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개체군은 시공간적 위치를 공유하는 동종 개체들의 집 단으로서, 생태적 단위이자 진화의 기본 단위이다 (Ryoo and Lee 2002). 개체군이 가지는 출생률, 사망률, 이입과 이 출 등의 통계적 특성에 의해 개체군의 밀도가 변할 수 있 으며, 개체군의 밀도 변화는 개체군 내 개체들의 상호작용 과 개체군과 그 주위의 생물적·비생물적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 양상을 변화시킨다. 또한, 유전자 풀을 공유하는 개체 군은 진화가 발생하는 단위로, 진화의 결과 개체군의 특성 과 환경에 대한 적합도가 변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로 개체군은 생태적, 진화적 단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다.
그러나, 개체군의 공간적 구조를 배제하고는 개체군의 동태와 유전적 구조 변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개체 군 간의 개체 이동은 출생률, 사망률과 함께 개체군의 크기 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며 (Skellam 1951;Adke and Moyal 1963), 개체군의 대립유전자 빈도를 변화시킬 수 있 다 (Wright 1931). 따라서, 개체군의 공간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MacArthur and Wilson 1967;den Boer 1986).
메타개체군 (metapopulation)의 개념은 개체군의 절멸과 지속성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공간구조를 반영하고자 하 는 맥락 속에서 등장하였다 (Levins 1969). Levins (1969)는 메타개체군을 “개체군들의 개체군”이라는 말로 표현하였 는데, 이는 공간적으로 격리되어 있으나 일부 개체의 이동 에 의해 약하게 연결된 동종 개체군들의 집합을 뜻한다. 메 타개체군 이론에서 공간은 대상 생물의 잠재적 서식지인 패치 (patch)들과 서식에 적합하지 않은 배경 공간인 매트 릭스 (matrix)로 구분된다 (Hanski and Simberloff 1997). 국 소개체군 (local population)은 동일한 패치를 점유하고 있 는 개체들의 집합을 의미하고, 국소개체군들은 개체의 이 동에 의해 연결될 수 있으며, 이렇게 연결된 국소개체군들 의 집합이 메타개체군이 된다 (Hanski and Gilpin 1991). 메 타개체군 이론에서 국소개체군은 개체군 (population), 아 개체군 (subpopulation)과 같이 표현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딤 (deme)과 동의어로 여겨지기도 한다 (Wells and Richmond 1995;Hanski and Simberloff 1997).
메타개체군 이론은 개체군의 공간적인 구조와 지속성을 설명하기에 적합하여 해충 방제, 보전 등 생태학의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Levins 1969;Ives and Settle 1997;Smith and Green 2005;Carriere et al. 2010;Inman et al. 2013;Catlin et al. 2016). 침입생물 연구 또한 메타개체 군 이론이 활용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침입생물은 침입지 역의 생태계 구성요소와 그들 간의 네트워크를 교란한다 (IUCN 2018). 침입생물은 생태계서비스의 손실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문화나 윤리 등 다양 한 가치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 상이 되어 왔다 (CBD 2022). 국제사회는 2010년의 ‘아이치 목표 (Aichi Targets)’ 및 2015년의 ‘지속가능발전목표 (UNSDGs)’ 를 통해 2020년까지 침입외래종과 그 도입 경로에 대한 식별, 우선순위 결정, 관리 및 예방이라는 목표를 이 룰 것을 의결하였으나, 새로운 침입종의 도입이 늦춰졌다 는 증거가 없어 목표의 일부만이 달성되었다고 평가했다 (Secretariat of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2020). 이처럼 침입생물의 연구와 관리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가 중되는 한편, 현실은 이러한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또한 늘어난 국제 교류로 외래생물의 유입이 증가하고, 토지이용 변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기존에 정착하지 못하였던 외래생물이 침입하고 있 어 침입생물 연구의 중요성과 시의성이 높다 (Ministry of Environment 2014;Park et al. 2016b).
침입생물의 침입 성공 과정과 주요 요인을 파악하고 예 측하는 것은 순수과학과 응용과학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 다. 순수과학적 측면에서 침입은 고유한 연구 가치를 지닌 생물지리학적 사건일 뿐 아니라 기존의 생태적·진화적 이 론을 검증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침입 성 공의 과정에서 분포 범위의 확대나 급속한 진화, 토착종과 의 상호작용과 같은 다양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Huey et al. 2005). 응용과학적 측면에서 침입 성 공과 관련된 요인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침입이 예상되는 생물의 위험성을 평가하거나 침입을 예 방하기 위한 지침을 구성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침입생물 관리 전략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 (Ruesink et al. 1995). 이를 통해 침입생물에 관련 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침입 성공에 대한 연구 에 메타개체군 이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제안하고 자 한다. 먼저, 침입생물과 메타개체군에 대한 연구 동향 을 파악했다. 조사한 연구 사례들을 토대로 침입생물이 가 지는 메타개체군으로서의 특성과 침입 성공에 메타개체군 구조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또한, 기존의 국내 침입 생물 연구 현황을 분석하여 메타개체군 이론 적용의 기대 효과를 고찰했다. 마지막으로, 침입생물 연구에 메타개체 군 이론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2. 생물지리학적 관점에서의 침입생물
인간이 매개한 장거리 이동으로 특정 생물들이 자연적 으로 도달 가능한 서식지 범위 밖까지 분산하는 경우가 있 다. 이러한 생물들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외래생물, 침입생 물 등이 있으나, 사용하는 목적이나 집단 등에 따라 각 용 어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Heger et al. 2013). 외래생물 은 일반적으로 인간 활동에 의해 기존의 자연적인 서식 범위 밖으로 도달한 생물로서 정의된다 (Richardson et al. 2000b). 침입생물은 외래생물의 부분집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구체적인 정의 기준은 다양하다. Latombe et al. (2019)에 따르면 침입생물의 정의는 크게 두 유형으 로 구분된다. 첫째로, 특정한 생물지리적·개체군 통계적 상태에 도달해 도입된 서식지에서 정착·확산하는 외래생 물을 침입생물로 지칭하는 유형이 있다 (Richardson et al. 2000b;Latombe et al. 2019). 국내에서 이와 유사하게 침입 생물을 정의한 사례로는 “국내에 의도 또는 비의도적으로 유입되어 야생화 된 외래식물”로 정의된 Jung et al. (2017a) 의 ‘침입외래식물’ 개념이 있다. 둘째로, 앞선 정의를 만족 하면서 생태적·경제적 악영향을 유발하는 생물을 침입생 물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1999;Latombe et al. 2019). 이는 주로 국가기관 등의 정책 적 논의에서 자주 사용된다 (Lodge et al. 2006). 일부 극단 적인 사례에서는 외래생물에 한정하지 않고 개체 수의 급 격한 증가 등으로 생태, 경제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모든 생물을 침입생물로 정의한다 (Nackley et al. 2017). 국내에 서는「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시행 2020. 6. 11.) 제2조 제7호 및 제8호에서 생태계에 대한 위해와 균형 교란 우려를 기준으로 ‘위해우려 생물’ 및 ‘생태계교란 생 물’을 규정하고 있고, Kim et al. (2016a)도 “생태계에 균형 을 교란시키거나 교란의 우려가 있는 외래종뿐만 아니라 토착종을 포함하는 도입종”을 ‘침입교란종’으로 정의하였 다. USDA-APHIS-PPQ (2019)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외 래 식물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지침을 제안하였으며, 국 내에서도 생물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수립하고 제 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온 바 있 다 (Kim 2018;Lee and Moh 2020). 그러나, 무엇을 악영향 으로 규정할지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하므로, 영향을 기준 으로 정의된 침입의 개념은 동기적 주관성 (motivational subjectivity)을 가진다 (Colautti and Richardson 2009). Colautti and Richardson (2009)는 영향에 기반한 침입종의 정의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에는 적합하지만 생물학적 관 점에서 연구의 모호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 했다. USDA-APHIS-PPQ (2019)는 외래 식물의 정착·확산 가능성과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용어를 각각 ‘침입 성 (invasiveness)’과 ‘잡초성 (weediness)’으로 구분하여 모 호성을 해소하였다. 본 연구는 침입으로 인한 영향을 배제 하고 침입의 생태적 기작 그 자체에 집중했다. 이때 침입생 물은 도입 - 정착 - 확산 연속체 (Introduction - Naturalization - Invasion continuum)로 개념화된 생물지리학적 과정의 한 구간에 있는 생물로 정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Latombe et al. 2019). Williamson and Fitter (1996)는 외래생물의 상태 에 따라 관련 용어를 정의하였고, Richardson et al. (2000b) 은 외래생물이 특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제한하는 요 인을 중심으로 침입의 생물지리학적 과정을 구분하였다. Blackburn et al. (2011)은 Williamson과 Richardson의 체 계를 통합한 체계를 제안하였으며, Theoharides and Dukes (2007)는 시공간적 규모에 따라 침입의 단계와 관련 요인 을 분류하였다 (Fig. 1). Richardson et al. (2010)은 인위적 원인에 의해 생물지리학적 장벽을 넘어 도입된 외래 (alien; exotic; introduced) 생물 중 자체적으로 개체군을 유지하며 정착한 생물을 귀화 (naturalized; established) 생물로, 귀화 생물 중 처음 도입된 위치에서 유의미하게 멀리 떨어진 서 식지까지 확산하는 생물을 침입 (invasive) 생물로 정의하였 다. 단, ‘귀화식물’을 ‘침입외래식물’의 부분집합으로 정의한 Jung et al. (2017a)과 같이 연구자에 따라 세부적인 용어 사 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도입된 외래생물 개체군의 정착, 확산을 중심으로 침입 성공을 논하고자 한다. 귀화생물로 정의되 기 위한 개체군의 유지 기간이나 침입생물로 정의되기 위 한 확산 거리는 대상 분류군과 연구자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제안되는 경우가 있다 (Richardson et al. 2010). 본 연구에 서는 특정 분류군에 한정되지 않은 일반론적 측면에서 침 입 성공을 논의하기 위해, 침입의 성공과 실패를 명확히 나 누는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침입 성공의 경향성을 해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생물의 분포는 서식지 환경 에 대한 생물의 적합성과 해당 서식지에 대한 도달 가능성 에 의해 결정된다 (Moore and Elmendorf 2006). 침입생물 이 도입된 서식지의 생물적, 비생물적 환경 조건에 대해 생 물이 정착하고 확산할 수 있는 내재적 능력인 침입성은 환 경에 대한 적합성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다 (Kolar and Lodge 2001;Catford et al. 2009). 따라서 침입성과 도달 가 능성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면 침입 성공 가능성의 상대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기존의 개별 생물에 대한 연구 사례를 다룰 경우 침입 성공 여부에 대해 서는 해당 연구의 견해를 참고했다.
3. 메타개체군 이론의 역사와 연구 동향
3.1. 메타개체군 개념의 변천사
3.1.1. 초기부터 1990년 전후의 부상까지
메타개체군의 개념은 여러 차례 역사적 변화를 겪어 왔 다. Levins (1969)가 제안했던 초기 메타개체군 이론은 절 멸과 정착의 균형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따라서 개체군 과 서식지의 특성이 유사하며, 모두가 절멸 가능성을 가지 고 있고, 비동기적으로 절멸과 정착이 반복되는 국소개체 군들의 네트워크를 메타개체군으로 정의하였다 (Hanski 1998). 이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90년 전후, 다음을 비롯 한 계기로 메타개체군 개념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상하였 고, 이러한 동향에 힘입어 메타개체군과 관련된 용어들이 재정의되기도 하였다 (Hanski and Gilpin 1991). 첫째로, 메 타개체군을 모사하는 새로운 모형들이 등장하였다. Levins 의 모형은 공간과 동태를 단순화한 여러 비현실적 가정에 의존했으나, 새롭게 제안된 모형들은 개체군 및 패치의 크 기나 연결성 (connectivity)의 차이 등 세부적인 변수들을 반영할 수 있었다 (Hassell et al. 1991;Hanski and Simberloff 1997). 둘째로, 인접 분야에서의 사용이 증가하였다. 집 단유전학 등의 분야에서 이전에도 개체군들 사이의 연결 을 다루어 온 바 있지만, 이 시기부터는 메타개체군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직접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Wright 1931;Olivieri et al. 1990).
3.1.2. 개념의 확장과 명료성 감소
활용 범위가 넓어짐과 함께 메타개체군이라는 용어는 더 많은 유형의 생물집단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 다. 예를 들어, 패치의 질적 차이로 인해 일부 국소개체군의 지속성이 다른 국소개체군에 의존적인 소스 - 싱크 (source - sink)나 본토 - 섬 (mainland - island) 등 다양한 공간구조의 개체군을 설명하는 데 메타개체군 개념의 활용이 시도되 었다 (Harrison 1991;Hastings and Harrison 1994). Hanski and Gilpin (1991)은 메타개체군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정의하는 것이 실제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메타개체군의 개념은 공간적 이질 성을 가지는 개체군 전체를 의미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 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Levins의 메타개체군 정의에서 전 제되었던 개체군 사이의 격리나 절멸 - (재)정착 (extinction - (re)colonization)의 발생과 같은 요소는 필수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Szacki 1999).
3.1.3. 메타개체군 개념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비판
2000년대에 들어서, 메타개체군을 지나치게 포괄적으 로 정의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었다. 지나치게 넓 고 모호한 정의는 학술적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응용 분야에서 활용될 때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효율을 낮출 우 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식지 패치들의 질적 차 이가 없는 경우 국소개체군 사이의 연결성 확보는 개체군 을 보전하기 위한 주요 전략이다. 반면, 불균등한 메타개 체군의 일종인 본토 - 섬 개체군의 경우, 싱크 개체군 사이 의 연결성 확보보다 소스 개체군 관리의 중요성이 더 높다 (Fronhofer et al. 2012). Freckleton and Watkinson (2002)은 기존 연구에서 메타개체군으로 통칭되었던 개체군의 공 간동태를 지역적 동태 (regional dynamics)와 국소적 동태 (local dynamics)로 구분하였으며, 메타개체군을 지역적 동 태의 한 유형으로 설명하였다. Freckleton and Watkinson (2002)의 주장에 따르면 국소개체군들이 연결되지 않아 재정착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i.e., regional ensembles)와 연속적인 서식지상에서 전체가 하나의 국소개체군처럼 기 능하는 경우 (i.e., spatially extended populations)의 지역적 동태를 메타개체군으로 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시기 에는 메타개체군이라는 용어의 오남용을 경계하고 명확한 기준을 수립하고자 메타개체군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거 나 실제 생물에 메타개체군 이론을 적용했던 기존 연구들 의 적절성을 검토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Smedbol et al. 2002;Pannell and Obbard 2003;Smith and Green 2005).
3.1.4. 메타개체군 이론의 현재
현재까지도 메타개체군은 하나의 일관된 개념으로 정 의되어 있지 않다. Fronhofer et al. (2012)에 따르면 메 타개체군은 주로 ‘공간적 구조를 가진 개체군 (Spatially Structured Population, SSP)’ 또는 ‘고전적 메타개체군 (Classical Metapopulation, CM)’ 두가지 유형의 생물 집단 을 지칭한다. SSP는 공간적으로 격리된 국소개체군들이 개 체의 분산을 통해 연결된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 (Fronhofer et al. 2012). CM은 SSP의 부분집합으로 Levins 모형의 절 멸 - (재)정착에 대한 가정이 만족된 유형을 의미하는데, Hanski (1997)는 SSP 중 각 패치가 잠재적인 서식지로 기 능할 수 있고 모든 국소개체군에서 유의미한 절멸과 (재) 정착 가능성이 있으며 국소개체군의 개체군동태가 서로 동기화되지 않는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유형만을 CM으 로 정의하였다. 실제 자연계에서 CM의 정의가 완전히 만 족되는 경우는 드물며,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CM과 다른 SSP 유형 사이에서의 전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 다 (Guiney et al. 2010;Fronhofer et al. 2012).
한편, Hanski and Gilpin (1991)은 CM의 일부 조건을 완 화해 메타개체군을 정의하였다. 본 정의에 따르면 메타개 체군은 SSP이면서도 연결된 국소개체군 중 최소한 한 개 이상이 절멸 - (재)정착의 가능성을 가지는 경우를 뜻하며, 모든 국소개체군이 절멸 - (재)정착 가능성을 가져야만 하 는 CM과는 구분된다 (Hanski and Gilpin 1991;Smedbol et al. 2002). 본 정의는 절멸 - (재)정착 역학의 고유성을 반 영하는 한편 보수적인 CM의 비현실성을 완화하고 소스 - 싱크, 본토 - 섬이나 징검다리 (stepping stone)를 비롯해 메타개체군으로서 논의되어 왔던 여러 유형의 구조를 논 의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Freckleton and Watkinson 2002;Smedbol et al. 2002;Fronhofer et al. 201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Hanski and Gilpin (1991)의 기준에 따라 메타개체군을 정의하고자 한다.
3.2. 메타개체군 연구 동향
메타개체군과 침입생물을 주제로 한 연구의 세계적 동 향을 분석하기 위해 Web of Science의 SCI-Expapnded 및 CPCI-S 데이터베이스 내 논문들을 조사하였다 (2022년 01 월 06일 기준). 메타개체군, 침입생물, 개체군에 관련된 논 문들을 검색하기 위해 각각 ‘metapopulation*’, ‘invas*’ 및 ‘population*’을 키워드로 사용하였으며, 생태학 연구만 을 한정하기 위해 ‘연구 분야’가 ‘Environmental Sciences Ecology’인 논문만을 추출하였다. 해당 논문들을 대상으로 1980년부터 2021년까지의 논문에 대해 1년 단위 (출판된 논문의 수)와 10년 단위 (범주)의 동향을 분석하였다. ‘메타 개체군’을 주제로 하는 논문은 1986년 이후 소폭 증가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급증하였으나, 2000년대 초중반 이후 로는 증가세가 멈추고 소폭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더 포괄적인 키워드인 ‘개체군’을 주제로 하는 논문이 지속 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R의 ‘segmented’ 패 키지를 이용하여 출판된 메타개체군 관련 논문 수의 증감 추세를 분석한 결과, 급증과 감소의 기점은 각각 1991년과 2003년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2). 3.1장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1991년 전후는 메타개체군의 개념이 재확립되 고 확장되던 시기이며, 2003년 전후는 메타개체군이라는 용어의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던 시점이 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연간 논문 출판량의 급격한 성장과 감소는 분야의 성장만이 아니라 용어가 무분별적으로 사 용되다가 이후 그러한 경향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 로 생각된다.
3.3. 중요성 및 타 분야와의 관계
용어의 모호성이라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메타 개체군 이론은 생태적·진화적 현상을 예측·분석하는 도 구로서 유용하다. 메타개체군에서의 분산과 유전자 흐름 (gene flow)은 국소개체군의 개체군 통계적, 유전적 특성 을 변화시킬 수 있을뿐 아니라, 그 결과 국소개체군의 절 멸 가능성이 감소하거나 (i.e., 구조 효과, rescue effect) 증 가하는 (i.e., 반구조 효과, antirescue effect) 현상이 나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Harding and McNamara 2002). 3.2 장에서 다룬 Web of Science에서의 조사 결과, 1990년 대 이래로 메타개체군 논문들의 상위 5개 관련 범주로는 ‘Ecology’, ‘Evolutionary Biology’, ‘Environmental Sciences’, ‘Biodiversity Conservation’ 그리고 ‘Genetic Heredity’가 유 지되고 있다. 논문들의 주요 범주는 메타개체군과 개체 군 두 주제가 유사하였으나, 개체군 논문들에 비해 메타개 체군 논문들에서는 ‘Environmental Sciences’의 비중이 낮 은 한편 ‘Evolutionary Biology’, ‘Genetic Heredity’ 그리고 ‘Biodiversity Conservation’ 등 진화·유전·보전 관련 분야 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메타개체군 개념이 남 용되기 이전인 1980년대에 출판되었던 메타개체군 관련 논문들의 경우 개체군 관련 논문들에 비해 ‘Evolutionary Biology’의 비율이 이후의 2배 수준, ‘Genetics Heredity’의 비율이 이후의 3배 수준이었으며 ‘Mathematical Computational Biology’ 또한 전체의 2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 다. 이처럼 메타개체군 이론은 주로 생태·진화적 현상에 대한 연구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Fig. 3).
최근에는 메타개체군의 생태적·진화적 변화가 상호간 영향을 주고받으며 분산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 입각해 생태 - 진화 동태와 피드백 (eco-evolutionary dynamics and feedbacks)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Bonte and Bafort 2018;McManus et al. 2021). 메타개 체군 구조는 생물의 분포 범위나 생활사를 비롯한 생태·진 화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Petranka 2007;Kubisch et al. 2014) 질병 전파나 저항성 해충 발생 등에 있어 그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McCallum and Dobson 2002;Carriere et al. 2010). 따라서, 생태학적 현상을 명확히 설명 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메타개체군 개념을 명확히 정의 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4. 침입생물 연구에서의 메타개체군 이론 활용: 적합성과 국내 전망
4.1. 침입생물의 초기 침입 단계 분석 도구로서 메타개체군 이론의 적합성
침입생물, 특히 초기 침입 단계의 개체군은 메타개체군 이론이 활용되기에 적합한 것으로 사료된다 (Colautti et al. 2017). 현실에서는 메타개체군 이론을 적용하기 위한 조 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려져 있으나, 침입 초기 의 개체군은 메타개체군의 조건을 만족하기 쉽기 때문이 다 (Baguette 2004;Lenda et al. 2010). 침입은 인위적 영향 에 따른 생물의 장거리 이동을 계기로 발생하므로 국소개 체군들이 격리되어 있는 한편 일부 개체의 이동에 의해 연 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 로 침입 초기의 국소개체군은 적은 수의 개체로 구성되고, 개체군이 적응해 온 서식지와 다른 환경에 노출되며, 인간 에 의한 방제가 시도되기도 하므로 유의미한 절멸 가능성 을 가진다. 이와 같이 침입 초기의 개체군은 SSP의 조건과 절멸 - (재)정착의 존재라는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 쉽다. 이질적인 패치들로 구성된 환경을 접하는 많은 침입생물 들의 정착과 침입이 메타개체군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고 알려져 있으며 (Harding et al. 2006), 침입 초기의 카스피 해갈매기 (Larus cachinnans) 개체군이 메타개체군과 유사 한 동태를 나타냈음이 보고된 바 있다 (Lenda et al. 2010). 출판량에 있어서도 메타개체군 관련 논문이 약간의 하락 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메타개체군 및 침입생물’ 관련 논문 출판 수의 변동폭은 크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Fig. 4). 침입생물의 특성이 메타개체군 개념 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이 이러한 경향에 영향을 주 었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침입 성공에 대한 연구에 메타개체군 이론의 활 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침입 성공은 외래 생물이 분 포 범위를 확장하는 과정 중 한 단계로서, 다양한 요구조건 의 충족 여부와 정착 및 확산의 과정을 이해해야 하므로 메 타개체군 이론을 통해 설명되기에 적합하다 (Catford et al. 2009;Kubisch et al. 2014). 메타개체군 구조는 침입 초기 개 체군을 포함한 소개체군의 존속과 적응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침입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Hufbauer et al. 2015;Colautti et al. 2017). 이처럼 침입이 성공하기 위한 ‘침입성’과 ‘도달 가능성’ 모두 메타개체군 구조의 영향을 받으므로, 메타개체군 측면에서의 분석이 침입 성공에 대한 설명과 예측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된다.
또한, 메타개체군 구조를 활용해 침입성에 영향을 끼치 는 요인들과, 그들의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외 래생물은 도입 초기에 침입성이 억제되어 침입 단계에 도 달하지 못한 채 머물거나 도입된 서식지에서 사멸한다 (Williamson and Fitter 1996). 침입에 성공한 다수의 생물 도 침입성의 한계가 극복될 때까지 개체군의 성장과 확산 이 정체되는 시기인 지연기 (lag phase)를 겪었음이 보고되 었다 (Crooks 2005;Coutts et al. 2018). 이처럼 억제 요인이 해소되고 개체군의 침입성이 증가하는 것이 침입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Uesugi et al. (2020)은 침입성 억 제 요인을 부적절한 환경조건, 적응진화의 부재, 소개체군 의 유전적 한계로 구분한 바 있다. 그러나 작은 개체군 크 기는 유전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도 개체군의 유지와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침입성 억 제 요인을 생태환경적 요인, 개체군 통계적 요인, 유전진화 적 요인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각 유형에서 침입성 을 억제하거나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바탕으로 메타개체군 구조가 침입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을 분석하였다 (Table 1).
연구 사례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침입 과정에서 메타 개체군 구조가 나타나면 침입성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로, 절멸과 (재)정착이 반복 되는 과정에서 서식지 패치의 질적 측면이 개선되어 다 음 침입이 일어나기 쉬워질 수 있다. 앞선 도입 사건이 서 식지의 생물적, 비생물적 환경을 변화시킨다면 이후에 도 입된 개체군이 경험하는 환경조건은 이전과 달라질 수 있 기 때문이다 (Banks et al. 2018). 특히, 일부 생태계 기능공 (ecosystem engineer) 종들의 경우, 과거 도입되었던 개체 군이 도입지역의 서식지 환경 특성을 변경하여 후속 도입 개체군들의 침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호주의 유럽토끼 (Oryctolagus cuniculus) 침입 사례에서 과거의 도입 개체군 에 의해 만들어진 토끼굴이 이후의 침입을 촉진시켰던 사 례가 대표적이다 (Williams et al. 1995;Banks et al. 2018). 한 편, 외래생물을 박멸하기 위한 인간의 시도로 인해 변화된 서식지 환경이 오히려 이후의 침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경 우도 있다 (Banks et al. 2018).
둘째로, 도입 개체군들이 누적될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해 침입성이 증가할 확률이 높아진다. 적은 수의 개체 로 구성된 도입 개체군은 병목현상에 의해 낮은 유전적 다 양성을 가질 확률이 높으므로, 해당 개체군이 겪어 온 진 화적 맥락에서 동떨어진 도입 서식지의 부적절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Estoup et al. 2016). 그 러나, 도입 사건이 누적되면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해 적응 가능성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Roman and Darling 2007). Roman and Darling (2007)의 연구에서 조 사된 침입 수서생물 개체군 가운데 37%에서만 유전적 다 양성의 감소가 확인되었고, 여러 번 또는 연속적으로 도입 된 개체군에 비해 한 번만 도입된 개체군에서 유전적 다양 성의 감소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 만약, 한 개체군으로부 터의 도입이 누적될 경우 창시자 (founder) 개체군의 크기 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며 궁극적으로 원 서식 지의 개체군과 같은 수준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회복될 가 능성이 있다. 한편, 서로 다른 개체군들로부터 도입된 개체 들이 누적될 경우, 유래된 서식지들 이상의 유전적 다양성 을 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잡 (hybridization)에 의해 침 입생물의 적합도가 증가하는 잡종강세 (heterosis; hybrid vigor)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Facon et al. 2005;Hahn and Rieseberg 2017). 침입 개체군에서의 교잡으로 나타난 새 로운 형질이 적응적 이점을 제공하여 침입성 증가에 기여 한 사례가 서양다슬기 (Melanoides tuberculata)에서 보고된 바 있다 (Facon et al. 2008). 한편, 도입의 누적은 반드시 동 일한 지점에 여러 번의 도입이 있었을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도입지점으로부터 확산된 개체군들의 범위가 중첩되어 혼합될 때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Chun et al. 2010).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돼지풀 (Ambrosia artemisiifolia)의 침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여러 도입 개체군 의 유전자 풀이 도입된 서식지에서 혼합되어 침입성이 급 속히 증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Chun et al. 2010).
셋째로, 국소개체군 간의 연결을 통해 작은 개체군 크 기에 따른 한계가 극복될 수 있다. 대부분의 침입 초기 개 체군과 같이 크기가 작은 개체군에서는 개체당 적합도나 개체군 성장률이 감소할 수 있으며 (i.e., 알리 효과, Allee effect), 개체군 동태는 무작위적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므로 성장이 제약되거나 절멸에 이르기 쉬워진다 (Drake and Lodge 2006). 이입을 통해 개체군 크기가 증가할 경우 알리 효과가 완화되고 절멸 가능성이 감소하는 개체군 통 계적 구조 효과 (demographic rescue effect)가 발생할 수 있 으며, 그 결과 침입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Kanarek et al. 2015). 한편, 동형접합 개체에서 적응도 감소를 유발하 는 유해열성대립유전자 (deleterious recessive allele)의 빈도 는 원 개체군에 비해 침입 개체군에서 더 낮은 경우가 있 다 (Laugier et al. 2016). 숲개밀 (Brachypodium sylvaticum) 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유해열성대립유전자의 빈도가 선택압 (selective pressure)에 의해 감소하는 ‘정화 (purging)’의 효율이 침입생물 메타개체군에서 근친교배와 유전자 흐름의 반복으로 인해 증진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 때 유전적 부하 (genetic load)가 감소한 개체군의 분포 범 위가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Marchini et al. 2016). 반면, 조 건에 따라 메타개체군 구조가 정화에 의한 유전적 부하 감 소 효과를 낮출 가능성 또한 제안된 바 있다 (Hanski 1998).
마지막으로, 도입의 빈도가 증가할수록 우연적인 창시 자 개체군의 속성에 의해 침입이 발생할 시간당 확률이 증가한다. 무작위적으로 결정되는 창시자 개체군의 크기 와 유전적 구조는 침입 성공에 핵심적인 영향을 줄 수 있 는데, 도입 빈도가 증가하면 무작위적 사건의 시행횟수 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침입에 유리한 속성 을 가진 창시자 개체군의 도달 빈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Simberloff 2009). 침입성 억제를 감소시키는 창시자 개 체군의 우연한 속성으로는 큰 개체군 크기로 병목현상이 약화되거나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는 것 등이 있다 (Signorile et al. 2014). 한편, 창시자 개체군이 우연적으로 원 서식지 개체군 이상의 침입성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데, 병목현상에 의한 정화나 녹색수염 효과 (green-beard effect) 에 의한 우호성 증가 등이 그 사례이다 (Glémin 2003;Tsutsui et al. 2003). 침입성을 증가시키는 단일 사건의 발생 확률이 동일하더라도 도입 빈도가 증가한다면 시간당 침 입의 총 발생 확률이 증가하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 다.
4.2. 국내에서의 전망
본 장에서는 국내 침입생물과 메타개체군 관련 연구 동 향을 분석하여 메타개체군 이론을 활용한 침입생물 연구 를 수행하기에 어떤 긍정적, 부정적 요인들이 있는지 파악 하고자 한다. 메타개체군 이론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적 게 이루어져 왔던 생물학적 침입의 생태적, 진화적 기작 연 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침입생물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KCI 데이터베이스 내 학술논 문들을 조사하였다. 국내 논문에 대해서는 전 세계 수준과 같은 분야 및 범주의 검색 옵션을 제공하지 않고 있었기 때 문에 검색 키워드를 기준으로 보정하여 세계적 동향과 비 교하였다 (Table 2). 보정 방법은 다음과 같다 (Eq. 1).
국내의 침입생물 관련 연구 중 진화생물학, 생명과학, 수 리·계산생물학의 범주에 속한 연구의 비율은 세계에 비해 절반이나 그 이하 수준이었다. 즉, 진화적 맥락이나 수학적, 이론적 도구를 이용해 생물학적 침입에 대해 이해하려는 연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세계 적으로 진화생물학, 생명과학, 수리·계산생물학 범주의 비 율은 전체 침입생물 연구에서의 비율보다도 메타개체군을 포함한 침입생물 연구에서 2배 이상 많았다 (Fig. 5).
4.2.1. 국내 침입생물 연구 현황 및 메타개체군 기반 침입생물 연구의 필요성
국내 침입생물관련 연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제2차 외래생물 관리계획」(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2019)의 위해성평가 항목(안)들을 ‘종의 특성’, ‘장소 의 특성’, ‘개체군의 특성’으로 구분하였다 (Table 3). 특성의 구분은 Marsico et al. (2010)이 제시하였던 침입 초기 단계 에 대한 연구 주제들과, Hayes and Barry (2008)가 침입생물 의 공통 속성 분석에 사용하였던 외래생물 정착 관련 요인 에 기초하였다 (Duncan et al. 2003). 종의 특성은 해당 생물 종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생물학적 특성을, 장소의 특성은 해당 생물이 원래 서식하던 곳과 도입된 장소의 공간적· 생태적 특성을, 개체군의 특성은 특정 도입 개체군이 가지 는 특성이나 고유하게 경험한 사건을 포함한다. 각 위해성 평가 항목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들은「2020년 외래 생물 정밀조사」의 사례를 참고하였다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20b). 종의 생존과 이동 등에 관련된 다양한 특 성이 구체적으로 고려되고 있었으며, 기후와 서식지 조건 등 장소의 특성도 다수 고려되고 있었다. 그러나, 종의 실제 분포 범위에는 서식지들 간의 공간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Kubisch et al. 2014), 개별 서식지의 특성 위주로만 평가되고 있다는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외래생물의 침입 가능성에 대한 국내의 연구들은 개별 서식지에 대한 종 수준의 적합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 어, 개체군의 특성이나 공간적 구성은 상대적으로 적게 고 려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많은 연구 사례들은 환경 요인에 따른 생태적 지위 (niche)를 기반으로 잠재적 분 포 확률과 서식 적합도를 도출하는 종분포모형 (species distribution models)을 활용하여 침입 가능성과 잠재 분포 를 예측하고 있었다 ( Jung et al. 2017b;Kim and Kim 2018;Lee et al. 2021b). 예를 들어,「2020년 외래생물 전국 서식실 태 조사」(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20a)는 외래생물 의 출현현황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변수를 활용한 종 분포모형을 설계하고 현재 분포를 이전 분포 및 잠재적 서 식가능지와 비교하여 확산 가능성을 평가하였다. 종분포모 형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잠재적 분포를 예측 하고 환경변화를 반영하는 데에 있어 강점을 가지지만 진 화적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므로, 급속한 진화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 침입생물의 분포를 온전히 예 측하기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 (Parry et al. 2013). 또한, 종간 상호작용이나 확산능력과 같은 생태적 특성이 변하지 않 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침입의 과정에 대한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 (Guisan and Thuiller 2005;Dormann 2007;Elith and Leathwick 2009). 즉, 기존의 국내 침입생물 연구들은 종 수준의 잠재적 분포와 서식 가능성을 예측하 는 데에 강점을 가지지만, 침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체군 특성 및 변화나 개체군 수준에서의 침입 기작에 대한 고려 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개체군 수준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국내 침입생 물 관련 분야 중 하나로는 집단유전학이 있다. 집단유전 학의 방법론은 은둔종 (cryptic species), 개체군 구조, 계통 지리학 (phylogeography) 등과 같은 여러 생태적 문제들 을 이해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Han et al. 2018;Kim et al. 2020b;Kang et al. 2021). 특히 침입생물에 대한 집단유 전학적 연구를 통해 개체군의 유전적 구조와 침입 성공 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Lee 2002). 집단유전학에 기초 한 침입생물 연구는 1990년대 전후의 분자생물학 기술 발 달에 힘입어 큰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그 결과 침입유전 학 (invasion genetics)이라는 세부 분야가 구축되기도 하였 다 (Barrett 2015). Barrett (2015)은 침입유전학을 “(침입) 개체군이 가지는 유전적 다양성 양상을 만들어내는 역사 적, 생태적, 개체군 동태적 기작과, 그 기작이 침입 성공 및 침입 과정에서의 현세진화 (contemporary evolution)에 끼 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정의하였다. 국내에서 침입유전 학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사례는 드물지만 (Kim et al. 2019), 침입 개체군의 기원과 유전적 구조의 파악, 침입 개 체군의 역사 추론 등에 집단유전학적 기법이 사용되고 있 다 (Kwon et al. 2017;Byeon et al. 2019;Choi et al. 2021). 또 한, 개체군의 역사를 침입 기작과 연관지어 해석하거나, 침 입 개체군의 유전적 조성에 따라 나타나는 적응적 형질의 차이를 분석하는 등 침입 성공과 유전적 구조의 관계에 대 한 연구도 여럿 수행되고 있다 (Kim et al. 2016b;Jeong et al. 2020). 이러한 연구들은 대개 개체군들 간의 지리적 관계 를 다루고 있으나, 보다 개선된 해석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메타개체군 유형과 구조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 다 (Whitlock and McCauley 1999;McRae 2006).
상술한 국내 침입생물 연구 현황을 종합했을 때, 침입생 물 연구에 메타개체군 개념을 도입할 가치가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메타개체군 개념을 통해 도입된 개체군이 가질 수 있는 개체군 통계적, 유전적 특성의 범위를 파악하 여 개체군 수준에서의 침입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침입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들은 주로 종 수준의, 현재의 특성에 기반한 생태 파악에 집중 하고 있었다. 한편, 침입생물에 대한 집단유전학 기반 연구 들은 대개 과거 침입 사건을 설명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 져 있었다. 그러나, 침입 성공의 생태적·진화적 기작을 이 해하고, 현세진화의 영향을 반영해 미래의 침입을 예측하 기 위해서는 생물과 환경의 관계, 개체군 동태, 진화적 변화 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Pelletier et al. 2009;Nosil et al. 2020). 메타개체군 구조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양상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침입 성 공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 (4.1장 참조). 따라서, 침입생물 연구와 예측의 정교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메타개체군 이 론이 반영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메타 개체군 이론에 기반한 연구는 잠재적 서식지 패치의 구성, 도입 빈도 등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대상 생물의 관리에 핵심적인 장소를 파악하거나 유사한 분류군의 침 입을 막기 위한 지침을 수립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다. 이와 같이 메타개체군 이론을 반영한 연구를 통해 현 재 국내 침입생물 연구의 공백을 보완하고, 침입생물 리스 크 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2.2. 메타개체군 이론 적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
메타개체군 이론의 적용에 국내의 다른 침입생물 연구 에서 축적된 자료와 경험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으로 기대된다. 메타개체군 이론을 실제 침입생물에 적용 하기 위해서는 서식지와 침입 개체군에 대한 다양한 정보 가 필요하다 (Table 4). 먼저, 패치를 정의하거나 점유 여부 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누적된 관찰 기록이 활용되는 경우 가 많았다. 국내에서는「외래생물 전국 서식실태 조사」등 의 연구조사를 통해 다년간의 외래생물 발생 정보가 축적 되어 있다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20a). 분포 조사 (Kim and An 2021;Jung et al. 2022)나 원격 추적을 이용한 모니터링 연구 (Kim et al. 2020a)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 된 기록을 바탕으로 서식지 패치의 범위와 점유 여부, 국소 개체군의 변동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종 분포모형을 비롯하여 모형을 이용한 연구 또한 활발히 수 행되고 있었는데 (Byeon et al. 2018;Park et al. 2022), 이는 외래생물의 서식환경 조건과 잠재적 서식지 범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패치 구획에 대한 체계적인 기 준을 연구하여 패치들의 구성을 파악하고, 조사 대상 지점 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로, 서식지 패치 간 연결의 강도와 방향성, 번식압 (propagule pressure)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유전정보가 활 발히 활용되고 있었다. 외래생물의 유래와 침입 역사, 유 전적 구조 등은「2020년 외래생물 정밀조사」(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20b)에서 침입성 평가항목은 아니었 으나 일부 분류군을 대상으로 상세히 조사되어 있었다. 침 입생물 개체군들 사이의 연결성을 분석하거나, 침입생물 이나 외래생물의 기원을 밝히는 등 국내에서는 집단유전 학 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었다 (Park et al. 2013;Park et al. 2016a;Lee et al. 2020;Jeong et al. 2021). 이와 같 은 국내의 기존 연구로부터 축적되어 온 자료와 연구방법 들은 메타개체군 이론 적용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4.2.3. 메타개체군 이론 적용의 제한점
메타개체군 이론에 입각한 국내 침입생물 연구는 미진 한 실정이다. 관련 연구로는 침입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측정하고, 번식압 또는 도입 특성을 추정하거나 (Choi et al. 2013;Choi et al. 2018;Jeong et al. 2021;Lee et al. 2021a), 단 일 침입 개체군의 동태를 모형화하여 침입 가능성을 추정 하거나 (Choi 2009), 1차원 패치 구조에서 개체군 동태를 바탕으로 침입 속도 양상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있었으나 ( Jung et al. 2021), 그 수가 많지 않고 다소 산발적으로 이루 어졌다. 이들 중 대다수는 서식지 패치의 절멸- (재)정착 여 부나 개체군의 연속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적인 메타개체군 이론의 적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편, 메타개체군 이론을 통해 침입의 기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태 - 진화 동태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적용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 할 것으로 생각된다. 생태적 변화와 진화적 변화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며, 생태 - 진화 동태에 대 한 연구 분야 전반이 아직 성장의 과도기적 단계에 있기 때 문에 실제 세계의 반영과 같은 측면에서 개선될 점이 많다 는 주장도 있다 (Hendry 2018). 특히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 의 선례가 드문 실정이므로, 메타개체군의 생태 - 진화 동태 를 바탕으로 침입생물을 연구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5. 제 안
5.1. 침입생물 이동 유형에 따른 메타개체군 구분과 활용 방안
침입의 특성을 토대로 침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동의 규모를 장거리, 중거리, 국지적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Table 5). 이동 규모의 구분은 인간보조 이 동 (assisted migration) 전략의 세 형태를 기초로 (Williams and Dumroese 2013), Freckleton and Watkinson (2002)과 Wilson et al. (2009)을 참고하여 정리되었다. 이 중 국지적 규모의 이동은 지리적 격리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단일 패 치 내에서의 이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지적 규모의 이동 에는 메타개체군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 (Freckleton and Watkinson 2002). 반면 장거리 및 중거리 규모의 이동은 모 두 지리적 격리를 넘어선 패치 간 이동으로서 메타개체군 이론에 입각해 분석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이동이 해당 생물 의 일반적인 분산 거리 이내에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 라 구분되었다 (Wilson et al. 2009). 장거리 이동은 무역과 같은 인위적 원인에 의해 생물의 자체적인 분산 능력만으 로는 도달 불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 거리 이동은 자연적인 분산이 가능한 수준의 거리에서 지 리적 장벽을 넘어 일어나는 이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둘 은 몇 가지 구분되는 특성을 가진다. 첫째로, 장거리 이동은 인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반면, 중거리 이동은 인위적 원인과 자연적 원인 모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둘째로, 이 동이 발생하는 원인에 차이가 있으므로 국소개체군 간의 연결 구조와 이동의 빈도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또한, 장거 리 이동의 결과가 중거리 규모 메타개체군의 수립 가능성 과 초기 상태, 유전적 조성을 결정짓기 때문에 중거리 규모 메타개체군의 특성은 장거리 이동에 의존적이다. 침입에는 장거리 및 중거리 규모의 이동,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이 모두 관여할 수 있다 (Chun et al. 2010;Chapman et al. 2016;Seebens et al. 2019).
이와 같이 국소개체군 간의 이동을 유형화할 경우, 규모 에 따라 연결된 서식지들의 네트워크를 정의할 수 있다. 먼 저 장거리 이동 없이도 연결될 수 있는 서식지 패치들을 연 결해 ‘중거리 네트워크’로 규정한다. 중거리 네트워크를 노 드로 삼았을 때, 잠재적인 장거리 이동에 의해 연결되는 네 트워크를 ‘장거리 네트워크’라고 한다 (Fig. 6). 이와 같이 두 계층의 네트워크를 구분하는 것은 개별 서식지의 개체 군이 받는 중거리 메타개체군에서의 영향과 장거리 메타 개체군에서의 영향을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침 입 개체군의 특성과 침입 관련 기작은 이동 규모와 양상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Wilson et al. 2009). 침입 성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메타개체군 관련 요인들 또한 이동의 규모에 따라 구분할 수 있었다 (Table 6). 따라서, 이와 같은 접근은 정보수집과 영향 요인 분석의 방향을 설정하기에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거리 및 장거리 이동 네트워크를 파악한 뒤, 전체 네 트워크상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침입이 발생한 연 구 대상 서식지와 관련된 서식지들을 ‘내부서식지’와 ‘외 부서식지’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연구 대상 서식지와 같 은 중거리 네트워크에 속하는 서식지를 ‘내부서식지’로, 내 부서식지와 연결된 장거리 네트워크상의 노드 각각을 ‘외 부서식지’로 설정하면, 관심 지역을 중심으로 침입생물 메 타개체군의 영향을 분석하기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Fig. 7). 상대적으로 서식지 환경이나 실제 개체군에 대한 정 보 획득이 용이한 내부서식지에 대해서는 중거리 네트워 크상에서의 구체적인 메타개체군 동태를 바탕으로 접근하 는 한편,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외부서식지의 영향은 장 거리 메타개체군의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 내 부서식지와 외부서식지를 구분하는 것은 침입생물을 예방 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계획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일 반적으로 내부서식지에 침입한 생물에 대해서는 해당 권 역의 관리주체가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반 면, 외부서식지는 해당 생물의 원 서식지를 포함할 뿐 아니 라, 관리주체가 달라 경제적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직접적 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검역 등 패치 사이의 연결을 막는 간접적인 조치가 취해진다. 따라 서 서식지나 개체군에 대한 직접적인 조절이 불가능한 외 부서식지의 영향은 포괄적으로 취급하고 조절 가능한 내 부서식지에 대해 예측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으로 관리계 획 수립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부서식지가 연구 대상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은 내부서식지 메타개체군의 특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내부서식지의 패치 각각에 연결된 외부서식지가 하나뿐 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외부서식지로부터 유래한 개체 들이 내부서식지의 네트워크상에서 확산되어 유전자 풀을 공유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창시자 개체군이 어느 범위까지 중거리 메타개체군을 형 성할 수 있고 이들의 범위가 중첩될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외부서식지와의 연결이 어떤 경로로 침입성을 증가시킬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일 창시자 개체군으로부 터 시작된 내부서식지의 개체군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창시자 개체군으로부터 형성된 내 부서식지의 메타개체군이 다음 외부서식지로부터의 도입 시기까지 유지될 경우, 외부서식지로부터 도입된 개체들은 유전적 다양성 증가나 구조 효과를 통해 침입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내부서식지를 형성한 창시자 개체군이 새로운 개체군의 유입시기까지 유지되지 못할 경우 외부서식지와 의 연결성 증가는 창시자 개체군의 반복적인 도입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의의를 가진다. 창시자 개체군의 특성으로 대표되는 무작위적 사건에 의한 침입성 증가는 이미 도입 되어 있는 개체의 수가 많고 유전적으로 다양할수록 효과 가 감소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내부서식지의 개체 군과, 잠재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외부서식지의 개체군들 의 유전자 풀과 신규 도입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잠재적인 침입성을 가질 수 있는지 리스크 관 리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메타개체군 이론을 바탕으로 침입 성공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1) 장거리 네트워크 구조의 분석을 통해 대상 지역에 대한 도달 가능성과 빈도, 경로, 예상되는 메타개체군 특성을 평가하고, 2) 중거리 네트워크에서 단 일 창시자 개체군으로부터 시작되는 메타개체군의 지속성 과 형성되는 범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3) 침입 성공을 리스크의 측면에서 분석할 것을 제안한다.
5.2. 장거리 규모의 메타개체군 분석 방안
장거리 규모의 메타개체군 연구를 위해 인위적 이동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구축하여 대상 지역에 대한 도달 가능 성, 빈도 및 경로를 평가할 것을 제안한다. 장거리 규모에서 는 메타개체군 이론을 적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 기 쉬우며, 패치 간의 연결이 인위적 이동에 의존한다는 점 에서 연결 방향과 정도를 특정하고 반영하기가 상대적으 로 용이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3면이 바다에 접해 있 고 분단으로 육로 (land route)를 통한 인간 이동이 차단되 어 있기 때문에 침입생물의 최초 유입은 대개 육로가 아닌 해로 (seaway)나 공로 (airway)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항구 나 공항 등을 명백한 노드로 지정하고 교통 및 물류의 양상 을 바탕으로 연결성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침입이 발생 한 경우 내부서식지의 개체군이 시작되는 지점을 구체적 으로 특정하고, 유입 경로를 추정하여 외부서식지와의 연결 성을 분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침입생물들의 장거리 이동과 관련된 정보들 과 지역 간 개체군에 대한 생태적, 유전학적 분석 결과들을 종합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각 외 부서식지가 침입에 주는 영향과, 내부서식지가 외부서식지 에 의해 받는 총체적 영향을 파악 수 있다. 예를 들어, 침입 이 우려되는 종의 서식지별 개체군들을 침입 역사에 따라 자생/미침입/침입으로 구분함으로써 개체군별 침입성 강 도를 예측하거나 침입성이 증가할 수 있는 경로를 특정할 수 있다. 한편, 개체군들 사이의 유전적 거리, 서식지들의 환경인자 비유사성 등을 측정, 변수화하여 침입 리스크 평 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5.3. 중거리 규모의 메타개체군 분석 방안
대상 지역에 도달한 단일 창시자 개체군의 지속성과 확 산 가능 범위를 평가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에 정착이 보 고된 생물의 경우 분자생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연속성 을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며 (Russell et al. 2010), 아직 정착 하지 않았거나 최근에 정착한 생물에 대해서는 개체군생 태학 모형을 바탕으로 절멸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침입생물 개체군의 지속에는 메타개체군 동태와 서식지의 공간구조가 중요할 수 있다 (Pergl et al. 2012). 즉 내부서식 지에서 서식지 패치들의 범위와 연결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환경조건이나 기존 발견 기록, 명백한 이동 장벽의 존 재 등을 바탕으로 서식지 패치를 규정할 수 있으며, 생물의 분산능력과 인간의 활동을 반영한 모형을 활용하거나 집 단유전학적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지역적 연결성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바탕으로 파악된 대상 지역 의 서식지 구조에서 메타개체군 구조가 예측된다면 절멸 가능성을 예측하는 메타개체군 모형을 구성할 수 있을 것 이다. 만약 연구 목표 지역에 침입생물이 장거리 이동으로 도입될 수 있는 지점이 둘 이상 존재한다면 그 지점들로부 터 확산된 메타개체군이 중첩, 결합될 수 있는지 판단하여 총체적인 메타개체군 범위와 개체군 혼합 가능성을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부서식지에서 개체 군 또는 메타개체군의 지속 기간을 예측하고, 장거리 규모 에서의 분석을 통해 얻어진 도달 빈도를 결합하면 개체군 의 연속성을 판단할 수 있다.
5.4. 리스크 측면에서의 침입 성공 분석 방안
개체군 수준에서 침입성을 증가시키는 다수의 요인들은 생태적·진화적 동태에서 기인하는데, 그 결과에 대한 직접 적인 예측에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환경조건, 환경에 대한 생물의 반응, 유전적 특성 등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으며, 규모가 작은 개체군은 무작위적 변동이 강 한 영향을 끼치므로 예측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Nosil et al. 2020). 이러한 이유로 침입 성공 가능성을 명확 한 수치로 산출하기 어려울 경우, 리스크 증감의 측면에서 관련 요인을 분석 및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단일 개체군, 중거리 메타개체군, 장거리 메타개체군 각 수준에서 발생 하는 요인들을 변수화해 침입성 증가의 가능성과 정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대상 종의 생물학적 특성, 메타개체군의 구조 등을 고려하여 각 사건이 실제로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가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잡 종강세에 의한 침입 리스크는 다양한 서식지로부터 유래 한 개체군의 혼합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증가하지만, 대상 종이 무성생식을 한다면 그 영향이 없을 수 있다. 생물학적 침입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각각에 대해 요인 별 리스크의 변동 양상을 파악한다면, 침입 가능성과 그에 대한 시나리오별 영향을 예측·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결 론
메타개체군 이론은 침입생물의 침입 성공 가능성과 기 작을 파악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 만, 침입생물 연구에 메타개체군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선,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 및 보완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Fig. 8). 메타개체군 개념은 한정적인 경우에만 적용 가 능하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침입생물 연구 에 메타개체군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이유와 적용의 중요 성을 제시하였다. 국내 침입생물 연구에서 메타개체군 개 념 활용은 다소 미진한 현황이나, 메타개체군 개념은 침입 의 생태·진화적 기작에 대한 연구와 생물의 침입 리스크 평 가 및 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에 서 제안한 바와 같이 규모를 기반으로 메타개체군의 유형 을 나누어 접근한다면, 침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메타개체 군 이론에 입각한 침입생물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보다 구 체적인 생태적 기작의 이해와 관리·활용이 가능해질 것으 로 기대한다.
적 요
개체군은 진화적 단위이자 개체군 통계적 단위로서, 생 물학적 침입의 과정은 개체군의 생태적, 진화적 동태에 기 인한다. 개체군의 공간구조는 개체군 동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분산이 반드시 동반되는 생물학적 침입에 대한 연 구에서는 공간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메타개체군 이 론은 공간구조를 가진 개체군에 대한 대표적인 접근으로, 주로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메타개 체군은 공간적 구조를 가진 개체군의 동의어로 여겨지기 도 하지만, 용어의 모호한 사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절멸 가 능성이 고려되는 경우에 한해 정의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침입 초기 단계의 개체군은 높은 절멸 가능성을 가지 는 경우가 많으므로, 메타개체군 이론을 적용하기에 용이 하다. 한편, 침입 초기 개체군의 생태적·유전적 특성은 분 산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메타개체군 이론은 개체군 수준에서 침입성의 변화와 침입 가능성을 설명하는 강력 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침입생물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는 주로 종 수준의 분포 변 화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고, 메타개체군 개념을 적용한 경 우가 드문 실정이다. 메타개체군 이론을 활용한다면, 국내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개체군 단위의 침입 기작을 보다 상세히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는 실제 침입생물에 미치는 메타개체군의 영향을 쉽게 파 악하기 위해 침입생물 메타개체군이 자연적인 분산 거리 를 넘어서 연결되는지 여부에 따라 장거리와 중거리 두 가 지 규모로 나누는 체계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메타개 체군 개념에 입각한 침입생물 연구가 침입의 기작을 이해 하고 장래의 침입 리스크를 예측·관리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