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팥 (Vigna angularis)은 우리나라의 두류 작물 중 콩 다음 으로 많이 재배하는 일년생 작물로서 소두 (小豆) 또는 적 두 (赤豆)라고 불리며,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좋아하고, 종 류에는 줄기가 곧게 서는 보통 팥, 덩굴로 자라는 덩굴팥이 있으며, 열매 색깔은 붉은색, 검정색, 푸른색, 녹색, 갈색으 로 다양하다 (KAMIS 2023). 또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로 온대지역에서 재배되며 (Thomas and McClary 1994) 우 리나라의 팥 재배면적 및 농가수는 2022년 기준 1,690 ha, 16,908호이다 (AgriX 2022).
팥에는 현재까지 세균갈색무늬병 등 세균 2종, 흰가루병 등 진균 12종, Alfalfa mosaic virus 등 바이러스 5종의 병 해가 보고되어 있다 (KSPP 2022). 이러한 병해들은 지속적 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새로 발생하는 병해의 경우 농 업 현장에서 정보 부족으로 진단 및 방제가 어려워 초기 대 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힘들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팥에 기존에 보고되어 있지 않은 Rhizopus arrhizus라는 진균이 팥 잎에 병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Rhizopus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분포하고 온 대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며 (Domsch et al. 1980), 작물에서 는 운송과 보관 중인 작물에 부패를 발생시키며 생육 중인 식물에서도 질병을 발생시킨다 (Agrios 2005). R. arrhizus 는 토양, 배설물, 썩은 초목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Ellis 1985;Liou et al. 2001).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마, 귤나무, 바나나, 백합, 복숭아, 사과, 오이, 참오동나무에서 무름병, 더덕에서 수확후뿌리썩음병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되 어 있어 (KSPP 2022), 이미 많은 작물에서 병을 발생시키 고 있다. 따라서 팥 재배 현장에서 R. arrhizus에 의한 병해 가 확산되기 전 초기에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병징의 특징, 병원균 형태 등 균학적 특성을 보고하고자 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병원균 채집
2021년 8 월 충 북 괴 산 군 장연면 ( 3 6 . 8 7 8 5 4 3 , 127.980979)의 팥 재배지의 팥잎에서 Fig. 1과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여 병원균을 분리하였다.
2.2. 병원균 분리
병원균을 분리하기 위해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조직을 멸균수로 세척한 뒤 차아염소산 1% (NaOCL) 용액으로 약 30초간 표면을 살균하였다. 그리고 감자한천배지 (potato dextrose agar)에 건전부와 병든 부위가 포함된 조직을 잘 라내어 배지에 올려두고 3일간 배양하여 병원균 동정 및 병원성 검정을 위해 사용하였다.
2.3. 병원균 동정
배양된 병원균은 광학현미경 (DM3000 LED; Leica, Germany) 을 통해 colony, sporangia, sporangiospore, sporangiophoe 등의 형태를 관찰하였다. 또한 유전자를 이용한 진단을 위해 ITS (international transcribed spacer) region 의 염기서열을 확보하였으며 PCR 조건은 다음과 같다. Pre-denaturation (95°C, 2분), denaturation (95°C, 30초), annealing (48°C, 50초), extension (72°C, 1분), final extension (72°C, 5분). 이렇게 확보한 염기서열은 NCBI에서 BLAST search하였으며, phylogeny 분석은 MEGA program 11 version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2.4. 병원성 검정
괴산군 포장에서 자연 발생된 병징에서 분리한 병원균 을 28°C에서 PDA 배지에 약 3일간 배양한 후 멸균수를 부 어 병원균 표면을 긁어낸 뒤 멸균수를 한곳에 모아 거즈를 통해 걸러낸 뒤 팥 잎에 분무 살포하여 기존의 증상과 동일 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병원균의 동정
PCR을 통해 ITS gene을 증폭 후 sequence를 확보하여 nucleotide BLAST search를 한 결과 R. arrhizus (NCBI accession number MT603964.1 등)와 염기서열이 100% 일 치하였으며, neighbor-joining 방법을 통해 phylogenetic tree를 그려본 결과도 R. arrhizus와 grouping이 이루어졌 다 (Fig. 2). 또한 유전자 검정뿐만 아니라 병원균의 외부 형 태를 관찰한 결과, PDA 배지에서 배양된 균총 (colony)은 초기에는 밝은 회색을 띠다가 배양 기간이 지속될수록 어 두운 회색으로 점차 변하였으며 포자낭 (sporangia)의 모 양은 대부분 구형이고, 그 크기는 직경이 약 50~220 μL 정 도였다. 포자낭포자 (sporangiospore)의 경우 구형 또는 타원형으로 대부분의 모양이 불규칙하였고 그 크기는 약 4~10 μm로 매우 작았으며, 포자낭경 (sporangiophore)은 12~16 μm의 두께를 가졌다 (Fig. 3). 이와 같이 팥의 이상 증상에서 분리된 R. arrhizus (syn. R. oryzae)는 CABI and Lunn et al. (1977)이 보고한 R. oryzae와 형태가 매우 유사 하였다 (Table 1). 또한 최근 국내에서 보고된 복숭아 무름 병의 R. oryzae의 균총 (brownish-grey to black-grey), 포자 낭 (globose, 35~200 μm), 포자낭포자 (sub-globose, 5~10 μm), 포자낭경 (6~20 μm), 백합 무름병의 균총 (brownishgrey to black-grey), 포자낭 (globose, hemispheric, 87~116 μm), 포자낭포자 (sub-globose, rhomboidal, 4~8 μm), 포 자낭경 (6~10 μm)과 색, 길이, 두께가 유사하였다 (Kwon et al. 2012;Hahm et al. 2014).
분리한 병원균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씨앗은 행 (KACC 410626)에 기탁하였고, 염기서열은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에 등록 (accession number OR93654)하였다.
3.2. 병원성 검정 및 증상
괴산의 팥 재배지에서 분리한 병원균을 PDA 배지에서 약 3일간 배양한 후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팥 재배포장에 접 종한 결과 병원균이 분리된 최초의 증상과 동일한 증상이 발현되었다.
R. arrhizus 감염 초기에는 잎에 유백색의 반점이 생기며 (Fig. 1A), 감염이 진전됨에 따라 병반의 크기가 커지며 갈 색으로 변하였고 (Fig. 1B), 병 감염 후기에 이르면 잎이 완 전히 말리며 잎 겉에 병원균의 포자낭이 매우 높은 밀도로 발생하였다 (Fig. 1C). R. arrhizus는 다양한 작물에서 무름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는데 (KSPP 2022), 백 합에서 그 증상으로 발병 초기 지제부 줄기에서 작은 반점 이 형성 후 병징이 급격히 진전되면서 10일 이내에 전체 적으로 물러지고 줄기는 부러지며 (Hahm et al. 2014), 복 숭아는 접종한 표면이 수침상으로 물러지면서 부패한다 고 보고되어 있다 (Kown et al. 2012). 감귤은 상처 접종 후 3일 후 감귤 표면에 수침상이 생기며 물러졌으며, 무상처 접종한 경우에는 병이 발생 하지 않는다고 보고되어 있다 (Kwon et al. 2011).
팥의 경우 R. arrhizus를 열매와 잎에 접종한 결과, 열매 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잎에서는 초기에 작은 유백색의 반점이 생기며 병징이 잎 전체로 번져가며 감염 부위가 괴사된 반면 기존에 보고된 R. arrhizus에 의한 백 합, 복숭아, 감귤의 무름병 증상은 줄기나 열매에 생기면서 수침상 후 무름 증상과 부패가 이루졌다. 팥 열매의 경우 껍질이 두껍고 미세한 털이 많아 병원균이 내부로 침부하 기 어려워 위에 보고된 기주와 다른 발생 패턴을 보인 것으 로 판단된다.
3.3. 명명 (갈색잎마름병)
이와 같이 코흐 (koch)의 법칙을 이용해 최초 병징에서 분리한 병원균을 배양 후 동일한 작물에 접종하여 최초 병 징과 동일한 증상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병원균 의 형태와 유전자 진단을 통해 R. arrhizus라는 진균이 병 을 일으키는 것으로 최종 진단을 하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 병은 보고되지 않은 팥 병해로서 Rhizopus arrhizus A. Fisch (syn. R. oryzae)에 의한 팥 갈색잎마름병으로 명명하 고자 한다.
적 요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 위치한 팥 재배지에서 팥잎에 유 백색 반점이 생기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염 부위 가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발견하였다. PDA 배지에서 병원균을 배양 후 형태를 관찰하고 유전자를 NCBI에서 BLAST search한 결과 R. arrhizus라는 진균으로 동정되 었다. 또한 분리한 병원균을 팥에 다시 접종한 결과 분리 한 잎에서 나타난 증상과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여 팥에 병 원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R. arrhizus의 특징으로 PDA 배지에서 균총은 초기에 밝은색을 띠다가 시간이 지 남에 따라 어두운 회색으로 변하였으며, 포자낭은 대부분 구형이었다. 포자낭포자의 경우 구형 또는 타원형으로 대 부분이 불규칙하고 크기가 작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결과 를 토대로 이 병은 지금까지 팥에 보고되지 않은 병으로서 Rhizopus arrhizus A. Fisch (syn. R. oryzae)에 의한 팥 갈 색잎마름병으로 명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