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우리나라에서 무 (Raphanus sativus)는 배추, 마늘 등과 더 불어 중요한 5대 채소작물 중 하나이며, 재배면적은 23,406 ha, 총생산액은 5,625억원에 달한다 (MAFRA 2019). 특히, 강원지역의 무 재배면적은 3,598 ha로 국내 총 재배면적의 15% 정도이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여름무의 대부분이 강원 도 고랭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MAFRA 2019). 강원지역에 서 무는 수십 년간 연작을 하고 있어 시들음병 (wilt disease), 뿌리혹병 (clubroot), 무름병 (bacterial soft rot) 등 토양병에 의한 품질 저하, 수량 감소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받 고 있다 (Moon et al. 2001;Jo et al. 2011;Lee et al. 2018). 이 중 시들음병은 무 연작지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토양병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Fusarium oxysporum f. sp. raphani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e et al. 2010). 시들음 병에 감염된 무의 잎은 아래쪽 잎부터 노랗게 변하고 뿌리 를 절단하였을 때 도관부가 암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 타난다 (Toit and Pelter 2003;Lee et al. 2017).
최근에는 강원도 삼척, 태백, 정선의 고랭지배추, 무 등 채소작물 재배지에 사탕무씨스트선충 (Heterodera schachtii) 과 클로버씨스트선충 (Heterodera trifolii)이 발생하여 생 육 저조, 결구 불량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Mwamula et al. 2018). 이러한 식물기생선충은 뿌리에 침 입할 때 상처를 유발하여 토양전염성 병원균들의 침입하 기 쉽게 돕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Jorgenson 1970;Evans and Haydock 2012;Meena et al. 2016). 강원도 고랭지 무의 주산지 중 한 곳인 정선의 고랭지배추 재배지에는 클 로버씨스트선충이 우점하고 있으며 (Kwon et al. 2018), 클 로버씨스트선충이 감염된 포장에서 무를 재배하는 경우 시들음병균과 함께 복합감염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들음병균과 클로버씨스트 선충의 복합감염에 따른 무의 피해 정도에 대한 연구가 수 행된 바 없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강원도 고랭지배추 재배지에서 문제 되고 있는 클로버씨스트선충이 무시들음병의 발병에 미치 는 영향을 구명함으로써 무시들음병의 피해 예방을 위한 관리전략 수립에 활용하고자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시험작물
시판 무 품종인 관동여름무 종자를 원예용 상토 300 mL 이 들어있는 직경 9 cm의 플라스틱 포트에 파종하고, 식물 생장상 (VS-1203PF-HL; Vision scientific, Suwon, Korea)에 넣어 25°C 정온, 광주기 16 : 8 (낮 : 밤)의 조건에서 2주 동 안 배양하였다. 무 생장을 위해 매일 1~2회 필요에 따라 수 돗물을 관주하였다.
2. 선충 접종원
무를 기주로 하는 사탕무씨스트선충과 클로버씨스트 선충 가운데 현재 강원지역 우점종인 클로버씨스트선충 (Heterodera trifolii)을 이용하였다 (Kwon et al. 2018). 클로 버씨스트선충 표준종의 감염 토양 300 cm3를 약 4 L의 수 돗물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물통에 넣어 토양 현탁액을 조 제한 다음 이를 20 mesh와 60 mesh 체에 순서대로 걸렀다 (Barker 1985). 60 mesh 체 위에 남은 찌꺼기를 격자가 있는 squared petridish로 옮겨 실체현미경 (MZ12; Leica, Wetzlar, Germany) 아래서 갈색의 씨스트 (cyst)만 micro-sieve에 골 라 담았다. 씨스트를 5 mL tube에 옮긴 다음 homogenizer 를 이용하여 씨스트 껍질을 터뜨려 알 현탁액을 조제하였 다. 알 현탁액을 50 mL conical tube에 옮겨 담고 실체현미 경 아래서 알 수를 계수한 다음 알 현탁액 1 mL당 알 3,000 개의 밀도가 되도록 수돗물을 첨가하였다.
3. 무시들음병균 접종원
무시들음병균 (Fusarium oxysporum f. sp. raphani)은 국립 농업과학원에서 보관 중인 SKH18092 균주를 사용하였다. 무시들음병균이 접종된 PDA 배지를 25°C 배양기에 넣고 2주 동안 배양하였다. PDA 배지 위에 살균증류수를 약 10 mL 붓고 멸균된 스크래퍼를 이용하여 분생포자를 긁어 포 자 현탁액을 조제하였다. 포자 현탁액을 hemocytometer 에 넣고 실체현미경 아래서 포자 수를 확인하였고, 무시들 음병의 발병도 (disease severity)가 높았던 1 mL당 포자 수 103개의 농도로 조정하기 위해 살균증류수를 첨가하였다 (Supplementary Table 1).
4. 클로버씨스트선충과 무시들음병균 접종 및 배양
클로버씨스트선충 유무에 따른 무시들음병의 발병 정도 를 비교하기 위해 무시들음병균 접종 전 클로버씨스트선 충을 먼저 접종하여 선충에 의한 상처를 유도하였다. 무시 들음병균 포자 현탁액의 접종은 무 생육에 영향이 없었던 관주 처리 방법을 이용하였다 (Supplementary Fig. 1). 2020 년 7월 7일, 선충 단독처리구 (n =10), 선충과 시들음병균 복합감염 처리구 (n =10)에 클로버씨스트선충 알을 각각 1 mL (알 3,000개)씩 접종하였다. 선충 접종 10일 후 각 처 리별로 무시들음병균 포자 현탁액을 각각 40 mL씩 (포자 4×104개) 관주하였다. 선충 및 시들음병균 접종에 따른 무 의 생육과 발병도 비교를 위해 무처리구 (n=10)도 함께 배 치하였다. 선충과 시들음병균을 접종한 포트는 선충 증식 률과 발병도가 가장 높았던 25°C 배양기에 넣어 7주간 배 양하였다 (Supplementary Table 1).
5. 무 생육 비교 및 발병도 평가
클로버씨스트선충과 무시들음병균 접종에 따른 무의 생 육 비교는 초장 (plant length)을 이용하였다. 각 처리구별 로 수확한 무 뿌리를 수돗물로 깨끗이 씻어 검은색 천에 처 리구별로 눕혀 가지런히 배열한 다음 줄자를 이용하여 무 지상부 초장을 측정하였다. 무시들음병의 발병도 (disease severity)는 무의 생육 상태를 육안으로 관찰하며 본 연구 에서 임의로 정한 발병도 평가 기준을 근거로 평가하였고 (Fig. 1), 발병률 (disease incidence)은 지제부 줄기와 지하 부 뿌리를 둘로 쪼개어 뿌리와 줄기 종단면에 형성된 시들 음병 병징 유무를 통해 평가하였다.
6. 데이터 분석
무시들음병균이나 클로버씨스트선충을 접종하기도 전 에 생육이 불량하여 죽은 포기는 이상값으로 판단하여 데 이터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클로버씨스트선충과 무시들음 병균 접종에 따른 무의 초장 비교를 위한 통계 분석은 R 통 계 패키지 (https://www.r-project.org)를 이용하여 일원배 치 분산분석 (one-way ANOVA)을 수행하였고, 사후검정은 Duncan’s multiple range test (p<0.05)를 이용하였다. 모든 데이터는 평균과 표준편차로 나타냈다.
결과 및 고찰
1. 클로버씨스트선충 복합감염에 따른 무시들음병 발병 정도 비교
클로버씨스트선충과 무시들음병균의 단독처리 또는 복 합처리에 따른 관동여름무의 생육과 발병 정도를 비교한 결과는 Table 1과 같다. 무시들음병균을 단독으로 처리한 경우 관동여름무의 초장이 무처리보다 짧은 경향을 보였 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클 로버씨스트선충을 단독으로 처리한 경우에도 관동여름무 의 평균 초장이 무처리보다는 짧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 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클로버씨스트선충과 무 시들음병균이 순차적으로 복합처리된 관동여름무의 초장 은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경향을 보였으며, 무처리나 클로 버씨스트선충 단독처리와 비교 시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 한 차이를 보였다. 발병도는 무시들음병균이나 클로버씨 스트선충을 단독처리한 시험구보다 복합처리한 시험구에 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df=3, F=10.17, p<0.001) (Table 1, Fig. 2). 발병률은 무시들음병균과 클로 버씨스트선충 복합처리, 무시들음병균 단독처리 시 각각 80%, 44%로 나타났으며, 클로버씨스트선충 복합처리 시 발병률이 약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기생선충과 토양전염성 병원균과의 상호작용에 대 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수행되어 왔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식물기생선충 중 하나인 고구마뿌리혹선충 (Meloidogyne incognita)은 토마토에서 F. oxysporum과 복합감염 시 총 생체량을 약 54%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Maqsood et al. 2020), 카네이션, 거베라와 같은 화훼류에서는 F. oxysporum 발병률을 증가시켜 수확량과 주당 꽃수를 감소 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Meena et al. 2015;Meena et al. 2016).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도 딸기뿌리썩이선충 (Pratylenchus penetrans)이 F. oxysporum과 복합감염 시 감 자의 수확량을 1.2~2.0배 감소시키기도 했다 (Upadhaya et al. 2020). Heterodera속 씨스트선충과 Fusarium속 병원 균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오래전부터 다양한 작 물을 대상으로 수행되어 왔다. Sikora (1977)는 토끼풀의 일종인 Trifolium subterraneum을 대상으로 클로버씨스트 선충 피해를 연구하던 중 병든 식물체에서 F. oxysporum 과 F. avenaceum이 함께 분리됨에 따라 선충과 병원균 간 의 상호작용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Nordmeyer and Sikora (1983)는 T. subterraneum에서 F. oxysporum, F. avenaceum에 의한 시들음병균은 클로버씨스트선충과 근 연종인 H. daverti와 서로 상호작용하며, 선충과 병원균 복 합감염 시에만 포장에서 나타나는 병징이 관찰된다고 하 였다. 사탕무에서는 F. oxysporum이 단독감염되었을 때보 다 사탕무씨스트선충과 복합감염되었을 때 사탕무의 생 체중과 건조중이 더 크게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Jorgenson 1970). 콩에서는 콩씨스트선충 (H. glycines)이 F. virguliforme에 의한 sudden death syndrome 피해를 가중 시키는 것으로 보고하기도 했다 (Xing and Westphal 2013). 그러나, 국내 고랭지무에 시들음병을 일으키고 있는 F. oxysporum f. sp. raphani와 클로버씨스트선충과의 상호작용 에 대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 다. 본 연구에서 무시들음병균이 클로버씨스트선충과 복합 감염되었을 때 무의 시들음병 발병도와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클로버씨스트선충에 의해 생긴 무 뿌리의 상처가 무시들음병균의 침입이 용이하도록 통로를 제공하여 나타난 결과로 생각된다. 향후에는 무시들음병균 침입과 클로버씨스트선충 상처와의 연관성에 관한 조직병 리학적 관점의 추가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 단된다. 또한, 고랭지배추 재배지에 다수 발생하고 있는 사 탕무씨스트선충과 무시들음병 발병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수행된다면 고랭지무 재배지의 시들음병 방제를 위한 효율적인 방제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 인다.
적 요
무는 중요한 채소작물 중 하나이며 강원도 고랭지에서 는 시들음병 Fusarium oxysporum f. sp. raphani에 의해 지속 적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정선군의 고 랭지에서 배추과 작물을 기주로 하는 클로버씨스트선충 (Heterodera trifolii)이 발생하여 무 생산에도 위협을 가하 고 있다. 이 선충은 무에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균과 복합감염에 의한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 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무시들음병균 의 발병에 있어 클로버씨스트선충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 보고자 하였다. 무시들음병균과 클로버씨스트선충을 복합 감염시킨 처리구의 식물 초장은 무시들음병균을 단독감염 시킨 처리구의 식물 초장보다 더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 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반면, 무시들음병균과 클로버씨 스트선충을 복합감염시킨 처리구의 발병도 (1.60±0.97)는 무시들음병균을 단독감염시킨 처리구 (0.20±0.42)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률도 무시들음병균과 클로버씨 스트선충 복합처리구 (80%)가 무시들음병균 단독처리구 (44%)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 에 따라 강원도 고랭지에서 무시들음병의 방제전략 수립 시에는 클로버씨스트선충의 방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 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