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먼 거리를 이주하는 대표적인 수조류인 도요물떼새류 (Charadriiformes)의 일부는 먼 거리를 휴식 없이 이동하기 도 하지만, 많은 종들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지 않다 (Piersma 1987a). 따라서 이동 하는 동안 에너지 보충을 위해 생태적으로 다양한 중간기착 지 (stopover site)를 이용한다 (Brooks 1967). 특히, 내륙에 위 치한 중간기착지를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류는 해양생태계 와는 달리 예측 불가능한 서식환경에 직면한다 (Skagen and Knopf 1994a). 도요물떼새류는 주로 내륙보다는 예측 가능 한 조석 주기를 보이는 해양생태계의 조간대지역에서 대단 위 무리를 형성하여 다양한 먹이자원을 에너지원으로 획득 한다 (Hamer et al. 2006). 그와는 반대로, 내륙에 위치한 중 간기착지를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류는 조간대지역에 비해 적 은 개체수가 다양하게 분산되어 서식지를 이용한다 (Skagen and Knopf 1993).
중간기착지는 대륙 간 이동을 위해 신속한 에너지의 축 적을 필요로 하는 도요물떼새류에게 적절한 먹이원을 제 공한다 (Myer et al. 1987). 도요물떼새류는 기회주의적 섭 식자 (opportunistic feeders)이며, 새로운 기착지역에서 확 인되는 풍부한 대형저서생물을 주요 먹이자원으로 이용하 기 위해 선호하는 먹이원을 쉽게 바꿀 수 있다 (Skagen and Oman 1996). 기착지역에서 확인되는 풍부한 대형저서생물 은 도요물떼새류의 서식지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 식되고 있다 (Sherfy et al. 2000). 따라서 중간기착지역의 잠 재적 먹이원은 비번식시기의 도요물떼새류의 분포와 풍부 도를 결정한다 (Gross-Custard 1969; Puttick 1984; Piersma 1987b).
논은 대표적인 내륙 중간기착지로 전 세계 습지 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Lawler 2001). 논은 다른 작물 재배지 보다 수조류의 서식지로 높은 공헌을 하고 있다 (Fasola and Ruiz 1996; Elphick 2010). 특히, 해안가에 위치한 논은 감 소하고 있는 도요물떼새류에게 중요한 취식지를 제공한다 (유럽: Lourenço and Piersma 2008; 북미: Elphick and Oring 2003; 아시아: Maeda 2001; Choi et al. 2014). 자연서식지의 감소로 인해 이주 (migration)하는 도요물떼새류의 이동경로 상에 위치한 논은 많은 종들에게 필수적인 서식지를 제공하 거나 (Shuford et al. 2001; Sánchez-Guzmán et al. 2007), 자 연 습지의 이점을 보완해주는 대체서식지의 기능을 하고 있 다 (Rendón et al. 2008). 또한 도요물떼새는 만조로 인해 조 간대 이용이 힘들거나 (Long and Ralph 2001), 악천후로 인 해 내륙의 논을 취식지로 이용하기도 한다 (Goss-Custard 1969; Townshend 1981). 결과적으로 일부 도요물떼새류의 보전을 위해서는 내륙 습지인 논 관리가 중요한 요소로 작 용한다 (Elphick et al. 2010).
도요물떼새류가 도래하는 시기의 한국의 논은 대부분이 모내기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Choi et al. 2014), 경작 활동으 로 인한 논의 구조적 특성이나 화학적 특성이 도요물떼새류 의 서식지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 (Ibáñez et al. 2010). 이 시 기의 논은 물이 유입됨과 동시에 논갈이 또는 써레질과 같 은 경작이 일어난다 (Choi et al. 2014). 논갈이나 써레질과 같 은 경작은 수위나 토양의 구조를 다르게 조성하여 도요물떼 새류가 이용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 구조를 형성한다. 그로 인해, 형성된 다양한 물리적 구조의 공간에서는 종 특 이적인 서식지 이용이나 취식 행동 특성이 나타난다 (Nam et al. 2015). 뿐만 아니라, 살충제나 제초제 사용 유무에 따른 친환경 경작이나 관행 경작 재배 역시 도요물떼새류의 분포 와 풍부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Parsons et al. 2010).
한국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논은 도요물떼새류가 이용하 는 대표적인 내륙 기착지이다 (Nam et al. 2012). 도요물떼새 류가 도래하는 대표적인 한국 중서부 지역인 아산만 주변 지역 논에서는 도요물떼새류가 최대 개체수 기준으로 15종 7,852개체가 확인되었다 (Choi et al. 2014). 논에서 도요물떼 새류의 서식지 이용에 관한 연구는 일부 수행되었지만 (Choi et al. 2014; Nam et al. 2015), 기착지에서 확인되는 먹이원 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는 미비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 중서부지역 논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류가 직 접적으로 이용하는 먹이원을 확인하고, 이러한 먹이원의 분 포 특성을 확인하고자 수행되었다.
재료 및 방 법
1.조사 지역
연구 조사 지역은 충청남도 서북부지역인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리 (37°02′ N, 126°30′ E)이다. 이 지역은 1979년 대호 대단위농업종합개발사업에 의해 조성된 간척농지다. 전체 농업지역의 면적은 3,904 ha이며, 그중 574.2 ha의 면적을 친 환경농업으로 벼를 재배하고 있다 (KRC Report 2008). 친환 경농업지역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약 을 소량으로 사용하거나 (저농약) 사용하지 않는 (무농약) 친 환경농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조사 지역의 범위는 전체 친환 경농업지역 중 460필지 (약 200 ha)와 관행농업지역 770필지 (약 350 ha)로 설정하였다. 이 두 대상지역은 서로 인접해 있 으며, 도요물떼새류의 이동 경로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 동경로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EAAF)상에 위치한 다. 논둑으로 둘러싸인 규격화된 필지를 단위 논으로 정의하 였으며, 단위 논별 경작 활동 (경작 방식, 농약사용 유무 등) 이 다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조사의 최소 단위는 단위 논으 로 설정하였다. 단위 논의 면적은 0.45±0.07 (평균±표준오 차) ha였다. 실제 이 지역을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류는 최대 개체수 기준으로 11종 661개체였다.
2.잠재적 먹이원의 분포 특성 조사
본 연구에서는 잠재적인 먹이원 (e.g. 대형저서생물량, 잔 존볍씨, 씨앗)의 분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작 활동을 크 게 물리적 요인과 화학적 요인으로 나누어 확인하였다. 물리 적 요인은 농기계를 이용해 변화된 토양의 형태로, 논갈이된 필지 또는 써레질된 필지로 분류하였으며, 이 두 가지 형태 는 도요물떼새류가 도래하는 시기의 논에서 흔히 관찰된다 (Nam et al. 2015). 화학적 요인은 친환경 재배 지역과 관행 재배 지역을 통해 살충제나 제초제와 같은 농약의 사용 유 무로 분류하였다.
잠재적인 먹이원을 알아보기 위해 2016년 5월 14일과 15 일 2일에 걸쳐 지름 12 cm, 깊이 15 cm의 원형 채집기를 이 용하여 총 101회 토양 채집을 수행하였다. 논의 토양 구조에 따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논갈이된 필지 51회, 써레질된 필지 50회를 수행하였고, 화학적 요인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 해 친환경 재배 지역 41회, 관행 재배 지역 60회 수행하였다. 채집 깊이는 (1) 0~5 cm (101회), (2) 5~10 cm (101회), (3) 10~15 cm (101회)로 나누어 깊이에 따른 분포 특성도 확인 하였다.
채집한 진흙은 500 μm 망체로 현장에서 거른 후 남은 물 질을 70% 알코올로 고정시켜 실험실로 운반하여 동정하였 다. 도요물떼새류의 잠재적인 먹이원의 종류는 대형저서생 물, 잔존 볍씨, 기타 씨앗으로 나누었고 대형저서생물은 500 μm 이상 크기를 도요과 조류의 잠재적인 먹이원으로 간주 하였다 (Elphick 2000). 채집을 통한 대형저서생물의 동정은 종수준으로 동정하였다.
3.도요물떼새류 먹이원 조사
도요물떼새류가 섭식하는 먹이원을 확인하기 위해 2016 년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 동안 직접 관찰 방법 (observational study)으로 확인하였다. 논에서 채식 활동 중인 도요 물떼새류를 필드스코프 (Leica 25×50)를 이용하여 직접 관찰 하거나, 비디오 카메라 (망원렌즈 RAYNOX HD-2200PRO+ 캠코더 SAMSUNG HMX-S16)나 사진기 (CANNON POWERSHOT SX60 HS)로 촬영하여 먹이원을 동정하였다. 동정은 조사지역에서 채집을 통해 확인된 대형저서생물을 참고하여 과수준으로 확인하였다.
4.통계 분석
잠재적인 먹이원의 분포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화선 형혼합모형 (포아송분포와 로그 링크)을 이용하였다. 먹이원 (대형저서생물, 잔존볍씨, 씨앗)의 풍부도를 반응변수로, 토 양의 형태 (논갈이=1, 써레질=2), 살충제 사용유무 (사용= 1, 사용 안함=2), 깊이 (0~5 cm=1, 5~10 cm=2, 10~15 cm=3)를 설명변수로 지정하였고, 각각의 채집을 확률변수 로 지정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R version 3.2.1 통계 소프 트웨어를 이용하였다 (R Development Core Team 2014).
결 과
채집을 통해 확인된 논에서 서식하는 잠재적인 먹이원인 대형저서생물은 총 10목 15과 19종이었다 (Table 1). 딱정벌 레목 (Coleoptera) 물방개과 (Dytiscidae) 종류가 가장 많이 관 찰되었고, 다음으로 기안목 (Basomatophomra) 또아리물달팽 이과 (Planorbidae), 턱거머리목 (Arhynchobdellidae) 거머리 과 (Hirudinidae), 기안목 물달팽이과 (Lymnaeidae), 노린재목 (Hemiptera) 물벌레과 (Corixidae) 등의 순이었다.
직접 관찰된 먹이원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꼬마물떼새 (Charadrius dubius), 메추라기도요 (Calidris acuminate), 청 다리도요 (Tringa nebularia), 알락도요 (Tringa glareola), 흑 꼬리도요 (Limosa limosa), 중부리도요 (Numenius phaeopus) 등 6종의 도요물떼새류를 확인하였다. 직접 관찰을 통해 6종 류의 도요물떼새류가 먹이자원으로 이용하는 종류는 대형저 서생물에서는 9목 9과로 나타났고, 미꾸리류나 새섬매자기 괴경 (Tuber)도 섭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1 and Table 2). 관찰된 도요물떼새류는 대형저서생물을 모두 먹이 자원으로 이용하였고, 새섬매자기와 같은 식물성 먹이는 흑 꼬리도요에서만, 미꾸리류는 청다리도요에만 먹이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양의 형태에서는 대형저서생물에서만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저서생물 χ2=5.11, df=1, p<0.05; 잔존볍씨 χ2=2.76, df=1, p=0.09; 씨앗 χ2=0.12, df=1, p=0.73). 대 형저서생물의 양은 써레질한 논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Fig. 2). 농약 사용 유무에서는 대형저서생물과 씨앗에서 유의 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저서생물 χ2=24.32, df=1, p< 0.0001; 잔존볍씨 χ2=0.30, df=1, p=0.58; 씨앗 χ2=11.72, df=1, p<0.001). 대형저서생물과 씨앗의 양은 농약을 사 용하지 않는 친환경 논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Fig. 2). 깊이 에서는 대형저서생물, 잔존볍씨, 씨앗 모두 유의미한 것으 로 나타났다 (대형저서생물 χ2=53.71, df=2, p<0.0001; 잔 존볍씨 χ2=27.79, df=2, p=27.79; 씨앗 χ2=275.37, df=2, p<0.001). 모든 잠재적 먹이원은 상층부의 토양 (0~5 cm)에 서 풍부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Fig. 2).
고 찰
본 연구를 통해 도요물떼새류는 논에서 다양한 먹이원을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확인된 도요물떼새류 먹이원의 분포는 벼 재배 활동으로 야기되는 요인들과 밀접 한 관련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먹이원의 종류 (대형저서생물, 잔존볍씨, 씨앗)가 가지는 특성에 따라 중간 기착지 내 세부적인 먹이 분포가 결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관찰을 통해 도요물떼새류가 먹이자원으로 선택하 는 대형저서생물은 논에서 비교적 많이 관찰되는 종류였다 (Choe et al. 2013; Han et al. 2013). 도요물떼새류는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형저서생물을 중심으로 채식하는 것 으로 판단된다. 이는 중간기착지역에서 에너지 획득에 용이 한 풍부한 먹이자원을 중심으로 선호성을 바꾼 것으로 판단 된다 (Skagen and Oman 1996). 도요물떼새류는 또아리물달 팽이류와 같은 물달팽이류를 채식하는 모습이 많이 확인되 었지만, 왕우렁이나 논우렁이와 같은 크기가 크고 생물량이 많은 큰 우렁이류를 채식하는 모습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 다. 이는 먹이 다루는 시간 (handling time)과 관련이 있는 것 으로 판단된다. 실제 껍질의 두께가 크면 먹이 다루는 시간 이 길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Piersma et al. 1995). 먹이 다루 는 시간이 커지게 되면 채식률 (feeding rates)이 떨어지고, 에 너지 소비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Jeschke et al. 2002). 또한 먹이자원으로 결정하는 것은 소화율 (digestion rates) 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Kenward and Sibly 1977; Jeschke et al. 2002). 결국 에너지 소비율과 획득율을 전체적으로 평 가하여 먹이자원으로 이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껍질 이 두껍고 먹이 다루는 시간이 길 경우 에너지 소비가 크고 딱딱한 껍질을 포함하기 때문에 소화율이 낮아 에너지 획득 율 역시 떨어지기 때문에 논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도요 물떼새류는 큰우렁이류는 먹이원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논에서는 획득이 용이한 작은 크기의 먹이자원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먹이 자원은 물달팽이류뿐 아니라 등에류 유충이나 물가파리류 유충도 많이 채집되었으며, 실제 직접 관찰에서도 많은 빈도로 먹 이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대형저 서생물 1개체의 생물량은 작지만, 논에서 풍부하게 있기 때 문에 획득이 용이하여 도요물떼새류는 지속적인 채식을 통 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형저서생물은 논 생태계에서 저차소비자에 위치하여 다양한 생물군에게 먹이 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Smeding and de Snoo 2003; Han et al. 2007). 따라서 이들 에 대한 관리는 고차소비자인 도요물떼새류의 보전에 중요 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5일의 조사기간 동안 직접 관찰을 통해 청다리도요가 미 꾸리류를 채식하는 것을 4회 확인하였다. 미꾸리류는 대형 저서생물에 비해 생물량이 현저히 높다. 따라서 청다리도요 는 논에서 미꾸리류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조사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이 기간은 많은 종류의 도요물떼새류가 도래하는 시기로 (Choi et al. 2014), 다양한 도요물떼새류가 관찰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사기 간 동안 청다리도요 이외에 미꾸리류를 먹이원으로 이용하 는 종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청다리도요를 제외한 다른 도요물떼새류가 미꾸리류를 먹이원으로 이용할 가능성 은 낮아 보인다. 미꾸리류는 다른 어류에 비해 논에서 체류 하는 기간이 길며, 논을 직접적인 산란터로 이용한다 (Saitoh et al. 1988). 하지만 경지정리를 비롯한 효율적인 벼 재배 방 법을 사용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였다 (Han et al. 2013). 결 국 봄철 내륙 중간기착지로 활용되는 논을 이용하는 청다리 도요 개체군 유지를 위해 높은 에너지원으로 제공되는 미꾸 리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꾸리류는 깔 따구류나 요각류와 같은 대형저서생물을 주요 먹이원으로 이용한다 (Kim et al. 2011; Han et al. 2013). 따라서 대형저서 생물과 미꾸리류의 통합적인 관리가 도요물떼새류에게 다양 하고 풍부한 먹이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섬매자기의 괴경은 재두루미, 개리, 고니류 등과 같은 월동 조류의 중요한 먹이원으로, 새섬매자기의 생장 변화는 월동조류의 개체수 제한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 져 있다 (Yoo et al. 2010; Choi et al. 2015; Kim et al. 2015).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새섬매자기의 괴경은 봄철 통과조류 인 도요물떼새류 (식물성 먹이자원도 섭취가 가능한 흑꼬리 도요와 같은 도요물떼새류)에게도 중요한 자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논에서 먹이를 획득하는 월동 조류뿐 아 니라 통과 조류에게도 새섬매자기는 중요한 에너지원 중 하 나인 것으로 판단된다. 새섬매자기는 간척지 논에서 주로 발 생하는 다년생 잡초로 과거에는 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새섬매자기 방제 활동이 많이 이루어졌다 (Choi et al. 2000; Hong et al. 2001; Park et al. 2011). 하지만 생물다양성 증진 측면에서 겨울철과 이듬해 봄철까지 논을 주요 서식지 로 이용하는 조류들의 보전을 위해 먹이원으로 이용되는 새 섬매자기와 같은 논잡초의 관리 및 활용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
흑꼬리도요는 잔존 볍씨를 대표적인 먹이원으로 이용한다 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Lourenço et al. 2008). 그러나 본 연 구에서는 직접적으로 채식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는 취식 행동 특성으로 인해 관찰이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알락도요나 꼬마물떼새류와 같은 종은 먹이를 육 안으로 관찰한 후 찍어 먹는 방법 (pecking)을 주로 사용하여 부리에 사냥된 먹이를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지만, 흑 꼬리도요는 땅속 깊이 부리를 찔러 부리의 촉각을 이용하여 먹이를 사냥하는 방법 (probing)을 선호하기 때문에 직접 관 찰이 힘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Nam et al. 2015). 결국 도요 물떼새류가 채식하는 먹이의 종류는 직접 관찰된 종류보다 좀 더 다양할 것으로 생각된다.
잔존 볍씨는 농약 사용유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으로 나타났지만, 대형저서생물과 씨앗은 농약을 사용한 관 행재배지역에서 그 풍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 구기간은 모내기 준비기간으로 실제 직접적인 농약 사용이 없었지만, 대형저서생물은 농약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농약 잔류성에 의해 나타난 결과 로 판단된다. 벼 재배 시 병해충과 잡초를 방제하기 위해 살 포되는 농약은 대부분이 작물에 부착되거나 토양에 스며든 다 (Park et al. 2013). 농약 잔류는 토양입자, 유기물, 토양수 분 등에 잔류하게 되며 작물에 부착된 농약도 강우나 바람 에 의해 이탈된 후 토양으로 이동하여 잔류하게 된다 (Chen et al. 1978; Deuel et al. 1978; Baker et al. 1996; Park et al. 2005). 분해된 농약이 토양에 잔류하면서 대형저서생물과 같은 동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Han et al. 2013). 도요물떼새류가 이용하는 괴경과 같은 씨앗은 제초제 사용 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그 수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 다. 또한 조사된 친환경농업 지역은 대단위로 재배되는 지역 으로 논둑과 그 주변에 풀을 깎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작 년도에 떨어진 씨앗의 양이 제초제를 사용하여 풀을 죽이는 관행농업지역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농약 사용의 유무가 도요물떼새류의 먹이원의 분포와 풍부도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잔존 볍씨의 양이 농약 사용 유무와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요물떼새류는 볍씨 뿐 아니라 대형저서생물과 씨앗 등을 고루 이용하기 때문에 농약 사용이 없거나 저농약으로 벼를 재배하는 지역에 도요 물떼새류가 이용할 수 있는 먹이의 양이 훨씬 풍부할 것으 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내륙 중간기착지인 논에서 서식하는 도요물떼 새류의 먹이원의 종류와 이들의 분포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 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논문으로 논을 이용하는 도요물떼새 류의 보전 전략 수립에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 다. 향후 논을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류의 종 특이적인 먹이 선호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내륙 기착지인 논이 가지는 기 능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논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 는 도요물떼새류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 에 도래 시기에 맞는 구체적인 서식지 조성이 필요하다. 논 은 인간에 의해 비교적 조절이 쉽게 되는 인공 습지이므로 세부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벼 재배를 위한 영농 방법의 세 밀한 수행 및 관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적 요
내륙에 위치한 논 습지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조류들에 게 풍부한 먹이원을 제공하는 중간기착지로, 도요물떼새류 들의 보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부한 대형저서생물 들을 취식하는 도요물떼새류는 중간기착지에 따라 선호하는 먹이원을 쉽게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중간기착지에서 그들 의 실제 먹이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취식지에 서식하는 잠 재적 먹이원의 종류와 분포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중서부지역 논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 는 도요물떼새류의 먹이원을 확인하기 위해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리에 위치한 농경지의 잠재적인 먹이원과 실제 먹이 원을 확인하였고, 잠재적인 먹이원의 분포가 다양한 벼 재배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잠재적 먹 이원은 총 10목 15과 19종의 대형저서생물로 나타났으며, 실제 먹이원은 대형저서생물에서 9목 9과로 나타났고, 미꾸 리류나 새섬매자기 괴경도 섭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먹이원의 분포는 논갈이나 써레질과 같은 경작으로 형성된 토양의 상태와 농약 사용 유무에 의해 달라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먹이원의 종류 (대형저서생물, 잔존볍씨, 씨앗)가 가지는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분포가 결정되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들은 추후 논습지를 이용 하는 도요물떼새류의 보전 관리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이용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