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밀렵은 인간사회에서의 야생동물에 의한 경작지 피해, 경제적 가치 추구 등으로 인해 은밀하게 진행되어 왔으며, 서식지 내 특정 종의 대한 개체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행 위이다 (Albert and Manville 1983). 밀렵으로 인해 구조된 야생동물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로 사람에 대한 극도의 경 계심을 드러내며, 신체적 장애로 야생에 방사 시 정상적 인 활동이 어려울 수 있고, 이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자연으로의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 (Mullineaux 2014). 특히 재활에 성공하여 재방사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존 개체군에 미치는 생태학적으로 잠재된 부정적 영향 이 크며 (Robinson 2002), 이주 방사되는 경우 야생적응도 와 생존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Griffith et al. 1993; Wobeser 2007).
야생동물의 사회적 학습 및 적응은 다른 개체들과의 상 호작용과 발달을 통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Heyes 1994;Galef and Whiskin 2001). 새끼곰의 경우, 단독 생활을 하는 곰의 특성으로 어미로부터 받는 교육훈련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Gittleman 1986;Gilbert 1999), 문제가 없는 어미 의 자식은 사건이나 인간과 곰 갈등에 관여하지 않으나 어 미가 문제의 곰일 때에는 갈등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Morehouse 2016).
한국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과거 일제강점기와 한 국전쟁,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서식지가 파괴되었고,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보신 문화로 인한 밀렵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여 (KNPS 2004), 생물종복원사업의 일환으 로 지리산국립공원에서 2002년 부터 시험방사를 시작하 여 복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이 이루어지던 지난 2017년 반달가슴곰 1개체가 올무에 걸려 오른쪽 발목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이 개체는 일정 기간 회 복과 재활 기간을 거처 방사하게 되었는데 같은 해 동면기 간에 2마리의 새끼를 출산하였다. 중국의 경우 반달가슴곰 이 올무에 의해 상해를 입어 다리 절단 수술 후 방사한 사 례가 있으나 (www.animalsasia.org), 이번 연구와 유사한 사 례 또는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이 연구는 구조, 수술, 재활, 적응훈련을 거쳐 방사된 이 후 새끼의 출산과 양육하는 과정의 모니터링을 통해서 장 기적 관점에서 반달가슴곰의 다양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 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이루어졌다.
재료 및 방법
1. 연구 개체와 연구 기간
야생에서 2012년 자연 출생한 KF-52는 지난 2017년 9 월 8일 지리산국립공원 인근 지역에서 올무에 걸려 오른 쪽 앞다리 일부가 절단되어 재활과정 (Fig. 1a)을 거친 후 그해 10월 24일 지리산에 방사되었으며, 이후 2마리의 새 끼를 출산하였다 (Fig. 1b). 정상적인 활동에서의 차이점 을 파악하고자 같은 시기에 출산한 암컷 5개체를 함께 연 구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연구시기는 개체가 재활되어 방 사된 시기인 가을철로 2017년 9월 1일부터 이듬해 가을 (2018년 11월 30일)까지를 연구 기간으로 설정하였다.
2. 행동권 분석
반달가슴곰의 위치 추적을 위해 VHF 주파수 발신기 (M3620, ATS, Canada)와 수신기 (R-20, R-30, ICOM, Japan)를 이용하여 방향을 확인 후 방향각을 측정 (KB-20, Suunto, Finland)하여 삼각측정법을 적용하여 위치를 확 인하였다. 행동권은 HRT (Home Range Tools) for ArcGIS (Ver 10.1) 이용하여 계절별 (겨울: 12월~2월, 봄: 3월~5월, 여름: 6월~8월, 가을: 9월~11월)로 분석하였으며, 행동권 면적은 최외각의 점들을 연결하여 면적을 생성하는 최소 블럭다각형 (MCP; Minimum Convex Poligons, 100%, 95%, 50%) (Mohr 1947)과 위치가 점으로 표시된 이들 집합에 서 확률 밀도를 추정하여 면적값을 나타낸 Fixed Kernel (95%, 50%) (Worton 1989) 방법으로 분석되었다. 핵심공 간은 Fixed Kernel Method 50% (Kauhala and Auttila 2010) 를 적용하였다.
3. 동면 특성 조사
겨울철 반달가슴곰 동면 특성을 고려하여 5일 이상 위 치 변동이 없을 경우 동면시작과 이후 위치 이동이 있을 경우 동면 해제일로 간주하여 동면일수를 파악하였으며, 동면기간에는 직접 위치추적을 통해 동면굴 위치를 파악 하고 유형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동면굴 입구에 무인센서 카메라 설치를 통해 새끼 출산 유무 확인과 태어난 새끼 수를 파악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행동권
곰과 (Ursidae)는 서식지의 선택 및 행동권에 영향을 미 치는 원인으로 식량의 풍부도에 의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 는데 (Costello and Sage 1994), 반달가슴곰은 연중 식물을 먹이자원으로 이용하며, 봄에는 전년도에 낙과된 밤, 도토 리와 같은 견과류와 나무의 새순을 먹으며, 여름에는 작은 곤충이나 동물, 산벚나무와 층층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Nozaki et al. 1983). 특히 가을에는 동면기 전 지방을 축적하는 능력은 겨울철 생존과 성공적인 번식 에 필수적인 요소 (Brody and Pelton 1988)이며, 참나무류 열매의 생산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Arimoto et al. 2011).
2017년 가을철 행동권을 분석한 결과, KF-52의 평균 행 동권은 67.30 km2 (MCP 100%)와 18.93 km2 (Kernel 95%) 였으며, 핵심 행동권은 3.59 km2 (Kernel 50%)로 나타났다. 나머지 암컷 개체의 평균 행동권은 14.93±8.16 km2 (MCP 100%), 11.27±11.70 km2 (Kernel 95%)로 조사되었고, 핵 심 행동권은 2.29±2.56 km2 (Kernel 50%)로 분석되었다 (Table 1). KF-52가 다른 개체의 평균에 비해 약 5배 넓은 평균 행동권을 가지며, 핵심 행동권 또한 이들보다 비교적 넓은 행동권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KF-52가 방사부터 동면 시작 이전까지 약 1개월 동안 동면에 필요 한 충분한 먹이 섭취를 위해 왕성한 먹이활동을 추구한 것 으로 추정된다.
곰의 동면은 생리적으로는 매우 느린 상태이지만 정신 적으로는 깨어있는 상태이다 (Kilham and Gray 2002). 따라 서 동면 과정 중 깨어나 동면지 주변을 살피거나 동면활동 에 방해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동면지를 이동하 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잦을 경우, 상당히 많은 에너지 를 소비하기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Stirling 1993). KF-52의 겨울철 행동권을 분석한 결과, 평균 행동권은 0.28 km2 (MCP 100%)와 0.30 km2 (Kernel 95%)였으며, 핵 심 서식지 면적이라고 볼 수 있는 핵심 행동권은 0.04 km2 로 분석되었다. 나머지 개체의 행동권은 2.17±4.06 km2 (MCP 100%), 1.74±2.67 km2 (Kernel 95%)로 나타났으며, 핵심행동권은 0.35±0.54 km2 (Kernel 50%)로 다른 암컷 개체들에 비해 매우 좁은 행동권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출산한 다른 암컷은 출산 이후에도 동면지 주변의 일정한 면적을 배회하거나 드나드는 행동을 하였 으나 KF-52 개체는 거의 동면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 로 보인다. 이는 신체적 활동이 일반적으로 출산한 암컷들 에 비해 신체조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가을철 반달가슴 곰의 주 먹이원인 참나무류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가장 많이 결실되는 해발 900 m (Kim et al. 2012) 사이에서 동면 지를 선택하여 최소한의 면적 내에서 먹이를 안정적으로 획득하고 새끼 양육과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전략을 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봄철 KF-52 개체의 행동권은 5.86 km2 (MCP 100%), 5.29 km2 (Kernel 95%)였으며, 핵심 행동 권은 0.43 km2 (Kernel 50%)로 나타났다. 나머지 암컷의 행 동권은 평균 5.14±7.77 km2 (MCP 100%), 5.90±8.60 km2 (Kernel 95%), 핵심 행동권은 0.88±1.12 km2 (Kernel 50%) 로 다른 암컷 개체에 비해 전체적인 평균 행동권의 면적은 비슷하지만 핵심 행동권은 절반 수준으로 분석되었다. 이 러한 양상은 동면은 끝났으나 여름 이후 본격적인 자연식 먹이를 취할 수 있는 새끼 양육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평균 이동거리가 다른 개체들에 비해 먼 것을 감안할 때, 동면지 인근에서 활발한 먹이활동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동면지 주변에서 KF-52가 먹이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어미젖으로 새끼 영양공급을 하면서 겨 울철 동면 시기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이며 본격적인 활동 시기를 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
새끼의 성장으로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지기 시작하 며, 자연식 먹이 섭식이 가능해지는 여름철의 KF-52의 행 동권은 평균 45.06 km2 (MCP 100%), 137.40 km2 (Kernel 95%), 핵심 행동권은 31.12 km2 (Kernel 50%)로 나타났다. 나머지 출산 암컷 개체의 행동권은 18.17±7.44 km2 (MCP 100%), 25.10±5.87 km2 (Kernel 95%)로 분석되었고, 핵심 행동권은 5.89±2.43 km2 (Kernel 50%)였다. 그리고 2018 년 가을철의 KF-52의 평균 행동권은 95.57 km2 (MCP 100%), 59.22 km2 (Kernel 95%), 핵심 행동권은 53.30 km2 로 나타났다. 나머지 암컷 출산 개체의 행동권은 평균 42.06±30.29 km2 (MCP 100%), 67.58±48.35 km2 (Kernel 95%), 핵심 행동권은 15.04±10.60 km2 (Kernel 50%)로 분 석되었다. 이 기간의 평균 이동거리를 분석한 결과, KF-52 의 여름철 이동거리는 1,593 m였고, 나머지 출산 개체는 1,135±235 m였으며, 가을철은 KF-52가 1,812 m, 나머지 출산 개체는 1,462±596 m로 나타났다. KF-52 개체의 평 균 행동권과 핵심 행동권을 나머지 개체들과 비교했을 때, 2~3배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동거리 또한 30% 가량 많 은 것으로 나타났다 (Fig. 2). 이는 본격적인 먹이 활동 시 기가 도래함에 따라 새끼와 함께 먹이활동을 하지만 다른 암컷 출산 개체에 비해 먹이 습득에 대한 기회 횟수가 외 상 장애로 인해 줄었으며, 이와 함께 2개체를 동시에 양육 해야 하는 체력적 소모가 큰 만큼 더욱더 활발한 먹이활동 을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반달가슴곰의 짝짓기 시기인 5월~7월 (Kozakai et al. 2013) 사이 수컷 개체에 의 한 새끼 포식 (Swenson et al. 2001)을 회피하기 위해, 즉 외 상장애로 인하여 다른 암컷 곰에 비하여 수컷 곰에 대한 방어능력이 낮은 KF-52가 다른 개체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 행동권과 이동거리가 많 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계절별 평균 활동고도의 분석결과 여름철을 제외한 나 머지 계절의 활동 고도가 다른 개체들에 비해 높았던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러한 특성은 새끼 양육을 하는 동안 외 부의 영향을 최대한 피하고 인위적 간섭이 비교적 덜한 지 역으로 서식지를 선택함에 따라 양질의 양육환경을 제공 하기 위한 개체의 특성 또는 개체의 서식지 선택에 대한 개체 고유의 성향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름철의 활동고도가 다른 개체에 비해 낮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실 제로 저지대 산지에서 활동 중에 마을 주민에 의해 새끼와 함께 활동 중인 것이 목격되었다. 여름철의 저지대 활동의 패턴은 반달가슴곰의 먹이원이 대부분 식이물이지만 여 름철에는 먹이 부족으로 인해 다른 먹이원을 찾기도 한다. 따라서 야생에서 먹이원이 부족한 시기의 양육을 위해 불 가피하게 고지대보다 식생이 다양하여 먹이원이 상대적 으로 풍부한 저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새끼 의 교육과정에서 사람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잠재적 요소 가 될 수 있다.
2. 동면
2017, 2018년 겨울철 동면기간에 새끼를 출산한 이들 6 개체의 동면굴 형태를 조사한 결과, KF-52 개체는 나무굴 을 선택하였고 나머지 개체는 바위굴 (n=3), 노지 (n=2) 에서 탱이를 만들어 동면하였다. 미국 아칸소주에 서식 하는 암컷 흑곰이 이용한 동면굴 유형을 조사한 결과, 바 위굴 (66.6%), 토굴 (12.5%), 나무뿌리 하부 (12.5%), 탱이 (4.2%), 나무 (4.2%)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물리적 재료, 형태는 다르지만 기능적으로 비슷한 동면굴을 선택했다 (Stephen and Pelton 1994). 루이지애나 지역의 조사대상 성체 암컷 흑곰의 80% (n=12)가 나무굴을 이용한 (Weaver and Pelton 1994) 것을 비추어 보았을 때 KF-52 개체의 새 끼 출산과 양육을 위한 동면장소 선택은 정상적인 출산에 참여한 암컷 개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동면 일은 177일로 KF-52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개체들의 평균 동면일인 175±31.34일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보이지 않 았다. 동면 시작일은 11월 20일로 나머지 개체의 전체 평 균 시작일인 11월 19일로 차이가 없었으며, 동면 해제일은 5월 15일로 평균 동면 해제일인 5월 12일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Table 2).
겨울철 동면굴에서 나오는 새끼의 수, 크기 및 생존은 동면 활동 전의 어미의 상태에 달려 있고, 동면 이전의 암 컷의 체지방이 약 20% 미만일 경우, 새끼를 출산하지 못하 며, 동면기간에 새끼 양육을 위해 약 30%의 체지방을 소비 한다 (Robbins et al. 2012). KF-52 개체는 2개체의 새끼 출 산하였고, 신체 부위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출산 이 후 동면기간과 양육기간의 활동 스트레스 및 체력적인 소 모는 일반 출산 암컷 개체에 비해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는 환경부에서 지정 고시한 멸종위기야 생생물 I급에 해당하는 반달가슴곰의 복원사업 추진과정 에서 올무에 의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개체가 야생에서 의 먹이활동, 동면기, 출산, 양육에 이르는 과정이 일반적 인 출산, 양육 개체와 어떠한 차이점이 있으며, 이를 어떠 한 방향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인지 모색하기 위해 연구되 었다. 방사 이후 행동권과 활동고도, 이동거리에 대해 특징 적으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개체 고유의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신체적 장애로 인해 발현된 행동 특성으로 볼 수 있었다. 향후 야생에서의 동종 간의 서식권 경쟁, 먹 이활동 등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상대적으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저지대 인간 활동지 주변으로 활동이 예상될 수 있으므로 KF-52 개체와 출산한 새끼의 지속적인 예찰이 필요할 것 이라 판단된다.
적 요
야생동물의 신체부위의 절단은 야생에서 활동에 영향 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겨울철 동면기간에 새끼를 출산 하는 반달가슴곰의 경우 겨울철 생존과 양육활동에 영향 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17년 지리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오른쪽 앞발 절단 수술을 하여 같은 해에 야생에 방사되어 2개체의 새끼를 출산하였다. 이 개체와 함께 같은 해에 출산한 암컷 5마리의 출산 및 양육기간 동안 계절별로 행동권을 분석한 결과, 활동 시기 에는 다른 개체들에 비해 넓은 행동권과 많은 이동거리를 나타냈다. 이는 신체장애로 인한 먹이 활동과 새끼 양육에 따른 영향으로 추정된다. 다른 개체들에 비해 불리한 환경 에서 자라난 반달가슴곰 새끼가 현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어미의 양육 학습의 성공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여러 관점에서의 사람과의 갈등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