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6년 처음 보고된 대륙유혈목이 Hebius vibakari (=Amphiesma vibakari)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파충류이다 (Boie 1826;Malnate 1962). 한국에서 는 제주도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되지만 발 견 빈도는 높지 않다 (Song 2007). 대륙유혈목이는 산림에 서 주로 발견되며, 주변 바위나 건물벽의 틈과 같은 구조물 을 은신처로 사용한다 (Malnate 1962;Lee et al. 2011). 보통 작은 개구리나 올챙이, 지렁이들을 먹이원으로 활용하며, 작은 새를 포식한 기록도 있다 (Pavloff 1926;Malnate 1962). 대륙유혈목이의 짝짓기는 5월에서 6월경에 이루어질 것으 로 예상하고 있으며, 뱀류의 집단 번식 행동인 “snake ball” 이 관찰되기도 한다 (Fukada 1956).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대륙유혈목이의 분포만을 기 록하고 있으며 (Oh et al. 2007;Song 2007;Jang et al. 2016;Kwon et al. 2016), 한국 내 뱀류의 비늘의 특성을 분석한 Koo et al. (2017)가 대륙유혈목이의 형태를 유일하게 연구 하였다. 국외에서도 대륙유혈목이의 분포와 관련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Tagirova 1986;Adnagulov et al. 2011;Maslova et al. 2018), 형태 (Ikeda 2007), 먹이원 (Moriguchi and Naito 1982), 체온 (Fukada 1989) 등의 연구가 있다. 최 근에는 유전적 구조를 규명하는 연구와 Amphiesma 속에 속 하는 종들을 대상으로 계통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Guo 2014;Xu et al. 2016). 하지만 대륙유혈목이의 번식과 관련 된 생태적인 연구 자료는 국내·외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 운 실정이다.
본 논문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찰된 대륙유혈목이 의 집단 번식 행동이 관찰된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이러 한 결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륙유혈목이와 한국산 뱀류 의 번식 생태 자료를 확보한다는 측면에 의미가 있다.
2009년 5월 20일 12:20분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 리 맹골도 (34° 12ʹ 41ʺN, 125° 51ʹ 25ʺE, 107 m a.s.l.)에서 대 륙유혈목이의 집단 번식이 관찰되었다 (Fig. 1). 맹골도는 약 1 km2의 면적에 최고 130 m의 고도를 보이는 작은 섬이 다. 대륙유혈목이의 집단 번식이 관찰될 당시의 기온과 습 도는 각각 25.7°C와 59%였다. 맹골도의 대부분 지역은 바 위로 되어 있으며, 섬 안쪽으로는 숲이 잘 발달해 있었다. 대륙유혈목이의 번식은 섬 능선 (고도 270 m)에 형성되어 있는 바위 지대에서 관찰되었다 (Fig. 2A, B).
대륙유혈목이의 번식과 짝짓기 행동에 미칠 영향을 최 소화하기 위해 외부 형질을 측정하지는 않았으며, 개체수 와 성별만을 기록하였다. 개체들의 성별은 뱀류에서 나타 나는 대표적인 성적이형성인 꼬리 길이의 차이를 통해 구 분하였다 (Shine et al. 1999). 맹골도에서 발견된 대륙유혈 목이의 수는 암컷 6개체와 수컷 5개체이었다 (Fig. 3A). 발 견된 개체들은 서로 뒤엉켜서 교미공 “mating ball (snake ball)”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그 중 암컷 2개체와 수컷 2개 체가 짝짓기 과정인 “꼬리 뒤엉킴 (tail wrestling)” 중이었 다 (Fig. 3B).
국내에 서식하는 뱀류 11종 중 6종은 5월과 6월에 번식 하는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Zhao 1998;Lee et al. 2011). 본 연구는 대륙유혈목이의 번식이 5월 달에 관찰되었으며, 선행 연구에서도 5월에서 6월 사이에 번식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ukada 1956;Malnate 1962). 현재 까지 알려진 두 사례를 보면, 대륙유혈목이는 늦은 봄에서 이른 여름에 번식을 하는 종으로 볼 수 있다. 멸종위기종인 비바리뱀 Sibynophis chinensis을 포함한 쇠살모사 G. ussuriensis, 살모사 G. brevicaudus, 까치살모사 Gloydius intermedius (=G. saxatilis), 유혈목이 Rhabdophis lateralis 5종은 8~9월 사이에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Lee et al. 2011;Do et al. 2017;Koo et al. 2018). 최근 보고된 까치살모사의 번식 행동은 8월과 9월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Do et al. 2017). 과거 8월에도 새끼들을 출산한다는 과거 기록을 고려하면 (Zhao 1998), 까치살모사의 짝짓기는 5~7월 사이에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근연종인 살 모사가 5월과 9월에 번식한다는 점은 앞선 가능성을 뒷받 침한다 (Lee et al. 2011). 가을철에 이루어지는 번식의 장점 은 당해연도보다는 다음 해의 번식 성공률과 관련성이 있 으며 (Schwartz et al. 1989), 가을철 짝짓기를 통해 태어난 새끼들의 생존율은 봄철에 태어난 새끼들보다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Blanchard and Blanchard 1940). 이러한 가을 철 번식의 특성이 일부 뱀류에서만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 면 대륙유혈목이를 포함한 다른 뱀류에서도 나타나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기록으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대륙유혈목이에서 관찰된 집단 번식은 뱀류에서 관찰되 는 번식 행동 중 하나이다 (Joy and Crews 1985;Duvall et al. 1993). 국내에서는 뱀류에 대한 번식 생태의 연구 사례 는 거의 없지만 최근 비바리뱀과 구렁이 Elaphe schrenckii 에서 집단 번식이 관찰된 사례가 있다 (Cho 2017;Koo et al. 2018). 뱀류에서 집단 번식의 특징을 보이는 것은 번식의 성공률 그리고 번식 행동의 활성화와 관련된다 (Joy and Crews 1985). 보통 암컷 한 개체가 다른 수컷 한 개체와 짝 짓기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수컷들이 짝짓기에 성 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 번식은 수 컷 입장에서 몇 가지의 장점이 있다 (Joy and Crews 1985). 첫 번째로 집단 번식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암컷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야생 에서 암컷을 만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짝짓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장점 때 문에 수컷 한 개체가 혼자 있는 암컷을 발견하더라도 다른 수컷들의 접근으로 집단 번식이 이루어질 것이다. 두 번째 로는 집단 번식은 시각적으로도 발견이 용이하기 때문에 집단번식이나 교미공의 발견은 곧 번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 셋째로 수컷이 집단 번식에 참여는 것이 혼자 있는 암컷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 서 유리하다. 이밖에도 하나 이상에 개체들이 번식의 참여 할 경우, 짝짓기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단일 개 체의 번식 행동보다 더 역동적인 방향으로 변한다 (Joy and Crews 1985).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대륙유혈목 이의 번식 사례를 처음으로 보고하였다. 한국산 파충류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가 미비한 점을 고려하면, 본 연구의 결 과는 대륙유혈목이에 대한 생태 자료 확보뿐만 아니라 추 후 연구를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적 요
본 연구에서는 한국산 대륙유혈목이 Hebius vibakari의 집 단 번식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2009년 5월 20일 전라남 도 진도군 맹골도리에 위치한 맹골도에서 대륙유혈목이의 집단 번식이 관찰되었다. 맹골도 섬 능선 위에 형성된 바위 지대 (고도 107 m)에서 번식이 관찰되었다. 대륙유혈목이 암컷 6개체와 수컷 5개체는 번식 행동 중 하나인 교미공 (mating ball)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중 2 쌍은 뱀류에서 관 찰되는 짝짓기 행동인 “꼬리 뒤엉킴 (tail wrestling)” 중이었 다. 집단 번식이 관찰된 당시의 기온과 습도는 각각 25.7°C 와 59%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희귀 파충류인 대륙유혈목 이의 집단 번식을 국내 최초로 보고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