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화학사고”란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되 어 발생하는 일체의 상황을 지칭한다 (ME 2013). 화학사고 로 인하여 유출된 화학물질은 인근 주민의 건강과 주변 환 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 후 국내에서는 화학사고에 의한 피해를 예 방하기 위해, 「화학물질관리법」 제39조에 따라 화학사고 발 생의 우려가 높거나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클 것으 로 우려되는 물질들을 “사고대비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 고 있다 (ME 2013). 또한 「화학물질관리법」 제44, 45조에 따 라 화학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화학사고에 의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 피해의 최소화와 복구를 위하여, 화학사고 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와 환경으로의 노출량 및 피해에 관한 영향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ME 2013). 화학사 고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법적인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화학사고에 의한 피해 규명과 복구를 위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KEI 2013;Wee et al. 2017). 특히 화학사고 후 사고대비물질들의 환경 내 거동에 관한 연구는 증가하는 추세임에 반해 (Shin et al. 2018;Cha 2019), 사고대비물질이 생물에 미치는 피해와 관 련된 생태독성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고대비물질들은 주로 화학공업에서 원료와 촉매로 사 용되는 물질들이 지정되어 있으며, 다수의 산성, 염기성을 띄는 물질들 (불산, 황산, 질산, 암모니아 등)을 포함하고 있 다. 산, 염기 물질들은 사람이나 환경에 노출 시 심각한 영 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 비중 또한 매우 높아 많은 관심 이 필요하다 (NIER 2013). 특히 강산·강염기 물질들은 토 양에 유출되었을 경우, 토양 pH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토양 유기물 및 점토 등과 반응하여 토양의 입도 분포를 바 꾸고, 유기물 양을 감소시키는 등 토양의 물리·화학적 변 화를 일으킬 수 있다 (Jeon et al. 2017). 이러한 토양의 물리· 화학적 변화는 토양 생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Coleman et al. 2017). 왜냐하면 토양 생물들은 토양의 특 성 (pH, 토성 등)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있어 변화된 토양 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van Straalen and Verhoef 1997), 간접적으로 토양의 특성에 따 른 토양 내 오염물질의 거동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van Gestel and Hensbergen 1997). 하지만 강산·강염기 물질들에 의한 토양의 특성 변화와 물질 자체 로 인한 생태독성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 았으며, 일부 관련 연구들도 산성비와 비료의 사용에 따른 토양 물리·화학성 변화와 이에 따른 생물의 영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Wei et al. 2017;Liu et al. 2018), 고농도·다량의 강산·강염기 물질이 생물에 노출되는 화학사고의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사고대비물질들의 생태독성 영향을 평가 하기 위하여 토양에 서식하는 절지동물 가운데 가장 풍부 하며 널리 분포하는 생물인 톡토기를 이용하였다 (Engel et al. 2004). 톡토기는 토양질 평가를 위한 표준 종으로써 지 난 40년간 오염 물질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이용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Fountain et al. 2005), 토양 pH 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Jaeger and Eisenbeis 1984), 사고대비물질들에 의한 생태독성 영향을 평가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본 실험에서 이용한 김어 리톡토기 (Paronychiurus kimi)는 한국의 논 토양에 풍부하 게 분포하는 톡토기로 (Son et al. 2007), OECD 표준지침에 서 표준 종인 Folsomia candida와 Folsomia fimetaria의 대체 종으로 기재되어 있다 (OECD 2016). 또한 김어리톡토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중금속과 유기오염물질들에 대한 평가가 (Kang et al. 2001;Son et al. 2009;Son et al. 2019)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본 연구에 사용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질산, 황산, 암모니아수, 과산화수소에 대한 생태독성평가를 통해서 사고대비물질들에 대한 기초 독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향후 화학사고 발생시 환 경 피해에 관한 의사결정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있 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사고대비물질 중 토양의 물 리·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질산, 황산, 암모니아 수, 과산화수소를 대상으로 이들 물질이 토양에 미치는 영 향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 토착 절지동물인 김어리톡토기 를 이용한 생태독성평가를 수행하였다. 7일간의 급성독성 평가와 28일간의 만성독성평가를 수행하였으며, 시험물질 농도에 따른 토양의 pH 변화를 관찰하여 독성평가 결과와 비교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실험생물
실험에 사용된 김어리톡토기는 1996년 경기도 이천의 논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채집된 후 (Choi et al. 2002), 석고, 차콜과 물을 섞어 만들어진 배지를 이용하여 20±1°C 항온 기 암조건에서 사육되어왔다. 매주 증류수를 이용하여 배 지를 습윤 시켰으며, 먹이로 Brewers’ yeast를 제공하였다 (Snider et al. 1969). 동일한 연령의 성충을 얻기 위하여, 매 주 동일한 시점에 성충이 낳은 알을 따로 선별하여 새로운 배지에 옮겨주었으며, 부화 후 28~30일이 지난 성충을 실 험에 이용하였다 (Son et al. 2007).
2. 시험물질
본 연구에서는 강산 물질로서 질산과 황산을, 강염기 물 질로서 암모니아를 시험물질로 선정하였다. 또한 토양의 pH 변화를 일으키지 않지만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과산화수소를 시험물질로 선정하였다. 연구에 사용된 질산 (HNO3, >69.0%)과 황산 (H2SO4, 95~98%), 그리고 암모니아수 (NH4OH, 5.0 N)는 Sigma Aldrich (St. Louise, MO, USA)에서, 과산화수소 (HNO3, 35%)는 Junsei (Tokyo, Japan)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급성독성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토양 내 질산, 황산, 과산화수소, 암모니아수 의 농도가 100, 500, 1,000, 5,000, 10,000 mg kg-1 soil dry wt. 이 되도록 시험물질을 3차 증류수와 혼합하여 시험용액을 제조하였다. 급성독성평가 결과를 토대로 만성독성평가농 도를 선정한 후, 만성독성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토양 내 질산, 황산, 암모니아수의 농도가 312.5, 625, 1,250, 2,500, 5,000 mg kg-1 soil dry wt.,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1,250, 2,500, 5,000, 10,000, 20,000 mg kg-1 soil dry wt.이 되도록 시험물 질을 3차 증류수와 혼합하여 시험용액을 제조하였다.
3. 김어리톡토기 (Paronychiurus kimi )를 이용한 생태독성평가 및 토양 pH 분석
본 연구에서는 대상 시험물질의 생태독성영향을 평가하 기 위하여, 단기간 성충의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 기 위한 7일 급성독성평가와, 장기간 성충의 사망률 및 산 란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28일 만성독성평가 를 진행하였다 (OECD 2016). 독성평가를 위하여 5% Sphagnum peat, 20% 카올린 및 75% 모래 (<2 mm)로 이루어진 인공 토양을 제조한 후, 탄산칼슘을 이용하여 토양 산도를 6.0±0.5로 조절하였다. 앞서 제조된 시험물질 저장용액과 3차증류수를 토양보수력 (Water Holding Capacity)의 50% 에 맞추어 토양에 넣고 균일하게 섞어 주었다. 시험물질과 섞인 처리군과 3차증류수와 섞인 대조군의 토양을 원형의 폴리스틸렌 용기 (150 mL)에 30 g씩 농도당 5반복으로 나 누어 준비하였다. 급·만성독성평가는 시험 용기당 10마리 의 성충 (부화 후 28~30일이 지난) 김어리톡토기를 접종 후, 20±1°C, 암조건에서 진행되었다. 급성독성평가에서는 실험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먹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만 성독성평가에서는 적당량의 Brewers’ yeast를 격주 제공하 였으며, 매주 3차 증류수로 수분 손실을 보충하였다. 7일 후 급성독성평가 종료 시 토양에 적당량의 물을 부어 부유된 성충의 수를 계수하였으며, 28일 후 만성독성평가 종료 시 부유된 성충과 유충의 수를 계수하였다.
시험물질 농도에 따른 토양 pH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 여, 추가적인 토양 시료를 제조하였다. 앞서 기술한 방법대 로 토양 내 질산, 황산, 과산화수소, 암모니아수의 농도가 1,000, 5,000, 10,000 mg kg-1 soil dry wt.이 되도록 준비된 시 험물질 저장용액을 인공 토양과 섞어준 후 20±1°C, 암조 건에서 보관하였으며, 하루 후 토양을 채취하였다. 채취 된 토양을 증류수와 1 : 5의 질량 비율로 혼합하여 두 시간 동 안 교반하고 30분 동안 정치시킨 후, pH미터를 이용하여 토양의 pH를 측정하였다 (Conyers and Davey 1988).
4. 통계 분석
통계프로그램 SAS 9.4 (SAS Institute Inc., Cary, NC, USA) 를 이용하여 모든 통계분석을 진행하였다. 통계 분석에 앞 서 모든 자료의 반복 간 이상치 (outlier)를 MAD (median absolute deviation) 방법을 이용하여 제거 후 분석하였다 (Leys et al. 2013). 대조군과 처리군의 사망률 및 산란수를 비교하기 위하여, 일원배치분산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사후 검정으로 Tukey 검정법을 이용하여 유의수준 5%에서 분 석하였다. Probit 모델을 이용하여 반수치사농도 (LC50; median lethal concentration)와 95% 신뢰구간을 분석하였 으며, Haanstra et al. (1985)가 제안한 로지스틱모형을 이용 하여 산란수에 대한 반수영향농도 (EC50; effective concentration 50%)와 95% 신뢰구간을 분석하였다. 일원배치분산 분석을 수행 후, 사후검정으로 Dunnett검정법을 이용하여 산란수에 대한 무영향관찰농도 (NOEC; No Observed Effect Concentration)와 최소영향관찰농도 (LOEC; Lowest Observed Effect Concentration)를 산출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질산, 황산, 과산화수소, 암모니아수 농도에 따른 토양 pH 변화
질산과 황산 처리군에서는 질산, 황산 처리 농도가 증가 함에 따라 토양 pH가 감소하였으며, 암모니아수 처리군에 서는 암모니아수의 처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토양 pH가 증가하였다 (Fig. 1). 반면 과산화수소 처리군에서 토양의 pH는 토양에 처리한 과산화수소 농도에 따라 변하지 않았 다. 질산, 황산, 암모니아수 농도 증가에 따른 토양 pH의 변화는 시험물질들이 토양과 반응하여 생성된 수소 이온 (H+, 질산과 황산)과 수산화이온 (OH-, 암모니아수) 때문 으로 보인다. 질산과 황산은 토양과 반응하여 각각 수소이 온과 질산이온 (NO3-), 수소이온과 황산이온 (SO42-)으로 나누어지며 (Lv et al. 2014), 암모니아수는 토양과 반응하여 암모늄이온 (NH4+)과 수산화이온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양과 반응하여 수소이온과 수산화이온이 생성되는 강산·강염기 물질들과는 달리 과산화수소는 토양과 반응 할 때, 토양 내 유기물 함량과 pH에 따라 서로 다른 비율의 물, 산소, 수산화라디칼 (Hydroxyl radical, OH·)로 분해되 는데 (Petigara et al. 2002), 본 실험에서 사용한 인공토양조 건 (유기물 함량: Sphagnum peat 5%, pH: 6.0±0.5)에서는 과산화수소가 토양 내에서 빠르게 물과 산소로 분해된 것 으로 판단된다 (Gil et al. 2011).
본 연구에서는 오직 사고대비물질의 유입에 따른 토양의 pH만이 조사되었지만, 강산·강염기를 포함한 사고대비물 질들은 큰 반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양 유기물과 반 응하여 토양의 다양한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Jeon et al. (2017)은 강산·강염기 물질들이 토양과 반응하여 토양 양 이온교환능력 (CEC; Cation Exchange Capacity)을 변화시키 는 것과 더불어 토양 유기물을 용해시켜 토양 pH 완충 능 력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과산화수소 또한 앞선 강산·강염기 물질들처럼 토양으로 유입 시 토양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ifeld and Kögel-Knabner 2001). 토양 유기물이 토양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 자 중 하나이며, 토양 pH 완충 능력에 많은 기여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Curtin and Trolove 2013), 본 연구의 결과 는 사고대비물질들이 고농도·다량으로 노출되는 화학사 고가 직접적으로 토양 pH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토성을 바꿀 수 있으며, 토양의 pH 완 충 능력의 소실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토양의 pH와 pH 완충 능력, 토성 등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이 토양의 생 물학적·생화학적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Cai et al. 2017), 화학사고 후 영향 평가 및 복원 시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 변화를 고려한 평가 및 복원 방법이 필요하다.
2. 질산, 황산, 과산화수소, 암모니아수가 P. kimi 에 미치는 급성독성영향과 만성독성영향
급성독성평가 결과 질산, 황산, 암모니아수가 P. kimi의 사 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Fig. 2, Table 1과 같으며, 만성독성평 가 결과 시험물질들이 P. kimi의 사망률과 산란수에 미치는 영향은 Figs. 3, 4, Tables 1, 2와 같다. 급성독성평가 결과 성 충 P. kimi의 사망률은 질산과 황산 모두 5,00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서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 이를 보였으며 (p<0.05), 암모니아의 경우 5,00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서 모든 성충이 사망하였다 (Fig. 2). 이와 유사하게 만성독성평가에서도 성충 P. kimi의 사망 률은 질산과 황산 5,00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 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암모니아수는 2,50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 를 보였다 (p<0.05) (Fig. 3). 5,000 mg kg-1 soil dry wt.의 질 산, 황산, 암모니아 처리군에서의 유의한 독성 영향과 급격 한 토양 pH 변화를 고려할 때, 고농도의 질산, 황산, 암모니 아 처리군에서 P. kimi 성충 사망률의 증가는 토양 pH 변화 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토양 pH 변화와 톡토기의 사 망률의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Jaeger and Eisenbeis (1984)는 토양 pH가 낮아짐에 따라 ventral tube를 통한 톡토기의 수분 흡수량은 감소하여 탈수 및 사 망을 일으킨다고 보고하였다. P. kimi와 같은 Onychiuridae 과에 속하는 Onychiurus yaodai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토양 pH가 4 이하일 때, 톡토기 사망률의 급격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Ke et al. 2004). 비록 염기성 토양에서의 톡토기 사망률과 수분 흡수량 변화에 관한 연구는 없었지만, 이러 한 결과들은 화학사고에 의한 토양의 pH 변화가 톡토기의 체내 수분 조절 기작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 음을 의미한다.
만성독성평가 결과 28일 후 성충이 낳은 유충의 수는 질 산, 황산의 농도에 따라 시그모이드 (Sigmoid) 형태의 농도 의존적 감소추세를 보였으며, 각각 312.5, 5,00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p<0.05) (Fig. 3). 암모니아수 처리군에서는 25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서 유충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았 으며, 질산과 황산에 비해 높은 독성을 보였다 (Fig. 3). 이 와 같은 결과는 앞서 언급한 톡토기의 체내 수분 조절 기 작뿐만 아니라, 톡토기의 토양 pH 선호에 따른 결과로 보 인다. 토양 생물들은 토양의 pH에 대하여 서로 다른 수준 의 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토양 pH에 대한 다양한 선호를 가지고 있다 (van Straalen and Verhoef 1997;McCauley et al. 2009). 이와 같은 선호도는 토양 생물들의 서식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유충 생산에도 영향을 미 친다. 왜냐하면 생물들은 에너지를 산란과 생존 그리고 성 장에 이용하는데, 선호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생존을 위하 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Jönsson et al. 2009). Hutson (1978)은 F. candida의 산란수가 pH 5.2에서 가장 증가함을 관찰하였으며, Son et al. (2007)은 P. kimi의 성충 사망률이 세가지 토양 pH 조건 (4.5, 5.75, 7)에서 차 이가 없었지만, 유충 생산은 토양 pH가 5.75일 때 가장 많 아 약산성 (weakly acidic)의 토양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 하였다. P. kimi가 이와 같은 선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에, 본 실험에서 P. kimi의 유충 생산은 질산과 황산에 의한 토양 pH 감소보다 암모니아수에 의한 토양 pH 증가에 의 해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질산과 황산 처리군 간 토양 pH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 지만 (Fig. 1), 질산은 P. kimi의 사망률과 산란수 모두에 대 하여 더 높은 독성을 보였다 (Tables 1, 2). 이와 같은 결과는 질산과 황산에 의한 독성이 토양 pH와 더불어 생성된 질 산이온 및 황산이온과 관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토 양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질산이온이 황산이온보다 토양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능력에 더 높은 독성을 보였는데, 이는 황산이온이 질산이온보다 토양에 더 많이 흡착되어 토양 미생물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되었 다 (Lv et al. 2014;Liu et al. 2017). 비록 이온 간의 독성 영향 에 대해 명확히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본 연구의 결과는 사고대비물질들이 토양에 유입 시 생성된 물질들에 의해 독성에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산화수소에 대한 급성독성평가 결과 가장 높은 농도 인 10,000 mg kg-1 soil dry wt.까지 성충의 사망률은 대조군 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10% 이하였다 (Fig. 2). 과산화수소에 대한 만성독성평가 결과 LC50 값은 3,158 mg kg-1 soil dry wt.이었으며 (Table 1), 2,500 mg kg-1 soil dry wt. 이상의 농도에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Fig. 2). 28일 후 성충이 낳은 유충의 수는 과산화수소의 농도에 따 라 시그모이드 형태의 농도의존적 감소추세를 보였으며 (Fig. 3), EC50 값은 1,300 mg kg-1 soil dry wt.이었다 (Table 2). 과산화수소에 의한 토양 pH 변화와 과산화수소가 토양 내에서 빠르게 물과 산소로 분해되었음을 고려할 때 (Gil et al. 2011), 본 연구에서 사용된 강산·강염기 물질들과는 다르게 토양 pH 변화와 최종 반응 산물에 의한 독성은 없 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토양으로 유입된 과산화수소 는 분해 과정에서 중간산물로서 생물에 강한 독성을 나타 내는 수산화라디칼을 생성하며 (Nunoshiba et al. 1999;Chae et al. 2020), 이 때 생성되는 수산화라디칼의 양은 토양의 pH와 유기물 함량에 의해 결정된다 (Bissey et al. 2006). 본 연구에서 과산화수소의 독성은 과산화수소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수산화라디칼에 의하여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화 학사고에 의한 화학물질의 유출은 다양한 토양에서 발생 할 수 있으며, 토양에 따라 생성된 수산화 라디칼의 양과 이에 따른 독성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과산 화수소에 의한 화학사고 시 토양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고 대비물질의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요인 외에도 사고대비물질들에 의한 토양 의 물리적 특성 변화 또한 톡토기의 사망률과 산란수에 영 향을 미칠 수 있다. 비록 본 연구에서 사고대비물질들에 의 한 토양 내 유기물 변화를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과산화수 소 및 강산·강염기 물질들과 토양의 반응 특성을 고려할 때, 많은 양의 토양 유기물이 분해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Leifeld and Kögel-Knabner 2001;Jeon et al. 2017). Son et al. (2007)은 실험실 조건에서 유기물의 함량이 10%에서 감 소함에 따라 P. kimi의 28일 산란수가 감소함을 보였으며, Eaton et al. (2004)는 야외 조건에서도 유기물의 감소가 톡 토기 개체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임을 확인하였다. 사고 대비물질들에 의한 유기물 감소와 관련된 연구들을 고려 할 때, 본 연구에서도 P. kimi는 감소된 유기물 함량에 의해 서도 사망률과 산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 단된다.
적 요
본 연구의 목적은 질산, 황산, 암모니아수, 과산화수소에 대한 생태독성평가를 통해서 사고대비물질들에 대한 기초 독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향후 화학사고 발생시 환 경 피해에 관한 의사결정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있 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사고대비물질 중 토양의 물 리·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질산, 황산, 암모니아 수, 과산화수소를 대상으로 국내 토착 절지동물인 김어리 톡토기 (Paronychiurus kimi)를 이용한 생태독성평가를 수행 하였다. 7일간의 급성독성평가와 28일간의 만성독성평가 를 수행하였으며, 시험물질 농도에 따른 토양의 pH 변화를 관찰하였다. 토양의 pH는 질산, 황산, 과산화수소, 암모니 아수의 농도가 10,000 mg kg-1 soil dry wt.일 때, 각각 2.86, 2.72, 7.18, 9.69이었다. 질산, 황산, 과산화수소, 암모니아수 에 대한 만성독성평가 결과, LC50 값은 각각 2,703, 5,414, 3,158, 859 mg kg-1 soil dry wt.이었으며, P. kimi의 산란 수에 대한 EC50 값은 각각 587, 2,148, 1,300, 216 mg kg-1 soil dry wt.이었다. 비록 본 연구에서는 사고대비물질들의 유입에 따른 토양 pH의 변화만이 조사되었지만, 본 연구의 결과는 P. kimi가 사고대비물질에 의해 변화된 토양의 pH뿐만 아 니라 사고대비물질의 유입에 의해 감소된 유기물 함량과 생성된 반응 산물에 의해서도 사망률과 산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고대비물질들이 토 양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토양의 특성 변화와 이에 따른 생물 영향을 고려한 화학사고 후 평 가 및 복원 방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