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는 세계자연보호연맹 (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외래 악성 침입종으로써 (Lowe et al. 2000), 2017년 9월 부산 감만부두에서 국내 최 초로 검출된 이후 수입컨테이너 적치장 조사와 수입화물 검역에서 주기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APQA 2022). 국경지 역의 외래생물 유입방지를 통해 우리나라 생물안보의 중 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외래 개미류의 유입가능성이 높은 공항만구역 및 내륙컨테이너 기지 등 광활한 장소를 주기적으로 예찰하기 위해 주로 함 정트랩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용 중인 함정트랩 은 개미가 들어갔다 쉽게 빠져나올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수입항의 컨테이너 야드와 같은 트랩을 박아 넣을 토양이 없는 단단한 바닥환경에서는 함정트랩을 설치하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트랩에 들어간 개미가 다시금 빠져나오기 어려운 다단협관을 이용함과 아울러, 콘크리트 같은 단단한 바닥에도 쉽게 자립하여 개미류 포 획이 가능한 트랩을 개발하였다. 개발한 트랩의 성능시험 을 위해 기존의 함정트랩과 개미류 포집 성능을 비교시험 하였다.
본 연구를 토대로, 개미류의 트랩 유인율을 높이고, 탈출 률을 낮추며, 무엇보다도 기존 트랩의 설치가 어려운 지역 에도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트랩의 개발 및 지속적 보완을 통해, 외래개미류의 국내 침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를 기대한다.
재료 및 방법
1. 현재 운용 중인 트랩의 현황 및 문제점
외래개미류의 유입가능성이 높은 공항만, 내륙컨테이 너 기지 등 광할한 장소를 주기적으로 예찰하기 위해 함 정형 트랩이 주로 사용되며 (Woodcock 2005;Stringer et al. 2011), 현장 여건에 따라 끈끈이형 트랩과 접시형 트랩이 사용되기도 한다 (Table 1).
끈끈이형 트랩은 매우 가볍고 손쉽게 설치 가능하지만, 개미류 포획을 위한 케이스 내부의 끈끈이판 점성이 야외 에서의 먼지 등에 의해 단시간 내에 약해져 개미류의 포획 성능이 부족하다. 따라서 끈끈이형 트랩은 하루 이상 운용 하기가 어려우며, 효과적인 예찰을 위해 자주 교체해야 한 다는 단점이 있다. 접시형 트랩 역시 가볍고 쉽게 설치 가 능하지만, 망사로 만들어진 상단부의 개미 출입부가 약해 서 먹이에 유인돼 트랩 내부로 들어온 개미가 쉽게 탈출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개미류 예찰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함정형 트랩은 입구 공의 지름이 3 mm로 트랩 내부에 들어간 개미가 하단부의 보존액에 빠지지 않으면 탈출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트 랩 하단부가 원뿔형태여서 자체 직립이 불가능하여 이를 고정하기 위한 지지대 결박이나 일정 깊이의 매립이 요구 된다. 그러나 주요 예찰 대상지인 항만 및 컨테이너 적치장 은 콘크리트 또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 지지핀의 설 치 또는 매립구 천공이 어려우며, 특히 대형트럭 운행이 빈 번한 곳에 트랩 지지핀의 설치는 타이어 파손 유발 등 작업 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설치하기가 곤란하다.
2. 신형 트랩의 형태
신형 트랩은 지름 120 mm, 높이 54 mm의 원통형 몸체에 개미가 트랩 본체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다단 유도협관이 부착되어 있다 (Fig. 1). 각 유도관은, 트랩 외부 의 개미출입공 직경은 5 mm이고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져 최종 직경은 1.4 mm로 작아짐으로써, 트랩 내부로 들어온 개미가 다시 유도관을 통해 탈출하기 어렵게 설계 되었다. 기존에 운용 중인 함정트랩의 입구공은 3 mm로 지 나치게 크기 때문에 개미류 외에 쥐며느리, 소형 딱정벌레 류, 달팽이, 지렁이 등 목표 외 생물들이 많이 포획되곤 했 다. 신형 트랩의 다단협관의 직경 1.4 mm는 개미류가 통과 하기에는 충분한 크기이며 타겟 외 생물들은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크기이다.
바닥과 닿는 부분에서 유도관이 있는 높이까지는 개미 류가 쉽게 벽면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가장 흔하게 사용 되는 120방 종이 사포를 덧붙였다. 트랩 내부의 가운데에 는 유도된 개미가 쉽게 탈출하지 못하도록 액상의 엿을 도 포하고, 그 위에 감자칩이나 햄과 같은 미끼를 둘 수 있게 되어 있다. 트랩의 옆면과 상단부에는 망사를 덧댄 유인제 배출구와 환기공을 마련하여 트랩 내부 미끼의 냄새 또는 포획된 개미가 방출하는 화학물질 등이 트랩 외부로 원활 히 확산될 수 있게 하였다. 원통형 몸체는 상부를 쉽게 분 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포획된 개미의 수집 및 미끼 교환을 용이하게 하였다 (Fig. 2). 본 트랩은 단단한 바닥 환 경의 예찰 장소에서 손쉽게 설치 및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 에서 기존 트랩들이 갖는 한계를 대부분 해결하였다.
결과 및 고찰
기존의 함정형 트랩 대비 신형 트랩의 개미류 포획 성능 을 확인하기 위해 2021년 7월 5일에 인천북항 A항만운영 사 내의 외곽경계부에 10 m 간격으로 기존 트랩과 신형 트 랩을 각각 4개씩 번갈아 설치하였다. 설치장소는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여 개미류의 밀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었다. 함정트랩에 살충 및 보존제로써 액상엿을 10 mL 넣었고 미끼로는 햄을 사용하였다. 신형 트랩 역시 내 부 바닥면에 액상엿을 도포한 뒤 가운데 미끼통 안에 햄을 올려두었다. 두 종류의 트랩을 2주간 운용한 후 회수하여 실험실 내 해부현미경하에서 포획된 개체수를 확인하였다. 신형 트랩에 포획된 개미의 평균 개체수는 1,199마리, 표 본표준편차는 387마리였으며, 함정트랩에 포획된 개미의 평균과 표본표준편차는 각각 256마리, 328마리였다 (Table 2). 트랩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R (version 4.1.2)을 이용 하여 Wilcoxon rank sum test를 수행하였는데 (Bridge and Sawilowsky 1999), 두 트랩 종류별 포획된 개미수에 있어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W=16, p=0.02857).
신형 트랩에 있어 액상엿은 살충 및 보존제의 역할 외에 도 개미류를 유인하는 미끼의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미끼 종류에 따른 포획성능 차이를 비교하였다. 대조군은 신형 트랩 내부 바닥면에 아무것도 도포하지 않 고 오직 미끼통에 햄만 두었으며, 처리군은 트랩 내부 바닥 면에 액상엿을 도포한 뒤 미끼통에 햄을 두었다. 2022년 8 월 11일 오후 1시에 대조군과 처리군 각각 4개씩의 트랩을 의왕내륙컨테이너 기지 내 수목 식재부에 10 m 간격으로 번갈아 설치하였으며 24시간 동안 운용한 뒤 회수하여 실 험실에서 포획된 개미류 수를 세었다. 포획된 개미는 모두 주름개미 (Tetramorium tsushimae)만 잡혔으며, 미끼로 햄만 사용했던 대조군의 평균 포획 개미수와 표본표준편차는 각각 414마리, 402마리였고, 미끼로 햄과 액상엿을 모두 사 용했던 처리군의 평균 포획 개미수와 표본표준편차는 각 각 1,572마리, 536마리였다 (Table 3). 트랩의 수가 너무 적 기 때문에 R (version 4.1.2)을 이용하여 Wilcoxon rank sum test를 수행한 결과, 신형 트랩에서 미끼 종류별 포획된 개 미수는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W=0, p=0.02857). 미끼 와 관련하여, 향후 다양한 조합에 대한 포획성능 시험을 추 가하고자 한다.
기존에 사용되던 개미류 예찰용 트랩은 트랩에 들어왔 던 개미류가 다시 탈출해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형 트랩의 개발에 있어 포획된 개미의 탈출 방지는 매우 중요 한 사항이었다. 신형 트랩에서 개미류의 탈출률 시험을 위 해 살아있는 주름개미 (T. tshushimae) 100마리를 트랩 내에 집어넣은 후 1, 2, 4, 24, 48시간 후의 탈출 개미수를 세었다. 이때 트랩 내부 중앙에 액상엿을 도포한 경우와, 아무것도 도포하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각각 3회씩 반복 시험하였 다. 액상엿을 도포한 경우에는 48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모 든 트랩에서 탈출한 개미가 없었다. 아무것도 도포하지 않 은 트랩의 경우에는 24시간 경과 시 평균 1.0마리가 (표본 표준편차 1.0), 48시간 경과 시 평균 2.3마리 (표본표준편차 1.2)가 탈출하였다. 본 실험을 통해 신형 트랩에서는 다단 협관을 통해 트랩 내부로 유인된 개미는 다시 트랩을 빠져 나가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건상 살아있 는 붉은불개미를 이용하여 시험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주 름개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개미로써, 매우 호전적 인 성격을 가졌으며, 먹이 탐색 활동이 왕성하다는 점에서 (Steiner et al. 2006) 트랩 탈출 시험에 이용하기에 적절하다 고 판단했다.
새로이 개발된 트랩은 기존의 개미류 예찰용 트랩이 가 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특히 포획성능 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함정트랩은 컨테이너 야 적장과 같은 단단한 바닥이 있는 곳에서는 설치가 어려우 나, 본 트랩을 이용하면 쉽게 설치 및 회수가 가능하다. 또 한 트랩 내부로 유도된 개미가 다시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 를 가지고 있어, 개미류 예찰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 다. 향후 신형 트랩의 개미류 포획 가능 범위에 관한 연구 를 수행하여 트랩 간 설치 이격 거리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여 보다 효율적인 개미류 예찰이 가능하게 할 예정 이다.
적 요
2017년 9월 부산 감만부두에서 국내 최초로 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가 검출된 이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는 외래개미류의 유입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 주기적 예찰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개미류 예찰 용 트랩들은 개미가 들어갔다가 다시 쉽게 빠져나오거나, 토양이 없는 단단한 바닥 환경에서는 설치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단협관을 이용하여 탈 출이 어렵고, 콘크리트 같은 곳에서도 쉽게 설치가 가능한 신형 트랩을 개발하게 되었다. 신형 트랩은 함정트랩에 비 해 4배 이상의 개미류 포획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포획된 개미들의 재탈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새로 개발된 트랩을 통해 외래개미류의 국내 침입을 효과 적으로 차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