적인 요소보다 는 물리적인 요소가 유생의 생존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 을 미친다(Alford 1999). 따라서 물리적인 안정성이 높은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서울)의 경우 질이 좋은 서식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 식지(광주)를 질이 낮은 서식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질 낮은 서식지에 사는 유생이 질 좋은 서식지에 사는 유생보다 포식압이라는 외부요인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 했다고 생각한다.
양서류 유생의 생존과 성장은 서식지의 생물학적과 물 리적 환경에 모두 영향을 받지만, 발생은 물리적 환경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 (Alford 1999). 본 연구는 도롱뇽 유 생의 부화 후 10일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유생의 발생 차 이는 관찰하지 못하였다. 서식지 질에 따른 유생의 생존 과 발생 차이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 다. 우리는 사육을 통하여 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 러 요인들을 통제하며 데이터를 얻었지만, 실험실 내에 서 얻어진 데이터를 자연상태에 직접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상태에서 양서류 유생 의 생태 및 행동학적 연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 문에 본 실험은 연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적 요
본 연구는 서식지 특성에 따른 양서류 유생의 몸상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2012년 3월부터 4월까지 한국 산 도롱뇽 유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물이 마 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와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 로 나누어, 유생의 성장과 외부요인에 대한 민감도에 대 하여 알아 보았다. 부화 10일 후, 각 유생의 머리에서 눈 이 위치한 부분의 넓이(HWE)와 머리에서 제일 넓은 곳 의 길이(LHW)와 코끝부터 항문까지의 길이(SVL)를 측 정하였으며, 폴리페니즘을 알아 보기 위하여 HWE/LHW 의 비율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의 유생은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의 유생 보다 큰 SVL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후의 성장률도 더 빨랐다. 또한 같은 포식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 유생은 물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 지 유생보다 HWE/LHW가 더 작게 나타났다. 따라서 물 이 마를 위험이 있는 서식지 유생은 물이 마를 위험이 없는 서식지 유생보다 외부요인에 대하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