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도토리거위벌레 (Cyllorhynchites ursulus)는 딱정벌레목 (Coleoptera) 주둥이거위벌레과 (Rhynchitidae)의 곤충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No 1999; Moon 2011). 우리나라에는 1979년 서울에서 최초로 발생이 확인되었고, 현재는 전국에 확산되어 분포하고 있다 (Byeon 1991). 성충의 몸길이는 약 5~10 mm로 개체변이가 심하며 몸은 검은색 내지 암갈색이고 광택이 난다. 딱지날개에 회황색의 털이 치밀하게 나 있고 날개의 길이와 비슷한 길이의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으며 수컷은 전흉배판 (pronotum)의 5/3배, 암컷은 2배 정도 되는 길이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 (Byeon 1991; No 1999; Moon 2011). 더듬이는 큰 턱과 눈 사이에 위치한 주둥이의 중간 부분에 위치하고 총 11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끝단 3절부터 뚜렷하게 팽배되어 있다 (Byeon 1991). 가슴은 뚜렷하게 구분되며 전흉배판은 잘 경화되어 있고 복 부는 총 10마디로 구성되어 있다 (Park 2005). 수컷은 전흉배 판의 길이가 폭보다 길지만 암컷은 전흉배판의 길이가 폭과 비슷하고 또, 수컷은 전흉배판의 양쪽 측면에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크기의 뿔을 가지고 있어서 암수를 외형만으로도 쉽 게 구별할 수 있다 (Sawada 1993; No 1999). Cyllorhynchites 속의 다른 종인 C. sarahae의 경우, 수컷만 전흉배판에 뿔 을 가지고 있고, 암컷의 더듬이는 구기의 중간지점에서 끝쪽 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으며, 수컷의 더듬이보다 약간 더 얇 고 길다 (Silvano et al. 2013). 다른 거위벌레류와 마찬가지로 식식성 곤충 (obligatory phytophagous)이고 참나무 1과를 기 주식물로 하고 있다 (Park and Park 2014). 기주식물은 참나 무속 (Quercus)으로 상수리나무 (Q. acutissima), 굴참나무 (Q. variabilis), 신갈나무 (Q. mongolica), 갈참나무 (Q. aliena), 떡 갈나무 (Q. dentate), 졸참나무 (Q. serrata) 등이 있다 (Byeon 1991).
도토리거위벌레의 생애 주기를 보면, 연 1회 발생하며 노 숙유충으로 땅속에서 흙집을 짓고 월동하고, 5월 하순경부 터 9월 상순 사이에 땅속에서 번데기가 되며 번데기 기간은 17~33일 정도이다 (Byeon 1991; Moon 2011). 성충의 우화 시기는 7월초에서 9월말 사이이며 최성기는 약 30%의 성체 가 출연하는 8월 초경이다 (Byeon 1991; Moon 2011). 성충 은 참나무류의 종실인 도토리에 알을 낳는데, 알을 낳는 도 토리는 미숙하며 크기가 작고 타닌 (tannin) 함량이 높은 도 토리를 선택한다 (Lee 1997). 주둥이로 도토리의 각두와 종 피에 알을 낳을 수 있는 구멍을 뚫고 산란관을 삽입한 후 도 토리 1개당 1개의 알을 낳는다 (Lee 1997; Moon 2011). 산란 을 끝낸 암컷은 주둥이를 더듬이 기부까지 넣어 산란공 주 변 각두의 안쪽면을 긁어 산란공을 메운 후 주둥이로 가지 를 잘라 땅으로 떨어뜨린다 (Byeon 1991; No 1999).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도토리의 과육을 먹으며 생활하고 약 16일 후에 도토리를 뚫고 밖으로 나와 땅속 3~13 cm 깊이까지 들 어가 흙집을 짓고 노숙유충으로 월동에 들어간다 (Lee 1977; Moon 2011).
일반적으로 곤충의 몸 크기에는 성적이형성 (Sexual Size Dimorphism; SSD)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도토리거위벌레 는 암수 모두 크기가 5~10 mm로 개체변이가 심하고 겉날 개 길이 등에서 뚜렷한 암수 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No 1999). 때문에 몸의 크기만으로 암수를 구분하기는 어렵 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몸의 크기 외에 다른 부속지인 주둥 이, 더듬이 및 큰 턱의 계측을 통한 암수의 성적이형성에 대 해 연구하여 도토리거위벌레의 형태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 고자 한다.
재료 및 방 법
1.도토리거위벌레의 채집
본 연구를 위한 채집은 전국적으로 2015~2016년 동안 실 시되었으며, 7~9월 기간 동안 성충으로 우화하기 때문에 이 시기 동안 집중적으로 실시하였다. 2015년에는 안성, 부산, 양주, 문경, 청주, 서울, 서천, 예산 및 여수에서 도토리거위벌 레의 애벌레 40여 개체를 채집하였다. 2016년 6월에는 군 산, 전주, 보령에서 채집했고 7월에는 군산, 대전, 대구 및 상 주, 8월에는 고창, 군산, 마지막 9월에는 제주도에서 성체를 채집하였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성체 포획뿐만 아니라, 알을 낳아 땅에 떨어뜨린 도토리도 채집하였고, 도토리 내부의 알 은 실험실 내에서 부화시켜 분석 시료로 사용하였다.
2.실체현미경을 통한 도토리거위벌레의 주둥이 및 더듬이길이 측정
도토리거위벌레는 주둥이 끝의 큰 턱을 이용해 가지를 자르고 도토리에 구멍을 뚫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더듬이 의 위치가 이러한 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있고, 암컷 과 수컷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서 주둥이와 더듬이의 길이에 성적이형성의 유무를 확인하 기 위해 수컷 72개체 및 암컷 50개체에 대한 정량적 계측을 실시하여 길이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100% EtOH에 보관 중 이던 도토리거위벌레는 더듬이를 포함한 몸 전체가 경화되 어 측정에 어려움이 있어 50℃의 1차 증류수에 10분간 침지 하여 몸을 연화시켰다. 연화된 도토리거위벌레는 측정하기 알맞은 자세로 맞추고 더듬이를 바르게 펴준 뒤 실체현미경 (Leica M205C, Leica Microsystems, Germany)을 이용해 측 정하였다. 4가지 계측 지점을 지정하여 계측하였고, 지정한 계측 지점은 주둥이길이 (AC), 주둥이앞쪽길이 (AB), 주둥이 뒤쪽길이 (BC), 더듬이길이 (BD)이다 (Fig. 1A).
3.전계방사형주사전자현미경 (Field Emission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FE-SEM)을 통한 큰 턱 길이 측정
도토리거위벌레 턱의 형태를 관찰하기 위해 수컷 73개체 와 암컷 30개체를 전계방사형주사전자현미경 (FE-SEM)을 통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을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채집한 도토리거위벌레는 100% EtOH에 보관하였고, FESEM 측정을 위해 소량의 계면활성제와 함께 약 10분간 초 음파 처리하여 도토리거위벌레의 큰 턱 표면에 부착된 불순 물을 제거하였다. 불순물이 제거된 도토리거위벌레를 완전 히 건조시키고, 큰 턱을 절단한 후 Stub에 Carbon tape 또는 Paste를 이용하여 부착시켰다. 이후 백금을 이용하여 5분간 이온증착 시키고 관찰하였다.
도토리거위벌레 큰 턱의 성적이형성을 확인하기 위해 오 른쪽 턱과 왼쪽 턱에서 각 2개씩 4개의 계측 지점을 설정하 여 계측하였다. 지정한 4개의 계측 지점은 오른쪽 큰 턱 1번 이빨과 2번 이빨 사이의 폭 AB, 1번 이빨과 3번 이빨의 돌 기 사이의 길이 AC, 왼쪽 턱의 동일한 계측점 DE, DF이다 (Fig. 1B). 지정된 계측점의 길이는 FE-SEM을 이용하여 측 정하여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4.통계분석
실체현미경을 이용해 측정한 수컷 72개체, 암컷 50개체의 데이터와 전계방사형주사전자현미경을 통해 측정한 수컷 73 개체, 암컷 30개체의 테이터를 이용하여 단변량분석 (성별 평 균 산출 및 평균비교 t-test, 표준편차) 및 다변량분석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 판별분석-Discriminant Analysis)를 실시하였고, 각 분석에 대한 Scatter gram 및 Histogram을 작성하였다. 단변량 분석은 PASW Statistics (v18 program, IBM)를 이용하여 실행되었고, 다변량 분석 은 PAST (PAleontological STatistics version 3.14; Hammer, 2001)로 실행하였다.
결과 및 고 찰
1.도토리거위벌레의 주둥이 및 더듬이길이 계측을 통한 성적이형성 분석
Table 1도토리거위벌레의 주둥이와 더듬이길이에 대한 평균비교 분석 결과이다. 4개의 계측치 중 주둥이길이 (AC) 를 제외한 더듬이길이 (BD), 주둥이앞쪽길이 (AB), 주둥이 뒤쪽길이 (BC) 3개의 계측치에서 암컷과 수컷 사이에 유의 한 차이를 보였다 (MANOVA, Wilks’ Lambda=1.579E-32, df1=4, df2=117, p<0.001). 주요 차이는 더듬이 위치를 기 준으로 주둥이앞쪽길이 (AB)와 주둥이뒤쪽길이 (BC)에 성적 이형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컷과 수컷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PCA 분석 결과는 Fig. 2A에 나타내었다. 주성분 분석 결과 3개의 성분이 추출 되었고, PC1의 성분이 67.76%, PC2의 성분이 29.37%의 설 명력을 보여주었다 (Table 2). Scatter-gram의 X축은 PC1의 값을 나타내고, Y축은 PC2의 값을 나타내는데, 주성분들에 의한 Scatter-gram에서 암컷과 수컷은 95% ellipses를 기준 으로 각각의 독립적인 cluster를 형성하였고, 이것은 PC1과 PC2 성분 값으로 암컷과 수컷의 구분이 가능하고, 성적이형 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X-Y축에 사용된 두 개의 주성분 중에서, 첫 번째 주성분 (PC1)은 더듬이길이 (BD), 더듬이뒤쪽길이 (BC)의 영향을 받았고, 두 번째 주성분 (PC2)는 주로 더듬이앞쪽길이 (AB) 의 영향을 받았다 (Table 2). 평균비교에서 나타난 것처럼 주 둥이길이 (AC)는 암수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주성분 분석에서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Fig. 3A는 도토리거위벌레의 구기 및 더듬이의 계측치 를 이용한 판별분석을 실시한 것이다. 결과에 의하면, 암컷 과 수컷이 완벽하게 구분되는 Histogram의 topology를 보여 주고, 고유값 (Eigen-value)은 11.923으로 상당한 수준의 높 은 설명력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고유값이 4.0 이상일 경 우, 분석의 설명력을 가진다고 한다. 또한 구기 및 더듬이 의 계측치를 이용한 Assignment test를 실시한 결과 사전에 설정한 집단 female=50, male=72와 사후 검정한 데이터 female=50, male=72가 일치해 100% 할당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토리거위벌레의 구기 및 더듬이의 계측치를 이 용한 주성분분석, 판별분석, Assignment test는 모두 도토리 거위벌레의 암컷과 수컷이 완벽하게 구분되는 것을 보여주 었다. 이것은 도토리거위벌레의 주둥이와 더듬이는 성적이 형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주둥이에서 더듬이의 위치는 암컷 과 수컷을 나누는 확실한 Key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도토리거위벌레 큰 턱 길이의 성적이형성 분석
Table 3은 도토리거위벌레 수컷 73개체와 암컷 30개체의 큰 턱에 4개의 계측 지점을 지정한 후 길이를 측정하여 비 교한 결과를 나타낸다. 계측 결과 계측 지점 오른쪽 턱 1번 (AB), 오른쪽 턱 2번 (AC), 왼쪽 턱 2번 (DF)은 유의미한 차 이를 나타내지 않았고, 왼쪽 턱 1번 (DE) 계측 지점에서만 암 컷과 수컷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Mann-Whitney U-test, z=- 7.9451, p<0.001). 이러한 결과로 볼 때, 도토리 거위벌레 큰 턱의 성적이형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Fig. 2B는 위에서 측정된 암컷과 수컷의 큰 턱 계측값을 바탕으로 한 Scatter-gram을 보여준다. 주성분 분석 결과, 고 유값이 1 이상인 주성분은 1개만 추출되었고 (PC1), PC1은 전체 분포의 92.89% 설명하였다. PC2의 경우, 고유값이 0.15 를 나타내었고, 약 3.85%의 설명력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에 따르면 PC1과 PC2의 성분값을 사용했을 때, 암컷과 수컷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Fig. 3B는 큰 턱의 계측치를 이용한 판별분석을 실시한 것이다. 결과에 의하면, 암컷과 수컷이 서로 혼합되어 있는 Histogram의 topology를 보여주고, 고유값은 0.189로 상당 히 낮은 수준의 설명력을 보여준다. 또한 큰 턱의 계측치를 이용한 Assignment test를 실시한 결과 사전에 설정한 집단 female=30, male=73이 사후 검정을 통해 female은 female= 19, male=11로 할당되었으며, male은 female=25, male= 48로 할당되었다. 최종적으로 female=44, male=59로 할 당되어 사전에 설정한 집단의 65% 정도 할당이 되었다. Assignment test의 경우 일반적으로 75%를 기준으로 판단하 기 때문에, 도토리거위벌레 큰 턱의 크기 계측에 따른 성적 이형성은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형태적으로 유사한 종인 밤바구미 (Curculio sikkimensis) 의 경우를 보면 주둥이 길이 및 더듬이길이가 수컷보다 암 컷이 길게 나타나고 더듬이의 위치 또한 암수가 달라 뚜렷 한 성적이형성을 갖고 있다 (Kim et al. 2010). 이처럼 수컷보 다 암컷의 형태가 큰 경우는 주둥이거위벌레나 바구미류뿐 만 아니라 딱정벌레목에 속한 하늘소류의 성충들에도 나타 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Igarashi 1985). 도토리거위벌레는 암수 모두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과육을 먹거나 흡즙을 하 지만 단순히 먹기만 하는데 주둥이와 큰 턱을 이용하는 수 컷과 달리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한 용도로 도토리에 구멍을 뚫거나 구멍을 메우고 나무의 가지를 잘라 떨어뜨리는 작업 까지 주둥이와 큰 턱으로 하게 된다. 이러한 주둥이 활용의 차이점으로 비추어 볼 때 암컷과 수컷의 주둥이 길이와 더듬 이 위치 차이는 역할의 차이로 인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예 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