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섭식은 야생동물에게 있어서 생존과 직결된 매우 중요 한 활동으로 (Skórka and Wójcik 2008;Berón et al. 2011) 적 합한 섭식지와 먹이원, 섭식 기술을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 으로 구성된다 (Wunderle 1991). 동종 내에서의 섭식 능력 은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연령에 따라 확 연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식 연령에 도달하 지 않은 어린 미성체 (Immature)는 성체 (Adult)에 비해 먹 이원을 부정확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Espin et al. 1983;Bertellotti and Yorio 2000), 먹이원을 다루는 능력 이 미숙하여 (Burger 1981;Greig-Smith 1985) 섭식하기까 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며 (Porter and Sealy 1982;Sutherland et al. 1986), 성체와의 경쟁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Slater 1983;Berón et al. 2011).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성체는 먹이원의 크기 (Sullivan 1988a;Gomez et al. 2009), 섭식지를 변경하는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성체의 섭식 전략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Burger and Gochfeld 1986). 성체와 함께 섭식할 경우 사회 적 촉진 효과 (social facilitation effect)에 의해 미성체의 섭 식 성공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사례도 상당수 보고되었다 (Burger 1980;Porter and Sealy 1982;Sullivan 1988b).
해양성 조류 (seabird)는 수명이 길고 (Holmes and Austad 1995), 집단 생활을 하며, 유소성 (site fidelity)이 있는 야생 조류에 해당한다 (Wooller et al. 1992). 특히, 해양성 조류는 번식 가능한 연령이 최소 3년 이상으로 다른 종과 비교하 여 다소 오래 걸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최적의 섭식 능력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관 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archetti and Price 1989). 이러한 이유로 해양성 조류는 야생동물의 연령별 섭식 능 력의 차이에 관한 연구 수행 시 주요 대상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Nisbet 2001).
해양성 조류 중 하나인 검은머리물떼새 (Haematopus ostralegus)는 해안과 인접한 사구와 간척지, 염습지를 비롯 한 암반으로 구성된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Gerasimov et al. 1999;Moores 2006), 갯벌 지역을 섭식지로 이용하는 종으 로서 (Hulscher 1996) 평균 수명 11~13년 (van de Pol et al. 2011), 야생에서 확인된 최대 수명은 43년 (Staav and Fransson 2006)으로 수명이 길며, 번식 가능한 연령 역시 평균 4~5년 정도로 늦은 편에 속한다. 국내에 서식하는 검은머 리물떼새는 전 세계에 분포하는 4아종 중 동아시아 아종 (H o. osculans)에 해당한다 (Gill and Donsker 2019). 이 아 종은 최근 가장 극심한 환경 변화를 보이는 황해 연안이 주요 서식지이며, 지구상에 약 11,000여 개체가 생존한 것 으로 추정되는 (Melville et al. 2014) 국제적 멸종위기종으 로 IUCN 적색목록집 (Red Li st)에 준위협종 (Near Threatened; NT)에 등록되어 있다 (BirdLife International 2017). 국내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by Wildlife Protection and Management Act)과 천연기념물 (by Cultural Heritage Protection Act), 보호대상 해양생물 (by Conservation and Management of Marine Ecosystems Act)로 지정 및 관리되고 있다. 이 아종이 큰 규모의 집단으로 월동과 번식을 하는 서식지는 국내의 유부도 일대가 유일하다. Melville et al. (2014)은 동아시아 아종 전체 개체군의 50% 이상이 유부도 일대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보고하였으며, Lee et al. (2018)은 번식기 유부도 일대에 약 300여 개체가 지속적으로 머물며 번식 및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유 부도 일대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는 주로 조수 경계 부 (tide water line)를 따라다니며 복족류 (gastropod)나 이 매패류 (bivalve)를 섭식하는데 (Lee et al. 2018), 번식기에 도 성체와 미성체가 혼재되어 섭식을 하는 모습이 자주 목 격된다 (Lee et al. pers. obs.). 본 연구는 번식기 유부도 일대 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 성체와 미성체의 섭식 능력 을 주요 먹이원별로 분석하여 비교함으로써 법정보호종 인 검은머리물떼새 개체군 및 서식지 보호 정책 마련을 위 한 기초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재료 및 방법
1. 연구 지역
유부도 (N 35°59ʹ35ʺ, E 126°36ʹ07ʺ)는 충남 서천군 장항 읍 송림리에 위치한 소규모의 유인도로서 국내에 도래하 는 이동성 물새류의 중요 서식지 (Kang et al. 2010)임을 인 정받아 2008년 습지보호지역, 2009년 람사르 습지, 2011년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상의 주요 협력지역 (EAAF Network Site 101)으로 지정되었다.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본섬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2 km 떨어진 3개의 무인도는 유 부도 일대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주요 번식지이며, 간조 시 넓은 갯벌이 드러나는 조간대 지역은 주요 섭식지 로 이용하고 있다 (Fig. 1).
2. 섭식 과정 녹화
2016년 검은머리물떼새의 번식기인 3월 말부터 6월 말 까지 유부도 주변 갯벌의 조수 경계부에서 섭식하는 개체 들을 임의로 선택하여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갯벌 지 역을 섭식지로 이용하는 조류들을 대상으로 한 섭식 연구 들은 본 연구처럼 개체표식 (banded)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이들을 식별하여 개체별로 섭식 정보를 확보하는 것 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Catry et al. 2014) 중복이 되더라도 임의로 선택한 개체들을 대상으로 개체군 수준에서의 경 향성 파악을 시도한 연구들이 보고된 상당수이다 (Altmann 1974;Goss-Custard and Durell 1983;Whitfield 1990;Martin et al. 1993;Berón et al. 2011). 이렇게 선택한 개체들을 망원 경 (Swarovski ATS 80 HD w/25-50×)과 스마트폰 (Samsung Galaxy Grand)을 조합한 디지스코핑 (digiscoping) 방식을 통해 개체당 약 3분 가량의 섭식 과정을 녹화하였으며, 이 때, 녹화된 영상에서 연령과 먹이원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야 하므로 해당 개체들을 녹화할 때 경계를 하지 않는 범 위 내에 최대한 근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Lee et al. 2018).
3. 영상 분석
녹화된 영상은 컴퓨터에서 미디어 플레이어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우선적으로 녹화된 영상 내 개체의 외형적 특 징으로 성체와 미성체로 구분하였다. 성체는 검은색과 흰 색의 깃, 선명한 붉은색 부리와 눈, 분홍색 다리를 지니고 있는 반면, 미성체는 검갈색의 깃, 적갈색의 눈, 부리 끝의 검은색, 어두운 분홍색의 다리를 지니고 있어 구분이 가능 하다 (Fig. 2). 이후 섭식과정 중에서 확인되는 먹이원의 패 각 또는 몸체의 모양을 통해 복족류와 이매패류로 분류하 였으며, 특히, 복족류는 모두 고둥류로서 검은머리물떼새 가 섭식 후 갯벌 표면에 남겨놓은 패각을 수거하여 동정한 결과 모두 서해비단고둥 (Umbonium thomasi)으로 종을 특 정할 수 있었다.
먹이원별 성체와 미성체의 섭식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해당 먹이원 한 종류만 섭식하는 (specialization) 영상만을 대상으로 단위 시간 (1분)당 해당 먹이원을 찾기 위한 걸 음수와 갯벌 표면에 부리를 접촉하는 먹이원 탐색시도횟 수, 섭식성공횟수를 산출하였다. 이 중 먹이원 탐색시도횟 수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주요 탐색방법인 단일탐침 (single peck), 중복탐침 (multiple peck), 찔러넣기 (boring)횟수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Hulscher 1982).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단일탐침은 갯벌 표면의 약 1~20 mm 깊이를 빠른 속도로 1회 찌르는 행동이며, 중복탐침은 갯벌 표면을 다양한 깊 이로 초당 3회에서 7회에 걸쳐 넓은 면적을 찌르는 행동으 로 머리를 들어 정지하는 순간까지를 중복탐침 1회로 간 주하였다. 찔러넣기는 갯벌 표면 내부로 1회 깊숙히 넣었 다 빼는 행동으로 부리가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성체와 미성체가 해당 먹이원 섭식을 위해 사용하는 탐색방법의 구성 차이를 비교하고자 단일탐침, 중복탐침, 찔러넣기횟 수는 비율 (%)로 변환하였다. 추가적으로 먹이원을 포획한 순간부터 섭식이 완료되는 순간까지의 조작시간 (handling time)과 조작시간 내 일종의 경계 (vigilance) 행동으로서 갯 벌 표면과 수평 방향을 유지하는 머리 들어올리기 (headup) 횟수를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Boates and Goss-Custard 1992). 이때 머리 들어올리기는 확실한 수치 상의 비교를 위해 단위 시간 (1분)당 횟수로 변환하였다.
4. 통계 분석
산출된 결과는 평균과 표준오차 (SE; Standard Error)로 표현하였으며, 유의성 검증을 위한 통계 유형은 Shapiro- Wilk test를 통한 정규성 검정으로 결정하였다. 각각의 결 과에 대해 성체와 미성체의 유의확률 모두 0.05 이상일 경 우 모수 통계인 T-test, 하나라도 0.05 미만일 경우 비모수 통계인 Mann-Whitney U test를 이용하였다. 단, 성체와 미 성체 각각의 표본수가 10 미만일 경우 Shapiro-Wilk test 정 규성 검정 결과에 관계없이 Mann-Whitney U test를 이용 하였다. 모든 통계는 SPSS (ver.18.0)를 통해 수행하였으며, p<0.05일 때에 한하여 통계적 유의성을 적용하였다. Fig. 3
결 과
서해비단고둥을 섭w식하는 경우 단위 시간당 걸음수는 성체 (n=29) 68.23±5.01회 분-1, 미성체 (n=11) 79.96± 4.26회 분-1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Ttest: F1,38=0.794, NS, Fig. 4), 먹이원 탐색시도횟수는 성체 20.35±0.96회 분-1, 미성체 21.78±1.44회 분-1으로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F1,38=0.081, NS). 그러 나 탐색방법의 구성 비율에서 단일탐침은 성체 97.41± 1.03%, 미성체 90.72±4.24%로 성체가 더 많은 비율을 이 용한 반면 (Mann-Whitney U test, U=76.5, p<0.05), 중복 탐침은 성체 2.41±1.04%, 미성체 8.33±4.26% (U=75.5, p<0.05), 찔러넣기는 성체 3.34±0.29%, 미성체 0.18± 0.13% (U=112.5, p<0.05)로 미성체가 더 많은 비율을 이 용하였다 (U=75.5, p<0.05, Table 1). 섭식성공횟수는 성 체 3.34±0.29회 분-1, 미성체 2.64±0.49회 분-1으로 통계 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T-test: F1,38=0.001, NS, Fig. 4),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하기까지의 조작시간은 성체 (n=337) 2.84±0.08초, 미성체 (n=111) 2.88±0.19초로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Mann-Whitney U test, U=18,347.5, NS). 조작시간 내 머리 들어올리기는 성 체와 미성체 모두에게서 탐지되지 않았다.
한편, 주요 먹이원이 이매패류일 때 단위 시간당 걸음 수는 성체 (n=9) 23.08±6.60회 분-1, 미성체 (n=6) 26.01 ±9.39회 분-1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Mann-Whitney U test, U=19.0, NS, Fig. 4), 먹이원 탐색시 도횟수는 성체 6.81±0.91회 분-1, 미성체 11.51±1.79회 분-1으로 미성체가 더 많은 탐색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 다 (U=7.0, p<0.05). 단일탐침은 성체 29.33±10.18%, 미 성체 25.19±13.17% (U=20.0, NS), 중복탐침은 성체 66.80 ±10.02%, 미성체 65.85±14.95% (U=22.0, NS), 찔러넣기 는 성체 3.86±3.39%, 미성체 8.96±2.61% (U=9.5, NS)로 통계적으로 탐색방법의 구성 비율 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Table 1). 섭식성공횟수는 성체 0.97 ±0.14회 분-1, 미성체 0.66±0.13회 분-1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U=13.5, NS, Fig. 4), 섭식에 소요 된 조작시간은 성체 (n=24) 35.92±0.08초, 미성체 (n=12) 45.05±6.76초로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 으로 도출되었다 (U=100.0, NS).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할 때와 달리 이매패류를 섭식하는 경우 머리 들어올리기 행 동이 탐지되었으며, 성체가 5.53±0.62회 분-1이었던 것에 반해 미성체는 11.57±1.74회 분-1으로 미성체가 머리 들어 올리기 행동을 훨씬 빈번하게 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U= 50.5, p<0.05).
고 찰
유부도 일대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의 번식기 주요 먹이원인 서해비단고둥과 이매패류의 섭식 영상을 통해 성체와 미성체의 섭식 능력을 비교하였다.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할 때 단위 시간당 걸음수 및 먹이원 탐색시도횟수, 섭 식성공횟수, 조작시간에서 성체와 미성체 간 유의한 차이 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탐색방법을 살펴보면 단일탐 침은 성체가, 중복탐침과 찔러넣기는 미성체가 더 높은 비 율로 이용하였다. 해양성 조류의 일종인 섭금류 (shorebird) 는 복족류를 손쉽게 섭식할 수 있는 먹이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Dierschke et al. (1999)의 연구에 따르면 번식 지로 이동 (migration)하는 민물도요 (Calidris alpina) 개체 군은 기착지 (stopover site)인 발트 해 (Baltic Sea) 남쪽 지 역에 도착하였을 때 1년생 미성체는 성체와 달리 복족류 인 hydrobia ventrosa를 주로 섭식하는데, 이는 다른 먹이원 에 비해 단순한 기술로도 섭식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고 하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섭금류는 강력한 근위 (gizzard) 를 보유하고 있어 패각을 지닌 복족류나 소형 이매패류를 통째로 섭식하므로 (Piersma et al. 1993) 특별한 기술이 필 요 없다. 이와는 달리 검은머리물떼새는 패각 내부에 위치 하는 조직 (flesh)들을 꺼내 섭식하는 유일한 섭금류이다 (Hulscher 1996). 이러한 섭식행동은 검은머리물떼새가 가 장 선호하는 먹이원인 이매패류 (De vlas et al. 1996;Hulscher 1996;Schwemmer et al. 2011)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할 때 역시 이동 또는 섭식을 위해 내 놓은 복족 (foot)을 부리로 잡아 강한 반동을 이용하여 패 각과 조직을 분리한 후 섭식한다 (Fig. 3). 따라서 검은머리 물떼새가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하기 위해서는 복족을 정확 하게 잡는 능력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중복탐침과 찔러넣 기는 단일탐침과 비교하여 갯벌 내부로 삽입하는 부리의 깊이가 깊고, 여러 번 움직임으로 인해 에너지가 많이 소 모된다 (Hulscher 1982;Boates and Goss-Custard 1992). 결 국 미성체의 중복탐침과 찔러넣기의 비율이 높았던 것은 성체에 비해 서해비단고둥 복족의 위치를 정확하게 탐지 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기인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매패류를 섭식하는 경우 단위 시간당 걸음수 및 섭식 성공횟수, 조작시간은 성체와 미성체가 유의한 차이를 나 타내지 않았으나, 탐색시도횟수는 미성체가 성체에 비해 빈번하게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탐색시도횟 수를 구성하는 탐색방법의 비율 면에서 유의한 차이는 없 었다. 미성체의 탐색시도횟수가 성체보다 많았던 것은 서 해비단고둥의 경우와 유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검은머리 물떼새는 이매패류가 이동 또는 섭식을 위해 패각의 틈 (cleft)을 벌리고 내놓은 출수관 (siphon)을 정확히 인지한 후 그 부분을 부리로 찌르는 (stabbing) 방법을 이용하는데 (Hulschur 1982), 그런 능력이 부족한 경우 탐색시도횟수 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할 때 확인되지 않았던 머리 들어올리기는 이매패류 를 섭식할 때 성체와 미성체 모두 관찰되었다. 서해비단고 둥에 비해 이매패류는 조작시간이 훨씬 긴 먹이원이므로 섭식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행해진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섭식 시 머리 들어올리기는 여러 연구를 통해 포식자를 경 계하기 위한 일종의 반포식 (antipredation) 행동으로 알려 져 있으며 (Loughry 1992;Gochfeld and Burger 1994;Arenz and Leger 1997), 대부분 성체가 미성체에 비해 훨씬 빈번 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Arenz and Leger 2000;Boukhriss et al. 2006;Avilés and Bednekoff 2007). 이에 대해 Arenz and Leger (2000)는 세 가지 가설을 제시 하였다. i) 미성체는 섭식 능력이 부족하여 이를 향상시키 기 위한 학습에 집중하느라 경계 행동이 적다. ii) 성체에 비해 미성체의 체형 (body size)이 작으므로 성체에 비해 포 식자의 눈에 띌 가능성이 적어 성체만큼 경계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iii) 미성체는 성장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 어 성체에 비해 생존에 취약한 상태이므로 경계를 포기함 으로써 섭식을 통한 에너지 획득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 러나 본 연구에서는 미성체의 머리 들어올리기가 성체보 다 훨씬 빈번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전술한 세 가지 가설 외에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Cayford (1988)는 검은머리물떼새가 머리 들어올리기를 하는 이유 는 포식자가 아닌 동종의 다른 개체들을 경계하기 위한 행 동으로 기록하였다. Ens and Cayford (1996)는 검은머리물 떼새의 우세한 개체들이 열세인 개체들의 먹이를 빼앗는 행동 (kleptoparasitism)을 빈번하게 하는 것으로 보고하였 으며, 실제로 검은머리물떼새가 먹이를 다른 개체에게 빼 앗기는 비율이 성체에 비해 미성체가 훨씬 높았다는 Goss- Custard et al. (1998)의 연구는 연령이 어릴수록 열세에 놓 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게다가 Kersten and Brenninkmeijer (1995)는 검은머리물떼새 미성체가 성체 수준의 섭식 능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성체의 우세함 (dominance)을 극복하기 어려운 존재로 언급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번식기 유부도 일대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 떼새 미성체는 성체에 비해 열세일 확률이 높고, 먹이원의 정확한 위치를 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지만, 전반적인 섭 식 능력은 성체와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검은머리물떼 새 미성체의 섭식 능력은 언제 성체 수준으로 도달할까? Goss-Custard and Durell (1987)은 당해 연도에 태어난 검 은머리물떼새 미성체들이 월동지인 엑스 강 (River Exe) 하 구 지역으로 이동한 직후인 8월에 그들의 섭식 능력이 성 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4%에 불과하였으나, 월동 기간이 완료되는 이듬 해 2월에는 성체와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대해 Goss-Custard and Durell은 월동기간 동안 이매패류인 Mytilus edulis를 지 속적으로 섭식하는 것을 섭식 능력 향상의 직접적인 원인 으로 제안하였다. 이매패류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섭식하는 먹이원 중 생체량이 높아 에너지 측면에서 분명 효율적이 지만 (Rodrigues et al. 2006), 조작이 서툴 경우 섭식 과정 중 부리가 파손될 위험성이 있어 조수 경계부에서 가장 고도 의 기술이 필요한 먹이원이다 (Goss-Custard et al. 1996). 실 제로 유부도 일대에서 월동하는 검은머리물떼새 개체군들 이 이매패류를 섭식하는 것은 빈번하게 관찰된다 (Lee et al. pers. obs., Fig. 5.)
한편, 유부도 일대와 신안 일대에서 태어난 개체들에게 가락지를 부착하여 분포 경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유부도 일대에서 태어난 개체들은 연중 내내 지속적으로 유부도 일대에서 관찰되는 텃새 (sedentary) 형태를 보이나, 신안 일대에서 태어난 개체들은 유부도 일대에서 월동기간을 보낸 후 태어난 지역 (natal site)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을 보 였다 (Joo et al. 2018). 이를 토대로 번식기 유부도 일대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미성체들이 모두 유부도 일대에 서 태어난 개체들이라면, Goss-Custard and Durell (1987) 이 제안한 것보다 훨씬 단기간에 이미 성체 수준의 섭식 능력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를 통해 서해비단고둥과 이매패류를 먹이원으로 이용하는 각각의 비율이 성체와 미성체 간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상당수의 조류 종들에게서 섭 식 능력이 부족한 미성체는 조작시간을 줄임으로써 소비 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Nam and Kim 2017), 경쟁을 피 하기 위해 (Boates and Goss-Custard 1989) 성체의 먹이원 보다 크기가 작은 먹이원을 선택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 다 (Wunderle 1991). 그러나 이러한 연령별 먹이원 선택의 차이 현상은 지속기간이 짧으며 (Bryan and Larkin 1972), 특히, 미성체가 성체 수준의 섭식 능력에 도달하였을 경우 먹이원 종 구성의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Richardson and Verbeek 1987) 번식기 유부도 일대에 서식하는 검은머 리물떼새 성체와 미성체의 먹이원 이용 경향성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번식이 가능한 연령에 도달하는데 수 년이 걸리며, 개체 간 형태적 변이로 인해 외형 상으로는 정확한 연령을 알기 어렵다. 검은머리물떼새 개체군의 연 령별 섭식 능력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유부도 일대를 비롯 한 전국의 검은머리물떼새 번식지에서 태어난 개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가락지 부착을 추진하되 유부도 일대 를 대규모로 이용하는 가을철과 겨울철 개체 수준 (individuals) 의 섭식 능력 비교에 관한 연구가 추가로 수행되어야 한다.
적 요
번식기 유부도 일대의 조수 경계부에서는 검은머리물떼 새 (Haematopus ostralegus osculans) 성체와 미성체가 한데 모 여 복족류 (서해비단고둥, Umbonium thomasi)와 이매패류 를 섭식하는 것이 관찰된다. 본 연구는 성체와 미성체 간의 섭식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해당 먹이원을 섭 식하는 개체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녹화한 후 성체와 미성 체로 구분하여 단위 시간당 걸음수, 먹이원 탐색시도횟수 및 탐색방법 구성비율, 섭식성공횟수, 조작시간, 머리 들어 올리기횟수를 비교하였다. 서해비단고둥을 섭식할 때 먹이 원 탐색방법의 구성 비율, 이매패류를 섭식할 때 먹이원 탐 색시도횟수와 머리 들어올리기횟수에서 유의한 차이를 나 타냈으나, 단위 시간당 걸음수, 탐색시도횟수, 섭식성공횟수 는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번식기 유부도 일대에 서식 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미성체가 성체에 비해 비록 열세이고, 먹이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전반적인 섭 식 능력은 성체와 유사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월동기간 동 안 고도의 섭식 능력을 갖추어야 섭식이 가능한 이매패류 를 지속적으로 섭식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