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케냐 나이로비에서 2000년에 개최된 제 5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결의안이 등장한 이후 지속 가능한 농업의 과제로 농업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전이 강조되고 있다. 특 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체 경지 면적 중 약 54%를 논이 차 지하며 (Statistics Korea 2016), 논은 두루미, 꼬마잠자리, 수 원청개구리 등 다양한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 알 려져 있다 (Han et al. 2007; Fujioka et al. 2010; Roh et al. 2014). 이러한 이유로 논은 2008년 창원에서 개최된 제 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의 대상이 되는 습지생태계로 강조되었다 (Kim et al. 2011). 또한 우리 나라 정부는 친환경농업 확대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수 서생물을 비롯한 논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 분류군의 분포 조사를 정책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Ministry of Environment 2017).
지금까지 논에 서식하는 수서생물의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국내 연구는 수서무척추동물의 분류 및 분포 현황 (Han et al. 2007; Kim et al. 2012)이나 수문학적 연결성이나 유기농법 시행여부와 같이 특정 조건 아래에서 논에 서식하는 수서생 물의 다양성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Han et al. 2013; Choe et al. 2016). 앞에서 언급한 논 수서생물 다 양성 연구에서는 주로 모 간격에 들어갈 수 있는 바닥 면적 (20×50 cm)을 지닌 방형구 안의 수서생물을 뜰채로 채집하 는 방형구법이 사용되었다 (Son et al. 2012; Han et al. 2013; Choe et al. 2013, 2016). 방형구법은 한 명이 한 필지에서 5 회 채집하는 데 약 1시간 정도 소모되어 높은 노동력을 요구 하며 (Kang and Chung 2010), 뜰채를 사용할 경우 논과 같이 진흙이 많은 환경에서는 채집 효율이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Helgen 2002).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 라지는 논 수서생물 군집을 대표할 수 있는 자료와 이를 효 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비교적 짧은 수행 시간과 적은 노 동력으로 수서생물을 효율적으로 채집할 수 있는 수중트랩 (Yoon et al. 2017)을 사용하여 채집한 논 수서생물의 군집 조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기별, 지역별 논 수서 생물 군집의 조성을 결정하는 분류군을 확인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 법
1 수서생물 채집
본 연구는 철원, 당진, 부안 해남 등 4개 지역에서 2015년 과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2년에 걸쳐 수행되었다 (Fig. 1). 채집시기는 월별로 3~13일 이었으며, 각 지역마다 월 간 일 수의 차이가 28~35일이 나도록 설정하였다. 수서생물의 채 집은 논이 밀집한 지점을 선정하고 지점에서 반경 1 km 내 에서 매해 무작위로 선택한 10개의 필지에서 월 1회 수행하 였다. 필지 당 3개의 수중트랩을 수평으로 눕혀 설치하였고 트랩 간격은 10 m 이상으로 하였다. 수중트랩은 길이가 15 cm 인 플라스틱 컵에 입구 직경이 2.5 cm인 뚜껑을 뒤집어 붙여 제작하였다 (Fig. 2). 수중트랩의 바닥에는 지름 2 mm 크기의 구멍을 뚫어 수중트랩의 설치 시 배기와 수거 시 배 수가 용이하도록 했다. 수서생물을 수중트랩으로 유인하기 위한 유인물질로 밀가루와 어분을 배합한 과립형 떡밥 (Fish meal, Gyompyo, Korea) 3 g과 지름 4 mm 낚시용 캐미라이 트 (Chemical light, AGAMI, Korea) 2개를 이용하였다. 수중 트랩 설치와 회수는 각각 10~12시와 13~15시에 이루어지 게 하여 하루 밤 동안 떡밥과 캐미라이트의 유인효과가 모 두 적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수거한 모든 수서생물은 1 mm 크기의 망에 거른 후 70% 에탄올에 담아 동정 전까지 보관 하였다. 수중트랩 바닥의 배수 구멍으로 빠져나갈 수 있거 나 수거 시 수중트랩 입구를 통해 추가적으로 포획될 수 있 는 몸길이 2 mm 이하의 분류군 (패충류, 물벼룩 등)은 동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채집된 수서생물은 해부현미경 (Leica DE/MZ 7.5)를 이용하여 국내 문헌을 참고하여 동정하였다 (Yoon 1995; Han 2008). 동정은 종 수준까지 확인하는 것 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종 수준의 분류가 어려운 경우에는 과 (Family)나 속 (Genus) 수준까지 동정하였다. 물땡땡이과 (Hydrophillidae)와 물방개과 (Dytiscidae)는 성충과 유충 간 에 이동성과 먹이 선호성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하여 동정했 다.
2 자료 분석
통계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월별로 지역 당 10개의 필 지에서 설치한 30개의 트랩에서 포획된 수서생물의 개체수 를 합산한 것을 사용하였다. 채집된 수서생물 군집의 통계 분석을 위하여 양서류 (올챙이)를 제외한 분류군 단위를 과 (Family) 수준으로 통일하였고, 개체수는 로그변환 뒤 사용 하였다. 수서생물의 월별 군집조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거리 기반 중복분석 (Distance-based redundancy analysis; dbRDA) 을 수행하였다. dbRDA는 실제 생태계의 군집 조성을 잘 반 영한다고 알려졌다 (Legendre 1999). dbRDA의 거리 기반은 modified-Gower 비유사성척도 (Anderson et al. 2006)를 사 용하였고, 독립변수는 지역과 시기 (Month)를 설정하였다. 모형 선정을 위해 양방향 단계별 선택법이 사용되었고, 변 수별 유의성은 Monte Carlo 순열검정으로 확인하였다. 또한 독립변수 사이의 설명력과 상호작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변 동 분할법 (Variation partitioning)을 실시하였다. 지역과 시 기에 따라 수서생물 군집조성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 하기 위해 다중응답중복순열 분석 (MRPP; Multi-response permutation procedure)을 수행하였다. 군집 조성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분류군을 선정하기 위해 modified-Gower 비유 사성척도를 사용한 비계량형다차원척도법의 축과 각 분류 군 개체수의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상관분석 결과 (p<0.05, r2>0.25)를 만족하는 분류군의 시기별, 지역별 개체수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Kruskall-Wallis 검정과 Nemenyi 다중비교분석을 실시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R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R Development Core Team 2017). dbRDA, 변동분할분석 그리고 MRPP는 vegan 패 키지 (Oksanen et al. 2017)를 이용했고, Kruskal-Wallis와 Nemenyi 다중비교분석은 PMCMR 패키지 (Pohlert 2017)를 활용하였다.
결과 및 고 찰
1 수서생물 군집 특성
수중트랩으로 전체 조사기간 동안 모든 지역에서 채집된 수서생물은 총 7강 14목 34과 20607개체였다. 조사 결과 논 에서 관찰된 수서생물 중 깔따구과 (Chironomidae), 물달팽 이과 (Lymnaeidae), 물땡땡이과 (Hydrophilidae), 사과우렁이 과 (Ampullariidae), 물벌레과 (Corixidae), 또아리물달팽이과 (Planorbidae), 물방개과 (Dytiscidae), 물방개과 유충, 물땡땡 이과 유충, 미꾸리과 (Cobitidae)에 속한 종들이 가장 많이 채 집된 상위 10개 분류군이었다 (Fig. 3). 본 연구에서 채집된 주요 분류군들 중 복족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물속에서 이 동성이 높은 분류군들이었다. 상위 분류군 중 복족류, 미꾸 리과 그리고 물방개과에 속한 종들은 주로 어분에 유인되고 물땡땡이과나 물벌레과에 속한 종들은 낚시용 캐미라이트에 유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oon et al. 2017).
딱정벌레류 (Coleoptera)는 논 수서생물 군집에서 높은 종 구성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어러와 방형구를 사 용하여 논 수서무척추동물을 채집했을 때에는 전체 개체 의 1% 미만이었으며 깔따구과와 실지렁이과 (Tubificidae)는 60% 이상이었다 (Kang and Chung 2010; Han et al. 2013). 반면에 본 연구에서는 먹이원에 민감한 미꾸리과 (Lee and Cho 2004)와 생물지표로 사용되는 물방개과 (Burghelea et al. 2011)와 같은 포식성 수서생물이 비교적 높은 비율 로 채집되어 군집 조성을 결정하는 주요 분류군 (Pearson’s correlation test; p<0.05, r2>0.25)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 까지 논 수서생물 군집 조성을 파악하는 데 과소평과 될 수 있었던 이동성이 높은 포식성 분류군들이 수중트랩에서 높 은 비율로 채집된 결과 (Murkin et al. 1983)로 보인다. 따라 서 수중트랩은 이전에 쉽게 채집하지 못했던 분류군들을 포 획할 수 있기 때문에 논 생태계의 먹이망 구조를 파악하는 데 보다 유용할 것이다.
2 논 수서생물의 지역과 시기별 군집 특성
논 수서생물 군집 조성은 지역과 시기 모두 분명한 차 이가 있었고, 특히 지역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Region: MRPP, A=0.12, p<0.001; Month: MRPP, A=0.025, p<0.05). 지역과 시기는 모두 dbRDA 모형의 유의한 변수로 선 정되었다 (Table 1 & Fig. 4a). 변동분할분석을 통해 군집조성 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해보니 지역은 26%의 설명력을, 시 기는 8%의 설명력을 가졌다 (Fig. 4b). 지역과 시기가 공통적 으로 군집 조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 (Fig. 4b).
논 수서생물 군집 조성을 결정하는 주요 분류군 (Pearson’s correlation test; p<0.05, r2>0.25)은 사과우렁이과, 양서류 (올챙이) (Anura (tadpoles)), 쇠우렁이과 (Bithyniidae), 깔따 구과, 물벌레과, 미꾸리과, 물방개과, 물방개과 (유충), 거머리 과 (Hrudinidae), 물땡땡이과, 물땡땡이과 (유충), 물달팽이과, 또아리물달팽이과, 깨알소금쟁이과 (Veliidae), 논우렁이과 (Viviparidae) 15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 주요 15분류군 중 쇠우렁이과, 양서류 (올챙이) 그리고 깔다구과 만이 월별로 개체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고, 특히, 깔따구 과는 7월과 8월 사이에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Fig. 5). 깔따구과와 같은 1차 소비자는 질소시비 이후 조 류 (Algae)의 증식과 함께 증가하며 이후 벼가 크게 자라면 서 조류의 광합성이 저해 되면 조류의 생물량이 줄어들면서 깔따구과의 개체수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Leitão et al. 2007). 따라서 깔따구과는 모내기 이후 비료가 투입되고 나 서 벼가 크게 성장하는 기간인 6월과 7월 사이에 증식하고 그 이후에 먹이원의 감소와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깔따구과는 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류군 (Leitão et al. 2007; Dalzochio et al. 2016)이기 때문에 논에서 발생하 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된다. 따라서 지역과 필지 사이의 다양한 환경 조건 차이와 상관없이 월별 논 관리 및 벼 생육상황에 따라 특징적인 변 화를 보인 것으로 사료된다.
반면 지역에 따라 개체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분류군은 사 과우렁이과, 양서류 (올챙이), 물방개과, 물방개과 유충, 물땡 땡이과, 물땡땡이과 유충, 물달팽이과로 나타났다 (Fig. 6). 이 분류군들은 남부지방 (부안, 해남)과 중북부지방 (당진, 철원) 에서 두 분류군의 채집량이 상이했다. 부안에서는 물땡땡이 과와 물방개과가 철원과 당진보다 많은 수가 채집되었다. 해 남에서도 물땡땡이과와 물방개과 성충과 유충의 개체가 비 교적 높았지만, 물방개과 유충만이 철원과 당진에 비해 통계 적으로 유의하게 많이 채집되었다. 반면에 철원에서는 사과 우렁이과와 물달팽이과가 부안보다 많이 채집되었다. 물땡 땡이과와 물방개과에 속한 종들은 지역과 기온에 따라 특징 적인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Verberk and Esselink 2005; Han et al. 2010, 2011). 따라서 물방개과나 물땡땡이 과는 유충시기에 먹이가되는 깔따구과나 모기과 (Culicidae) 의 개체가 감소하는 시기에 성충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Leitão et al. 2007), 본 연구에서는 지역적인 차 이에 의해 시기적인 변화가 모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 만 특정 필지의 환경 변수가 고려되지 않았고 과 수준에서 분석됐기 때문에 선행 연구를 토대로 두 분류군의 지역적인 특성을 논의하기 어렵다. 또한 사과우렁이과는 유기농 논에 서 분포하는 생물군으로 유기농업 유무와 관련 있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분포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an et al. 2013). 따라서 지역별로 상이한 논 관리 현황과 물땡땡이과 와 물방개과 그리고 사과우렁이과의 생태적 지위와 연관될 가능성도 높다.
본 연구를 통해서 수중트랩을 활용하면 지역 환경과 시기 에 따라 서로 다는 분포 양상을 보이는 수서생물 분류군들 을 채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 를 나타내는 원인까지 규명하지는 못했다. 후속 연구에서 지 역과 필지를 대표하는 환경변수의 체계적인 설정과 조사 시 기를 늘린다면 논 수서생물 군집 조성을 보다 명확하게 파 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논은 자연습지 와 다르게 제초제와 살충제 살포나 수위변화 등 높은 빈도 의 인위적인 교란으로 인한 수서생물 군집의 변화가 발생하 는 생태계이기 때문에 (Bambaradeniya et al. 2004; Wilson et al. 2008; Kumar et al. 2013; Melo et al. 2015), 필지별 수질, 수위 등의 다양한 환경변수를 조사하면 수서생물 군집 차 이의 원인을 구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방개과나 물장 군과에 속한 포식자들은 깔다구과와 같은 1차 소비자가 감 소한 이후에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Leitão et al. 2007), 조사 빈도를 높이거나 조사 기간을 늘리면 포식자 와 피식자 사이의 발생 양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으로 판단된다.
적 요
기존에 주로 논 수서생물의 채집을 위해 사용된 방형구 법과 뜰채법은 높은 노동력을 요구했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 역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이 어려웠다. 이 연구는 논 수서 생물을 보다 신속하게 채집할 수 있는 수중트랩을 사용하여 지역 및 시기별 논 수서생물의 군집 조성을 확인하였다. 수 중트랩은 논을 대표하는 수서생물 중 환경 변화를 지표하거 나 수조류의 먹이가 되는 이동성이 높은 종이 포함된 분류 군을 채집하는 데 유용했다. 사과우렁이과 (Ampullariidae), 미꾸라지과 (Cobitidae), 물벌레과 (Corixidae), 물방개과 (Dytiscidae), 물땡땡이과 (Hydrophilidae), 물달팽이과 (Lymnaeidae) 등 15개 분류군은 논 수서생물 군집 조성을 결정했다. 주요 분류군 중 환경 교란에 강한 깔다구과 만이 논 수서생물 군집의 시기 변화를 대표했다. 인위적인 영향에 민감한 사과우렁이과, 물땡땡이과 그리고 물방개과는 지역 별로 분포가 상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