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농산물의 생산, 저장, 유통, 가공 등 일련의 과정 중 해충의 가해와 식물병의 공격으로부터 대상 곡물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은 적시에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Said and Pradhan 2014). 특히, 농산물의 수확 후 저장과정 중 저곡해충으로 인한 피해는 전체 저장 곡물의 손실 중 10% 이상을 차지한다 (Esther et al. 2014). 저곡해충의 방제를 위하여 과거에는 유기인계 살충제가 주로 사용되었고 이러한 화학적 방제에 의존도가 높아짐으로 말미암아 이들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유발되었다. 대표적으로 화학적 방제에 사용되었던 약제인 말라티온 (Malathion), 디클로르보스 (Dichlorvos), 클로르피 리포스-메틸 (Chlorpyrifos-methyl)에 대하여 가루개나무좀 (Rhyzopertha dominica)은 시험 21종 모두가 저항성을 유발하였다 (Zettler and Cuperus 1990). 반면에, 거짓쌀도둑거저리 (Tribolium castaneum)는 시험 8종 중 말라티온에 대해서만 모든 종이 저항성을 유발하였고 클로르 피리포스-메틸에 대해서는 저항성을 전혀 나타내지 못하였다 (Zettler and Cuperus 1990). 그러나, 이후 다양한 저 곡해충이 유기인계 살충제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나타내었고 그중 톱가슴머리대장 (Oryzaphilus surinamensis) 의 경우, 말라티온, 페니트로티온 (Fenitrothion), 클로르 피리포스-메틸에 대해서 감수성 종에 비하여 50% lethal dose (LD50) 값이 각각 23배, 63배, 30배 높은 저항성을 나타내었다 (Lee and Lees 2001). 최근에 피리미포스-메틸 (Pirimiphos-methyl)에 대한 저항성이 뉴질랜드 톱가슴 머리대장에서 보고되었고 저항성의 정도는 1.5배에서 5.4배 정도에 이르렀다 (Drummond and Chapman 2019). 다양한 해충의 유기인계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은 체내로 유입된 살충제를 분해, 대사하는 효소인 cytochrome P450s 와 carboxylesterases의 과발현 및 유기인계 살충제의 작용점인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acetylcholinesterase)의 아미노산 변이와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Lee and Lees 2001;Tandonnet et al. 2020;Zolfaghari et al. 2024).
농산물의 저장 시 화학물질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함으로써 소비자의 건강 및 환경보건에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고 많은 선진국가에서 농산물의 수확 후 보관 및 저장단계에서는 주로 훈증제를 이용한 훈증처리를 실시하게 되었다. 증기압이 비교적 높고 해충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훈증제는 밀폐된 조건에서 완전한 살충효과를 나타낸다 (Daglish et al. 2018). 훈증제로 등록되었던 많은 훈증물질 중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훈증제는 포스핀 (Phosphine) 이며, 메틸브로마이드 (Methyl bromide) 훈증제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규명되어진 후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Williams et al. 2000). 또한, 메틸브로마이드의 경우, 작업자의 중추신경계 및 호흡기에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함으로써 현재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사용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Bulathsinghala and Shaw 2014;Park et al. 2020).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이유로 메틸브로마이드 훈증제를 대체할 훈증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메틸브로마이드가 전 세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Choi et al. 2022). 포스핀은 현재 메틸브로마이드 대체 훈증제로서 가장 널리 저곡해충 방제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포스핀의 지속적이며 단일물질 사용은 저곡해충 내 저항성을 전 세계적으로 유발하였다. 또한 국내에서도 다양한 저곡해충들이 저항성을 지니게 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외의 경우에는 인도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군에서 포스핀에 대한 감수성 종에 비하여 2.11배에서 70.94배의 저항성이 발견되었고 이들 저항성은 초과산화물 불균등화효소 (superoxide dismutase) 및 과산화효소 (peroxidase)의 활성과 관련되었음이 입증되었다 (Singh et al. 2023). 미국 오클라호마 지역에서는 밀저장고에서 거짓쌀도둑거저리와 가루개나무좀에서 포스핀에 대한 저항성이 보고되었는데 거짓쌀도둑거저리의 경우, 50% lethal concentration (LC50) 기준 20.7배, 99% lethal concentration (LC99) 기준 188배의 저항성을 보였으며 가루개나무좀의 경우, LC50 기준 442배, LC99 기준 253배의 저항성을 보였다 (Opit et al. 2012). 호주의 북부 열대 지역에서는 거짓쌀도둑거저리의 50% 개체군과 가루개나무좀의 29% 개체군에서 포스핀에 대한 강한 저항성이 유발되었고 이는 rph2 유전자의 점 돌연변이와 연관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Nayak et al. 2021).
국내의 경우 현재까지 거짓쌀도둑거저리의 포스핀에 대한 저항성은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국내 쌀바구미 성체 개체군에서 50% lethal concentration time (LCT50) 값 기준으로 56배, 99% lethal concentration time (LCT99) 값 기준으로 40배의 강한 저항성을 확인하였고, 이들 저항성 개체군을 다른 훈증제인 에틸포메이트 (Ethyl formate) 에 노출시켰을 때 교차저항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Kim et al. 2019a). 비슷하게, 쌀바구미 국내 개체군은 LCT50 값 기준으로 39.7배, LCT99 값 기준으로 29.4배의 강한 저항성을 나타냈으며, 미토콘드리아의 complex I에 해당하는 NADH:유비퀴논 환원효소 (NADH-coenzyme Q oxidoreductase) 내 아미노산의 점 돌연변이가 쌀바구미의 포스핀 저항성과 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Kim et al. 2019b).
이와 같이, 저곡해충의 많은 종류들이 포스핀에 대하여 저항성을 유발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13종의 저곡해충 중 가루개나무좀과 관련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26%), 다음으로는 거짓쌀도둑거저리 (24%), 쌀바구미 (9%) 순서였으며, 가루개나무좀, 쌀 바구미,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광범위한 포스핀 저항성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었다 (Machuca-Mesa et al. 202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여러 지역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 성충 개체군에서 포스핀에 대한 저항성이 발현되고 있는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FAO 에서 권장하는 포스핀 저항성 측정법을 이용하여 저항성 정도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국외 포스핀 저항성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군에서 발견되는 주요한 포스핀 저항성 유발 유전자인 rph1과 rph2 유전자의 발현 정도와 국내 채집 종 개체군을 비교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외 포스핀 저항성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군에서 발견되는 rph1과 rph2 유전자 내 점 돌연변이 (point mutation)의 발생과 국내 채집 종에서 발견되는 rph1과 rph2 유전자 내 점 돌연변이의 발생을 비교하였다. 이 결과를 근거로 하여 국내 채집 종의 포스핀 저항성 유발에 대한 예측과 향후 포스핀을 활용한 저곡해충의 방제 시 포스핀 저항성 유발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제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시험 곤충
본 실험에 사용한 감수성 계통 (S, Aus10) 및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의 거짓쌀도둑거저리는 호주의 머독대학교 (Murdoch University, Perth, Australia)의 Ren 교수가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기술개발센터에 제공하 였으며, 국내 5개 지역 내 저곡창고에서 채집된 국내종 (경 주: GJ, 부여: BY, 익산: IS, 상주: SJ, 보은: BE)의 거짓쌀도 둑거저리와 함께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기술개발센 터로부터 분양받았다. 사육조건은 28°C±1°C, 상대습도 50%±2%, 광주기 16L : 8D의 조건으로 사육하였으며 통밀가루와 효모추출물을 20 : 1 (g/g)의 비율로 섞어 급여하였다.
2.2. 시험약제
실험에 사용한 훈증제는 포스핀 (Phosphine)으로 ECO2 Fume® fumigant gas (2% Phosphine+98% Carbon dioxide; Cytec Industries, Sydeny, Australia)를 사용하였다.
2.3. 포스핀 감수성 평가
거짓쌀도둑거저리에 대한 포스핀 감수성 평가는 20°C ±1°C, 상대습도 30%±2% 광주기 16L : 8D의 조건으로 12 L desiccator에서 진행하였다. 20마리의 성체 거짓쌀도둑거저리를 Ø 5.0 cm 페트리디쉬에 담았으며 0.01 g m-3 농도와 FAO standard method인 0.04 g m-3 농도의 포스핀 가스에 20시간 동안 노출되었다 (FAO 1975) . 실험은 3 반복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충률은 훈증 처리 7일 후에 조사되었다.
2.4. dld 유전자 내 P45S 점 돌연변이 유전형 분석
거짓쌀도둑거저리의 genomic DNA는 QIAamp DNA Mini kit (QIAGEN, Hilden, Germany)를 사용하여 추출하였다. 5마리의 3~4령 애벌레를 사용하였으며 추출된 genomic DNA의 농도는 μDrop plate system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MA, USA)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PCR 반응에는 200 ng의 gDNA를 사용하였으며 Table 1 의 primer로 95°C에서 5분 동안 반응시킨 후 95°C에서 15초, 58°C에서 30초, 72°C에서 30초 동안 35 cycles 반응 하였으며, 72°C에서 5분간 PCR 반응하였다 (TaKara Ex Taq polymerase; Takara Bio inc., Shiga, Japan). 이후 PCR 산물은 Cleaved amplified polymorphic sequence method (CAPS)를 통해 분석되었다. PCR 산물은 제한효소 MBoI (enzynomics Inc., Daejeon, Korea)와 함께 2시간 동안 반응하였으며, 2% agarose gel을 이용하여 확인하였다 (Hubhachen et al. 2020).
2.5. d ld, cyt-b5-r 유전자의 cDNA 서열 분석 및 상대적 발현량 비교
2.5.1. RNA 추출 및 cDNA 합성
거짓쌀도둑거저리의 total RNA는 5마리의 성체로부터 추출하였다. 성체에 묻은 밀가루를 세척하기 위해 DEPCtreated water로 2회 이상 세척하였으며 1 mL의 TRIzol 시약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Massachusetts, USA) 으로 균질화하였다. 이후 제조사의 설명을 따라 실험을 수행하였다. Total RNA의 농도는 μDrop plate system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MA, USA)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50 ng μL-1의 농도로 희석하여 cDNA 합성에 사용하였다 (Maxima First Strand cDNA Synthesis Kit with dsDNas;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Vilnius, Lithuania).
2.5.2. Reverse Transcriptase-quantitative PCR (RT-qPCR)을 통한 유전자 발현량 분석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dld, cyt-b5-r의 발현량을 비교하기 위하여, 합성된 cDNA를 주형으로 하여 Table 1의 primer와 Luna Universal qPCR Master Mix (New England Biolabs Inc., MA, USA)를 함께 95°C에서 10분 동안 반응하였다. 이후 95°C에서 15초, 60°C에서 1분 동안 40 cycles 반응하였다 (QuantStudio 3 Real-Time PCR system; Applied Biosystems Inc., CA, USA). mRNA 의 상대적인 발현량은 actb 유전자로 정규화하여 2-ΔΔCt method (Livak and Schmittgen 2001)로 비교하였다.
2.5.3. 재조합 플라스미드 제작과 염기서열 분석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dld, cyt-b5-r 의 염기서열을 확인하기 위하여, 합성된 cDNA를 주형으로 하여 Table 1의 primer와 함께 95°C에서 5분 동안 반응하였다. 이후 95°C에서 15초, 60°C에서 30초, 72°C에서 1분 동안 35 cycles 반응하였으며 72°C에서 5분간 PCR 반응하였다 (PrimeSTAR HS DNA polymerase; Takara Bio inc., Shiga, Japan). PCR 산물은 vector (TOPcloner Blunt kit; enzynomics Inc., Daejeon, Korea)에 재조합하였으며 sequencing하여 비교하였다 (Macrogen Inc., Seoul, Korea). 실험은 3반복으로 진행되었다.
2.6. 통계 분석
데이터는 평균±표준편차로 표현되었다. 통계 분석에는 SPSS v27.0 (IBM Corp. New York, USA)을 이용하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원배치 분산분석을 수행한 후, Tukey의 방법으로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p<0.05일 때 결정 되었다.
3. 결 과
3.1. 지역별 포스핀 감수성 평가
국내 5개 지역 (GJ, BY, IS, SJ, BE)의 저곡창고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를 대상으로 포스핀 감수성 평가를 위한 FAO 기준인 0.04 g m-3 농도와 해당 농도의 1/4인 0.01 g m-3 농도의 포스핀을 20시간 처리하여 포스핀 감수성 평가를 진행하였다. GJ, BY, IS, SJ, BE의 모든 국내 저곡 해충 채집 종은 0.04 g m-3의 포스핀에서 20시간 노출되었을 때 7일 후에 모든 개체가 사멸에 이른 것을 확인하였으 며, 0.01 g m-3의 포스핀에서도 평균 98%로 높은 사충률을 확인하였다 (Fig. 1).
3.2. 지역별 dld 유전자 내 P45S 점 돌연변이 유전형 분석
국내 5개 지역 (GJ, BY, IS, SJ, BE)의 저곡창고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를 대상으로 dld 유전자 내에 존재하는 P45S 점 돌연변이를 이용한 유전형 분석을 위해 CAPS 실험을 진행하였다. 감수성 계통 (S, Aus10)과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의 genomic DNA로부터 증폭한 PCR product를 각각 negative control과 positive control로 설정하였다. MBoI 제한효소 처리 후의 전기영동을 진행하였을 때, positive control은 392 bp의 PCR product가 제한효소에 의해 253 bp, 139 bp로 잘린 것이 확인되었다. 국내 5개 지역 (GJ, BY, IS, SJ, BE)의 경우 negative control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MBoI 제한효소에 의해 절단되지 않고 392 bp의 단일 밴드가 확인되었다 (Fig. 2).
3.3. dld, cyt-b5-r 유전자의 발현량 비교
국내 5개 지역 (GJ, BY, IS, SJ, BE)의 저곡창고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와 감수성 계통 (S) 및 저항성 계통 (R)의 거짓쌀도둑거저리를 대상으로 dld 유전자와 cytb5- r 유전자의 발현량을 조사하였다. dld 유전자의 경우, 감수성 계통 (S, Aus10)과 저항성 계통 (R, Aus07)을 포함한 모든 국내 채집종 (GJ, BY, IS, SJ, BE)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Fig. 3a). cyt-b5-r 유전자의 경우,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 거짓쌀도 둑거저리에서 감수성 계통 (S, Aus10) 대비 27%의 발현량이 확인되었으며, GJ (172%), BE (117%), SJ (115%), BY (101%), IS (85%) 순으로 발현량이 높았다 (Fig. 3b).
3.4. dld, cytb5r 유전자의 cDNA 서열 분석
국내 5개 지역 (GJ, BY, IS, SJ, BE)의 저곡창고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와 감수성 계통 (S, Aus10) 및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 거짓쌀도둑거저리의 dld 와 cyt-b5-r의 mRNA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mRNA로부터 합성된 cDNA의 서열을 분석하였다. NCBI reference sequence (GA2)를 기준으로 서열을 비교하였다. dld 유전자의 경우, 포스핀 저항성을 진단하기 위해 확인하는 P45S (C133T) 점 돌연변이가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에서 확인이 되었으며 해당 대립 유전자가 이형접 합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감수성 계통 (S, Aus10) 및 국내 5개 지역 (GJ, BY, IS, SJ, BE)에서는 P45S 점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Fig. 4). cyt-b5-r 유전자 의 경우, 감수성 계통 (S, Aus10)과 비교하였을 때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단일염기 다형성 (c.407T>A, c.820A>T, c.995T>C, c.1172C>T, c.1295G>A, c.1379T>G, c.1399G>C)이 관찰되었으며 902~923번의 nucleotide가 deletion된 것이 관찰되었다. 국내 5개 지역에 대해서는 GJ; c.25T>A, BY; c.122C>T, c.981T>G, SJ; c.1134C>T, c.1214C>T, c.1255T>G, c.1267C>A, BE; c.122C>T, c.789T>C의 단일염기다형성이 특징적으로 확인되었다 (Fig. 5).
4. 고 찰
4.1. 포스핀의 작용점
저곡해충의 훈증제에 대한 저항성은 과거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던 분야이다. 이는 저곡해충 또는 농업 해충을 방제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접촉독제인 유기인계 (Organophosphates), 유기염소계 (Organochlorines), 카바메이트 (Carbamates) 및 피레스로이드 (Pyrethroid) 살충제에 대한 신속한 저항성 유발로 접촉독제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 연구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Fardisi et al. 2019;Fang et al. 2022;Abbasi et al. 2023;Wang et al. 2023). 접촉독제 살충제 저항성 연구는 주로 각각의 살충제 작용점의 점 돌연변이와 체내로 유입된 살충제의 분해 대사에 관여하는 일련의 무독성화 효소의 과발현과 연관되었다.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살충제의 작용점은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acetylcholinesterase)이다. 이 효소는 신경계 내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을 아세테이트 (acetate)와 콜린 (choline) 으로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살충제는 이 효소와 결합하여 이 효소의 기능을 저해하는데 그 작용기작이 있다. 따라서, 해충의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은 아세틸콜린에스터라아제의 아미노산 변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Menozzi et al. 2004). 유기염소계 및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의 경우 작용점이 신경세포막 내 막전위에 따라 개방되는 나트륨통로 (voltage-dependent sodium channel)이며 해충의 저항성은 나트륨통로 점 돌연변이에 따른 유기염소계 및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와 결합력의 감소에 있다 (Valmorbida et al. 2022). 흥미로운 것은 작용점의 변화가 원래의 생화학적 기능을 크게 변화 시키지 않는데 있다.
이와 더불어 해충의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은 살충제를 분해 대사하는 일련의 효소의 과발현과 크게 관련이 되어 있다. 사이토크롬 P450 (Cytochrome P450)과 카복실 에스터레이스 (carboxylesterase) 등이 속한 일차 무독성 화 효소군의 과발현이 유기인계, 카바메이트계, 유기염소계,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지닌 다양한 해충에서 보고되었으며, 이차무독성화 효소군인 전이효소 (transferase)들 중 글루타치온 (glutathione)을 살충제에 전이시키는 글루타치온 전이효소 (glutathione S-transferase)의 과발현이 중요한 저항성 기작으로 소개 되어 있다 (Siddiqui et al. 2023).
그러나, 훈증제인 포스핀의 경우 이들의 작용점이 현재도 모호한 상태이다. 대부분의 훈증제의 작용점은 전자 전달계의 일원인 사이토크롬 C (Cytochrome C)로 알려져 있고 포스핀의 작용점도 사이토크롬 C로 인식되어 왔다 (Price 1985). 그러나, 최근에 포스핀 독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세 가지 작용기작이 제안되었는데 이는 산화스트레스 (Oxidative stress), 대사의 불균형 (Metabolic crisis), 신경독성이다 (Nath et al. 2011). 이 중에서도 산화스트레스 유발은 포스핀의 중요한 독성기작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발생된 활성산소종 (Reactive oxygen species, ROS) 이 세포 내 거대분자 (Macromolecules)를 손상시키게 되며 이에 따라 세포가 사멸하게 되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 (Alzahrani and Ebert 2023). 포스핀 저항성 저곡해충들이 나타내는 dihydrolipoamide dehydrogenase (dld) 내 점 돌연변이는 해충 내 이러한 활성산소종의 생성과 큰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물 체내에서 ROS를 생성하는 곳은 두 곳으로 전자전달계 Complex I (Kushnareva et al. 2002)과 dihydrolipoamide dehydrogenase이다 (Tahara et al. 2007). 포스핀 저항성 쌀바구미의 전자전달 계 Complex I의 아미노산 서열도 광범위한 변이를 가져 왔는데 이는 ROS의 생성 변화와 전자전달계 내 사이토크롬 C의 발현량 감소와 관계되어 있음도 제시되었다 (Kim et al. 2019b). 유사하게 포스핀 저항성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dld 유전자 서열 내 다양한 점 돌연변이가 확인되었는데, 그중에서 P45S 변이는 강한 포스핀 저항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Hubhachen et al. 2020). 따라서, ROS 생성 효소의 점 돌연변이는 이들의 ROS 생성능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ROS의 생성이 강한 포스핀 저항성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군에서 직접 확인되었다 (Shen et al. 2023).
4.2. 국내 거짓쌀도둑거저리의 포스핀 감수성
국내 다섯 지역에서 채집된 거짓쌀도둑거저리의 포스핀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하였고 이들 모두 FAO 평가법 (처리농도 0.04 g m-3, 20시간 노출)에 따라 감수성 종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경주 지역과 보은 지역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의 경우, 처리농도를 4분의 1로 감소시켰을 때, 100%의 치사율을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dld 유전자 내 P45S의 점 변이가 발생하였는지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MboI 제한효소로 처리한 시료를 전기영동 하였을 때 392 bp의 단일밴드가 형성되었다. 이는 강한 포스핀 저항성을 지닌 호주산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나타난 253 bp 및 139 bp의 PCR product가 생성되지 않았음을 나타내었고 다른 비교 대상이었던 포스핀 감수성인 호주 감수성 계통의 거짓쌀도둑거저리 (S, Aus10)에서 나타난 PCR product와 같았다. 이로써, 국내 거짓쌀도 둑거저리 개체군에서는 포스핀에 대한 저항성이 유발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외에 dld 유전자와 포스핀 노출의 결과로 생성된 ROS의 작용점으로 알려진 cyt-b5-r 유전자의 발현량을 측정하였고 이를 포스핀 감수성 (S, Aus10) 및 저항성 (R, Aus07) 계통과 비교하였다. dld 유전자 발현에 있어서 통계학적인 유의성은 없었으나 cyt-b5-r 유전자의 발현량은 큰 차이를 나타내었다. 사이토크롬 b5 환원효소 (cytb5- r)는 지방산 (fatty acids)의 불포화와 신장, 콜레스테롤 (Cholesterol)의 합성, 사이토크롬 P450 효소의 단일산소화 (monooxygenation) 반응에 관여하며 대사장애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생체 내에서 담당한다 (Elahian et al. 2014). 따라서, 사이토크롬 P450 효소의 결핍이나 감소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 (Methemoblobin)이라는 유전병을 일으키며 헤모글로빈 (Hemoglobin)의 산소운반 능력을 약화시킨다 (David et al. 2018). 본 연구를 통하여 포스핀에 노출된 국내 거짓쌀도둑거저리는 포스핀 독성에 의하여 발생 가능한 대사장애를 극복하고자 cyt-b5-r 유전자의 발현량을 증가시켰고 특히 경주 지역에서 채집한 종과 상주, 보은 지역에서 채집한 종의 cyt-b5-r 유전자 발현량이 감수성종에 비하여 상당히 증가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강한 포스핀 저항성을 지닌 호주 저항성 계통 거짓쌀도둑거저리 (R, Aus07)에서는 cyt-b5-r 유전자 발현량이 호주 감수성 계통 (S, Aus10)에 비하여 상당히 감소하였다. 이는 ROS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지방산의 불포화 및 신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cyt-b5-r 유전자 관련 포스핀의 저항성은 가루개나무좀에서 약 50배 이상의 저항성을 유발하였고 dld 서열 내 점 돌연변이는 포스핀에 대해서 약 12배의 저항성을 발생시켰다 (Schlipalius et al. 2002).
dld 유전자의 경우, 포스핀 저항성을 진단하기 위해 확인하는 P45S (C133T) 점 돌연변이가 포스핀 저항성 계통 (R, Aus07)에서 확인되었으며 이는 다른 많은 논문들과 유사하였다 (Kaur et al. 2015;Koçak et al. 2015). 국내에서 채집된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군에서는 이러한 점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포스핀에 대한 저항성을 유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cyt-b5-r 유전자의 cDNA 서열에서 볼 수 있듯이 단일염기다형성이 지역별 개체군에서 발견되었으며 포스핀에 의한 지속적인 점 돌연변이의 선택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 이는 cyt-b5-r 유전자의 점 돌연변이에 의한 포스핀 저항성이 국내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군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4.3. 포스핀 저항성 발생 관리
국내 저곡해충의 포스핀 저항성 유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이 제안될 수 있다. 우선 저장창고의 완벽한 밀폐성이 요구되고, 권장 사용량보다 낮은 처리용량, 그리고 권장온도 조건보다 더 낮은 훈증 온도로 인한 살충 독성 감소를 조심해야 한다. 밀폐성이 떨어진 창고에서 훈증 반복하는 것은 저항성 발생에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Chadda 2016;Plumier et al. 2018). 따라서, 국내에서도 저곡해충의 저항성 유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저장시설의 밀폐성을 확보하고 포스핀 처리 횟수 제한, 다른 훈증제 등과 교차 사용을 통한 포스핀 살포 최소화, 저장시설의 위생관리에 의한 저곡해충수 관리, 마지막으로 저항성 종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포스핀 저항성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Collins 2009).
적 요
포스핀 (PH3) 훈증은 저곡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이러한 높은 의존도에 의해 저곡해충에서 포스핀에 대한 저항성이 유발되었다. 국내에서는 쌀바구미에서 포스핀 저항성이 보고된 바 있으나, 거짓쌀도 둑거저리에서는 포스핀 저항성이 보고된 바 없다. 본 연구는 국내 다섯 지역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를 이용하여 포스핀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포스핀에 대한 감수성은 FAO 훈증법을 통해 조사하였으며, 실험에 사용한 모든 국내 거짓쌀도둑거저리 개체는 0.04 g m-3 농도의 포스핀에서 사멸되었다. 0.01 g m-3 농도의 포스핀에서는 국내 두 지역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저리에서 100%의 사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dihydrolipoamide dehydrogenase (dld) 유전자의 P45S 점 돌연변이는 포스핀 저항성 거짓쌀도둑거저리 계통 (Aus- 07)에서 확인되었으나, 포스핀 감수성 거짓쌀도둑거저리 계통 (Aus10)과 국내 다섯 지역에서 채집한 거짓쌀도둑거 저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dld 유전자와 사이토크롬 b5 환원효소 (cyt-b5-r) 유전자의 발현량을 비교한 결과, 모든 시험 종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cyt-b5-r 유전자의 경우에, Aus07에서 발현량이 감소한 것에 비해서 경주 채집 종에서 1.7배 이상 발현량이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c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dld 유전자 염기서열의 P45S (C133T)는 Aus07에서만 확인되었으며, 국내 5개 채집 지역의 거짓쌀도둑거저리 종에서는 cyt-b5-r 유전자 염기서열에서 특징적인 염기서열다형성이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 거짓쌀도둑거저리의 포스핀 감수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저항성 개체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신속한 방제를 통해 포스핀 저항성 확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