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전 세계 주요 생물군의 생물다양성 저하의 주요 요인은 서식지 유실 및 단편화이며, 다음으로 주요한 요인은 외래종의 침입이다 (Walker and Stenffen 1997). 외래종은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새로운 야외 자연 서식지에 노출되어 침입하게 되고, 국내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나타내며 이에 따라 종의 소멸과 생물다양성 저하의 결과로 나타 난다 (Raghubanshi et al. 2005;Episcopio-Sturgeon and Pienaar 2020). 외래종 침입의 직접적인 요인은 반려동물의 거래이며, 그중 민물거북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Masin et al. 2014;Episcopio-Sturgeon and Pienaar 2020). 2019년 양서·파충류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펫샵에서 거래되는 종을 확인한 결과 총 677종이 거래되고 있었으며, 그중 거북류는 110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Koo et al. 2020). 야생으로 유입된 외래거북은 국내종과 먹이, 일광욕 장소, 산란 장소 경쟁을 하며, 기생충과 호흡기 질 환과 같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di and Joly 2004;Silbernagel et al. 2013). 이러한 외래종과의 경쟁으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거북목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Riensche et al. 2019).
자생거북의 보존을 위해서는 붉은귀거북 (Red-eared slider, Trachemys scripta elegans) 같은 외래거북의 산란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Perez-Satigosa et al. 2008). 야생 외래거북 개체군 제거를 위해 개체들을 제거한 후에도 미확인 개체들과 이미 알에서 부화된 개체들의 재정착을 막기 위해 3~5년 동안 관리를 지속해야 하고, 야생 개체군의 연간 번식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번식기에 암컷 개체와 산란지를 찾아 제거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Perez- Satigosa et al. 2008). 또한, 특정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의 생물학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 하다 (Gibbons 1986).
최근 들어 생태계교란 외래종의 퇴치를 위해 그물을 이용한 개체 포획, 포획된 개체들에 대한 수매 사업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외래종 거북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산란된 알을 집중적으로 찾아서 폐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거북은 일반적으로 뒷다리를 이용하여 뭍에 작은 플라스크 모양의 구멍을 파서 알을 낳고 산란 후 즉시 둥지를 떠나기에 (Wilson 1998;Freedberg 2020), 둥지의 외형적 특징을 통해 외래종과 국내종의 종을 구분 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국내에서 남생이 (Reeve’s turtle, Mauremys reevesii) 알과 붉은귀거북 알의 측정치를 제시하고 비교한 사례는 1건이며 (Lee 2003), 측정된 알의 수가 5개에 불과하여 종의 일반적 특징을 대변하기엔 매우 부족 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구 (ball) 형태에 가까운 자라 (Softshell turtle, Pelodiscus maackii)의 알을 제외하고 (NIER 2011), 남생이와 생태계교란 민물거북의 산란지 형태나 알의 외형적 특징으로 종을 구분하는 기준은 제시된 바 없다. 이로 인해 외래종 거북의 퇴치 과정에 외래종 거북의 알로 오인되어 폐기되는 남생이 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보다 많은 자료들과 현장에서 측정할 수 있는 알의 장경, 단경, 무게, 비율을 통하여 생태계 교란 외래거북과 남생이 간 알의 외형적 차이를 비교·분석하고 외래종 거북의 현장 퇴치 과정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2. 연구방법
2.1. 연구 대상종
본 연구의 대상종은 국내 도입된 외래거북 중에서 산란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인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두 종 과 국내 토종 민물거북인 남생이이다 (NIE 2019;Koo et al. 2020).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는 늪거북과 (Emydidae) 에 속한 민물거북으로 국내에서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ME 2020). 붉은귀거북은 4~8월에 저 수지나 강, 연못 근처 지역에서 연간 평균 2~2.7개의 둥지를 만들며, 한배산란수는 2~25개로 알려져 있다 (Tucker 1997;Cadi et al. 2004;Washington 2008). 리버쿠터 (River cooter, Pseudemys concinna)는 3~8월에 다른 거북목처럼 바닥에 구멍을 파서 평균 2~3개의 둥지를 만들며, 한배 산란수는 7~34개로 알려져 있다 (Buhlman 1986;Iverson 2001). 국내 토종 민물거북 중 하나인 남생이는 국내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CHA 2006;ME 2012). 남생이는 6~7월 하천 주변, 경작지, 제방 주변의 초지에 1~3개의 얕은 둥지를 만들며, 한배 산란수는 4~15개로 알려져 있다 (NIER 2011).
2.2. 시료 준비
연구를 위한 남생이 알 측정 자료는 서울대공원 (심의 번호: Seoul Zoo SRC 2021-007)과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에 서 제공받았다. 생태계교란 민물거북의 알 측정 자료는 한 강유역환경청의 허가 (생태계교란생물 수입 등 허가서, 제 2021-3호)를 득하여 경기도 안산시 화랑공원에서 채취한 알들과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허가 (생태계교란생물 수입 등 허가서, 제2021-08호)를 득하여 광주 (전남대학교 용지, 전 평제근린공원, 수완호수공원) 및 나주지역 저수지 (빛가람 호수공원)를 대상으로 한 산란지 현장조사 시 채취한 알들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2.3. 종 구분
생태계교란 민물거북의 산란지 현장조사 시 채취한 알 들의 종 구분은 인공부화 방법과 유전자 분석 방법을 통해 진행하였다.
2.3.1. 인공부화
인공부화의 경우 둥지마다 3~5개의 알을 실내로 가져와 인공부화기 (Fencia, China)를 사용하여 진행하였다. 부화 온도는 부화율이 높고, 부화 기간이 짧은 28~30°C를 유지 하였다 (Du et al. 2007). 부화기 내의 습도를 조절하기 위 해서 물을 머금은 수태를 바닥재로 이용하였으며, 2주에 한 번씩 수태를 교체해주었다.
2.3.2. 유전자 분석
유전자 분석의 경우 바다거북의 알에서 유전자를 추출한 Shamblin et al. (2011)의 실험 절차 (protocol)를 일부 변형하여 진행하였으며, DNeasy Blood & Tissue Kit (Qiagen, Germany)를 이용하여 Genomic DNA를 추출하였다.
알에서 막 부분을 60 mg을 잘라 ATL buffer 200 μL, Proteinase K 20 μL와 1 M DTT 9.8 μL를 첨가하고, 56°C에서 24 h 동안 반응하였다. 최고속도로 1분간 원심분리를 진행 한 후, 상층액 (200 μL)을 새로운 1.5 mL tube에 옮겨 AL buffer 200 μL, 에탄올 (95~100%) 200 μL와 섞었다. 혼합액을 칼럼에 결합하는 과정부터는 제조사의 실험 절차에 따라 진행하였다.
척추동물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종 특이적인 부분인 Control Region 부분을 증폭하고자 PCR 기법을 이용하였다 (Boore 1999). PCR은 Solg Pfu DNA polymerase (Solgent, Korea)를 이용하였으며, 프라이머는 20(2) Primer_F (5′-CCTCCGCATATTAAACCAGA-3′; Park et al. 2021), 20(2) Primer_R (5′-TGCTTATCTCTCGTGATTAGG-3′; Park et al. 2021), DES 1 (GCATTCATCTATTTTCCGTTA GCA; Starkey et al. 2003), DES 2 (GGATTTAGGGGTT TGACGAG; Starkey et al. 2003)을 사용하였다. PCR 반응은 Pfu 효소 0.5 μL, 10× buffer 5 μL, 10 mM DNTP 1 μL, Primer (Forward) 4 μL, Primer (Reverse) 4 μL와 Genomic DNA 2 μL에 멸균 증류수 33.5 μL를 첨가하여 최종 50 μL 로 반응하였다. Control Region 유전자 서열을 증폭하기 위한 반응은 95°C에서 5분간 초기변성 (Initial denaturing) 후, 95°C에서 20초간 변성 (Denaturing), 53°C에서 40초간 결합 (Annealing), 72°C에서 2분간 신장 (Extension)을 1회로 구성하여 30회 반복 수행하였으며, 72°C에서 5분간 최종 신장 (Final extension)하였다.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해 증폭된 Control Region 부분을 절개하여 마크로젠사 (Macrogen, Korea)에 서열 의뢰를 맡겨 서열 비교를 진행하였다. 분석된 서열은 Clustal Omega 프로그램 (Conway institute, Ireland)과 BLAST (Basic Local Alignment Search Tool, NCBI, USA)를 이용하여 정렬 (Alignment)하였고, Genbank (NCBI)에 등록된 유전체 정보를 참고하여 비교·분석하였다.
2.4. 외형 측정 및 통계 분석
수집된 알은 무게 (weigh) 및 외형적 특징 자료인 장경 (length)과 단경 (width)을 측정하여 종 간 그 비율 (ratio) 의 차이를 비교·분석하였다. 통계 분석은 전용 프로그램 인 SPSS (ver.21)를 이용하여 일원배치분산분석 (ANOVA; analysis of variation)을 진행하였다.
3. 결 과
총 45개의 거북목 둥지를 확인하였으며, 27개의 둥지는 인공부화로, 18개의 둥지는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종을 확 인하였다 (Table 1). 45개의 거북목 둥지 중 붉은귀거북은 16개, 리버쿠터는 29개였으며, 각각 알의 개수는 155개, 217개였다. 남생이 알의 개수는 31개이며, 서울대공원에서 15개,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11개, Lee (2003)의 연구 에서 5개를 확인하였다.
일원배치분산분석 결과, 단경 (F=126.877, p<0.001)과 비율 (F=136.038, p<0.001), 무게 (F=62.328, p<0.001) 에서 종 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장 경의 경우 남생이와 붉은귀거북 (F=7.776, p<0.001), 남생이와 리버쿠터 (F=7.776, p<0.001)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지만, 리버쿠터과 붉은귀거북 사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경은 남생이가 다른 2종에 비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Table 2). 단경, 무게, 비율 모두 리버쿠터가 가장 크고, 붉은귀거북, 남생이 순으로 나타났다 (Table 2;p<0.001).
4. 고 찰
선행 연구에 의하면 거북목은 산란지의 모양으로는 종을 구분할 수 없지만, 알은 알의 구성이나 모양을 통해 분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ckard et al. 1982;Congdon and Gibbons 1985;Refsnider 2016). Packard et al. (1982)의 연구에 의하면, 알의 석회질층 (Calcareous layer) 의 두께가 알 껍질 막 (eggshell membrane)과 같을 경우 껍질이 유연한 알 (Parchment or Pliable shelled egg)로, 석 회질층의 두께가 알 껍질 막보다 두꺼운 경우 단단한 알 (Rigid shelled egg)로 분류하였다. 선행 연구에 의하면 본 연구의 대상종인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는 껍질이 유연한 알로 구분되었으며 남생이는 단단한 알로 분류되었다 (Congdon and Gibbons 1985;Iverson and Ewert 1991). 또 한, Iverson and Ewert (1991)의 연구에서 장경을 단경으로 나눈 비율에 따라 3가지 모양으로 구분하였다: 구형 (Sphere, 장경과 단경에 차이가 거의 없어 공같이 둥근 형 태), 마름모형 (Bicone, 장경과 단경이 차이가 미미하게 나 타나는 마름모 형태), 타원형 (Ellipsoid, 장경과 단경에 차이가 나타나며 럭비공 모양). 선행 연구는 장경과 단경의 비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구형으로 판단하였으며 국내종 인 자라 (Pelodiscus maackii)가 구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NIER 2011).
본 연구에서 거북목 알의 장경, 단경, 무게 그리고 장경과 단경의 비율을 측정하여, 국내종인 남생이와 생태계교 란생물인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간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4개의 변수 중 장경을 제외한 모든 변수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Table 1). 그중 장경과 단경의 비율은 100에 가까울수록 알의 모양이 구 (ball)에 가까운 모양을 의미하며, 본 연 구에서 확인한 3종 중 리버쿠터가 가장 구 (ball) 형태에 가까운 모습이며, 그 다음은 붉은귀거북, 가장 타원형인 모습 은 남생이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 또한 선행 연구와 유사하게 리버쿠터와 붉은귀거북은 마름모형, 남생이는 타원형으로 나타났다 (Fig. 1).
Congdon and Gibbons (1987)의 연구에 의하면 암컷 성체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거북류의 경우 배갑의 길이 (plastron length)가 증가함에 따라 산란된 알의 폭 (width) 과 골반개구부의 폭 (pelvic opening width)이 유의미하 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Elgar and Heaphy (1989) 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거북목 알의 장경은 암컷 등갑 길이와 양의 상관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암컷의 크기에 따라 알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Iverson and Ewert (1991)의 연구에서 알의 모양을 분류하는 데 사용된 알의 개수는 붉은귀거북 3개, 리버쿠터 15개, 남생이 6개로 적은 표본 수이기 때문에, 알의 모양을 특정 짓기 어렵다. 그러나 측정한 알의 개수가 많아진 본 연구의 결과에서는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남생이의 알의 모양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종에 대한 알의 모양을 특정 짓기 위해서는 추후 암컷의 크기와 알 모양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거북목의 산란지를 발견했을 때, 현장에서 간단히 측정 할 수 있는 요소들을 통하여 거북목 간에 알의 외형적 특징 차이가 나타난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거북목은 종에 따라 알의 구성, 모양이 다르기에 알을 이용하여 종을 구분 하고 산란지를 통한 종의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거북목은 암컷의 크기가 알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추후 암컷의 크기와 알 모양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보다 정확한 종 분류가 가능하여 거북목 관리 및 보호에 기여 가능하다. 특히, 국내에서 거북목 산란지 퇴치 시, 국내종인 남생이 개체군에 피해를 주지 않는 제거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적 요
전 세계 주요 생물군의 생물다양성 저하의 주요 요인은 외래종의 침입이다. 국내종의 보호를 위해서 외래종의 관 리가 필요한 실정이며, 최근 들어 국내에서 생태계교란 외래종의 퇴치를 위해 그물을 이용한 개체 포획, 포획된 개체 들에 대한 수매 사업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외래종 거북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산란된 알을 집중적으로 찾아서 폐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남생이 (Mauremys reevesii)와 생태계교란 민물거북의 산란지 형태나 알의 외형적 특징으로 종을 구분하는 기준은 제시된 바 없기에, 외래종 거북의 퇴치 과정에 외래종 거북의 알로 오인되어 폐기되는 남생이 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보다 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붉은귀 거북 (Trachemys scripta elegans)과 리버쿠터 (Pseudemys concinna), 남생이 간 알의 외형적 차이를 비교·분석하여 외래종 거북의 현장 퇴치 과정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자 한다. 본 연구는 민물거북 3종의 알 특징을 측정하였다. 비교 결과 외래 거북과 남생이 알의 외형적 특성에서 모든 변수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알의 모양 또한 붉은 귀거북과 리버쿠터는 마름모형 (Bicone), 남생이는 타원형 (Ellipsoid)으로 차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선행 연구와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하여 확인된 바와 같이 남생이와 붉은 귀거북, 리버쿠터의 알은 모양과 구성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민물거북의 산란지를 발견할 경우 알을 이용하여 남생이와 외래거북의 구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