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생물 군집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함에 있어 생물 간 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Thompson et al. 2012).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종은 독립적 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시간적 공 간적 수준에서 다른 생물종들과 공존한다. 따라서, 생물 상 호작용은 생물 군집 구조를 이루는 필수구성요소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생물종은 생명을 유지하고, 생태계는 그 기능을 유지한다 (McCann 2007). 현재의 기후 변화와 서식처 손실과 같은 환경 변화는 생물종간 상호작용 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며, 환경이슈들에서는 이에 따른 생 태계 서비스 및 기능 변화 측면에서 생물 상호작용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Tylianakis et al. 2007; Tylianakis and Morris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군집 연구들은 생물 군집 의 특성을 규명함에 있어 생물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는 고 려하지 않은 채, 생물종 수 및 밀도 조사자료에 기반한 군집 자료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able 1). 우점도 지수 (dominance index), 종다양성지수 (species diversity index) 등 의 정량적인 군집 지표를 이용한 군집분석 방법은 가장 널 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육상 또는 수계 생물의 군집 특성을 파악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Bae et al. 2012; Hong et al. 2017), cluster analysis는 군집의 분포 특성을 유형화하고 시 각화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Bae et al. 2018). 이 외에도 저 서성대형무척추동물 생태점수 (Ecological score of benthic macroinvertebrate; ESB), 어류지수평가 (Fish assessment index; FAI) 등 다양한 지표들이 군집분석에 활용되고 있으 며, 섭식기능도 분석 및 군집지표와 환경인자와의 관계 분석 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Park et al. 2013). 또 한, 군집분석 연구결과들은 물리적 서식환경 평가 및 생태계 건강성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Park et al. 2017).
이러한 기존의 군집분석 방법들은 군집지표 계산시 생물 종의 개체수 자료를 해당종의 생태적 지위와 관계없이 독 립적인 정보로 사용함으로써 생물종별 고유한 기능 및 역 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기존의 군집 분석 결과들은 생물 상호작용 개념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 에 생물 군집의 구조적인 특성으로부터 생태계의 기능을 설 명함에 있어 구조와 기능 간 연결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제 한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태계의 구조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분해, 생산, 조절과 같은 기능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 요한 일이다. 생물 상호작용은 생물다양성의 구조와 생태계 의 기능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 며 (Thompson et al. 2012), 기능적인 측면에서 생태계의 가 치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군집 연구에 있어 생물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생태계 내의 생물 종간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생물 군집 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 (Ecological network analysis)을 활용하고 있다 (Maunsell et al. 2015; Morris et al. 2015; Delmas et al. 2018). 본 연구에 서는 군집분석 방법의 하나로써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을 소 개하고, 청계천 사례 연구를 통해 그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자 한다.
본 론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은 네트워크 이론 (Network theory) 에 기반하여 생태계 내의 다양한 생물 종들과 그들 간의 복 잡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생물 군집의 특성을 설명한다. 네 트워크 이론은 그래프 이론 (Graph theory)의 한 부분으로 복 잡계 (complex system) 네트워크의 구조, 동태, 안정성을 설 명하는 데 이용되며, 공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분 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생태학 분야 내에서는 2000년대에 도입되어, 군집의 구조적인 특성을 분석하는 데 주로 사용되 어왔다 (Poisot et al. 2016).
생태계 네트워크는 그래프 이론의 표현 방식에 따라 노 드 (Node)와 그들을 연결하는 링크 (Link)로 구성되며, 일반 적으로 노드는 생물종을, 링크는 생물종간 상호작용을 나 타낸다 (Fig. 1). 네트워크의 종류는 방향성 및 링크 가중치 의 여부에 따라서 방향 네트워크 (directed network)와 무방 향 네트워크 (undirected network), 가중 네트워크 (weighted network)와 비가중 네트워크 (unweighted network)로 구분될 수 있다. 생태계 네트워크에서 종 A에 대한 종 B의 포식 또 는 종 A에 대한 종 B의 기생과 같이 방향성이 있는 상호작 용은 방향 네트워크를 통해 표현될 수 있으며, 종 A와 B 간 경쟁과 같이 방향성이 없는 경우 무방향 네트워크로 나타 낼 수 있다. 또한, 생태계 네트워크는 ‘상호작용의 강도’ 또는 ‘biomass flow’를 통해 링크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가중 네 트워크의 특성을 가질 수 있다 (Bersier et al. 2002). 예를 들 어, 동일한 시간동안 종 A가 종 B를 10마리를 포식하고, 종 A가 종 C를 20마리 포식하는 경우, 포식의 강도를 이용하 여 각각의 링크에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다. Maunsell et al. (2015)은 기주-기생자 먹이그물망 (host-parasitoid food-web) 의 구조적 특성 분석에 있어 기주에 대한 기생자의 상호작 용 강도로써 기생된 기주의 수를 링크 가중치로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생태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보는 접근 방식을 통해 복잡한 실제 생태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 으며, 기존의 생태적으로 유의미한 질문들에 대해 새로운 해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생태계 네트워크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네트워크 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태계 네트워크는 종간 상호작용 을 규명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구축될 수 있다.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실제 야외에서의 관찰 또는 조사분석 (예, 소화기관내 내용물 분석 및 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방법이 있으며 (Issac et al. 2017), 간접 적인 방법으로는 종간 상호작용에 대해 기존에 조사된 문헌 자료 또는 전문가의 지식을 바탕으로 링크를 구성해내는 방 법이 있다 (Gray et al. 2015). 또한, 생태계 이론이나 규칙에 기반한 먹이그물망 예측 모델들을 통해서도 상호작용 네트 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Petchey et al. 2008; Bartomeus et al. 2016).
생태계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은 다양한 네트워크 지표 들을 이용하여 설명될 수 있다 (Table 2). Link density는 생 태계 네트워크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종 수 (S)와 상호작 용 수 (L)로부터 계산되며, 생태계 내 임의의 한 종이 가지 는 상호작용의 수의 기댓값이다. Link density는 생물종들 이 평균적으로 몇 종의 생물과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나타 내지만, 생태계에는 자원 이용 범위가 상이한 광식성 포식 자 (generalist)와 협식성 포식자 (specialist)가 공존하며 생물 종들이 상호작용하는 생물의 수 (degree)가 균일하게 분포하 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Dunne et al. 2004), 이는 degree distribution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Connectance는 네 트워크의 구조를 나타내는 핵심적인 지표로써, 생태계 네트 워크의 복잡성을 나타내며, 교란에 대한 생물 군집의 민감도 를 설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Connectance는 비교적 단 순하게 계산 (L/S2)되지만 다른 많은 구조적인 지표들 (예, modularity, nestedness 등)과 공변하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 에서 중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지표이다 (Delmas et al. 2018). Generality와 vulnerability의 경우, 영양단계로 이루어 진 네트워크에서 영양단계별 특성을 설명하는 데 주로 이용 되며, 각각 소비자 역할과 먹이 역할을 하는 종들의 영양학 적 특성을 나타낸다. Morris et al. (2015)는 connectance, link density, nestedness 등을 이용해 고도에 따른 열대우림내 기 주-기생자 네트워크의 특성 변화를 설명하였고, Tylianakis et al. (2007)는 서식지의 변화가 기주-기생자 구조에 미치는 영 향 분석에 connectance, link density, generality, vulnerability 등과 같은 지표들을 활용하였다. 이외에도 생태계 네트워 크 분석은 서식처 파편화에 따른 생물 군집 구조 변화 연구 (Valladares et al. 2012), 생물 종 풍부도 감소에 따른 먹이그 물망의 구조 및 안정성 변화 연구 (Barbosa et al. 2017) 등 생 물 군집 연구에 있어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생태계 네트워크 연구는 안정성 동위원 소 분석을 통한 생태계 먹이그물망의 구조 규명이나 영양흐 름모형을 이용한 해양생산성 변화 예측에 한정되어 있으며 (Kang et al. 2012; Yoon et al. 2015), 네트워크 분석을 이용 한 군집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 다. 본 연구에서는 사례 연구로써 청계천을 대상으로 네트워 크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기존의 정량적인 군집분석 결과와 함께 청계천 생물 군집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사례 연 구
네트워크 분석을 이용한 청계천 생물 군집 연구
청계천 생물 군집에 대한 네트워크 구성은 기존에 조 사된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이 루어졌다. 청계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생물종 조사자료 는 물환경정보시스템 (water.nier.go.kr)에서 제공하는 생물 측정망 자료 (2014년 1회차, B청계천2지점[37°34ʹ11.40ʺN, 127°01ʹ48.90ʺE])중 어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부착조류 자료를 이용하였으며, 생물 상호작용은 GloBI (Global Biotic Interactions, www.globalbioticinteractions.org) 정보를 이용 하여 구축하였다. Gray et al. (2015)의 제안에 따라, 계통학 적 유사성에 따른 포식 특성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생물 속 (genus) 정보를 두 종간 상호작용의 유무를 판별하는 기준으 로 사용하였으며, 생물종 조사가 과 (family) 단위로 이루어 진 경우는 예외적으로 과 수준의 정보로 대체하여 사용하였 다. 또한, 본 사례연구에서는 포식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 분석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기 생과 관련된 생물조사자료는 포함하지 않았다. 기존의 군집 분석에서 사용되는 군집 지표로는 우점도 지수 (dominance index), 다양도 지수 (diversity index), 풍부도 지수 (richness index), 균등도 지수 (evenness index)를 산출하였다. 청계천 네트워크의 구축 및 모든 분석 과정은 R 3.5.1 (R Core Team 2018)과 RStudio (R Studio Team 2018) 환경 하에서 이루어 졌다.
군집분석 결과, 청계천의 우점도 지수는 0.61, 다양도 지수 는 1.93, 풍부도 지수는 2.07, 균등도 지수는 0.63으로 나타났 으며 (Table 3), 네트워크 분석 결과, 청계천 네트워크는 총 21 종과 31개 상호작용 링크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Fig. 2, Table 4).
인공하천인 청계천의 connectance는 일반적인 자연생태 계가 가지는 연결성의 범위내 (0.05~0.3)에 있었지만 비교 적 낮은 연결성을 갖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Martinez 1992; Warren 1994). 이는 청계천 내 광식성 포식자의 수가 적 고, 소수의 광식성 포식자가 대부분의 먹이사슬에 관여하 기 때문으로 해석되며, 따라서 청계천은 자연생태계와 비 교해 비교적 단순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청계천의 생 물종들은 평균적으로 1.48종과 상호작용 (Link density)하 고 있으며, 소비자는 약 4종의 먹이 (Generality: 4.43)를 먹 이는 약 2종의 소비자 (Vulnerability: 1.94)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Chironomidae는 개별 노드 중 가장 높은 중심 성 지수 (centrality)를 갖는 분류군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Chironomidae가 청계천 네트워크에서 중추종으로 역할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 론
생태계 네트워크의 구조와 동태를 분석하는 것은 생태 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일이다 (Dunne et al. 2004). 현재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은 생태계 안정성에 대한 평가, 생물다양성-생태계 기능 (biodiversityecosystem function; BEF) 연구, 생태계 서비스의 유지 관 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환경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구 조와 기능 변화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환경 이슈들 (예, 기후 변화, 서식처 손실, 침입종 관리 등)에 대해 그 영향을 예측 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은 군집 연구를 위한 분석방법을 넘어 현재 는‘Food web ecology’라는 하나의 학문 분야로 인식되고 있 으며, 생태학 내 다른 하부 학문분야들을 통합하는 학문으로 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Thompson et al. 2012; Layman et al. 2015). 군집 연구에서 활용되는 네트워크 분석의 중 요성과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Borrett et al. 2014), 국 내 학계의 관심과 연구 시도는 매우 미진한 상황이다. 본 단 보의 사례 연구에서는 청계천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생태 계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해보았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군집 분석방법들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청계천 생물 군집의 복잡 성 정도나 피식자와 포식자종들의 상호작용 특성과 같은 구 조에 관한 생태적인 정보들을 추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본 사례 연구에서 분석된 지표들 이외에도 생태계 네트워크 를 설명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네트워크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Delmas et al. 2018). 이후 연구에서 추가적인 지표 분 석 및 시공간적 변화에 따른 생태계 네트워크의 구조 및 동 태 변화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청계천 생물 군집의 구조적 특성 뿐만아니라 기능적 특성 및 안정성에 대한 설명을 제 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생태계 생물 모니터링 자료들을 장기간 축적 및 공개하고 있으며,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단보에서 는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방법을 소개함으로써 국내 군집 연 구에서 이를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생태계 네트워크 분석의 적극적인 활용은 국내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생태적 으로 보다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되며, 생물 종 다양성 보존 및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