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논은 람사르조약에 의해 인공습지로 분류되며 양분순환, 토양생성, 생물다양성 등 중요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Ramsar Convention Wetlands 2018). 수생태계는 전 세계 곤충의 6%를 보유하는 등 생물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며 (Dijkstra et al. 2014), 논이나 둠벙에는 많은 종의 수서 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다 (Lupi et al. 2013;Wakhid et al. 2020). 우리나라 평야지대의 논은 주로 5월에 물대기를 시작으로 9월에 완전물떼기를 하며 이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담수상태가 된다. 단기간의 담수는 생활환이 긴 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 적응한 종들에 유리하다 (Lupi et al. 2013).
수서 무척추동물은 다양한 섭식형태를 갖고 있어 수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며, 환경 변화에 민감히 반응한다 (Stoks et al. 2014). 곤충은 담수 서식지에서 보고된 동물 종의 60%를 차지하며 척추동물 14.5%, 연체동물 4% 등으로 구성된다 (Balian et al. 2008;Dijkstra et al. 2014). 논과 습지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은 잠자리목 (Odonata), 딱정벌레목 (Coleoptera), 노린재목 (Hemiptera) 이 대부분으로 포식성 비중이 높다 (Han et al. 2022;Shin et al. 2022). 연체동물인 복족류는 높은 생장율과 번식력을 갖고 있어 논 서식에 적합하며, 다양한 포식자의 먹이원이 되거나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Gonzalez- Solis and Ruiz 1996). 따라서, 이들의 발생밀도와 분포지 역에 대한 정보는 논 수생태계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 하다.
지역적으로 기온이나 강수량 등 기상요인은 수서무척 추동물의 번식과 생장에 영향을 주어 이들의 지리적 분포나 군집조성이 달라진다 (Morin et al. 1994;Huryn et al. 1995). 국지적으로 논 수서생물의 발생밀도와 다양성은 먹 이원, 서식처 이용성, 배수, 농약사용 등에 영향을 받으며 (Salmah et al. 2017), 벼의 생장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Molozzi et al. 2007). 또한, 잡초제거를 목적으로 모내기 후 투입되는 왕우렁이 (Pomacea canaliculata)는 주요한 생물적 요인이다. 왕우렁이는 자연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침입 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논 생태계에서도 이들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Maldonado and Martin 2019).
본 연구는 논 수서무척추동물 군집의 지역별 특성과 계절적 변동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지리적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 철원과 해남을 포함하는 5지역을 대상으로 하였고, 군집의 계절적 변동을 관찰하기 위해 6월과 8월에 조사하였다. 일정한 채집효과를 얻기 위해 수중트랩을 이용하였는데 (Yoon 2017), 이 방법으로 채집되는 무척추동물 중 비율이 높고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수서곤충과 복족류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조사지역 및 시기
온도환경에 따른 논 수서동물 군집의 지역별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위도상 남북으로 위치한 철원, 당진, 전주, 부안, 해남 등 5지역을 대상으로 하였다 (Fig. 1, Appendix 1). 수서동물 군집의 계절적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모내기 다음달인 6월과 완전물떼기 전인 8월에 조사하였으며, 2017~2020년 4년간 실시하였다. 이 기간 지역별 평균기온은 철원 10.4°C, 당진 12.3°C, 전주 13.3°C, 부안 13.3°C, 해남 13.8°C였다 (AWIS 2023).
2.2. 조사방법
수서무척추동물을 채집하기 위해 수중트랩을 이용하였으며, 트랩은 700 mL의 플라스틱컵 (위직경 9.8 cm, 길이 15 cm, 입구 직경 2.5 cm)에 케미라이트 1개와 어분 3 g을 넣고 뚜껑을 거꾸로 닫아 제작하였다. 각 지역별로 8지점 을 선정하였고 지점별로 3~4개의 논을 대상으로 수중트랩을 3개씩 설치하였다. 수중트랩을 설치한 다음날에 트랩을 수거하여 시료를 70% 알코올에 보관하였다. 수서무척추 동물의 동정은 실체현미경 MZ 7.5 (Leica Microsystems, Wetzlar, Germany)를 이용하여, Han et al. (2008)을 참고로 종 수준까지 동정하였다. 수서곤충의 성충과 유충의 개체수는 합산하여 계산하였다.
2.3. 통계분석
수서곤충과 복족류의 발생밀도는 각 지점별로 트랩당 채집된 개체수로 계산하였다. 발생밀도는 지점별 평균값을 이용하여, 지역별 비교에는 Tukey test를 실시하였고 시기별 비교에는 repeated measures ANOVA를 수행하였다. 군집의 구조 및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nMDS (non-metric multidimensional scaling)와 MRPP (multiple response permutation procedure)를 각각 수행하였고, Species Diversity and Richness package v.4.0 (Pices Conservation, Lymington, UK)을 이용하였다. 왕우렁이와 다른 복족류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개체수를 Log (n+1)로 변환하여 Pearson coefficient를 계산하였다. 다중검정과 상관 분석에는 SAS v9.1 (SAS Institute Inc., Cary, NC, USA)을 이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수서곤충의 지역별 군집 특성
수서곤충은 조사기간에 총 65종 15,268개체가 관찰되었다. 사돈물땡땡이 (Hydrochara affinis), 애기물방개 (Rhantus pulverosus), 검정배물벌레 (Sigara nigroventralis) 순으로 많았다 (Table 1). 총 발생밀도는 부안이 높고 해남이 낮았으나 위도상으로 뚜렷한 경향은 없었다. Han et al. (2007)은 논에서 172종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하였으나, 조 사 범위와 방법이 달랐기 때문에 관찰된 종 수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중트랩은 먹이나 빛에 유인되는 종이 주로 채집되기 때문에 전체 다양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채집 망을 이용하는 방법이 유리하다 (Yoon et al. 2017).
수서곤충 군집은 nMDS 분석에서 지역별로 구분이 되었으며 (Fig. 2), MRPP 분석 결과에서도 6월 (A=0.162, p=0.024)과 및 8월 (A=0.152, p=0.012)에 모두 지역 간 차이가 있었다. 애물땡땡이와 사돈물땡땡이는 위도상으로 분포 양상이 달랐으며, 지역별 온도 차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기온 등 온도인자는 수서곤충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환경요소이며 지리적으로 종다양성이 달라지게 한다 (Shah et al. 2015;Tonkin et al. 2015). 애물땡땡땡이는 철원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부안과 해남에 많았는데 Han et al. (2010)도 이 종이 충청도, 전라도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Table 1). 이 종 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타이완, 베트남, 일본, 중국 등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 발견된다 (Darilmaz and Ahmed 2016). 반면에 사돈물땡땡이는 철 원과 부안에서 많았는데 이전 연구에서도 전남 이북에서 주로 서식한다고 보고되었으며 (Han et al. 2020; Kang et al. 2020), 러시아와 터키 등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관찰된다 (Brekhov et al. 2013;Tasar 2018). 애물땡땡이와 사돈물땡땡이처럼 위도상으로 편중되어 서식 하는 종의 분포지역 변화는 온난화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다.
꼬마줄물방개와 애기물방개는 모든 조사지역에서 관찰 되었는데, 논은 물리화학적 교란이 심한 서식지이므로 환경변화에 강한 종들이 주로 우점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hin et al. (2022)도 논에서 포식성 곤충의 상대밀도가 높고 재배방식에 따라 차이가 적었다고 하였다. 물자라의 발생밀도는 당진에서 높았는데, Kim et al. (2012)도 이 종이 남부지역보다 충북지역에 많다고 하였다. 이처럼 위도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발생 밀도가 높은 종들은 온도 이외의 환경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3.2. 수서곤충 군집의 계절적 변동
수서곤충 총 발생밀도의 시기별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꼬마줄물방개와 애물땡땡이는 일부 지역에서 6월보 다 8월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고 사돈물땡땡이는 8월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Table 1, Fig. 3). 논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은 물대기 이후에 산란을 시작하며 우점종의 유충기간이 한 달 내외로 짧기 때문에 8월까지 세대를 반복하며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으나 종에 따라 발생밀도의 계절적 변동은 다를 수 있다 (Saijo 2001;Yoon et al. 2020). 한편, 철원에서 2020년 8월에 애기물방개와 발생밀도가 크게 증가한 반면 사돈물땡땡이의 발생밀도는 낮았다. 환경적 원인으로 이 지역에서 8월 상순에 991.5 mm의 집중 호우가 내렸고, 평균기온도 23.6°C로 낮았던 점을 들 수 있다 (AWIS). 강우로 인한 논물의 온도, 전기전도도 (EC), pH 등 이화학성 변화는 수서 딱정벌레목의 군집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akulnicka et al. 2015;Taher and Heydarnejad 2019). 생태적 원인으로 애기물방개는 수중 에서 수초 등에 부착하여 산란하지만 사돈물땡땡이는 알집을 수면에 뜨게 만드므로 홍수로 인해 알집이 유실될 수 있다 (Larson et al. 2000;Yoon et al. 2020). 두 종의 유충은 포식성으로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물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애기물방개의 개체수가 증가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3.3. 복족류의 지역별 군집 특성
복족류는 총 13종 29,620개체가 관찰되었다. 왕우렁이 (P. canaliculata), 수정또아리물달팽이 (Hippeutis cantori), 애기물달팽이 (Austropeplea ollula) 순으로 많았다 (Table 2). Han et al. (2007)도 논에서 복족류 14종이 관찰되었다고 하였으며, 본 연구와 종 수에서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은 수서곤충에 비해 종의 분포지역 편중성이 적고 수중트랩을 이용한 채집방법이 유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MRPP 분석 결과, 6월 (A=0.171, p=0.016)과 8 월 (A=0.524, p=0.0003)에 모두 지역 간 차이가 있었으나, 대부분의 우점종들은 5지역에서 모두 관찰되었다. Miloslavich et al. (2013)도 위도상으로 복족류 군집의 종 수와 발생밀도가 큰 차이가 없으며 환경에 의한 영향이 적었다고 하였다. 수서 복족류는 농업 등의 인간에 의한 교란 이 증가함에 따라 종수는 감소하고 종구성은 비슷해지며 외래종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Kulkarni et al. 2021).
3.4. 복족류 군집의 계절적 변동 및 왕우렁이의 영향
복족류 군집의 계절적 변동을 보면 왕우렁이의 상대밀도와 발생밀도 변화가 가장 뚜렷하였다 (Table 2). 왕우렁 이는 6월에 복족류 군집의 5.8%를 차지하였으나 8월에는 73.1%로 증가하였고, 발생밀도는 6월에 비해 8월에 평균 38.2배 증가하였다. 왕우렁이는 남미가 원산으로 30°C까 지는 생육이 빨라지므로 더운 여름철에 개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Seuffert and Martin 2013). 반대로 일부 종은 8월에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왕우렁이의 영향으로 추측할 수 있다. 수정또아리물달팽이는 4년의 조사 기간 동안 8월에 모두 왕우렁이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배꼽또아리물달팽이 (Polypylis hemisphaerula)와 또 아리물달팽이 (Gyraulus convexiusculus)는 부분적으로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Fig. 4). 왕우렁이는 잡식성으로 먹이 경쟁에서 유리하고, 다른 복족류의 알이나 유충을 포식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Kwong et al. 2009). 작은쇠우렁이의 경우 음의 상관관계가 없었는데, 복족류의 산란습성이나 왕우렁이와 접촉했을 때의 행동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Maldonado and Martin 2019). 이러한 결과는 왕우렁이가 논 수서 복족류 군집의 계절적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물적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왕우렁이는 Pomacea속 중에서도 새로운 서식지에서 우점하는 능력이 크며, 논습지뿐만 아니라 자연습지의 식생을 교란시킨다 (Horgan et al. 2014). 인위적 교란이 클수록 토착종이 줄어들고 외래종의 분포가 증가한다 (Bae and Park 2020). 왕우렁이는 전국적으로 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월동가능 지역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습지의 수 생태계 교란이 늘어날 수 있다 (Bang et al. 2003;Lee et al. 2019;Shin et al. 2021). 왕우렁이의 발생밀도는 온도와 양 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Chantima et al. 2020), 8월 발생밀도도 평균기온이 높은 해남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에 온난화에 따라 왕우렁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평가가 요구된다.
적 요
논에 서식하는 수서곤충 및 복족류의 군집 특성과 계절적 변동을 연구하였다. 지역적 특성 및 시기별 변동을 분석 하고자 5지역을 대상으로 6월과 8월에 조사하였으며, 일정한 채집효과를 얻기 위해 수중트랩을 이용하였다. 수서곤 충은 사돈물땡땡이, 애기물방개, 검정배물벌레 등이 주로 우점하였으며, 지역별로 군집이 구분되었다. 애물땡땡이와 사돈물땡땡이의 분포는 위도상으로 지역별 온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복족류 중에는 왕우렁이, 수정또아 리물달팽이, 애기물달팽이 등이 주로 우점하였다. 왕우렁이의 계절적 변동이 가장 뚜렷하였으며, 발생밀도가 6월 보다 8월에 38.2배 증가하였다. 수정또아리물달팽이 등의 발생밀도는 왕우렁이와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이는 왕우렁이의 포식이나 먹이경쟁에 의한 영향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결과는 왕우렁이가 논 수서무척추동물 군집의 계절적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