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어류는 다양한 서식처 환경에서 독특한 방식의 번식전략 (reproductive strategy)으로 진화하여 종의 멸종을 피 하는 방향으로 분화되어 왔다 (Balon 1985). 여러 가지 산란전략 중 잉어과(family Cyprinidae)에 속하는 납자루 아과 (Acheilognathinae) 어류는 담수산 이매패 (Bivalvia; Unionidae)를 산란장으로 이용하는 특이한 산란행동 특성을 가진 소형 담수어로서 전 세계적으로 70여 종이 분포하며, 유럽에는 납줄개 (Rhodeus sericeus), Rhodeus amarus, Rhodeus colchicus 등 3종 이상이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Arai 1988;Bănărescu 1990;Van Damme et al. 2007).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서호 납줄갱이 (Rhodeus hondae)를 포함하여 3속 15종이 기록 되었다 (Kim et al. 2005;Kim and Kim 2009;Kawamura et al. 2014;Kim et al. 2014a). 이 중에서 4종의 납자루아과 어류, 한강납줄개 (Rhodeus pseudosericeus), 임실납자루 (Tanakia somjinensis), 묵납자루 (Tanakia signifer) 및 큰 줄납자루 (Acheilognathus majusculus)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2021년 9월 16일 개정)에 근거하여 멸종위기 야생생물 I·II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적색 자료집 (Red Data Book)에서는 위기 (EN; endangered) 종 [임실납자루 (T. somjinensis), 한강납줄개 (R. pseudosericeus)], 준위협 (NT; near threatened) 종 [묵납자루 (T. signifer)], 관심 대상 (LC; least-concern) 종 [큰줄납자루 (A. majusculus), 큰 납지리 (Acheilognathus macropterus), 칼납자루 (Tanakia koreensis), 줄납자루 (Acheilognathus yamatsutae), 떡납줄갱이 (Rhodeus notatus)] 및 정보 부족 (DD; data deficient) 종 [서호납줄갱이 (R. hondae)]에 포함되어 있다 (Ko et al. 2011).
납자루아과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화려한 혼인색을 띠고 민물조개 주위에서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고 암컷을 유인한다. 암컷은 긴 산란관을 발달시켜 조개의 출수공 (exhalent opening)을 통해 아가미 안에 산란한다. 산란 직후 수컷은 조개의 입수공 근처에 정자를 방출하고 조개의 호흡에 의해 아가미 속으로 정자가 옮겨지며, 아가미 내에서 난의 수정이 일어난다 (Smith et al. 2004). 수정이 완료된 난은 약 3~6주 동안 발생과정을 거친 후 유영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조개 밖으로 나와서 독립된 생활을 한다 (Uchida 1939;Aldridge 1999). 이렇게 독특한 번식 행동으로 진화한 납자루아과 어류는 유속이 완만하고 수초가 있는 하천이나 저수지의 가장자리에 주로 서식하는 이동성이 크지 않은 종이다. 생활사 초기 단계가 조개에 전적으로 의존되는 ‘절대공생 (obligate symbiosis)’ 관계이기 때문에 서식처 환경에 동서하는 조개 개체 수가 감소 하면 국지적 멸종 가능성이 높아진다 (Colwell et al. 2012;Modesto et al. 2018). 또한, 조개는 자신의 유생인 글로키디움 (glochidium)을 납자루아과 어류를 포함한 잉어과 및 망둑어과 (family Gobiidae) 어류의 아가미, 지느러미 등 몸체에 부착시켜 기생하여 분산 (dispersal)을 향상시킴으로써 생태적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Reichard et al. 2010;Zanatta and Wilson 2011;Modesto et al. 2018). 한 종의 멸종 또는 개체수 감소가 상호작용하는 상대 다른 종의 멸종을 초래하는 “동반멸종 (coextinction)”은 전 지구적인 생물다양성 위기의 주요 위협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납자루아과 어류와 조개가 그 예시이다 (Koh et al. 2004;Modesto et al. 2018). 최근 인위적인 간섭에 의한 오염 및 하천사업으로 납자루아과 어류가 산란에 이용하는 석패과 (family Unionidae) 패류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산란장을 차지하기 위한 납자루아과 어류간 종간경쟁 (interspecific competition)의 심화, 종간 교잡 (hybridization), 개체수 급감 등이 초래되어 동반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Bogan 1993;Watters 1996;Hata et al. 2021). 또한, 정수성 어종이기에 육상 생태계로부터 유입되는 생물·화학적 환경오염에 노출이 쉬워 인위적인 보존이 시급한 분류군이다 (Kim et al. 2014a).
국외 연구에서 납자루아과 어류 암컷은 자연선택에 의해서 자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개의 크기 및 아가미 산란위치 선택성이 진화하였다고 보고된 바 있다 (Oshiumi and Kitamura 2009). 최근 한강수계의 4개 납자루아과 어류 집단을 대상으로 수행된 국내 연구에서는 산란에 이용된 조개의 평균 크기가 산란에 이용되지 않은 조개보다 큰 것이 관찰되는 등 산란선호도에 대한 현장 조사가 진행된 바 있으나 (Kim et al. 2014b;Choi and Lee 2019;Fujimoto et al. 2022), 다른 하천 대상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조개크기에 대한 산란선호도 진화 가설을 보다 면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줄납자루 (A. yamatsutae) 종은 주로 석패과의 말조개 (Nodularia douglasiae), 작은말조개 (Nodularia breviconcha), 곳체 두드럭조개 (Lamprotula leai), 작은대칭이 (Anodonta arcaeformis) 등의 순서로 산란장으로 선호하였으며, 도끼 조개 (Solenaia triangularis), 재첩과 (family Cyrenidae), 산골과 (family Pisidiidae)의 패류에는 산란이 관찰되지 않았다 (Song and Kwon 1994). 줄납자루의 산란숙주조개 연구 에서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말조개 (N. douglasiae)가 작은말조개 (N. breviconcha)보다 산란율이 높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Song and Kwon 1994). 조개의 크기가 커지면 아가미 공간이 넓어지게 되고 조개 내 산소공급율 또한 높아져 납자루아과의 난 및 치어의 생존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Mills et al. 2005;Kitamura 2006a). 결국 산란에 이용할 조개의 크기 선택성은 조개로부터 자손의 생존 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된 산란전략인 것으로 판단된 다 (Kim et al. 2020). 또한, 재첩과와 산골과의 패류들은 석패과의 패류들과는 달리 입·출수공의 직경이 작으며 반새와 패각 역시 매우 작고 석패과의 도끼조개 (S. triangularis) 도 석패과의 다른 종에 비해 각폭과 반새가 상당히 작은데 이러한 요인들이 납자루아과 어류가 산란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생각된다 (Song and Kwon 1994). 하지만, 최근 중국 양츠강 (Yangtze River) 유역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재첩(Corbicula fluminea)에 산란하는 납자루아과 어류 신종(Sinorhodeus microlepis)이 보고된 바 있다 (Li et al. 2017).
이전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재첩 (C. fluminea)은 국내 납자루아과 어류 종들의 산란장으로서 이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본 연구에 의해 낙동강 지류인 고령 회천에서 재첩의 아가미 내 납자루아과 어류의 난이 국내 최초로 관찰되었다 (Fig. 1). 이러한 발견은 납자루아과 어류가 재첩을 산란에 이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산란된 난들이 정상적인 발생과정을 거쳐 조개 밖으로 나와서 독립된 생활사 (life history)를 지속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확인할 수 없어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첩을 산란에 이용하는 종을 식별하는 것은 납자루아과 어류의 보전 및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생태적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 연구에 의하면 패류 내 난과 치어의 정확한 종 판별을 위해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반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제한절편 길이 다형성) 분자기법을 이용한 유전적 종 동정이 수행되었으며 (Choi and Lee 2018), 명확한 종 동정을 기반으로 한강수계에 서식하는 납자루 아과 어류 3종의 산란양상을 파악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Choi and Lee 2019). 본 연구의 세부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낙동강 지류인 고령 회천에서 관찰된 납자루아과 어류 4종 [각시붕어 (Rhodeus uyekii), 낙동납자루 (Tanakia latimarginata), 줄납자루, 큰납지리 (A. macropterus)]의 조개 내 산란된 난과 치어의 종식별 가능한 제한효소 분자마커 기법 개발, 2) 서식지에 동서하고 있는 작은대칭이 (A. arcaeformis), 재첩 및 말조개에 산란이 관찰된 납자루아과 3종의 산란양상 및 빈도 파악 (Fig. 2), 3) 재첩의 아가미 내부에 산란한 납자루아과 어류의 종 판별을 수행하고자 한 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낙동강에 서식하는 납자루아과 3 종의 산란양상을 보다 폭넓게 구명하고 이들 자연개체군의 보전·복원 전략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하천 생태계 생물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인 과학적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한다 (Bang et al. 2022).
2. 재료 및 방법
2.1. 연구대상 지역
연구대상 지역인 고령 회천 (GH; Goryeong Hoecheon Stream)은 낙동강 권역의 낙동강수계에 속하는 하천으로 경상북도 고령군 운수면 운산리 (35°44ʹ55.94ʺN 128°17′ 17.93ʺE)에 위치한, 낙동강의 제1지류이다 (Fig. 2). 연구대상 지역에 서식하는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양상을 파악 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수행한 결과 납자루아과 어류는 큰 납지리, 줄납자루, 각시붕어 (R. uyekii) 및 낙동납자루 (T. latimarginata) 4종이 관찰되었다. 조사시기의 선정을 위해 문헌 조사한 결과 4종의 산란시기는 4~6월로 확인되었다 (Song 1994;Yang 2004;Kim and Kim 2012;Kim et al. 2015). 따라서, 4종의 산란시기가 겹치는 2020년 4월 14~15일 납자루아과 어류의 난 및 치어를 확보하기 위해 조개 시료를 채집하였다. 시료 채취는 연구 대상 종들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등록된 종이 아니기 때문에 포획허가서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제시된 동물보호법 (the Animal Protection Act)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행되었다.
2.2. 조사 및 분석 방법
2.2.1. 납자루아과 어류의 난 및 치어확보
납자루아과 어류의 채집은 족대 (망목 5×5 mm, 40분), 투망 (망목 7×7 mm, 10회) 및 일각망(날개 10 m, 망목 4×4 mm, 야간을 포함하여 12시간 정치)을 이용하였으며, 채집된 개체는 현장에서 사진촬영 및 종 동정을 수행 하였다 (Kim 1997;Kim and Park 2002;Kim et al. 2005). 또한, 난 및 치어의 종 판별 제한효소 마커개발을 위한 참조 (reference)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각 종별 3~5 개체를 대상으로 genomic DNA 추출을 수행하였고, 이를 위해 재생가능한 꼬리지느러미 일부를 채취한 뒤 계수 하고 모두 현장에 방류하였다 (Fu et al. 2013). 민물조개의 채집은 현장에서 족대를 이용하여 하천의 수변부 바닥을 쓸어 담아 채집하였다. 채집된 조개는 납자루아과 어류의 조개 크기에 대한 산란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digimatic caliper (0~150 mm; Mitutoyo, Japan)를 이용하여 각장 (shell length), 각고 (shell height) 및 각폭 (shell width)을 0.01 mm까지 측정하였고, 포셉 (forcep)을 이용하여 패각을 약 2~3 mm 정도 열어 아가미 내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 여부를 확인하였다 (Kitamura 2005). 조개 중 납자루아과 어류의 난 및 치어가 확인된 개체만 99% ethanol로 채워진 falcon tube (50 mL)에 각각 1개체씩 넣어 고정 후 실험실로 운반하였으며, 산란이 확인되지 않은 개체는 서식처에 즉시 방류하였다. 운반된 조개는 아가미 속을 확인하여 난 및 치어를 추출하였고, 추출 시 납자루아과 어류의 종별 아가미 내 산란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난 및 치어의 위치를 아가미의 좌·우 및 내·외부 (left outer, left inner, right inner and right outer)를 구분하여 기록하였다. 민물조개의 종 동정은 채집된 조개의 형태적으로 유사한 조개를 5개체씩 (말조개류 5개체, 대칭이류 5개체 및 재첩류 5개체) 총 15개체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미토콘드리아 DNA cytochrome oxidase I (COI) 무척추동물 바코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종 동정을 검증하였다. 또한, 각 지역 민물조개의 서식밀도를 조사하기 위하여 하천의 수변부를 대상으로 2 m 간격으로 7회 방형구조사 (1×1 m)를 수행하였다.
2.2.2. Genomic DNA 추출 및 미토콘드리아 DNA PCR
Genomic DNA의 추출은 민물조개 속 납자루아과 어류 난 및 치어 조직 또는 성체의 꼬리지느러미 조직 일부 (~2 mm)를 절단하여 이용하였고, 조개는 패각 안쪽 근육조직의 일부 (~2 mm)를 절단하여 G-spin Total DNA Extraction Kit (INTRON Biotechnology, Korea)를 이 용하여 추출하였으며, 추출된 DNA는 NanoDrop One (Thermo Scientific Inc., USA)을 이용하여 DNA의 농도를 확인 후 실험에 이용하였다. 조개의 종동정에 이용된 COI 유전자 (611 bp) 증폭을 위해 무척추동물을 대상으로 개발 된 primers를 이용하였으며 (Folmer et al. 1994), 납자루아과 어류 난 및 치어 동정에 이용된 미토콘드리아 DNA cytochrome b (cyt b) 유전자 (1,053 bp)의 경우 이전 연구에서 납자루아과 어류를 대상으로 개발된 primers를 이용 하였다 (Chang et al. 2014).
사용된 primer 뉴클레오티드 (nucleotide) sequences (5′- 3′)는 다음과 같다 (Table 1).
PCR 반응은 sterilized water 9.9 μL, 10×Green buffer (Thermo Scientific Inc., USA) 1.5 μL, 0.6 μM of each forward and reverse primer 0.5 μL, 25 μM of each dNTP (Bio Basic Inc., Canada) 1.5 μL, 0.2 U Taq DNA polymerase (Thermo Scientific Inc., USA) 0.1 μL 및 genomic DNA 1 μL (2.19~191.53 ng μL-1)를 사용하여 총 15 μL로 수행하였고, PCR 증폭은 2720 thermal cycler (Applied Biosystems, USA)를 이용하여 조개 COI 유전자의 경우 94°C에서 2분 간 초기 변성 (denaturation) 후 94°C에서 1분간 denaturation, 50°C에서 1분간 결합 (annealing), 72°C에서 1분간 신장 (extension) 반응을 35회 반복하였으며, 이후 72°C 7 분으로 최종 extension 후 증폭을 완료하였다. 납자루아과 cyt b 유전자의 경우 94°C에서 4분간 초기 변성 후 94°C에 서 1분간 denaturation, 55°C에서 1분간 annealing, 72°C 에서 1분간 extension 반응을 35회 반복하였으며, 이후 72°C 5분으로 최종 extension 반응 후 증폭을 완료하였다.
2.2.3. RFLP 실험
RFLP 분석을 위해 큰납지리, 줄납자루, 각시붕어 및 낙 동납자루로 동정된 미토콘드리아 DNA cyt b 참조 유전자 염기서열 (1,053 bp)을 확보하였으며, 종간 단일염기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 SNPs) 정보를 이용하여 제한효소를 선정하였다 (Choi and Lee 2018). 종 동정을 위해서 RFLP 마커로 결정된 제한효소는 Rsa I (GT′AC) 로 큰납지리, 줄납자루, 각시붕어 미토콘드리아 cyt b 유전자 부위에서 큰납지리 466 bp, 196 bp, 194 bp, 171 bp 및 26 bp, 줄납자루 545 bp, 337 bp, 171 bp, 각시붕어 882 bp, 171 bp 부분으로 절단되었으며, 낙동납자루는 절단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Fig. 3).
PCR-RFLP 실험은 sterile water 10 μL, 10× buffer (10× EzBuffer IV) 1 μL, restriction enzyme (10 units μL-1) 0.2 μL, PCR product 5 μL로 총 16.2 μL의 양을 반응시켰고, 2720 thermal cycler (Applied Biosystems)를 이용하여 37°C에서 약 3~4시간 반응하였다. 반응이 완료된 산물은 2%의 agarose gel로 약 20분간 전기영동을 수행하였으며, 100 bp DNA ladder (INtRON Biotechnology)를 이용하여 각각 밴드의 크기를 파악하였다.
2.2.4. 통계분석
각 납자루아과 어류 종 간 산란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통계분석 프로그램인 IBM SPSS Statistics ver. 21을 이용하여 모집단의 정규성 (normality)과 등분산 (homogeneity of variance) 검증 결과, 모수 (parametric) 통계의 가정을 미충족하여 비모수(nonparametric) 통계 방법으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였다. 민물조개의 크기에 따른 납자루아과 산란선호도의 차이를 각 종별로 파악하기 위해 조개의 아가미 속 난 및 치어가 확인된 조개 (spawned mussels) 와 확인되지 않은 조개 (unspawned mussels)의 두 그룹 간 중앙값 (median)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Mann-Whitney U test를 이용하였고, 납자루아과 어류의 민물조개 종별 조개의 크기에 대한 선호도 및 산란양상을 알아보기 위 해 Kruskal-Wallis test를 이용하여 종간 차이 유무를 분석하였다. 조개크기에 대한 선호도 분석은 납자루아과 어류 3종 모두 산란이 확인된 말조개만을 대상으로 통계분석을 수행하였다. 각각의 조개 종별 크기에 대한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양의 상관관계 분석을 위해 Spearman rank test를 수행하였다. 납자루아과 어류 3종의 조개당 산란양과 산란에 이용하는 조개 크기의 차이를 조사하기 위해 Kruskal-Wallis test 분석을 수행하였고, 각 종별 pairwise comparisons을 위한 사후검정은 Dunn’s multiple comparison tests를 이용하였다. 또한, 납자루아과 어류의 숙주조개 아가미 내 산란위치 [내부아가미; inner gills (left inner, right inner) vs. 외부아가미; outer gills (left outer, right outer)]의 종 특이적인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chi-square (χ2) tests를 수행하였다.
3. 결 과
3.1. 재첩 내 납자루아과 산란 관찰 및 숙주조개 종 특이성, 산란율 및 종간경쟁
조사지역 회천에서 채집된 납자루아과 어류는 총 4 종, 97개체 (큰납지리 18, 줄납자루 23, 각시붕어 21, 낙동 납자루 35)가 확인되었다. 총 200개의 민물조개 중 52개 (26.0%)에서 납자루아과 어류의 난 및 치어가 확인되었고, 총 731개의 난 및 치어 (조개당 평균 14.1개 난/치어)를 대상으로 RFLP 분자마커를 이용하여 종 동정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줄납자루, 각시붕어 및 낙동납자루 3종의 난 및 치어로 확인되었으며, 현장조사에서 관찰된 큰납지리의 난 및 치어는 확인되지 않았다 (Tables 2, 3).
각 조개 종별로 산란된 납자루아과 어류 난 및 치어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총 116개가 채집된 재첩은 14개체 (12.1% 산란율)에서 산란이 확인되었다. 확인된 난 및 치어 88개체 (조개당 평균 6.3개) 중 줄납자루가 5개 재첩에서 26개체 (조개당 5.2개), 낙동납자루가 7개 재첩에서 62 개체(조개당 8.9개) 산란을 확인할 수 있었다 (Table 3). 산란이 확인된 재첩 중 2개체는 납자루아과 난이 각각 1개씩 확인되었으나, PCR 실험 실패로 종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말조개는 73개체 중 33개체 (45.2%)에서 산란이 확인되었으며 2개체의 조개 속 난 및 치어는 PCR 실험 실패로 종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Table 2). 확인된 난 및 치어 624개체 (조개당 평균 18.9개) 중 줄납자루가 19개의 조개에 121 개체 (조개당 6.4개), 각시붕어가 9개의 조개에 69개체 (조 개당 7.7개), 낙동납자루가 26개의 조개에 434개체 (조개당 16.7개)로 산란양에서 종간 차이가 존재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Kruskal-Wallis test, p>0.05; Table 3). 또한, 말조개 19개체에서는 두 종 이상의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이 확인되었다 (Table 4).
작은대칭이는 11개체 중 5개체(45.5%)에서 산란이 확인 되었으며 3개체의 조개 속 난 및 치어는 종 판별하는 과정의 PCR 실험에서 실패하여 2개체의 조개 속 난 및 치어만 종 판별이 가능하였고, 확인된 난 및 치어 19개체 (조개당 평균 3.8개) 모두 줄납자루로 분석되었다 (Tables 2, 3). 재첩을 산란에 이용한 납자루아과 어류는 줄납자루와 낙동납자루로 확인되었고, 낙동납자루의 재첩이용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으며 산란양은 줄납자루에 비해 조개당 3.7개체 더 많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Mann-Whitney U test, p>0.05; Table 3, Supplementary Fig. S1).
또한, 본 연구에서는 줄납자루가 3종의 조개를 모두 산란에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낙동납자루는 재첩, 말조개 2종, 각시붕어는 말조개 1종만 산란에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분석에 이용된 민물조개의 수 가 종간 편향되어 (작은대칭이; n=2, 재첩; n=14, 말조개; n=33) 납자루아과 숙주조개 종 특이성을 파악하기 위해 서는 추후 추가적인 샘플링을 통한 보완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3.2. 납자루아과 어류 3종간 산란양 및 아가미 내 산란위치 차이
납자루아과 종간 조개당 평균 산란 난 및 치어의 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줄납자루는 조개당 평균 6.38±4.72개, 각시붕어는 조개당 평균 7.67±4.85개, 낙동납자루는 조개 당 평균 15.03±13.32개로 확인되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었다 (Table 5, Fig. 4A; Kruskal-Wallis test, p=0.015). 각 종간 pairwise comparisons 분석 결과, 줄납자루와 각시붕어는 하나의 조개당 유사한 산란양을 보였다 (p>0.05). 낙동납자루는 각시붕어보다 평균 7.36 개 더 많은 산란양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p>0.05), 줄납자루보다는 평균 8.65개 더 많이 산란하여 유의하게 나타났다 (p=0.012) (Table 5, Fig. 4A). 각 조개 종별 납자루아과 어류의 평균 산란 난 및 치어의 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작은대칭이의 경우 총 2개체에서 19개의 난 및 치어 모두 줄납자루로 확인되었다. 재첩의 경우 총 12 개체에서 88개의 난 및 치어 중 줄납자루는 5개체의 재첩에서 총 26개, 낙동납자루는 7개의 재첩에서 총 62개 산란하여 낙동납자루는 줄납자루에 비해 재첩에 조개당 3.66개 더 많은 양의 난을 산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Mann-Whitney U test, p=0.486). 말조개의 경우 총 52개체에서 624개의 난 및 치어 중 줄납자루는 19개의 말조개에서 총 121개, 각시붕어는 9개의 말조개에서 총 69개, 낙동납자루는 26개의 말조개에서 총 434개 산란하여 낙동납자루는 줄납자루와 각시붕어에 비해 9.02~10.32개 더 많은 양의 난을 산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차이 는 보이지 않았다 (Kruskal-Wallis test, p=0.308) (Table 3, Supplementary Fig. S1).
납자루아과 어류 종별 조개의 내부아가미와 외부아가미 속 난 및 치어의 위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줄납자루의 난 및 치어는 왼쪽 외부아가미에 13개 (7.8%), 오른쪽 외부아가미에 5개 (3.0%)로 총 18개 (10.8%), 왼쪽 내부아가미에 56개 (33.7%) 오른쪽 내부아가미에 92개 (55.5%)로 총 148개 (89.2%)로 내부아가미에 선택적으로 산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Table 5; Chi-square tests, p<0.001). 각시붕어는 왼쪽 외부아가미에 8개11.4%), 오른쪽 외부 아가미에 32개 (45.8%)로 총 40개 (57.1%), 왼쪽 내부아가 미에 22개 (31.4%), 오른쪽 내부아가미에 8개 (11.4%)로 총 30개 (42.9%)로 내·외부아가미 선택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p=0.091), 낙동납자루는 왼쪽 외부아가미에 169개 (34.2%), 오른쪽 외부아가미에 239개 (48.4%)로 총 408개 (82.6%) 왼쪽 내부아가미에 70개 (14.2%), 오른쪽 내부아가미에 16개 (3.2%)로 총 86개 (17.4%) (p<0.001)로 외부 아가미를 산란위치로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Table 5, Fig. 5).
3.3. 민물조개 크기에 따른 산란선호도
각 민물조개 종 및 크기에 따른 납자루아과 어류 산란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해 조개의 아가미 속 난 및 치어 가 산란된 조개 (spawned mussels)와 산란되지 않은 조개 (unspawned mussels)의 평균 각장 크기를 비교분석 한 결과, 작은대칭이에서 55.13±11.21 mm (spawned), 52.03±12.26 mm (unspawned), 재첩에서 27.72±1.67 mm (spawned), 25.56±4.14 mm (unspawned), 말조개에서 45.80±4.58 mm (spawned), 44.68±7.40 mm (unspawned)로 모든 조개 3종에서 산란된 조개 (spawned) 의 평균 각장이 산란되지 않은 조개 (unspawned)에 비해 컸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Mann-Whitney U tests, p>0.05) (Fig. 6).
납자루아과 종별 산란에 이용한 3종 (작은대칭이, 재첩, 말조개)의 조개 중 조개크기에 대한 선호도를 알아보기 위해 납자루아과 3종 모두 산란이 확인된 말조개의 크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줄납자루가 사용한 말조개의 크기는 45.98±3.85 mm, 각시붕어는 44.90±4.18 mm, 낙동납자루는 45.97±4.55 mm로 확인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 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Kruskal-Wallis test, p=0.307) (Table 3, Fig. 4B). 나머지 두 조개 종에 대한 납자루아과 종별로 산란된 조개의 크기를 분석한 결과 작은대칭이의 경우 줄납자루 1종이 산란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산란 된 조개의 평균 각장 크기는 45.72±8.38 mm로 확인되었다. 재첩의 경우 줄납자루, 낙동납자루 2종의 산란이 확인 되었고, 평균 각장 크기는 줄납자루 28.42±0.77 mm, 낙동납자루 27.32±2.11 mm로 줄납자루가 1.10 mm 더 큰 크기의 재첩에 산란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Mann-Whitney U test, p=0.223) (Table 3, Supplementary Fig. S2). 각장 크기와 산란양의 상관관계는 말조개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상관성이 관찰 되었다 (r=0.264, p=0.040; Fig. 7).
4. 고 찰
4.1. 재첩 내 납자루아과 산란 관찰 및 숙주조개 종 특이성, 산란율 및 종간경쟁
본 연구 대상 지인 회천에서 채집된 납자루아과 어류 4 종 종 줄납자루, 각시붕어 및 낙동납자루 3종의 난 및 치어가 민물조개에서 확인되었으나 큰납지리의 난 및 치어 는 확인되지 않았다. 큰납지리의 산란시기는 4월 하순부터 6월 초로 알려져 있어 본 연구의 조사시기상 아직 산란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Suzuki and Jeon 1989;Kim and Kim 2012). 본 연구에서 확인된 재첩 내 납자루아과 어류 산란관찰은 국내 최초 발견으로서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장으로서 재첩 이용에 대한 보다 면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며 산란 후 성공적인 발생과정을 거쳐 재첩 밖으로 이동해 독립된 생활사의 지속가능 여부에 대한 연구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Song and Kwon (1994)에 의해 재첩과의 패류뿐 만 아니라 석패과의 도끼조개, 산골과의 패류를 산란조개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최근 중국의 양츠강에서 연구된 Li et al. (2017)에 의하면 재첩 내 납자루아과 어류 산란 관찰이 보고된 바 있다. Li et al. (2017)에서 재첩 내 산란이 확인된 납자루아과 종은 S. microlepis이고 비교적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하는 납자루아과 종이며 산란이 확인된 재첩은 본 연구에서 산란이 확인된 재첩과 동일한 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에서 산란이 확인된 줄납자루와 낙동납자루를 포함하여 다른 납자루아과 종이 재첩에 산란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재첩이 자연 분포하는 섬진강, 낙동강 내 다른 지점을 또 다른 납자 루아과 종이 재첩을 산란숙주로서 이용하는지 추가적으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재첩과는 달리, 말조개에서는 납자루아과 어류 3종 모두 산란이 확인되었다. 산란비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재첩은 다른 두 종에 비해 서식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12개 m-2) 12.06%로 말조개 (1.14개 m-2) 45.20%와 작은대칭이 (0.57개 m-2) 45.45%에 비하여 상당히 낮았다 (Table 2). 이러한 결과는 비교적 크기가 큰 조개를 숙주조개로서 선호하는 납자루아과 어류의 생태 특성을 고려하면 (Kim et al. 2013;Choi and Lee 2019) 납자루아과 어류가 재첩을 산란조개로 이용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연구지역 내의 서식밀도가 비교적 낮은 말조개, 작은대칭이에 산란장 경쟁에서 밀려나 서식밀도가 높은 재첩을 산란장으로 대체 이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으나 (Table 2),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하여 정확한 원인 구명이 필요하다. 또한, 재첩 내 산란이 산란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높은 경쟁관계와 같은 생물학적 환경 요인에 의한 현상일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해 추후 5, 6월 시기에 현장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는 다수의 숙주조개에 2종 이상의 납자루아과 어류가 산란한 결과를 확인하였고 (Table 4), 이는 산란장을 차지하기 위한 종간경쟁의 강도가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Hata et al. 2021). 이러한 종간경쟁 강도는 조개밀도가 낮을수록 높아지고, 동일조개에 대한 여러 납자루아과 어류종의 산란은 종간 잡종을 빈번하게 일으킬 수 있다 (Hata et al. 2021). 말조개에서만 동일한 숙주조개에 2 종 이상의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이 총 19개체에서 확인 되었고, 총 19개의 숙주조개에서 줄납자루와 낙동납자루가 함께 확인된 개체가 12개체로 가장 많으며, 줄납자루와 각시붕어가 함께 확인된 개체는 1개체, 낙동납자루와 각시붕어가 함께 확인된 개체는 3개체, 심지어 3종 모두 산란 된 개체도 3개체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수계 17개 지점에서 납자루아과 어류의 산란이 확인된 말조개류, 작은말조개와 말조개 453개체 중 34개체 (7.6%)가 2종 이상이 산란된 것을 고려하면 (Choi and Lee, unpublished data), 본 연구대상 하천인 고령 회천 (GH)에서 33개체 말조개 중 19개체 (58%)가 2종 이상이 산란된 것은 산란장을 차지하기 위한 아주 높은 수준의 종간경쟁을 의미한다. 낙동강수계 다른 6개의 지점에서 족대, 투망 및 일각망을 이용하여 동일 시간 동안 조사한 결과, 각 지점별 관찰 된 납자루아과의 개체수는 다음과 같다. 고령 회천 (GH)은 총 97개체 (큰납지리 18, 줄납자루 23, 각시붕어 21, 낙동납자루 35), 영양 화매천 (YH; Yeongyang Hwamaecheon Stream)은 총 71개체, 문경 금천 (MG; Mungyeong Geumcheon Stream)은 총 61개체, 합천 금양천 (HGY; Hapcheon Geumyangcheon Stream)은 총 58개체, 상주 이안천 (SI; Sangju Iancheon Stream)은 총 26개체, 청송 길 안천 (CG; Cheongsong Girancheon Stream)은 총 13개체로 고령 회천에서 가장 높은 납자루아과 밀도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조개의 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하지만, 고령 회천 (GH)이 낙동강수계의 6개의 조사지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종간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시한다.
납자루아과 어류와 조개의 관계는 “동반멸종 (coextinction)” 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우선 납자루아과는 번식을 위해서 조개가 산란장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Smith et al. 2004). Ji et al. (2020)에 의하면 국내의 여러 농수로 10지 점에서 군집조사 결과 10지점 중 8지점에서 이매패류를 확인하였고 그 8지점 중 6지점에서 납자루아과의 어종이 우점종과 아우점종으로 나타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납자루아과의 서식에서 담수성 이매패류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숙주조개가 멸종한다면 납자루아과는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조개의 경우도 생활사 초기 유생단계에서 절대적으로 몰고기 몸체에 기생하는 절대공생 (obligate symbiosis) 관계로 알려져 있다 (Colwell et al. 2012;Modesto et al. 2018). Modesto et al. (2018)에 의하면 민물조개는 멸종 위기에 처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동물 중 하나이며 조개의 유생인 글로키디움을 물고기가 접근하면 폐각근을 이용하여 뛰어올라서 물고기에 피부, 비늘, 아가미 등에 단단히 부착하여 물고기에 기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납자루아과 개체군 감소는 글로키디움의 납자루아과 몸체 내 기생과 분산의 감 소로 조개 개체군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Reichard et al. (2010)에서는 납자루아과 어류는 민물조개의 아가미에 산란하여 기생하고, 조개의 유생인 글로키디움 또한 납자루아과 어류에 기생하여 숙주-기생관계에서 서로 적응 및 역적응으로 함께 공진화해왔다고 보고하였다.
4.2. 납자루아과 어류 3종간 산란양 및 아가미 내 산란위치 차이
납자루아과 종간 조개당 평균 산란 난 및 치어의 수, 즉 생식력 (fecundity)은 낙동납자루가 가장 높았으며 줄납자루와 각시붕어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Fig. 4A). 이러한 결과는 납자루아과 어류종이 서로 다른 번식전략으로 진화해온 것을 암시한다. 낙동납자루는 각시붕어와 줄납자루보다 더 높은 생식력으로 진화하였고, 이러한 생식력이 높은 종은 점착성 난을 아가미 내에 집합체적으로 낳아 난괴 (clutch)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낙동납자루와 각시붕어의 난은 점착성으로 인하여 서로 잘 떨어지지 않고 난괴를 형성하여 산란할 때, 많은 수의 난을 적은 횟수로 조개의 새강 (demibranch) 안에 산란을 한다. 반면, 비교적 점착성이 적은 줄납자루의 난은 한 번의 산란에서 적은 수의 난을 여러 번 조개의 반새 (suprabranchial chamber)에 산란한다. 본 연구에서도 낙동납자루와 각시붕어는 주로 조개의 새강에서, 줄납자루는 주로 반새에서 산란이 확인되었다 (Song 1994;Aldridge 1999;Baek and Song 2005;Kim et al. 2015).
본 연구에서는 줄납자루는 내부아가미에서 높은 산란율을 보였으며 낙동납자루는 외부아가미에서 높은 산란율을 보였다. 이러한 종간 편향적인 결과는 해당 납자루아과 종이 조개 내 아가미 산란위치에 대해 선호도가 선천적인 특성을 나타낼 가능성을 강하게 의미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 연구에 의하면 납자루아과 어류의 종별로 아가미 속 난 및 치어의 위치 선호도가 각 각 다르게 진화한 것에 대한 2가지 가설: 1) 납자루아과 어류의 종간 숙주조개 내 공간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2) 조개 내 글로키디움 유생과 산소와 공간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으며 (Aldridge 1997;Mill and Reynolds 2003;Kitamura 2006a, 2006b, 2007), 이러한 가설을 검증 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었다. 납자루아과 어류는 글로키디움과 조개 내에서 산소와 공간을 두고 경쟁을 피하기 위해 유생이 없는 아가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Aldridge 1997; Mill and Reynolds 2003; Smith et al. 2004;Kitamura 2006a), 최근 Kim et al. (2020)의 연구에서 납지리 (A. rhombeus)는 추계산란종으로 조개의 산란 시기와 겹치지 않아 글로키디움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내 부아가미에 편향된 산란이 관찰되기도 하였으며, 이는 아가미 산란위치 선택성이 선천적으로 즉 유전적으로 결정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또한 줄납자루에서는 89.2%로 내부아가미에 선택적으로 산란하는 경향을 나 타냈고, 낙동납자루에서는 82.6%로 외부아가미에 선택적으로 산란하는 경향을 나타냈으며 두 결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줄납자루와 각시붕어 종이 동일한 아가미 산란위치 선택성을 나타낸 관찰도 이 가설을 지지한다 (Choi and Lee, unpublished data). 납자루아과 어류는 산란관의 길이가 조개의 아가미 내에 산란되는 난의 위치를 결정하며 (Kitamura 2005), 납자루아과 암컷은 난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산란할 때 조개의 크기 및 산란위치를 선택한다고 보고되었다 (Oshiumi and Kitamura 2009). Kim et al. (2014b)에서는 4장의 아가미를 모두 보육낭으로 이용하는 곳체두드럭조개 (L. leai)에서 내부아가미와 외부아가미에서 묵납자루의 난 및 치어의 수가 유사하였고, 외부아가미 2장만을 글로키디움 보육낭으로 이용하는 작은말조개에서는 오히려 외부아가미에 더 많은 양의 묵납자루 난 및 치어가 확인된 연구 결과도 있었다. 요약하자면 납자루아과 어류 암컷이 다른 납자루아과 어종 및 조개 아가미 내 글로키디움과의 공간경쟁을 피하기 위해 아가미 산란위치 선택성이 각 종별로 진화한 것을 추정해 볼 수 있으며, 추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서 아가미 산란위치 선택성의 진화기작에 대한 명확한 구명이 필요하다.
4.3. 민물조개 크기에 따른 산란선호도
모든 조개 3종에서 산란된 조개 (spawned)의 평균 각장이 산란되지 않은 조개 (unspawned)에 비해 컸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Choi and Lee (unpublished data)에 따르면 납자루아과 어류의 조개크기에 따른 산란선호도의 차이를 조사하기 위해 산란된 조개와 산란되지 않은 조개의 평균 각장 크기를 한강수계 17개의 지점에서 비교 분석한 결과 16개의 지점에서 산란된 조개가 산란되지 않은 조개보다 평균 각장 크기가 컸으며, 8개의 지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값을 나타냈다. 각 지점에서 채집한 조개의 평균 갯수는 133.3개로 충분한 샘플링을 통한 실험이 이루어진 것을 고려한다면 본 연구에서 관찰된 조개 크기에 따른 산란선호도의 비교 결과는 작은 샘플 크기가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Choi and Lee, unpublished data). 이전 연구에 의하면 일본에 서식하는 Acheilognathus cyanostigma와 우리나라 묵납자루 종도 조개의 크기가 큰 개체를 산란장으로 선호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Kitamura 2006c;Kim et al. 2014b). 또한, 각 민물조개 종별 각장 크기와 납자루아과 어류 산란양의 상관분석 결과 재첩과 말조개에서 각장의 크기가 클수록 산란된 난 및 치어의 수가 많은 양의 상관성을 나타냈으며, 말조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값을 나타냈다 (재첩: r=0.463, p=0.063; 말조개: r=0.264, p=0.040) (Fig. 7). 이전 연구에 의하면, 산란에 이용되는 조개는 일정한 크기 이상이 되면 크기에 상관 없이 산란조개로서 더욱 선호하는 종이 있으며, 선호하는 종 내에서는 작은 개체보다는 큰 개체를 산란조개로 선택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Song and Kwon 1994). 납자루아과 어류의 큰 조개를 산란장으로서 선호하는 선택성은 아마도 자손생존율의 증가로부터 획득되는 적응도 이점 (fitness benefit)에 의해서 자연선택되어 진화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큰 조개는 높은 호흡률로 인해 풍부한 산소를 제공함으로써 납자루아과 어류 자손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Trigos et al. 2015).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크기가 큰 조개는 크기에 비례한 넓은 입수공 및 출수공을 가지고 있어서 높은 호흡률로 인하여 납자루아과의 난 및 치어가 조기 토출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Fujimoto et al. 2022). 일본에만 서식하는 납지리속에 속하는 Acheilognathus typus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크기가 큰 조개 (Sinanodonta lauta)가 높은 난 토출률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A. typus 난이 관찰되었다 (Fujimoto et al. 2022). 따라서, 납자루아과 어류의 큰 조개를 산란장으로서 선호하는 선택성은 자손 생존율과 조개의 난 토출률 간의 균형 (trade-off)에 의해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자루아과 어류는 서식처에 여러 종의 민물조개와 동서할 때 Rhodeus속은 Acheilognathus속과 Tanakia속이 선호하는 Unio속 조개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분류군인 Anodonta속 조개를 산란장으로 주로 이용하는 특성이 보고된 바가 있다 (Song and Kwon 1994). 이러한 산란특성에 의해 본 연구에서 Rhodeus속에 속하는 각시붕어가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조개를 산란에 이용했을 가능성도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각시붕어가 재첩을 산란에 이용하지 않는 결과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조개를 선호하는 종 특성에 의한 결과로 판단되나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
적 요
본 연구는 낙동강 지류인 고령 회천 유역의 납자루아과 어류 3종 (줄납자루, 낙동납자루, 각시붕어)을 대상으로 숙주조개 종에 대한 산란양상을 조사하고 재첩 내 산란한 종을 식별하였다. 현장에서 채집된 총 200개 조개 중 납자루아과 어류 산란율은 말조개 (45.2%)와 작은대칭이 (45.5%) 가 유사하였으나, 재첩은 12.1%로 낮게 나타났다. 재첩을 산란조개로 이용한 납자루아과 어류는 줄납자루와 낙동납자루로 확인되었다. 말조개에서는 납자루아과 3종 모두 산란이 확인되었으며 작은대칭이에선 줄납자루만 산란이 확인되었다. 기존 문헌에 의하면, 재첩은 말조개류보다 크기가 작고 아가미 구조가 달라 납자루아과 어류의 난 및 치어가 생존에 불리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재첩과는 산란숙주조개로서 이용될 가능 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첩 내 납자루아과 어류 산란이 최근 중국에서 보고된 바 있고, 본 연구를 통해 재첩 내 납자루아과 산란이 국내 최초로 확인되었다. 이는 재첩이 납자루아과의 산란숙주조개로 이용되었다는 것을 의미 하지만, 산란 후 발생과정을 거쳐 유영능력을 획득하여 조개 밖으로 이동해 독립된 생활사를 지속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재첩 내 산란이 산란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높은 경쟁관계와 같은 생물학적 환경 요인에 의한 현상일수도 있는점을 고려해 추후 5, 6월 시기에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낙동강수계의 다른 하천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수행하여 납자루아과 어류의 재첩에 대한 산란양상 파악을 보다 면밀히 구명할 필요가 있다. 말조개 33개체 중 19개체 (57.6%)에서 납자루아과 어류 2 종 이상의 난이 관찰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산란장을 차지하기 위한 납자루아과 어류 종간경쟁의 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낙동강에 서식하는 납자루아과 담수어류의 산란양상을 보다 정확히 규명하고 이들 자연개체군의 효과적인 유지, 관리 및 보전 방안 마련을 위한 생태, 유전적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