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인구 증가와 대량소비에 따른 인간 활동의 확장은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 및 부영양화 같은 지구의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Bermejo et al. 2023). 인간이 유발한 환경 조건의 모든 변화는 특히 수생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중요한 변화와 불균형을 가져왔으며 (Lotze et al. 2006;James et al. 2023), 연안 및 하구역에서 인간 활동의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징후 중 하나는 바로 해조류의 대량발생이다 (Bermejo et al. 2023). 이러한 해조류의 비정상적인 대량발생은 주로 엽체의 과도한 성장이나 개체수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Schories and Reise 1993). 짧은 시간 내에 밀집된 대량의 해조류가 밀려와 쌓인 해안에서는 레저활동이나 선박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Smetacek and Zingone 2013;Ha et al. 2016), 해조류를 제때에 제거하지 않으면 부패하여 유독한 냄새 (황화수소)를 발생시키게 된다 (Norkko and Bonsdorff 1996;Paul et al. 2014). 또한 단일종의 해조류가 매트처럼 대량으로 해안을 덮게 되면 빛과 산소 등 자원의 가용성을 독차지함으로써, 저서생물 군집에 영향을 주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Rilov et al. 2004). 뿐만 아니라 해조류가 분해되면서 해충과 박테리아가 유인되어 해수를 통한 수인성 질병의 위험 (Cabello-Yeves et al. 2017)도 높아질 수 있다.
대량발생을 일으키는 주요 해조류 종으로는 녹조류 갈파래속 (Ulva)과 대마디말속 (Cladophora), 갈조류 모자반속 (Sargassum) 등 현재까지 약 30개 속 (genus)의 대량 발생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Norkko and Bonsdorff 1996;Pang et al. 2010;Kang et al. 2014;Bermejo et al. 2023). 한국에서는 2015년 전북 부안의 상록해수욕장에서 사상 녹조류인 금발대마디말 (Cladophora varodum)의 대량발생이 보고되었으며 (Ha et al. 2016), 제주도 동부 해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녹조류인 파래류 (Ulva spp.)가 대량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Kim et al. 2011).
깃털말속 (Bryopsis)은 온대, 아열대 및 열대 기후의 해안에 널리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 60종 이상이 알려져 있고 (Krellwitz et al. 2001), 한국에는 전 연안에 걸쳐 약 12종이 분포한다 (Jeong et al. 2017). 깃털말속은 착생 또는 부유한 상태로 자라며, 영양염이 풍부한 지역에서 번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pointe et al. 2010). 국외 사례로는 중국 친황다오 (Qinhuangdao)의 발해만 (Bohai sea)과 미국 하와이 블랙포인트 (Black Point) 해안에서 깃털말 속의 대량발생이 보고되었지만 (Wang et al. 2015;Song et al. 2019), 국내에서는 깃털말속의 대량발생이 보고된 적이 없었다.
녹조류 대량발생이 일어난 해남군 송지해변은 저질이 사니질로 구성되어 있어 해조류 서식이 어려운 지형이며, 지방 하천인 산정천과 인근에서 운영중인 김가공 공장이 위치해 있어 육상으로부터의 영양염 공급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전남 해남의 송지해변에서 2022년 처음으로 나타난 녹조류 참깃털말의 대량발생 현상을 보고 하고, 종동정과 해수 중 영양염 농도 분석을 통하여, 이들 녹조류의 대량발생 원인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시료채집 및 환경조사
전남 해남군 송지해변 (Fig. 1)에서 2022년 11월 10일 녹조류 시료와 함께 해수 시료를 각각 1 L 용량의 채수병에 담아 아이스박스에 넣은 상태로 즉시 실험실로 옮겼다. 서식지의 환경은 수온, 염분 및 용존산소 농도를 YSI ProDSS multimeter (YSI Inc., USA)로 측정하였다.
2.2. 종동정
채집된 시료는 멸균해수를 넣은 10 cm 직경의 petri dish에 담아서 현미경 (Olympus BX51; Olympus, Japan) 및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장치 (DP72; Olympus, Japan) 를 사용하여 검경하였다. 참깃털말의 분류체계는 Setchell and Gardner (1920), Bae et al. (2010) 및 Ciancia et al. (2012)의 기재 내용과 비교하여 동정하였다.
2.3. 해수 중 영양염 농도 분석
해수 중 영양염 분석방법은 전자동수질분석기 (QuAAtro auto analyzer 5 channels; Seal analytical GmbH, Germany) 를 사용하였다. 암모니아성 질소 (NH4+-N)는 Indophenol 청색법으로, 아질산성 질소 (NO2--N)는 α-NED 법으로 측정하였으며, 질산성 질소 (NO3--N)는 Cd-Cu 칼럼을 이용하여 아질산환원법을 통해 분석하였다. 용존무기인 (Dissolved Inorganic Phosphorus, DIP)은 아스코르브산을 이용한 몰리브덴 청색법으로 측정하였다. 용존무기질소 (Dissolved Inorganic Nitrogen, DIN)는 암모니아성 질소, 아질산성 질소 및 질산성 질소 농도를 각각 개별적으로 분석한 이후 이들의 합으로 구하였다. 또한, 해남군 송지 해안의 해수를 분석한 결과와 국립수산과학원 어장환경 모니터링 (https://www.nifs.go.kr/femo)의 2022년 12월 및 2020~2021년 영양염 평균 자료와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2.4. 통계처리
해수 중 영양염 농도 데이터의 통계 분석은 분산분석법(Kruskal-Wallis one-way ANOVA)을 이용하여 실시하였으며, 통계프로그램은 GraphPad Prism 10 (GraphPad Software Inc., USA)을 이용하여 0.05 유의수준에서 이루어졌다. 데이터 간에 유의차이가 확인된 경우 유의차의 검정은 Dunn 다중비교분석 (multiple comparison test)을 이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생태환경 특징
전남 해남군 송지해변은 내만에 위치하고 있으며 (Fig. 1), 어란리와 송호리 사이에 위치한 반폐쇄적인 만으로, 지방 하천인 산정천과 인근 김가공 공장 유출수가 유입되고 있다. 송지해변의 저질은 사니질과 니질로 구성되어 해조류의 서식이 어려운 조건이며, 경사가 완만하여 부유성 해조류가 연안에 퇴적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2022년 11월 10일 녹조류 대량발생 시의 환경특성은 수온 15.2℃, 염분 32.03, pH 7.61이었다.
연안지역은 지구의 환경중 가장 낮은 고도에 위치하여 인간활동을 포함한 모든 오염물질이 직·간접적인 여러 순환경로를 통하여 축적되는 민감한 생태 특성을 이루고 있어 해양학뿐만 아니라 생태계 환경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LOICZ 1995;Kim 2001). 연안 지역에서 해수 중 영양염 농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은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영양염, 조류에 의한 수직이동 및 혼합, 일차 생산자에 의한 흡수 그리고 저층에서 형성된 영양염의 공급 등으로 구분된다 (Jang et al. 2005). 연안 해역의 오염물질 유입은 생활하수, 산업폐수, 축산폐수 및 해양 양식시설에서의 자가오염물질 유입 등 육상 및 해상기인 유입으로 구분되며 매립, 준설, 간척 등의 토지개발에 의한 오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Kim 2001). 특히 이러한 오염에 의해 발생한 부영양화 (eutrophication)는 연안의 용존무기영양염 (dissolved inorganic nutrient) 농도를 증가시켜, 엽체의 크기가 작고 생활사 주기가 짧은 깃털말류나 파래류 같은 소형 녹조류의 대량발생 (green-tide)을 유발하게 된다 (Xiao et al. 2021;Zhang et al. 2021;Wang et al. 2022, 2023).
2022년 전남 해남 송지해변의 녹조류 발생 양상은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10월 중순부터 약 20일 후인 11월 10일에 약 4 ha의 해변을 뒤덮을 정도로 빠르게 번무하는 특성을 보였다 (Fig. 2). 엽체가 많은 곳은 피도 78~100%와 단위면적당 현존량 3~10 kg m-2에 달할 정도로 많은 엽체가 밀집되어 있었다. 시료는 깃털말류의 형태적 특성상 매우 가느다란 깃털 모양의 분지들이 빽빽하게 뭉쳐져 녹색의 부드러운 매트처럼 해변의 저질을 덮고 있었다.
3.2. 종동정
채집된 시료 대부분이 절단되어 온전한 엽체가 거의 없었으나 엽상체 (Fig. 3A)의 가근에서 여러 주축이 나오고, 주축은 우상으로 분기하며, 가지와 주축 사이에는 격리판이 없었다 (Fig. 3B). 이와 같은 형태적 특성을 근거로 하여 송지해변에서 대량발생한 녹조류는 Setchell and Gardner (1920)가 보고한 참깃털말 [Bryopsis plumosa (Hudson) C. Agardh]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참깃털말은 녹조식물 (Chlorophyta), 갈파래강 (Ulvophyceae), 깃털말목 (Bryopsidales), 깃털말과 (Bryopsidaceae)에 속하는 해조류로, 부영양화된 해역에서 대량으로 번무하는 대표적인 기회종 (opportunistic species) 중 한 종으로 생물지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Williams and Smith 2007).
3.3. 해수 중 영양염 농도 분석
전남 해남 송지해변에서 참깃털말과 함께 채수된 해수 중의 영양염 농도 분석결과 (Table 1), 용존무기질소와 용존무기인 농도는 같은 시기 다른 남서해 연안 (목포, 진도, 완도)과 비교하여 3~19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질산성 질소 (NO3--N) 농도는 전체 무기질소의 60~72%를 차지하였고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9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지점 2에서 DIN과 DIP 농도가 지점 1보다 각각 2.1배 그리고 1.2배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산정천 및 김가공 공장과의 거리가 지점 2 쪽에 인접한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조사지역의 높은 영 양염 농도는 2022년과 2020~2021년 해남 지역 평균 농도에 비해서도 유의하게 높아 이 지역에서 해수 중의 부영양화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수 중 영양염의 증가와 녹조류의 대량발생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letcher 1996;Morand and Merceron 2005;Conley et al. 2009;Liu et al. 2013). 대표적으로 중국 황해 남부지역은 2007년부터 가시파래 (Ulva prolifera)의 대량발생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었고, 해수 내 용존무기질소, 특히 질산질소 (전체 용존무기질소의 87%)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Xiao et al. 2024). 아일랜드의 3개의 강 하구 (Argideen, Clonakilty, Tolka)에는 여름철 파래류 (Ulva spp.)가 대량발생하는데, 농업 및 인간 활동에 의한 질소원의 유입이 그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Bermejo et al. 2022). 또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서쪽에 위치한 부쿠리프 (Buccoo Reef) 해안은 우기에 따라 용존 무기질소의 농도가 높아져 깃털말류 (Bryopsis spp.)와 옥덩굴류 (Caulerpa spp.) 등 깃털말목에 속하는 다양한 녹조류가 대량발생하기도 하였다 (Lapointe et al. 2010). 국내의 경우는 2015년 전북 부안 상록해수욕장에서 녹조류 대마디말의 대량발생이 보고되었을 때 총질소와 총인이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Ha et al. 2016), 제주 해안에서는 용존무기질소가 다량 포함된 지하수의 지속적인 유입이 파래류의 대량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되었다 (Choi et al. 2023).
따라서 2022년 전남 해남군 송지해변에서 나타난 참깃털말의 대량발생은 해수 중의 영양염 농도 증가에 따라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녹조류의 조직내 영양소를 분석한 보고에 의하면 질소보다 인이 대량발생의 제한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Bermejo et al. 2022), 이번 해남군 송지해변의 해수 중 용존무기인의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19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 또한 참깃털말의 대량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용존무기인의 농도가 증가하게 된 원인은 인간의 활동 증가에 따른 해수 중의 영양염 증가가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Ha et al. 2016). 실제로 송지해변 인근에는 김가공 공장의 배출수와 지방 하천인 산정천이 직접 해안으로 유입되고 있어, 다량의 영양염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참깃털말의 대량발생에 의한 영향은 한 종의 해조류가 대량 발생하여 부패함에 따라 해수 수질의 악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악취를 발생시켜 연안에서의 활동에 제약을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참깃털말과 같은 낭상체 해조류는 탄수화물과 결합된 형태의 단백질인 렉틴 (lectin)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Hurd et al. 2020),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황 함유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어서, 부패할 때 악취가 발생하게 된다 (Wang et al. 2023). 또한 해조류의 대량발생과 부패로 인해 많은 질소와 인 등의 영양분이 해수로 방출되어 더 심각한 부영양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지역에서 참깃털말의 대량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은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영양염을 차단하고, 총량 영양염 농도 규제를 통해 해수 중 영양염 농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에서는 국내 최초로 2022년 전남 해남 송지해변에서 나타난 녹조류 참깃털말의 대량발생 양상을 보고하였다. 종동정 결과 원인종은 참깃털말이었고, 해수 중 영양염 농도의 증가와 참깃털말의 대량발생 사이에는 연관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참깃털말 등 대형 해조류의 대량발생을 제어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육상에서 해안으로 유입되는 영양염의 총량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적 요
2022년 11월 전남 해남 송지해변에서 녹조류의 대량발생이 일어났다. 해변에서는 악취가 발생하였고, 녹조류가 녹색의 두꺼운 매트처럼 해변을 넓게 덮고 있었다. 종동정 결과는 범세계분포종인 녹조류 참깃털말로 나타났다. 참깃털말의 대량발생이 일어난 송지해변과 인근 지역의 해수 중 영양염 농도를 비교한 결과, 용존무기질소와 용존무기인 농도는 각각 1.067 및 0.461 mg L-1로 남서해안 평균 영양염에 비해 6배 및 19배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참깃털말의 대량발생 양상에 대하여 보고하였으며, 이는 해수 중 영양염 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참깃털말 등의 녹조류 대량발생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연안으로 유입되는 육상의 영양염 농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